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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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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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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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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0

DUMMY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도중에도 반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공혜를 죽일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반겸이 아니더라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하지만 난 당장 반겸의 행동을 관찰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반겸은 내 무기력함과는 상관없이 착실히 걸음을 움직여 방문 앞에 도착했다.

시간이 촉박해 지자 더욱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한겸처럼 의도했을 때 내 몸을 차지할 수 있는 거지? 연습이 필요한 일일까? 내겐 그만한 여유가 없다.

절망 속에서 방문이 열렸다.

탁자 옆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여인을 확인하자 반가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한꺼번에 생겨났다. 늦은 밤. 보통 사람이라면 잠들어 있어야할 시각이다. 공혜는 침상이 아닌 탁자에 기대 선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리 류사혁을 볼모로 잡고 있어도 이곳은 마인들이 우글거리는 장소다. 한순간도 편하게 지낼 수 없었겠지. 가뜩이나 잠이라면 어디서도 마다않는 그녀인데.

공혜가 눈을 떴다. 그녀는 날, 반겸을 확인하자 놀란 표정이 됐다.

“잘 있었소?”

“당신이 어떻게…….”

“그대를 구하러 왔소. 어서 이리 오시오.”

반겸이 양팔을 벌렸다.

그새 나 인척 하려 들다니. 잔인한 놈.

“가까이 오지마. 날 위협하면 류사혁이 죽게 될 거야.”

공혜는 명백한 적의의 눈빛을 보내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단번에 알아보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반겸이 등 뒤에 검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흐음. 위협하면 죽게 된다고? 그건 아니지.”

반겸은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

“네가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정신이 나가건 죽건 하는 거겠지. 금제란 건 그런 거니까. 내가 널 해치고, 그 사실을 알리러 가는 동안 혼객이 금제를 풀면 되는 문제 아니야?”

공혜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사랑을 고백했던 사내에게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그녀가 단단한 심장을 갖고 있다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겠지.

난 지금이라도 반겸을 억누르고 뛰쳐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날……. 죽이겠다는 거야?”

반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혜가 떨리는 팔로 배를 감쌌다.

“이봐. 입으로만 떠들 거야? 얼른 끝내.”

복도에서 파나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겸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검을 손에 쥐었다.

막아야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반겸의 행동은 혈도가 제압당해 있음에도 기민했다. 탁자를 걷어차며 공혜의 어깨를 붙잡았다.

난 자괴감에 휩싸였다.

무책임한 선택을 이었을까? 평소의 나는 결코 운에 모든 걸 맡기는 선택 따윈 하지 않는다.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항복을 택한 것이 결과적으론 그녀의 죽음을 생생하게 지켜보게 된 결과로 다가왔다. 차라리 몰랐다면, 차라리 아예 정신을 잃고 몸을 빼앗겼다면.

반겸의 오른손에 들린 검이 뒤로 움직였다. 공혜는 끝까지 내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몸은 떨고는 있으나 눈빛만은 흔들림 없었다. 반겸의 검이 뒤에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나쁜 놈아!”

공혜가 갑자기 소리치자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었다.

“네 안사람이 될 여자를 이렇게 보내겠다는 거야?”

반겸이 피식 웃었다. 검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공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기랄!

터억.

가까스로 왼팔을 움직여 반겸의 오른 손목을 붙잡았다.

“뭐야?”

반겸은 왼팔이 제멋대로 움직이자 당황한 것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공혜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휴. 십 년 감수했다.

오 년간의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한겸이 왼팔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시작 한 것은, 그것이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뭔가 왼팔과는 직접적으로 신경이 이어진 느낌이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방법을 터득했다.

방안의 변고에 파나한이 안으로 뛰어 들었다.

“어이. 뭐 하는 짓거리지?”

반겸은 오른 팔이 왼손에 의해 고정당한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내가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알잖아. 공혜를 죽이기 전에 섭혼술 부터 제대로 받아야겠어.”

“어디서 수작이야!”

파나한이 반겸을 발로 차 구석에 처박았다. 가뜩이나 부상이 가득한 몸이 처참하게 널브러졌다. 반겸이 고통 속에서 정신을 잃어가는 사이 난 몸의 감각이 회복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돌아오고 있다.

