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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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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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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5,534

작성
13.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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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글자
16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DUMMY

난 어둠속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겼다.

내겐 극악의 살인마를 만나는 특별한 운명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마의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몸속에 내 것이 아닌 것을 얼마나 품게 된 것일까? 이건 재능이 분명하다. 별로 환영하고 싶진 않은 재능. 죽을병에 걸리고도 죽지 않아 저주를 받은 것일까?

돌이 녹아내려 구멍을 메웠다. 화륭신마가 사라진 벽에는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화륭신마는 내게 팔을 남기고 벽 뒤편으로 사라졌다.

왼팔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환상이었다고,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서 그냥 꿈을 꾼 것뿐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몸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벽 뒤편에 있을 화륭신마의 기척이 느껴졌다. 화륭신마의 심장소리와 숨소리 모두 구분할 수 있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이따금 땅이 울리는 소리, 통풍구를 드나드는 바람소리 하나하나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감각이 세밀해진 정도가 아니라 사방에 눈과 귀가 달려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북궁무는 정검문의 문주요! 그를 죽여야 할 이유가 대체 뭐요?”

“정검문이 내세우는 정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당신이 직접 죽일 순 없소?”

“난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당신이 뭘 원하건, 난 그걸 장담할 수 없소.”

“그건 네 자유다. 하지만 넌 한철광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 그것으로 충분해.”

충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북궁무와 싸우게 될 것이란 말인가? 무림을 수호하는 최고의 방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는 자와 한판 붙으라고? 그럴 리 없다. 화륭신마는 착각하고 있다. 난 죽일 놈만 죽인다. 그리고 죽일 수 있는 놈만 죽인다. 이건 내 심장도, 정신 나간 머릿속도 동의한 문제다.

난 화륭신마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탁탁.

희미하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벽 뒤에서 화륭신마의 음성이 들렸다.

“너도 느꼈나?”

“그렇소.”

“아무래도 네가 갈 시간인 것 같군. 마지막으로 당부하겠다.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정도론 부족하다. 설령 죽어서 지옥에 가도 그 지옥을 뚫고 나오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북궁무를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문이 열렸다. 횃불의 빛이 눈을 찔러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렸다. 이크. 왼손이다. 밝은 곳에서 보니 원래의 내 팔과 다름없어 보였다. 방금까지 겪은 일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없었다.

“나와.”

류사혁이 손짓했다.

“풀어주는 건가?”

목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류사혁이 어느새 검을 뽑아 내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 가공할만한 쾌검이다.

“사냥감은 말이야. 가만히 있을 때 잡으면 재미가 없어. 갖은 힘을 다 써서 발버둥 치는 순간에 내려쳐야 비로소 보람을 느끼지. 조심해라. 네놈의 말 한마디에 따라 목 위에 있는 물건의 위치가 달라질 테니까.”

“문주가 출타에서 복귀했군.”

정곡을 찔렀기 때문일까? 류사혁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검을 그대로 찔러 날 죽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듯한 모습. 이상한 건 당장 머리가 날아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전혀 떨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적표처럼 죽어도 살아날 수 있는 몸이 아닌데도 말이다. 왼팔을 새로 달아 간덩이가 붓기라도 한 것일까?

“널 죽여 없애는 건 간단해. 하지만 난 간단한 문제를 싫어하지.”

류사혁이 검을 거뒀다. 죽다 살아난 거 맞지 지금?

류사혁이 움직였다. 난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지나, 습기가 섞인 공기가 아닌 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지상에 도착했다. 한밤중이다. 이곳이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후우. 어쨌든 밖으로 나오니 좀 살 것 같군.

류사혁은 자신의 입에 손가락 하나를 댔다. 이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생각해봐. 어떤 행동이 현명한 판단일지.”

류사혁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난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위를 살폈다. 이제 겨우 끝난 건가? 다리가 후들거려 털썩 주저앉았다. 적표가 한진서를 노린 그 날부터 얼마가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살아 있는 것을 보니 그 정도 버틸 만큼밖에 지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인지 머리를 굴리려 해도 멍하기만 했다. 몸 상태와 직면한 상황 모두 너무 뒤엉켜 버렸다.

한명은 문주가 두려워 날 살려주고, 한명은 문주를 죽이라고 내 몸에 얼토당토 않는 팔을 붙여 버렸다. 포기해야 할까? 이대로 도망쳐야 할까? 배가 고팠다. 난 일어서서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검문의 성벽 뒤로 대낮처럼 환한 불빛이 보였다.

난 살아있다. 지금은 일단 그것으로 만족이다.


