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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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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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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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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DUMMY

#10

“그렇게 확장하면 이쪽 부근이 빌 텐데?”

“내버려둬. 힘들게 배워야 빨리 익히지.”

바둑판과 같은 줄이 그려진 큰 지도 위에 다섯 색으로 나뉜 깃발들이 일정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난 구석의 땅에 처박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안달 나있는 상대편을 바라보았다.

첫날부터 선배 견습들의 손에 이끌려 영문 모를 경기에 참여하게 됐다. 지휘부에서 훈련용으로 사용한다는 이 대전은 빠른 상황대처가 필요한 병법을 대결하는 경기였다.

처음 한 것 치곤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건 수십 개의 깃발에 둘러싸인 내 처지로 볼 때 힘들어 보였다. 이제 겨우 감을 잡았는데 괴멸 직전이다. 방법이 없으려나. 딱히 승패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능글맞게 웃고 있는 적표는 꼭 이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적표와 내 사이에 있는 깃발들을 전부 치워버려야 했다.

“선배. 처음인데 한번만 봐주시오. 힘을 보탤 테니 일단 다른 문파부터 어떻소?”

“그럴까?”

처음엔 비굴하게 달라붙었다.

지도에 위치해있는 깃발은 기본적으로 정검문의 당들을 형상화 한 것이다. 나의 자랑스러운 청룡당은 백무당과 현월당에 치여 오늘내일 하고 있었다. 백무당의 세력이 현월당보다 우위에 있기에 나는 현월당과 손을 잡고 백무당을 치기 시작했다.

이 경기의 특징이라면 대결 간에 운에 기대는 무작위 변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저 병법을 기록해 놓은 동전과 자금의 운용. 세력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전부였다. 매 판 보이지 않게 돈을 쥐고 경매를 한다. 여기서 결정된 우선권을 따라 행동순서가 결정된다.

난 현월당의 뒤에 편승해 조금씩 깃발의 개수를 늘려나갔다. 자금이 많이 드는 병법은 일부러 피하고 값싼 것만 사용하여 일정한 돈을 모았다. 백무당이 지도에서 종적을 감출 즈음엔 현월당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끝났다.

모아 두었던 자금을 상당수 투자해 우선권을 얻었다. 난 곧바로 공격 방향을 바꿨다.

“배, 백건아. 이러지마. 우리 잘해왔잖아.”

“암영당을 같이 공격하겠다면 생각해 보겠소.”

비굴에서 배신으로. 배신에서 비굴로. 백무당과 현월당 모두 사라져갈 무렵 적표도 약해진 암영당을 밟고 금검당의 세력을 확장시켰다.

적표가 말했다.

“놀랍군. 처음 하면서 이 대전의 가장 중요한 걸 실천하다니.”

“중요한 것?”

“오늘의 동료를 가차 없이 버리는 결단력.”

“난 버리진 않았어.”

“그게 더 잔인하지.”

적표의 말대로 금검당과 인접해있던 암영당은 아예 대전에서 탈락한 반면에 내 동맹이었던 현월당은 깃발 두 개로 구석에 처박혔지만 살아 있었다. 이용해 먹을 구석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적표가 물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지? 타협 하고 여기서 경기를 끝낼 텐가?”

“전면전. 넌 너무 냄새가 나거든.”

적표가 웃었다. 적표는 구린 구석이 많은 놈 치곤 너무 여유가 있다. 만약 적표가 정말 철군성과 관계가 있고, 저 표정이 다 거짓이라면 정말 엄청난 연기력을 가진 것이다. 얼굴이 두 개가 아닌 한 첩자가 어찌 저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한단 말인가?

“나는 현월당에 제안을 할까 하는데. 나보다 훨씬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 네놈의 세력을 치자고 말이야.”

도발인가?

“도둑처럼 야밤에 돌아다니며 동맹의 뒤통수를 치는 상대와 비교할 수 있겠어?”

“어이. 자네들 너무 몰입한 거 아니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분란을 조장하는 걸 즐기는 놈이 동맹을 살려둘까? 널 치자고 하면 현월당은 내편을 들어 줄 거야. 안 그래, 백건?”