“참내. 결국 내 손으로 해야겠군.”

극심한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파나한이 피풍의 속에서 번뜩이는 칼날을 꺼내들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공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주요 혈도를 제압당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짓은 하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폭주해버릴 위험이 있지만, 공혜를 잃게 되는 것보다 백배는 나았다. 난 왼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혈맥을 감싸고 있는 한줌의 진기에 강한 악력을 가했다. 어깨뼈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으나 혈맥을 감싸고 있던 진기를 제거할 수 있었다.

화르륵.

왼팔에서 뻗어나간 화마(火魔)가 파나한의 전신을 뒤덮었다.

“크으!”

파나한은 달라붙은 불길을 때어내기 위해 피풍의를 벗어 던졌다. 난 그사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끼고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본색을 드러냈다 이건가? 또 속을 줄이야. 정말 대단해.”

파나한과 공혜의 간격은 한걸음. 나와 파나한 사이는 다섯 걸음이다. 전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설령 내가 내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해도 이 거리를 도약하는 사이 파나한이 공혜의 목숨을 취할 시간은 충분하다.

난 왼손을 앞으로 뻗은 채 말했다.

“죽기 싫으면 물러서.”

“너야말로 이 여자가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그 팔 저리 치워.”

파나한이 불타오르고 있는 왼팔에 갖고 있는 공포심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머리는 몽롱해 지고 있어도 감각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누군가 창밖에서 접근하고 있음이 느껴져 순간 갈등에 빠졌다. 류사혁의 부하가 몰려든다면 공혜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콰직!

창문이 부서지며 검은 신형이 튀어 들어왔다. 파나한이 예상치 못했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난 그 틈을 노려 전력을 다해 왼팔을 휘둘렀다. 불길이 파나한을 휩쓸었다.

검은 신형이 내게 곧장 달려들 것이라 생각하고 방비를 하려는데 내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쿵!

파나한이 검은 신형에게 가격당해 벽을 뚫고 사라졌다.

“공 의원님. 괜찮습니까?”

검은 신형이 복면을 끌어내렸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공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사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사내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전 암영당 소속의 태긍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좌 군사님 맞으십니까?”

암영당 소속? 기억을 더듬다가 아침에 제갈현이 한 말이 떠올랐다. 분명 소주를 담당하는 암영당 무사 대부분이 죽었으나 생사확인이 안 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그간 류사혁의 눈을 피해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공 의원을 죽이려 든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곧 생령들이 몰려올 겁니다. 빨리 빠져나갑시다.”

“점혈을 당했소.”

태긍은 내 말에 공혜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전 아니에요.”

“그럼 그 팔. 그 무공은 어찌…….”

열기를 점점 더해가고 있는 팔은 어서 내력을 사용해 혈맥을 막지 않으면 심각해질 지경까지 이르렀다.

“우선 혈도부터 풀어 주시오.”

태긍이 주춤거리며 다가와 단전의 주요 혈을 풀어줬다. 난 왼팔로 향하는 혈맥을 봉쇄하고 공혜에게 다가갔다.

“언제부터 정신을 차린 거에요?”

“당신이 날 욕했을 때.”

수십 개의 발자국 소리가 이곳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파나한이 튕겨나간 곳에서도 소음이 들리는 것이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이동해야 할 것 같소.”

태긍이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으로 뛰어 나가려고 했다.

“그쪽이 아니오.”

난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을 쥐고 천장을 향해 휘둘렀다.

콰아앙!

천장에 구멍이 뚫리며 나무 조각과 흙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검을 왼손에 붙잡고 공혜에게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지 같은 꼴이지만 그래도 꼭 붙어 있으시오.”

공혜를 오른팔로 감싸 안았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은 긴박한 순간임에도 포근했다. 어젯밤, 오늘 낮. 끊임없이 고민해온 물음에 대한 답은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류사혁을 끝까지 따라가 죽이고 싶은 마음보다 그녀를 무사히 빼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지붕으로 솟아올라 주위를 살폈다. 외곽의 동향에 귀를 기울여 보니 화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갈현이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는 걸까? 지붕 아래엔 흑의인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경공이 어느 정도 되오?”

