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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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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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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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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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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7장 2화

DUMMY

다한과 아스타롯은 에베로 떠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했다. 정확히는 다한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스타롯은 마차에 앉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짐을 나르고 일일이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다한을 재미있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마차에 다른 사람이 올라탔다. 에베에 같이 가기로 한 이반의 모녀였다. 배신자 이반의 가족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마을에 살 수 없었다. 어차피 이반이 죽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다.


엄마처럼 보이는 나이는 든 사람은 연신 훌쩍거리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딸은 무뚝뚝하게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을 다 실은 다한이 마을 청년과 함께 마차에 올라섰다.


“이제 에베로 출발하겠습니다.”


마을 청년이 말을 몰고 그 옆에 다한이 앉았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을이 보이지 않게 되자 이반의 딸이 마을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닐, 에베로 말고 오델리아로 데려다 줘.”


닐이라 불린 마을 청년을 깜짝 놀라 이반의 딸을 돌아보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제니?”


“되도록 라니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너 오델리아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


“에베도 마찬가지야.”


“에베에 너희 친척 아저씨가 산다고 하지 않았어?”


“7년 전에 돌아가셨어. 그러니 오델리아로 가 줘. 게다가 다한님과 에스텔님도 빨리 델루로스로 돌아가야 하니까.”


닐은 뭐라고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제니는 한 번 결심하면 결코 번복하는 일이 없었다. 그 둘의 대화가 끝나자 아스타롯은 재빨리 다한을 바라보았다. 이런 대화를 듣고 가만있을 다한이 아니었다.


“오델리아에서 머물 생각이야?”


이번에는 아스타롯이 한 발 빨랐다. 뭐라 말하려던 다한은 말 꺼내다 말았다.


“아니요. 에스텔님. 저희는 오델리아를 지나 루미드 백작령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오델리아에서 또 일주일 동안 마차를 타고 가야 나오는 영지가 아닙니까?”


서(西)의 지리가 어두워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다한이 재빨리 대화에 파고들었다.


“네.”


“왜 그렇게 먼 곳으로 가려고 합니까?”


제니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한의 진실한 눈으로 바라보자 자신도 모르게 말하게 되었다.


“어차피 연고도 없다면 이왕이면 라니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어요. 에베나 오델리아에는 가끔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에요.”


그러더니 그녀의 어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그녀는 더 이상 고향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다한은 그 심정을 이해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루미드 백작령도 신전이 있으니 제가 소개장을 써 드리겠습니다. 타지 사람이 오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경계를 할 테니까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짓자 제니는 괜히 얼굴을 붉혔다.


“고... 고맙습니다. 다한님.”


“흥, 소개장은 그렇다 치고 가서 뭐하고 살 건데?”


아스타롯은 다한을 노려보며 쓸데없이 오지랖 넓히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 기분이 나쁜 것에는 꼭 그 이유 때문에는 아니었다. 아스타롯의 질문에 모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다. 핵심을 공격해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마족들의 습성은 여전히 유효했다.


“늙은 여자가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끽해야 집안일이나 하는 거겠지. 젊은 여자는 할 일이야 많겠지만 그건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나 가능하지. 타지에서 좋은 일이라고 해봐야 여관이나 술집 여급이고 아니면 몸 파는 일 밖에 더 있겠어.”


“아스... 에스텔님!”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다한이 또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제니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각오하고 있는 일입니다. 에스텔님. 다행히 아버지께서 부지런하셔서 돈을 좀 남겨 두었기에 그걸로 장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뭐, 대개는 그렇다고.”


제니가 도전적인 눈길로 아스타롯을 바라보자 아스타롯은 기세에 눌려 말을 얼버무렸다.


한참을 달리는 마차는 정오쯤 되자 넓은 공터에 멈춰 섰다. 오랫동안 달려 휴식도 취하고 점심도 먹을 겸 멈춘 것이다. 닐과 모녀가 점심식사를 준비할 동안 다한은 아스타롯과 얘기를 나누었다.


“네가 이반이라는 사람한테 화가 난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모녀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안 되잖아.”


“내가 왜 이반한테 화를 내야 하는데?”


“그야... 그야 마을 사람들은 배신하고 너를 성기사에게 넘겼으니까.”


“죽은 녀석에게 화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데? 화난 것 아냐.”


“그럼 왜 죄 없는 모녀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건데?”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다한은 아마 정말 모를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하기는 싫었다.


“성기사 다한. 나는 마족이야. 그것도 마족들의 왕. 마왕이야. 그런 말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다한은 아스타롯을 노려보더니 점심식사 준비를 도우러 갔다. 하지만 아스타롯은 점심식사고 모녀고 간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제 그의 형제인 프록시멧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위해 제2, 제3의 프록시멧이 나타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프록시멧의 배후도 문제다. 프록시멧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정체를 간파할 만큼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다른 마족을 모시고 있다고 제 입으로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의 주군이다. 분명 프록시멧의 주군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챈 것이다.


