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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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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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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작성
22.07.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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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타롯 8장 11화

DUMMY

아스타롯은 달리고 또 달렸다. 잠깐 달렸을 뿐인데 이 미련한 몸뚱이는 벌써 지쳐버렸다. 비틀거리면 달리던 아스타롯은 모퉁이에 달려오던 사람과 부딪쳐 버렸다. 넘어진 아스타롯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면 다시 매그넌스를 소환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자신과 부딪힌 사람은 여자였다. 그것도 아스타롯 눈에 익은 여자 신관이었다.


“에... 에스텔.”


아니, 에스텔이 알고 있는 여자 신관이었다. 바로 사라였다. 아스타롯은 고민을 했다. 비록 에스텔과 친분이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 아군일지 적일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적이라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죽여야만 한다. 하지만 아군이라면... 갑자기 사라는 아스타롯의 손을 붙잡고 근처에 있는 창고로 끌고 갔다.


역시 적이었나. 아스타롯은 매그넌스를 소환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복도로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로 봐선 분명 성기사들이었다. 사라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했지만 슬픔, 원망과 안도감을 감출 수 없었다.


“너... 너... 도대체 어쩌다... 어쩌다 그런 거야? 이 바보야.”


아스타롯은 그저 멍하니 있었다. 이 여자 신관이 아군인지 적인지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얘... 얘기하자면 길어. 하지만 지금 난 시간이 없어. 그러니 제발 날 못 본 척 해줘.”


아스타롯을 바라보던 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지 머뭇거리며 말했다.


“너... 너... 정말 에스텔이야?”


“그... 그럼 내가 누구겠어?”


“하지만 외모는 그대로지만 머리색과 눈동자 색이 달라. 그리고...”


“그건... 나도 왜 이러는지 몰라. 하지만 난 분명 에스텔이 맞아.”


아스타롯은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보다 더 강한 느낌이었다. 에스텔이라고 긍정하면 할수록 가슴의 통증도 심해졌다. 하지만 사라는 망설여졌다. 아무리 에스텔과 가장 친했다고는 하지만 에스텔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 일이 잘못되면 처벌받는 것도 두려웠다.


하지만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마왕 아스타롯이라면 사라는 그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에스텔을 불행하게 만든 마왕을 가능하다면 제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발, 사라. 나를 보내줘. 다한님이... 다한님이 지금 기다리고 계셔. 그러니...”


사라는 갑자기 아무 말이 없었다. 아스타롯은 일이 잘못되어가는 듯했다. 그때, 사라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스타롯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너... 정말 에스텔이 맞구나.”


마왕 아스타롯이라면 절대 다한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을 것이다. 사라의 긍정적인 반응에 아스타롯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신세 진 것도 있고 병에 걸린 로렌을 구해준 것도 잊지 않았어. 그러니 이제 내가 널 도울 차례야.”


사라는 결심을 굳히고 창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사라는 아스타롯의 팔을 붙잡고 나갔다.


“너...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어?”


“다한님이 기다리고 있는 곳 아냐?”


“다한님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주신전 동문 쪽에 있는 작은 정원을 말하는 것 아냐?”


아스타롯은 놀랐다.


“어... 어떻게... 그걸...”


“넌 모르겠지만 너랑 다한님 빼고 다 알고 있는 걸.”


아스타롯은 머리에 망치가 가격당하는 것을 느꼈다. 멍청한 에스텔이 그 장소가 에스텔과 다한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라고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 기억을 더듬거리는 아스타롯도 그런 사실 밖에 알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그럼 지금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


“쉿! 조용히 해. 아직 괜찮아. 다한님이 도망쳤다는 얘기는 아직 없어. 그러니 사람들이 네 가 그 정원에 가는 걸 아직 몰라.”


견습 시절 사라는 로렌과 주신전을 누비고 다녔기에 모르는 길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사람들이 별로 없고 어디로 가야 더 빨리 가는지 알고 있었다. 사라의 손을 잡고 주신전을 뛰어다니니 아스타롯은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이었던가.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정원으로 나가기 위해 좁은 긴 복도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곳에 성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난간을 해쳐나갈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사라가 아스타롯을 꼬옥 껴안았다.


너무 갑작스러워 사라를 밀어내려 했지만 사라는 지금 떨고 있었다. 아스타롯은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걱정, 이별, 슬픔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에스텔. 내가 너를 데려다 주는 곳은 여기까지야.”


몸을 뗀 사라는 아스타롯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사라의 눈가가 반짝였지만 아스타롯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나는 언제나 네 편이라고. 부디 다한님과 행복하게 지내라고. 요 앙큼한 것.”


애써 해맑게 웃으며 아스타롯의 이마를 손가락 톡톡 건드리는 모습에, 아스타롯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스타롯은 손을 뻗으며 사라의 얼굴을 건드려는 순간, 사라는 소리치며 복도로 뛰어나갔다. 사라의 얼굴을 만져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아스타롯은 몸을 숨겼다.


“여기요! 여기! 성기사님들!”


사라의 요란에 성기사들은 사라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라는 성기사들을 이끌고 반대편 복도로 갔다.


“지금 저쪽으로 흰 옷을 입은 여자가 달려갔어요.”