태긍은 씩 웃었다.

“제 걱정은 마십시오. 도망치는 것 하나로 버텨왔으니.”

난 공혜를 단단히 붙잡은 뒤 그대로 뛰어 올랐다. 공혜는 난데없이 허공으로 치솟게 되자 날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내성벽을 넘어 대로변에 착지했다. 뒤를 돌아보니 태긍도 지붕을 이리저리 밟으며 따라붙고 있었다. 얼추 유영급의 경공은 되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공혜가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젠 떨어져도 되오.”

“아.”

공혜는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러나 난 그녀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지 않았다.

“미안했소.”

하마터면 내손으로 공혜를 죽일 뻔 했다.

“빚은 두고두고 받아낼 테니까. 단단히 준비해요.”

공혜의 변하지 않은 말투가, 목소리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난 심장에서 고통이 피어오름에도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뭐라도 묻었어요?”

고작 한 뼘의 거리. 나도 모르게 입술을 포갰다. 찌릿한 통증이 시작됐다.

“변제는 이걸로 안 되겠소?”

공혜가 쿵하고 내 가슴을 때렸다.

“농담이 나와요?”

한계다. 심장이 아우성치고 있다.

“크흠. 흠.”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태긍이 기침했다. 공혜가 당황하여 날 밀쳐냈다.

“뭐. 두 분이 연인 사이인 걸 모르는 정검문도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적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는데 몸을 숨기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

난 간헐적인 폭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 동료들이 있을 거요.”

태긍은 서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정검문 본대가 온 겁니까? 공 의원님 덕분에 섭혼술은 풀었지만 보고를 할 수가 없었는데 용케 시기를 맞췄군요.”

“본대는 아니오. 그런데 시기라니?”

“류사혁은 소주를 폐허로 만들고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겁니다. 낮에 정검문과 마주쳤다는 소식을 들은 후 서둘러 준비하더군요.”

“종은 파괴했소. 일부 사람들이 검지로 몰려가긴 했으나 대부분 그전에 차단했소.”

“그래요? 그건 다행입니다.”

대화는 흑의인들이 출몰하여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우린 그늘진 건물 틈에 몸을 숨기고 흑의인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도심의 골목과 거미줄 같은 수로라면 성 바깥보다 몸을 숨기기는 좋다. 난 서문 쪽의 주기적인 폭음에 귀를 기울이다 제갈현이 패극과 대놓고 싸움을 벌이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소음은 너무 드러나 있다. 마치 이곳으로 좀 몰려와 달라고 꼬리를 흔드는 모양이다.

“서문으로 갑니까?”

태긍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눈을 돌리려는 용도 같소. 내가 내성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았을 테니 다른 곳에 몸을 숨기고 있을 거요.”

“정검문에서는 누가 온 겁니까?”

난 동료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준 뒤 금노야의 장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공혜는 찾았다. 류사혁의 행적도 발견했으나 본대가 없는 이상 정면 대결은 자살 행위다. 제갈현과 합류해 이곳을 떠나는 것이 급선무다. 별 탈 없이 탈출할 수만 있다면…….

난 등 뒤에 바짝 붙어 걷고 있는 공혜를 바라봤다.

류사혁이 금제술을 자청할 만큼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건 무엇일까? 이미 지하동부의 지옥도만으로도 강호에 던져질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난 그것과는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갈현과 합류해서 안정을 찾으면 필히 공혜에게 물어봐야겠다.

금노야의 장원이 위치한 거리에 도착해 일부러 내력을 끌어올렸다.

“적입니까?”

내 행동에 긴장한 태긍이 주위를 살폈다. 제갈현이 주시하고 있다면 발견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기에 난 고개를 저으며 태긍을 진정시켰다. 잠시 기다렸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지역에는 없는 건가?

골목 끝에서 고개만 내밀고 거리를 살피고 있는데 낮에 일행이 머물렀던 객잔의 이층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안쪽은 보이지 않으나 창문은 열려있다.

“잠시만 있어 보시오.”

