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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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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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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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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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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8장 6화

DUMMY

주신전의 대신관이자 대신관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는 마이어는 지금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단 한 장의 양피지 때문이었다. 물론 양피지에 쓰여진 내용 때문이었다.


대신관 마이어는 최근 일련의 소식들로 골치가 아팠다. 죽은 줄 알았던 용사 다한과 성녀 에스텔의 귀환에 대신관 마이어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대신관 오렘의 전보를 받고 절망과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든 대신관들을 소집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고민이 사치였다는 것은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양피지는 바로 마왕정규군 총사령관의 서신이기 때문이다.


용의 바다가 마왕정규군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도 빠르게 대륙에 퍼져나갔다. 어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소식을 전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어떤 이들은 사실 용의 바다에 드래곤들이 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전설 속에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의 바다와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방 제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남(南)과 서(西)와 달리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 상대는 바로 동방 제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마왕정규군과 화친을 맺자는 사신을 파견했다. 화친의 조건으로 용의 바다를 가로지는 거대한 다리의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런 신속한 결단은 동방 제국만이 유일하게 마왕정규군과 평등조약을 맺을 수 있었다. 물론 동방 제국의 강력한 국력도 작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편, 세상의 모든 길이 통한다는 남쪽 왕국과 제도연합국은 동방 제국과 비슷한 시기에 용의 바다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들은 그 소식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믿겨지지 않는 일이라 헛소문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마왕정규군이 용의 바다 이름을 팔아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남하하는 마왕정규군을 상대하기 위해, 남쪽 왕국 중 가장 강력한 군대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이시리아 왕국을 중심으로 동맹군이 결성되었고 세계 최강 함대를 가지고 있는 제도연합국은 전 세계 흩어져 있던 모든 함대를 호출했다.


다행이도 그들의 행위는 시도만으로 끝났다. 이시리아 왕국에 수천 명의 드래곤들이 등장했다. 전투는 없었고 학살도 없었다.


단지 드래곤들이 이시리아 왕국의 수도인 아산솔에 나타나 잠시 머무르는 것 만으로 동맹군은 와해되었고 제도연합국은 전의를 상실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 직후, 200만 명에 달하는 마왕정규군은 이시리아 왕국에 무혈입성을 하였다.


이시리아 왕국을 비롯해 남쪽 왕국들은 왕국 수입의 절반을 마왕정규군에게 공물로 받쳐야 했고 제도연합국은 2000척의 군함과 25만 명의 수군들을 차출 당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수군의 모든 군역비를 부담해야 했다.


돈이 많지 않은 왕국들은 마왕정규군의 토목작업장에 필요한 인원만큼 노역에 투입해야 했다. 마왕정규군은 힘 한번 들이지 않고 최대 곡창 지역과 교통과 무역의 요지인 남(南)을 제압한 것이다.


이런 거침없는 마왕정규군의 행보는 서(西)의 왕국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남쪽 왕국과 국경을 맞댄 코르로판 공국 사건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남쪽 왕국과 달리 서(西)의 대부분 왕국들은 주신전을 국교로 정했다. 그래서 주신전에서 주적(主敵)으로 정한 마왕정규군과 화친을 맺는 일은 주신전의 눈 밖으로 나는 일이다. 서(西)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신전에 미움을 샀다간 얼마 안 되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르로판 공국 사건이 서(西)의 왕국들을 더욱 겁먹게 했지만 동시에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코르로판 공국은 주신전을 국교로 정한 이래로 그 어떤 종교들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강압적으로 배척하고 탄압했다.


또한, 주신전을 믿지 않은 백성들이나 외국인들을 잔혹하게 처단한 작은 공국이었다.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했던 이유는 남(南)과 서(西)의 중개 무역으로 쌓은 부와 그리고 주신전과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주신전을 등에 업은 코르로판은 마왕정규군과 결사항전을 결심하고 용병들을 모집했다.


때마침, 서(西)에 용사 다한과 성녀 에스텔이 귀환했다. 이것은 분명 또 하나의 십자군이 창설되어 마왕정규군과 전쟁을 벌이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나라가 바로 코르로판 공국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공국은 행동은 그걸로 끝이었다. 마왕정규군에게 선전포고를 한 다음 날 코르로판 공국은 사라졌다. 전쟁에서 져서 국가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전쟁의 흔적은 없었다. 학살도 없었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 만에 사라져 버렸다. 증발해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코르로판 왕국이 존재했던 지금 그곳은 지금 거대한 황무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 사건은 서(西)의 왕국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그래서 코르로판이 사라진 이틀 날, 서(西)의 가장 강력한 나라인 아델만 왕국이 왕국 내에 있는 대신전의 폐쇄하고 가장 먼저 마왕정규군과 화친을 맺었다.


그걸 시발점으로 서(西)의 왕국들은 무너져 내렸다. 주신전을 국교로 정했는지 말든지 상관 않고 서로 먼저 마왕정규군과 화친을 맺으려 했다.