경기의 향방은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였다. 적표의 눈빛과 표정을 살피며 난 철군성과 관련이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첩자가 잡혔다고는 하지만 어제도 사람이 죽었다. 저놈 때문에 내가 군사부에 남아있을 여지가 줄어든다면 처리할 방법을 찾는 게 옳다.

“지휘부장님이 오시네. 모두 정리하고 자기 자리로 가.”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깃발은 백중지세로 판을 양분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결판을 내는 건 무리다.

“좌백건이 누구지?”

지휘부의 책임자 강호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뭐야? 첫날이라 문제를 일으킬 새도 없었다고.

“따라와.”

강호필이 집무실로 사라졌다.

가장 가능성 높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내가 기루에서 밤을 지새우고 새벽에 몰래 복귀했다는 사실이 들켰다는 것뿐이다.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다행이련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호필은 문서를 읽고 있었다. 난 집무실 안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강호필은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뭐야? 불안하게.

어제일이 떠올라 불안감은 더 커졌다. 혈혼마가 비슷한 얼굴의 여인들을 죽이고 다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다.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견습 군사를 조사에 동원하겠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요청을 받아들여야겠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호필이 날 딱딱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조사라고? 그렇게 쳐다봐도 내가 요청한 게 아니니 알 턱이 없다.

“순찰당에서 자넬 콕 집어 지목했군. 철군성의 일에 자넬 사용해야겠다고 말이야. 살인마를 잡았다고? 지원부 일이 아주 여유 있었나 보군. 여기 요청서 보이나?”

강호필이 읽고 있던 문서를 들어 올렸다. 가장 아래 순찰당이란 글자와 함께 관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군사부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최대한 협조는 보겠습니다.”

“무휼이 억지로 지휘부로 밀어 넣기에 어떤 놈인지 보려고 했더니 오자마자 차출이군.”

강호필은 나가라고 손짓했다. 이대로 순찰당으로 가란 소린가?

“차출이 끝나면 돌아와 자세한 결과 보고를 하게.”

“알겠습니다.”

뭐지? 무슨 조사에 동원하려는 거야?

나는 이때만 해도 나중에 하게 될 결과 보고가 어떤 수준이 될지 예감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한진서를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 대신 누명을 쓰고도 도리어 사과 하던 그녀를 말이다. 그러던 차에 순찰당에서 날아온 명령은 한줄기 가능성을 안겨 주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경고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순찰당의 문을 열었다. 요즘 들어 너무 들락거렸더니 군사부보다 편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집무실에 들어서니 두헌과 문백청이 내 시선을 회피했다. 왜 그러지? 설마? 난 저들이 다시 한 번 관해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해는 날 보자 반가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왔군. 첨부터 자넬 눈여겨봤어야 하는 건데. 그래 순찰당 군사가 되고 싶다고?”

어제 이 손으로 혈혼마를 묻었다. 살인마를 잡는 게 아니라 죽이고 싶은 자가 순찰당이 좋을 리가 없지. 그러나 현실은 타협하라고 있는 것이다.

“작은 소망입니다.”

“자네가 이 둘에게 내렸던 지시 말이야.”

“지시는 아니고 부탁이었습니다.”

정정할건 정정해야지.

“그래 부탁. 악사형제에 관한 사건은 명백히 순찰당의 실수가 있었던 부분이네. 형이 죽은 충격 때문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생을 증거만 가지고 잡아들였지. 자넨 그 실수를 바로잡아줬어. 아마 특별 포상금이 나올 것이네.”

그걸 노린 건 아니지만 돈을 준다면 고마울 일이다.

“그런데 말이야.”

좋은 소식 뒤에 ‘그런데’가 붙으면 비슷한 소식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유명이란 자에 대한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네. 이건 우리가 정식으로 조사하고 있었던 일도 아닐뿐더러 목격자도, 정황증거도, 하다못해 고발자도 없었던 일이네. 그런데 어떻게 이자가 심각한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된 거지?”