결국 앞으로 마주치게 될 마족들을 아무리 쓰러뜨려도 도마뱀 꼬리를 제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결국 몸통은 계속 살아서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후의 실력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심지어 사룡(邪龍) ‘카’마저 눈치 못 챈 자신의 정체를 간파 당한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정체를 파악할 실력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정말로 실력이 있는 것이라면 자신과 다한의 목숨은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다.



마왕정규군은 할 말을 잊었다.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돌격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떨어진다 한들 움직일 수 있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무기를 쥐고 있는 손이 땀으로 젖어 있고 온몸은 두려움으로 떨렸다.


마왕정규군과 유목 민족 기병대와 첫 번째 전투에서 거둔 대승으로 모두들 기분이 고취되어있었다. 유펠렌은 전투가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저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유목 민족들은 적의 전략에 대해 상세하게 전했다. 이번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마왕정규군을 상대하기로 했다. 정예병으로 모으고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에서 전투를 벌이려고 밤새도록 전략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마왕정규군은 유목 민족들이 바라는 대로 거침없이 원하는 장소로 왔다.


이곳은 경사진 곳으로 유목 민족 기병대가 높은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잡초 같은 풀들이 땅을 뒤덮고 있어 저번처럼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땅이 질퍽해지지 않을 뿐더러 지형의 경사로 빗물은 마왕정규군에게 흐른다.


병력도 저번처럼 똑같은 20만 명이지만 이번에는 정예병으로 구성되어 있는 군단이었다. 하지만 마왕정규군은 보급로와 임시 요새를 지키기 위해 병력을 나누었기 때문에 저번 전투보다 훨씬 적은 40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에 지휘관을 맡은 켈론 부족장 누히다. 지휘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이다. 누희는 자신이 지휘를 하는 정예병들이 도저히 지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씨는 맑았고 해가 중천에 떴기 때문에 저번처럼 저기압을 형성해 비를 내리기 더 어려웠다.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누히는 자신들의 요술쟁이들도 데려왔다. 병력도 천 단위로 나누어 보다 능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략과 전술도 수십 번 회의와 검토로 빈틈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누히는 도저히 자신들의 패배할 거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저번에 당한 앙갚음까지 철저히 돌려주리라 마음먹었다.


마왕정규군의 병사들은 전투 전 흥분으로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적이 더 강했지만 상관없었다. 저번처럼 드래곤과 마법의 도움과 ‘그’의 뛰어난 전략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왕정규군과 유목 민족 기병대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만이나 되는 유목 민족 기병대들이 마왕정규군을 향해 돌격을 했다. 그 순간, 땅이 솟구쳤다. 솟구친 대지는 마치 파도처럼 20만 기병대를 강타했다. 대지가 미쳐 날뛰며 기병대를 조롱했다. 흙더미에 깔리면 생매장 당한자도 있고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즉사한 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20만 명을 뒤덮은 대지의 모습은 마치 대지의 여신이 분노를 일으키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 압도적인 광경에 마왕정규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옥의 광경을 보고 있는 마왕정규군은 그나마 나았다. 유목 민족들은 지옥을 체험하고 있었다. 전투는 이것으로 끝이다. 유목 민족 기병대는 활 한 번 쏘지도 못 한 채 패배했다.


유펠렌은 신음을 흘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느꼈다. 혼자서 20만 대군을 격퇴시켜 버린 것이다. 오히려 진작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은 ‘그’가 더 이상한 지경이었다.


전력을 다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혼자서 마왕정규군도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게 대항할 수조차 없다. 두렵다. 유펠렌은 진정으로 ‘그’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이번 전투도 승리로 끝났지만 마왕정규군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건 전쟁도 전투도 아닌, 그저 불가항력적인 재해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울부짖는 자도 있고 멍하니 참사 현장을 바라보는 자들도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자들도 있었지만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달아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위력은 압도적이었지만 다행히 지속시간이 길지 않아 많은 수의 유목 민족들이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싸울 수 있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후였다. 그중에 누히도 있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어떻게 다음 전투에 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것은 도저히 전략과 전술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들의 요술쟁이들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누히는 이런 보고를 어떻게 전략회의 때 보고할지도 막막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가려는 후방 진지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30만 명이 넘는 병력이 있는 후방 진지 부대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대지진이 일어났는지, 아니면 거대한 운석이라도 맞았는지 후방 진지가 있는 장소는 적어도 20m 아래로 가라앉았다.


사흘 뒤, 유목 민족은 마왕정규군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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