#3

“적표의 공격을 받아 숲속에 쓰러져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지휘부장의 눈길이 내 얼굴을 향했다. 난 적표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암영당주와 관계된 부분은 적당히 빼고 보고를 시작했다. 지휘부 안에서 적표의 멱살을 붙잡고 난리를 피운 적이 있기에 강호필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긴 보고가 끝나자 강호필은 혀를 찼다.

“일단 총 군사님께 보고를 올리겠네. 자네 몰골이 말이 아니니 약선당부터 들러 보게나.”

지휘부장의 방을 나오는데 견습 군사들이 모여들었다.

“이봐 백건이. 괜찮은 건가?”

“강시 때문에 수십 명이 죽었다던데.”

“적표가 철군성의 간자였을 줄은 몰랐네.”

난 일일이 답해줄 수가 없어 멋쩍은 미소와 침묵신공으로 지휘부를 헤치고 나왔다.

무저갱에 처박혀있던 사이 침입했던 철군성 무사들은 모두 괴멸됐다. 산동에서 철군성의 이름이 지워진 것이다. 정검문이 받은 피해는 경미했지만 적표 덕분에 관사의 무사 전원이 즉사한 까닭에 요 몇 년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싸움이 됐다고 한다. 혼자의 힘으로 이 정도까지 정검문을 뒤흔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혈혼마를 죽이면서 시작된 일이다. 난 일차적인, 눈에 들어나는 정보만 가지고 모든 걸 판단하려 했다. 덕분에 내 몸에 새겨진 교훈은 죽기 직전까지 따라붙을 것이다.

괴물의 팔이라니. 이제 두 번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난 왼손을 빙빙 돌려보았다. 역시 남의 팔이라는 위화감이 전혀 없다. 피부색이 미묘하게 어두운 것을 제외한다면 나조차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내 팔과 흡사했다. 그래서 더 소름끼쳤다.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 거지같은 몰골에서 어느 정도 회복했다. 방으로 복귀하자마자 침상에 쓰러졌다. 며칠 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인지 모르겠다. 나무판자에 이불 한 장 두른 딱딱한 침상이지만 무저갱의 눅눅한 바닥에 비하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지금 내 잠을 방해하면 누구든 살인목록의 최상단에 올려 버리고 말거다.

난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웅성이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얼마나 잠에 빠져있었는지 모르겠다. 같은 숙소를 쓰는 세 명의 동료가 내 침상 옆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왜 그러지?

난 팔을 움직이다 물컹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으음.

이 여자가 왜 내 팔을 베고 잠들어 있는 걸까? 가슴의 검상에서 풍겨 나오는 약초냄새 때문에 대충의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긴 사내들만 모여 사는 방이다. 오해를 줄 수 있는 소지를 넘어서 이건 오해를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의 상황이다.

“배, 백건이. 조례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천천히 나오게.”

“난 아무것도 못 봤네. 흠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살금살금 방을 나서는 동료들을 보며 난 내 옆의 이 물컹거리는 물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보시오.”

“우음.”

공혜가 몸을 뒤척였다.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전신을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내 몸에 손을 두르는 공혜의 모습에 난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수도 없이 생사를 고민한 순간이 우습게 느껴질 만큼의 평화로움이다. 당장 적표가 찾아와 내 목을 노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을 겪고 있는데, 지금 내 모습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

일상이 있다는 것은 이런 거다.

아무리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평온한 일상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다. 살인마를 상대해야할 험난한 장소에서 한발 비켜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건 죽일 놈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어째서 이렇게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걸까? 피가 묻은, 아니 앞으로 수도 없이 피를 묻혀나갈 나의 품안에서 말이다. 도움만 받았지 별로 잘 대해준 적도 없는데.

“일어났어요?”

공혜가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소?”

“응? 뭐가요?”

“여긴 남자들만 지내는 숙소요. 그리고 나 혼자 있는 곳도 아니지.”

공혜가 놀랐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당신 그런 것도 신경 써요?”

“신경 안 쓰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오?”

“후후.”

웃어?

“좀만 더 자야겠다.”

공혜가 다시 고개를 기댔다.

“이보시오.”

“……그쪽이야 말로 이상한 상처나 입으면서 자꾸 신경 쓰게 만들지 말아요. 이틀 동안 행방불명된 것도 모자라 그 부상을 입고도 약선당에 오지 않다니.”

분명 공혜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날 매섭게 흘겨보는 것만 같았기에 시선을 다른데 둘 수밖에 없었다.

“팔 뺄 생각 마요. 오늘 멀리 외진 나가야 해서 푹 자둬야 한다구요.”

그렇게 말해도 이미 아침이다. 푹 잘 시간 따위는……. 난 탁자에 시선이 멈췄다. 널브러진 약병들과 피 묻은 붕대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밤, 날 찾아와 손수 치료해준 공혜에게 팔을 빌려주는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피곤에 젖어있는 얼굴이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공혜는 그저 깊게 잠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내게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물컹거리는 밀착감이 신경 쓰여 못 버티겠다.