그냥 보니 알겠더라고 말한다면 못 믿겠지. 하지만 다른 할 말이 없다. 마구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관해가 말을 이었다.

“예전에 당주님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네. 어떤 사람은 사람이 죽는 일에 대해 천부적인 감이 있어 냄새만으로도 살인자를 판단할 수 있다고. 난 믿지 않았지. 오늘 이렇게 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야.”

“제가 그런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래. 여기 이 둘이 확신하더군.”

두헌과 문백청이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강호필 군사님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넬 보자고 한건 요즘 문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 때문이네.”

벌어진 게 아니라 벌어지고 있다고?

“자네가 살인자를 찾아낸 그 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지.”

“아직 찾지 못했습니까?”

“찾기는커녕 오늘 새벽에 또 시체를 발견했네.”

나는 절대 아니다. 그 시각이라면 혈혼마와 한바탕 싸우고 있었다고. 금검당과 암영당 무사가 죽은 건 알고 있다. 이번에는 또 누구지?

“관사를 지키던 호위들이 죽었네. 자네도 알다시피 정검문 내부의 경계는 각 당의 무사들이 돌아가면서 맡게 되네. 대게 경험이 얼마 없는 무사들이 오는 터라 실력자라면 호위를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관사의 호위라니. 관사는 금검당이 지척에 위치해 있네. 내부의 누군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문주와 관계된 무사들이 연속적으로 살해할 이유가 없어. 이건 심각하네. 목적이 없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철군성의 첩자는 마유 한 명 뿐입니까?”

“밝혀진 정보로는 그러네.”

“밝혀지지 않은 정보는 어떻습니까?”

“무슨 말인가?”

“만약 관조장님께서 철군성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철군성은 삼 년 전에 첩자를 심어 넣었을 정도로 정검문 공격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고작 금검당 무사 두 명을 죽이고 첩자가 실패하길 바랐겠습니까?”

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네.”

“마유는 한진서를 노리고 있던 것이 분명합니까?”

“그건 분명하네.”

“그럼 이상합니다. 실패할게 분명한데도 홀로 움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실패할게 분명하다니?”

“삼 년이나 정체를 숨기고 정검문 깊숙이 침투해 있던 자입니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빼돌릴 수 있을지. 철군성 입장에선 그냥 죽이는 것보다 이용하는 편이 가치가 높지 않겠습니까?”

“한진서를 노릴만한 이유도 충분하네. 그녀는 지옥비마의 딸이야.”

“목숨 하나의 가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유는 죽었고 의심은 풀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주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관해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의를 돌려놓은 것이죠. 다른 첩자가 파고들 틈을 만들어 주기 위한.”

“기존의 첩자를 죽이면서까지 틈을 만들어줄 이유가 있을까?”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란 건 명백합니다. 조사도 좋지만 당장 대비를 해야 합니다.”

“대비라면…….”

“정검문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시간이 가더라도 의심가는 자들을 모두 모아 일일이 대조해 색출해 내고, 원흉이라고 보이는 철군성에 총공격을 가해 뿌리를 뽑아야죠.”

“그게 무슨 소린가.”

관해는 농담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사람 몇 명 죽어나간 문제를 그렇게 까지 확장 시킬 필요는 없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방금 말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철군성은 효과적으로 정검문을 공략하고 있다. 정검문은 거대하지만 그만큼 느리다. 대응이 이렇게 굼벵이 같아서야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한들 한발씩 늦을 수밖에 없다. 자꾸 혈혼마와 함께 묻은 여인의 머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무튼 오늘부터 같이 좀 수고해 주게나.”

관해가 완장을 내밀었다. 임시라고는 해도 순찰당 무사가 차는 것과 똑같은 완장이다.

“이건…….”

관해가 두헌과 문백청을 가리켰다.

“무지한 우리 조원들을 잘 좀 이끌어 주게.”

두헌이 싱글거렸다.

“잘 부탁하오. 군사님.”