성기사 둘은 얼굴을 마주보더니 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 사이 아스타롯은 정원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다한은 마치 바람에 주신전이 다 닳아 없어져 버릴 만큼 시간이 흐른 듯 했다. 자신마저 먼지가 되어 산화될 무렵, 복도의 끝에 있는 오래되고 조그만 나무문이 열렸다. 그리고 천천히 에스텔이 모습을 나타났다.


마침 구름사이로 새어나온 빛이 에스텔을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과거 어느 날 본 듯한 광경이기도 하고, 까마득히 먼 미래의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 같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이 비일상처럼, 시간이 정지된 이곳을 떼어내어 그림으로 그린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뭘 멍하니 있어!”


정신을 차린 다한은 무의식중으로 아스타롯의 손을 붙잡아 살펴봤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예상대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아스타롯은 황급히 손을 빼면서 말했다.


“지금 이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다한 어서!”


맞다. 지금 이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다한은 아스타롯에게 얼굴까지 가릴 수 있는 망토로 덮어씌운 뒤, 말에 태웠다. 그리고 다한은 그 뒤에 탔다. 물론 말고삐를 잡는 것은 다한이었다. 주신전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한은 말머리를 돌려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주신전에서 델루로스 성문이 있는 곳까지 빨라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그전에 주신전의 연기 신호를 보고 델루로스의 모든 성문들이 일제히 닫힐 것이다. 결국 델루로스만 빙글빙글 돌다가 붙잡힐게 뻔했다.


다한은 아스타롯의 계획과 다른 계획을 세웠다. 아마 아스타롯은 성문이 닫히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말을 준비하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다한은 주신전에서 멀리 떨어진 상업 지구에 들어서자마자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뭐해? 이대로 달리지 않으면...”


“이미 성문은 다 닫혔어. 이대로 말을 타고 달아 날 수 없어.”


아스타롯은 충격을 받았다. 발밧사로만큼은 아니더라도 머리를 굴리는데 자신 있었던 자신이 그러한 사소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냐가 문제였다.


“그럼 어떡해?”


“다른 계획이 있었으니 이곳으로 온 거야.”


아스타롯은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봤지만 다한은 무시하고 말에서 내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한은 도로를 만든 커다란 타일을 하나 들어 올렸다. 타일을 들어 올리자마자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읍! 이게 무슨 냄새야! 다한, 어서 닫아!”


“여기로 내려가.”


“뭐?”


아스타롯은 마치 다한이 자신을 똥물 속으로 집어넣으려는 표정을 지었다.


“어서!”


시간도 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어 아스타롯은 마지못해 내려갔다. 다한은 말을 멀리 보내버린 뒤 타일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타일로 다시 입구를 닫아 버렸다.


더럽고 축축한 암흑이 다한과 아스타롯을 감쌌다. 하지만 곧 빛이 암흑을 내쫓아 버렸다. 다한은 미리 준비한 횃불을 켰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아스타롯은 망토로 코를 감싸며 말했다.


“이젱 계횡잉 뭐양?”


다한은 자신도 모르게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설망 여깅성 조용행징 떙까징 잉능 겅 아닝겡징?”


“풋.”


드디어 다한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왱 웅엉?”


“아니야. 아무 것도.”


“그렁 계횡잉...”


“아아. 말해 줄게.”


계속 아스타롯이 말하다간 다한은 틀림없이 웃다가 질식할 것이 분명했다.


“델루로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야. 도시가 조금씩 커져 갔지. 그러면서 지하 수로 역시 점점 커지고 복잡하게 변하면서 현재는 아무도 그 규모를 알 수가 없는 미로가 되어 버렸지.”


“긍뎅 그 미롱릉 넝능 엉떵겡 앙능겅뎅?”


“풋, 흠흠. 주신전에 지하 수로 전체는 아니라도 위급 시 비상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몇몇 탈출로가 있어. 아, 물론 내가 가려는 길은 그 길이 아니야. 나만이 알고 있는 다한의 길이 있지. 그곳으로 나가면 델루로스 밖으로 몰래 빠져나갈 수 있어.”


납득이 갈만한 계획에 아스타롯은 놀라운 눈으로 다한을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난 그 정도 계획을 세울 머리도 없는 줄 알았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악취에 익숙해진 아스타롯은 코를 감싼 망토를 풀었다. 다한은 속으로 더 이상 웃음을 터뜨릴 일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응. 너 두뇌가 없잖아.”


“뭐?”


“근데, 다시 봐야겠는 걸.”


아스타롯의 칭찬에 다한은 으쓱해졌다.


“시끄러. 니가 암호처럼 말한 내용도 다 알아들었잖아.”


“그건 내가 일부로 니가 알만한 수준으로 얘기했으니까 그런 거지. 제대로 꼬아 말했으면 네 근육질 뇌로는 절대 못 풀어.”


그 말에 다한은 손을 들어올렸다. 아스타롯은 이번에 너무 말을 심하게 했나. 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다한은 그 커다란 손으로 아스타롯을 후려치지 않았다. 대신 그 손으로 아스타롯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시... 시끄러. 어서 안내하기나 해.”


아스타롯은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감출 수 있는 이 어둠에 고마워했다. 다한과 아스타롯은 어두운 수로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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