조례시간이 지나 식사까지 거르고 잠을 자던 공혜는 손시가 되어서야 방을 나섰다. 나는 저리는 팔을 주무르며 뒤늦게 지휘부로 향했다.

“백건이! 그 여자 누군가!”

“살다 살다 그런 미녀는 처음 봤네!”

숙소 동료들이 달라붙었다. 난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다.

“약선당의 의원이네.”

사실 그다지 부상의 위험이 없는 견습 군사들이 공혜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네도 참 대단하이. 견습이 된지 얼마나 됐다고 순찰당과 일을 하지 않나, 지휘부에 들어가지 않나, 그런 미녀와 사귀지 않나.”

“딱히 사귀는 건 아니네.”

동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즈, 즐기기만? 풍류로다. 천하의 풍류야!”

오해가 깊어지는 것 같아 난 걸음을 빨리했다. 지휘부의 문을 닫고 나서야 극성스런 동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백건. 따라오게.”

지휘부의 견습장 하후성이 막 들어온 날 불러 세웠다. 하후성은 날 지휘부 안의 개인 방으로 밀어 넣었다.

“자네가 철군성 첩자와 관련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다 들었네. 맞나?”

하후성은 일견하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눈빛을 띄고 있었다.

“조사는 했습니다.”

“말해주게. 마유는. 마유는 진정 철군성의 첩자가 맞는 건가?”

“그건…….”

마유를 막으려다 금검당 무사 두 명이 죽었다. 애초에 죽은 두 명의 무사를 살아있는 시체로 만들 계획이었다면, 마유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적표는 죽은 자건, 산자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적표에게 조종당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래?”

하후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철군성까지 적표가 조작했음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럴 거야. 암. 마유가 그럴 리 없지.”

“그럼 가 봐도 되겠습니까?”

“기다리게.”

하후성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

“지휘부 내에서 자넬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네. 자넨 갓 들어온 신입이네. 순찰당 군사가 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곧 수많은 견제를 받게 됨을 의미하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여긴 현역 군사가 될 가장 높은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에 다른 부서보다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네.”

“정신 바싹 차리라는 말입니까?”

“조심하라는 말이네.”

하후성이 준 경고의 의미를 체감하게 된 건 얼마 후의 일이지만, 아직 지휘부의 일을 본격적으로 수행해본 적이 없기에 한쪽 귀로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다. 날 노리는 적이 적당히 많아야 군사부 일을 신경 쓰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의 기본은 공손함과 예의다. 견습장 눈에 튀어나가 좋을 건 없다.

실질적으로 지휘부에 나오게 된 건 오늘이 처음이기에 오전 내내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하남성(河南省)에 급격히 창궐하고 있는 저급한 문파들의 억제책’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는데, 무슨 소릴 하는지 알 수 없어 잠자코 있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오후엔 ‘황궁과 천하통일로 예측해본 무림일통의 한계점’에 관한 논의를 한단다. 이거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간 경쟁은커녕 제 발로 걸어 나가게 생겼다.

군사부의 식당으로 걸어가다 누군가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본관으로 이동했다. 관해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자네 너무하는구만. 복귀했으면 언질이라도 주지.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가?”

“밤에 찾아가기엔 너무 늦은 듯해서. 일단 군사부와 순찰당 모두 보고는 끝냈습니다.”

“적표를 따라갔었다고?”

“네. 몰래 뒤따르다 이 꼴이 됐지만요.”

난 목덜미의 옷을 살짝 들춰 가슴에 두른 붕대를 보여줬다.

“적표가 한진서를 놓아두고 도망친 사실은 알고 있나?”

“들었습니다.”

“당주들이 움직이자 줄행랑을 친 거 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십인회의 도중에 관사가 시체 밭이 된 사실을 알리지 못했을 것이네. 고맙네.”

그쪽은 고마울지 몰라도 이쪽은 암영당주에게 직접 노려지는 신세가 됐다.

“혹시 말입니다.”

난 궁금한 게 있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주급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진 것인지 알 수 있습니까?”

“당주? 흐음. 글쎄. 당마다 특색이 다르니. 순찰당주님만 놓고 보면 말이네.”

관해는 경외심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천하삼검으로 불렸던 창궁검(蒼穹劍) 장완의 직전제자네. 검법만으론 정검문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지.”

“천하삼검?”

“설마 모르나? 청풍검, 창궁검, 적하검(滴河劍)을 모른단 말인가?”