난 이때부터 오전 내내 조사했던 자료를 살피며 순찰당을 안방처럼 돌아다녔다. 완장의 위엄이라니. 오래전에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모아둔 서고를 지나칠 땐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참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후가 되자 밖으로 나왔다. 문백청에게 철군성의 주요 인사 이름을 좀 정리해달라고 부탁한 뒤, 두헌의 안내를 받아 암영당의 무사가 죽어있다던 장소를 찾았다.

암영당은 단순한 무사들의 집단이 아니라 특화된 임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자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에 대해선 순찰당보다 암영당이 더 잘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죽은 암영당 무사는 관사 근처에서 발견됐지만 어떤 이유로 거기에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두헌은 암영당이 평소에도 비밀보호를 이유로 아무런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우린 암영당 입구에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얼마나 위세가 대단하기에 순찰당 무사까지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다.

“말하지 않았소. 거만한 놈들이라고. 꽁꽁 싸매고 있는 비밀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내가 조장이 되면 꼭 저놈들 소굴부터 뒤져볼 것이오.”

두헌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지만, 내가 봤던 두 명의 조장. 관해와 유영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생각해 보면, 아마도 아주 먼 훗날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두헌과 함께 관사의 호위가 죽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아주 익숙한 얼굴들이 다가왔다. 다만 나는 익숙하다 해도 그들은 날 못 알아볼 것이기에 모른 척 지나쳤다.

“어? 명오 선배!”

“응?”

“두헌아! 얼굴 보기 힘드네.”

“열심히 하고 있냐?”

명오와 시를 비롯한 청룡당 무사들은 두헌을 무척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두헌이 순찰당 무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 보인다는 사실조차 말이다.

“그렇게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부리더니. 잘 적응했나보네?”

명오의 말에 두헌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분은?”

명오가 날 바라봤다. 두헌은 갑자기 명오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오. 그래. 뭐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반갑네. 난 청룡당에서 백인장을 맡고 있는 명오라고 하네.”

백인장이라. 삼 년 전만해도 열 명을 통솔하던 조장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좀 변한 것도 같았다. 기도가 안정적으로 보인 달까?

“좌백건입니다.”

“어어? 이 군사님 그 사람 아니야?”

시가 불쑥 끼어들었다.

“시험 때 백무당 놈들을 실컷 패줬지? 그놈들 요새도 청의를 걸친 사람을 보고 경기를 일으킨다던데. 백무당이 시험에서 그런 수모를 당한 게 몇 년 만인지 몰라. 우리 때 보는 거 같더라니까.”

시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킥킥거렸다. 명오와 다른 무사들도 웃기 시작했다.

딱히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들은 정검문에서 유일하게 날 스스럼없이 대해주던 이들이다. 미안하게도 현재의 난 저들만큼 순수하지 못했다.

“그럼 수고들. 두헌이 넌 순찰당이라고 으스대지 말고 청룡당에 좀 놀러와.”

“네 선배. 흐흐.”

두헌은 헤벌쭉 웃으며 명오 일행이 가는 것을 지켜봤다.

“청룡당이셨소?”

“뭐. 어쩌다보니.”

머리가 좋은 건 결코 아니다. 뭘 보고 순찰당에 뽑혀간 걸까?

관사에 도착해 호위가 죽은 곳을 살피며 난 두헌을 떼어내기 위해 살짝 운을 띄웠다.

“사실 좀 의심 가는 상대가 있긴 있소.”

“정말이오? 그게 누구요?”

“같은 일을 하는 동료라 나로서는 추궁하기가 쉽지 않았소.”

“구, 군사란 말이오?”

“걱정 마시오. 나와 같은 견습이니. 이름은 적표라고 하오.”

“적표란 말이오? 알겠소.”

두헌이 적표의 이름과 숙소의 위치를 받아 적었다. 난 단서를 더 찾아 볼 테니 두헌에게 적표를 한번 조사해 보라고 언질을 주었다.

“믿어 보시오.”

물론 전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쪽이오.”

호위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걷다보니 연못에 발을 담그고 있는 한진서가 보였다.