자세를 낮추고 객잔을 향해 걷다 그대로 이층으로 뛰어 올랐다.

휘익!

섬광이 번뜩이며 검이 날아들었다. 나 역시 공격을 가한 상대에게 검을 뽑았다.

“좌백건?”

벽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상대의 검은 내 목 언저리에서 깔끔하게 정지했다. 창밖의 빛이 검에 반사되어 상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말끔한 의관을 갖추고 어째 여유까지 있어 보이는 사내. 남궁세가의 신임가주 남궁경일이다.

남궁경일은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눈이 커졌다.

“허. 꼴이 그게 뭔가?”

난 검을 거두고 창밖을 향해 손짓했다. 태긍과 공혜가 방안에 들어온 후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제갈 군사가 지키고 있으라더군. 혹시 자네가 나타날지 모르니.”

“혼자 왔소?”

“달랑 서신 하나 받고 식솔들을 데려올 상황은 아니었네. 이래 뵈도 바쁜 몸이야.”

“첩첩산중에 처박혀 있는 집안에 무슨 바쁜 일이 있소?”

“허. 이 친구. 공짜로 불러놓고 당당하구만.”

“빚은 나중에 꼭 갚을 테니 걱정 마시오.”

북경을 떠나 강소성에 접어들었을 때 바로 옆 지역에 있는 남궁세가에 연락을 보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정말 서신 하나에 달려와 준 남궁경일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정을 생각한 것은 아닐 테고. 남궁경일의 목표가 천하삼검을 이기는 것임을 생각하면, 내게 빚을 지워 놓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남궁경일과 대화를 나누며 반 시진 전쯤 제갈현과 접촉했음을 확인했다. 제갈현이 패극과 흑의인들을 피해 남문으로 우회하던 도중 남궁경일의 내력을 감지해낸 것이다.

다른 동료들은 서문에서 몽오가 소란을 피우고 있을 동안 내성의 동태를 살피는 중이었다. 이각 뒤에 약속장소에 집결한다는 소식까지 듣고 나서야 동료들이 내성 안을 기습할 작정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내성에 침입했다면 전멸했을 것이다. 저택의 뜰 안에 운집해 있던 흑의인들의 숫자는 엄청났으니까. 동료들이 사지로 뛰어들기 전에 탈출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 의원님. 고생이 많으셨죠?”

남궁경일이 공혜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용문파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그녀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터라 두 사람 모두 안면이 있었다.

“고생은요. 잘 먹고 잘 지냈어요.”

남궁경일은 공혜의 말이 그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껄껄 웃었다. 난 왠지 농담이 아닐 것 같았기에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태긍도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공혜가 류사혁을 협박하는 장면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상처에 늘러 붙은 피와 먼지를 닦아내고, 공혜에게 치료를 받았다. 별다른 도구도 없이 상처를 꿰매는데도 피 한 방울 허투루 흘리지 않는 그녀의 솜씨에 지켜보던 남궁경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금창약을 바르고 약간의 운기조식을 끝마치니 한결 살 것 같았다.

남궁경일의 백의를 빌려 입고 자리에 앉았다. 몸이 편해지니 기절할 것만 같은 피곤이 찾아 왔지만 난 공혜를 앞에 앉히고 중요한 질문을 시작했다.

“류사혁에게 무슨 도움을 준거요?”

내 앞섶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던 공혜는 이 물음에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무슨 일에 협력했소?”

다시 한 번 물었다.

“아마도 전……. 아버지만큼이나 못된 사람이 됐을지 몰라요.”

다음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다 그녀가 손끝을 떨고 있음을 감지했다.

“고독고는 아버지가 남겨 놓은 의서를 갖고 있었어요. 거기엔 이형양의 말고도 머리를 갈라 직접적인 시술을 통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죠. 쌍둥이 자매의 기억을 하나로 합쳐 놓았던 실험을 토대로 누군가의 기억을 다른 사람의 기억에 강제로 주입하는 시술을 완성한 거죠. 고독고는 자신의 의식 속에 어떤 사람들의 기억을 넣어 주길 원했어요.”

“어떤 사람들?”