주신전은 주신전대로 손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주신전에 모여 있는 대신관들은 고민에 빠졌다. 아직 모든 대신관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29명 중 19명이 지금 주신전에 있다. 그러면 긴급 대신관회의를 개회할 수 있고 만장일치의 결과가 나오면 대신관회의 결정 내용이 실효를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 대신관들이 원래 에스텔의 문제로 모였던 대신관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행운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관회의는 논쟁도, 토론도 없었다. 대신관 마이어가 마왕정규군 총사령관의 서신을 읽어준 뒤 침묵만 회의장에 감돌고 있었다. 19명의 대신관은 이 서신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의 바다를 항복시켰다는 것보다 단 하루 만에 코르로판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렸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델루로스 역시 그렇게 하루 만에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신의 대부분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 마왕정규군을 더 이상 주적(主敵)으로 삼지 않는 것이라든가, 얼마 전 십자군의 침략에 대한 전쟁 배상금이라든가,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 이상 타종교에 대한 박해와 핍박을 하지 않는 것을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사실과 적당한 변명과 적당한 거짓말을 섞으면 신도들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가 정말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 조건을 들어줬다가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주신전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들어주지 않자니 주신전에 미래가 없었다. 어느 쪽도 밝은 미래는 없었다.


하지만 주신전 존재 자체를 걸 수 없었기에 결국은 마왕정규군의 조건을 들어줘야만 했다. 바로 성녀 에스텔의 공개 처형을 말이다.



주신전에서 마왕정규군의 서신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다한과 아스타롯은 편안한 마차 안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 델루로스까지는 사흘 정도 더 가야 했다. 속력을 좀 더 낸다면 어쩌면 밤늦게 패덤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다한과 아스타롯의 호위를 맡고 있는 성기사 알렉스는 다한에게 속도를 올려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루라도 빨리 주신전에 도착한다는데 다한이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한은 성기사 알렉스에게 그러라고 말했다. 속력을 낸 마차는 예상대로 저녁에 도착했다.


성기사본부가 있는 패덤은 협곡 사이에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 도시가 길쭉하게 생겼다. 도시 자체는 제법 컸다. 15만 명이 사는 패덤에는 7만 명의 성기사들과 1만 2천명의 신관들이 살고 있다. 또한, 델루로스로 가는 최종 관문답게 방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5중 성벽이 협곡을 가로지르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패덤 역시 첫 번째 성벽이 가장 크고 높으며 튼튼했다. 성벽 위에는 80대의 발리스타와 200명의 성기사들이 항시 대기 중이었다.


협곡과 성벽의 조화로 패덤은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리고 있다. 만약 지상군이 수적 우위만 믿고 쳐들어왔다간 성벽 하나 넘어보지 못하고 전멸 당할 것이다.


다한은 이런 패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좋아했다. 성기사본부는 5중 성벽 가장 안쪽에 있었다. 새하얀 건물이 일반적인 대신전과 비슷해 보였지만 그 내부는 달랐다. 만약 전투가 벌어지면 쉽게 함락시킬 수 없도록 내부를 미로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부는 출입 금지된 장소들이 많을 뿐 아니라, 혼자서 돌아다닐 수 없도록 규정해두었다. 물론 다한과 아스타롯이 성기사본부에 머무르는 일은 없었다. 그들을 태운 마차는 바로 옆에 있는 대신전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다한에게 견습 신관이 다가와 메시지를 전했다. 성기사단장이 급히 보자는 연락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대신관을 접견하는 것이 순서이기에 다한은 어리둥절하면서 성기사본부로 향했다. 아스타롯은 몇 번 이런 경우가 있었기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여신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하얀 건물과 달리 내부는 가느다란 불빛만 비추고 있었다. 성기사본부의 모든 위치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성기사단장이 있는 곳은 수도 없이 가보았기에 다한은 어려움 없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었다.


당연하게 접견실에는 이미 성기사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한지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고 계속 서서 다한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다한의 얼굴을 보자 그때서야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성기사단장 테니얼이 다가왔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기다리고 있었네. 성기사 다한.”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무슨 일입니까? 단장님?”


테니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기사 다한. 자네는 지금 바로 델루로스로 떠나게. 주신전에서 소환 명령이 떨어졌네.”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자네는 지금 짐을 풀지 말고 바로 떠나게. 말 3필이 지급되고 성기사들이 자네를 호위할 것이네.”


“그렇다면 에스텔님은 이곳에 계시는 것입니까?”


“에스텔님도 바로 내일 델루로스 향할 것이네. 하지만 에스텔님 체력이 부족해 피로하실 테니, 오늘 이곳 패덤에 머무르실 것이네. 그리고 대신관님도 델루로스로 계시니 이곳에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하네.”


다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대신관 오렘이 주신전에 미리 연락을 한 것인 듯하였다. 당연한 일이다. 성녀 에스텔 몸에 마왕이 봉인되어 있는데 대신관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단장님. 지금 당장 델루로스로 떠나겠습니다.”


성기사 단장 테니얼은 봉인된 양피지를 다한에게 건네주었다.


“이 서신을 가지고 가게. 바로 주신전으로 자네를 안내할 것이네.”


다한은 가볍게 묵례를 하면서 방을 나섰다. 다한이 패덤을 떠나는 모습을 확인한 테니얼은 성기사를 불러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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