외조부의 명호를 듣게 된 건 반가운 일이지만, 순찰당주의 이름을 듣고도 코웃음을 치던 류사혁을 떠올리자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천하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검을 익혀야 당주가 될 수 있다면, 내가 상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예전에 청풍검의 손자가 정검문에 들어온 적이 있었네. 그때 순찰당주님이 전대에 짓지 못한 승부를 후대에 결정지을 수 있게 됐다고 엄청 좋아했었는데.”

감상에 젖은 관해와는 달리 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양반 그렇게 순찰당 무사로 들어오라고 꾀더니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종종 찾아와서 도움 좀 주게나. 내 사례는 충분히 하겠네. 견습이더라도 공적을 계속 쌓으면 훨씬 빨리 정식군사가 될 수 있을 거네. 난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기대할 필요 없다. 정식군사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앞으로도 자주 순찰당을 들락거리긴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당장은 밟을 꼬리 자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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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1 +2 13.12.18 7,716 227 13쪽
7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0 +11 13.12.17 7,492 237 12쪽
7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9 +3 13.12.17 7,063 223 15쪽
7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8 +3 13.12.17 7,838 225 11쪽
7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7 +2 13.12.17 7,299 235 15쪽
7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6 +3 13.12.17 7,517 220 16쪽
7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5 +10 13.12.16 7,274 220 5쪽
7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4 +4 13.12.16 7,004 230 11쪽
7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3 +4 13.12.16 7,066 226 7쪽
7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 +2 13.12.16 7,134 229 8쪽
6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추억편 5-1 +3 13.12.16 7,609 237 14쪽
6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終 +12 13.12.15 7,614 232 7쪽
6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3 +3 13.12.15 7,289 229 21쪽
6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2 +2 13.12.15 7,144 237 14쪽
6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1 +3 13.12.15 7,792 234 26쪽
6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0 +2 13.12.15 7,282 244 19쪽
6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9 +3 13.12.15 7,480 246 21쪽
6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8 +2 13.12.15 7,785 216 27쪽
6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7 +5 13.12.15 7,426 222 11쪽
6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6 +2 13.12.15 7,684 223 17쪽
5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5 +13 13.12.14 8,079 239 19쪽
5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4 +2 13.12.14 7,630 228 17쪽
5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3 +4 13.12.14 8,569 233 36쪽
5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2 +3 13.12.14 7,844 222 8쪽
5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1 +3 13.12.14 8,023 224 22쪽
5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0 +8 13.12.13 8,447 260 23쪽
5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9 +4 13.12.13 8,288 232 26쪽
5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8 +3 13.12.13 7,670 236 15쪽
5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7 +4 13.12.13 8,163 248 27쪽
5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6 +4 13.12.13 8,177 218 8쪽
4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5 +5 13.12.13 7,937 224 22쪽
4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4 +3 13.12.13 7,796 250 16쪽
4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3 +3 13.12.13 7,570 248 16쪽
4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2 +1 13.12.13 8,024 253 12쪽
4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1 +2 13.12.13 9,083 230 11쪽
4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0 +12 13.12.12 8,350 241 12쪽
4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9 +3 13.12.12 7,991 244 12쪽
4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8 +2 13.12.12 8,004 242 11쪽
4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7 +5 13.12.12 8,289 243 12쪽
4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6 +3 13.12.12 8,441 247 15쪽
3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5 +9 13.12.11 8,136 257 12쪽
3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4 +2 13.12.11 8,204 248 13쪽
3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 +7 13.12.11 8,437 250 13쪽
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35 229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83 260 13쪽
3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4 13.12.10 8,996 255 16쪽
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71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37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64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99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80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64 258 13쪽
»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38 252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38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43 235 30쪽
2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3 13.12.08 10,243 276 28쪽
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125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615 278 28쪽
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7 +4 13.12.08 9,987 279 15쪽
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6 +5 13.12.08 10,464 283 12쪽
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5 +1 13.12.08 10,345 280 16쪽
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4 +6 13.12.08 10,748 277 14쪽
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3 +4 13.12.08 10,353 309 12쪽
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2 +10 13.11.30 11,989 303 18쪽
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 +2 13.11.30 11,144 302 16쪽
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終 +4 13.11.30 11,555 294 16쪽
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2 +3 13.11.30 11,836 315 15쪽
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1 +2 13.11.30 11,476 296 14쪽
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0 +6 13.11.29 12,322 288 12쪽
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9 +1 13.11.29 12,174 302 10쪽
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8 +3 13.11.29 12,916 312 13쪽
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7 +3 13.11.29 12,963 307 12쪽
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6 +6 13.11.29 14,636 326 15쪽
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5 +10 13.11.25 14,628 367 18쪽
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4 +3 13.11.25 15,729 365 16쪽
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3 +4 13.11.25 17,149 400 13쪽
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2 +3 13.11.25 18,806 371 7쪽
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협객편 1-1 +6 13.11.25 27,218 425 13쪽
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779 46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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