“죽어있는 사람이었어요. 시신이 얼어붙어 있어서 언제쯤 죽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죠. 고독고는 시신이 가진 지식이 필요해 보였어요. 시술이 끝나자마자 살아있는 사람을 단숨에 인형처럼 만들어 버리는 기법을 줄줄 외워댔죠. 그 후에도 계속해서 얼어붙은 시신을 가져 왔어요. 어떤 시신은 부패의 정도가 심해 그냥 땅에 묻어야 했죠. 그런 식으로 열구의 시신을 접했어요. 그리고 고독고가 소주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듣게 됐죠.”

공혜는 십 수만의 사람들이 강시가 될 뻔한 일의 원인을 자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강호의 큰 문젯거리가 될 일임에도 돕고 말았다는 죄책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해 못할 부분도 있다. 아무리 그녀가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라 해도 목숨을 희생해서까지 다른 이들을 살릴 의무는 없으니까.

난 떨고 있는 공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검지에 있던 강시제조장에 대한 문제는 해결했소. 정검문과 정파연합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소주처럼 단시일 내에 사람들을 현혹해 강시를 만들려는 시도는 막을 수 있을 거요.”

독을 이용해야 하긴 하나 섭혼술을 푸는 방법도 찾아 낸데다 공혜가 있는 이상 류사혁 일당이 벌인 짓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다.

공혜는 어깨에 올린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배로 가져갔다.

“혼자였다면 결코 돕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살아 남아야할 이유가 생겨 버려서…….”

난 이어진 공혜의 음성에 쇠망치로 머리를 강타당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16 삼 개월 전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요?”

사람들이 가득한 객점 안. 건너편 앉은 공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호수에서 부상을 입고 실려와 함께 밤을 보낸 이후, 공혜나 나나 왠지 서로를 대하기가 어색해졌다. 아니. 어색하다고 느끼는 건 부끄럽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어쨌든 그 문제 때문에 약선당을 찾아가 그녀를 불러내 이렇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객잔으로 끌고 나왔다.

“외조부님이 주신 약을 잘못 먹고 신음하다 깨어난 그날일까? 옆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데 정말 감탄사가 나오더군.”

“뭐에요 시시하게. 좀 더 그럴 듯하게 대답할 순 없어요?”

“그러는 당신은 언제 부터요?”

난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공혜의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일부러 시선을 회피했다. 시는 가끔 삭풍월을 보며 오늘 따라 더욱 예뻐 보인다는 말을 던진다. 그때는 그저 빈말이라 여겼는데 나도 공혜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저는 말이죠.”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는데 시끄럽던 객점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이유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청룡당 복장을 입은 무사가 어떤 여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내가 여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일은 흔한 광경이 아닌지라 객잔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을 향했다.

“어쩜. 용감하네.”

공혜가 중얼거렸다.

난 무사가 무슨 이유 때문에 저러는 것인지 몰라 계속해서 지켜봤다. 무사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두 손에 받치고 여인에게 내밀었다. 언뜻 보니 여인들의 머리에 꼽는 장신구 같아 보였다. 여인은 고민에 빠졌다. 무사는 두 손을 벌벌 떨며 여인의 선택을 기다렸다.

그제야 무사가 여인에게 고백을 했음을 깨달았다. 공혜는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당신 예전에 왼팔이 이상하다며 약선당에 찾아왔다가 혼쭐이 나서 돌아간 적 있었죠?”

그런 적이 있었나? 난 턱을 긁적이며 생각을 더듬었다.

“그때 보답이랍시고 선물 보따리를 놓아두고 갔어요.”

공혜는 묶어 올린 머리끝에 달려있는 공작 문양의 비녀를 가리켰다.

“무슨 보답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는지. 풀어보고 깜짝 놀랐죠.”

“그게 내가 준거요?”

공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첫 선물이자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은 몰랐네요.”

벌써 오 년 이상 지난 일이다.

“새로 하나 사주겠소.”

“됐네요. 여자는 뜻밖의 선물에 기뻐하는 법이라구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다시 식사를 시작한 공혜를 보며 난 뜻밖의 선물이란 말이 가진 의미를 곱씹어 봤다. 내가 그때 무슨 생각으로 저런 비녀를 선물한 거지?

“내일도 바빠요?”

“순찰당 조장들과 함께 도성에 나가봐야 하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데요?”

“흉악한 자들을 좀 잡아들일 것 같소.”

“또 다칠 일이군요.”

“이래 뵈도 순찰당주에게 인정받은 몸이오. 조무래기에게 당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있소.”

“그래서 그날은 그렇게 얼음장이 되서 실려 왔어요?”

공혜가 지난밤의 일을 꺼내자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그 일이 떠올랐는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는데 집중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소.”

“무슨 약속이요?”

난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 자리가 평생 당신만 기댈 수 있는 자리가 되게 해주겠다는 약속.”

“흥.”

공혜는 기분 좋게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저 정도는 돼야죠.”

공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의 무사가 꽃을 한 아름 안고 여인에게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무사 아주 작정했군.

“그런데 아직 말해주지 않았소.”

“뭘요?”

“내가 언제 좋아졌는지.”

“그걸 알아서 뭐해요.”

“아까 당신이 물어본 건 벌써 까먹은 거요?”

“당신은 눈을 감고 잠이 들어 있을 때 가장 잘생겨 보여요.”

“칭찬이오?”

“당신이 잠들어 있던 오 년 동안, 계절마다 당신이 자는 모습을 지켜봤죠. 지금도 잘생겼나 확인해 보게 잠깐만 눈을 감아 봐요.”

난 눈을 감으며 물었다.

“내 자는 모습에 반했다 이거요?”

“에이. 지금은 아니다. 취소.”

눈을 뜨니 어느새 공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있었다.

“당신에게 잘생겼다는 기준이 뭐요?”

“미남은 딱 보면 가슴이 설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전혀 설레지 않는다?”

“미녀가 이만큼 좋아해 주면 됐지. 뭘 더 바래요?”

상기되어있는 공혜의 표정을 보니 손이 저절로 올라가 그녀의 볼을 감쌌다. 밉지 않은 거짓말. 그녀의 입술과 내 입술이 잠시 맞닿았다 떨어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심장이 강하게 뛰고 있음이 느껴졌다.

내 가슴도 덩달아 기분 좋게 뛰고 있다. 이것이 설렌다는 느낌인가? 공혜의 기준을 따르자면 어쨌든 그녀가 미녀인 것만은 확실했다.

“당신 날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후훗.”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소.”

“치.”

잠시 후, 무사가 객점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러댔다. 상대 여인을 양 팔에 끌어안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나도 언젠가는 공혜에게 저런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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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6 +3 13.12.12 8,411 2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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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4 +2 13.12.11 8,171 247 13쪽
3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 +7 13.12.11 8,409 249 13쪽
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07 228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52 259 13쪽
3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4 13.12.10 8,970 255 16쪽
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46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07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39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63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52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30 258 13쪽
2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06 251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06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07 235 30쪽
2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3 13.12.08 10,202 276 28쪽
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087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575 278 28쪽
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7 +4 13.12.08 9,947 279 15쪽
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6 +5 13.12.08 10,419 283 12쪽
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5 +1 13.12.08 10,303 280 16쪽
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4 +6 13.12.08 10,704 27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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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2 +10 13.11.30 11,941 303 18쪽
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 +2 13.11.30 11,098 301 16쪽
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終 +4 13.11.30 11,504 294 16쪽
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2 +3 13.11.30 11,778 315 15쪽
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1 +2 13.11.30 11,424 296 14쪽
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0 +6 13.11.29 12,270 288 12쪽
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9 +1 13.11.29 12,121 302 10쪽
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8 +3 13.11.29 12,857 312 13쪽
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7 +3 13.11.29 12,900 307 12쪽
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6 +6 13.11.29 14,571 326 15쪽
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5 +10 13.11.25 14,559 367 18쪽
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4 +3 13.11.25 15,643 365 16쪽
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3 +4 13.11.25 17,061 400 13쪽
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2 +3 13.11.25 18,709 371 7쪽
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협객편 1-1 +6 13.11.25 27,051 425 13쪽
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589 46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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