“조심하시오. 그녀는 순찰당이라고 해서 고분고분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오.”

알고 있다. 예전에 다리를 부러뜨리는 걸 본적 있으니까. 호위는 복도의 끝에 도착하자 더 이상 앞으로 걷지 않았다.

“그럼 끝나고 연락 주시오.”

호위는 이미 뒷걸음질 치며 저만치 물러서있었다. 어지간히 무서운가보다. 굳이 남이 볼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군.

발끝으로 물장구를 치며 앉아있는 한진서의 모습은 의외였다. 마유가 그녀를 노린데다 주위에서 크고 작은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고요해 보였다.

한진서가 발동작을 멈추고 수면에 멍하니 시선을 던졌다. 한숨인가? 어쩌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여유 있다고 느낀 건지도 모른다. 조용하니까.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그게 정말 평화로울까? 나라면 이런 감옥 같은 곳. 하루도 살기 싫을 것이다.

“요즘은 도망치지 않소? 많이 심심해 보이는군.”

한진서가 고개를 돌렸다. 멍해있던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팔에 있는 완장을 가리켰다.

“임시로 받게 됐소. 덕분에 이곳도 들어올 수 있게 됐지.”

한진서는 헤헤거리는 것이 분명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가리켰다. 탁자엔 붓과 종이가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곳이 순찰당인데.’

“알고 있소.”

‘네가 순찰당 사람이 된 거면 다시 생각해 볼 순 있어.’

“그럴 필요 없소. 이 일만 끝나면 반납할 예정이니.”

‘일?’

난 고개를 끄덕이며 한진서에게서 붓을 뺏어들었다.

‘누군가 당신을 노리고 있소.’

‘날 노리는 사람 많은걸?’

‘내부 사람이 아니오.’

혈혼마가 살해한 여인의 얼굴이 한진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기엔 중간에 너무 많은 과정을 생략해야 했다. 이해시킬 수가 없겠지.

‘주의해야 하오. 당신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노리고 있으니까.’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이정도의 경고뿐이었다.

“흠흠. 그럼 조사는 이정도로 끝내야겠소.”

혹시 호위가 듣고 있진 않을까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막 일어서려는데 한진서의 마지막 글자가 내 걸음을 붙잡았다.

‘상관없어.’

“이건 무슨 의미요?”

한진서는 날 물끄러미 바라봤다.

‘누가 날 노리든 상관없어. 어차피 이 안엔 날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경고를 해주러 왔을 뿐이다. 끝났으니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이 말을 듣게 되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거요?”

나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인마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한진서는 북궁표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와 완전히 반대 길을 가고 있다.

‘날 걱정해 주는 거야?’

난 지금 이 느낌을 그저 답답함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내가 이 상황에 분노해야 할 이유 따윈 없을 테니까.

“이만 가보겠소.”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죽지나 마시오.”


두헌이 관사 앞을 서성이고 있기에 다가갔다.

“어찌됐소? 조사는 끝났소?”

“엥? 군사님이야 말로 어딜 다녀오신 거요? 말도 없이.”

“나야 뭐…….”

“암영당 무사가 죽은 곳부터 가신다 하지 않았소? 어서 갑시다.”

대충 얼버무리려고 했는데 두헌의 말이 좀 이상했다.

“아까 암영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소.”

“쫓겨나?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두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내게 장난 같은걸 칠 사람은 아니다.

“적표는 조사하고 온 거요?”

“적표라니? 처음 듣는 얘긴데…….”

난 두헌이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펼쳐들었다. 분명 적표를 조사할 것이란 글자가 적혀있다.

“이거 안보이시오?”

“어어? 그러네. 깜박했나보오.”

이 순간만큼은 같이 순찰당 완장을 차고 있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두헌을 다시 적표에게 보내고 순찰당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바라봤다.

두헌이 멍하니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오?”

대답이 없다. 두헌의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가 내 가슴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퍼억!

왼손이 단검보다 먼저 두헌의 어깨를 때렸다. 두헌이 바닥을 뒹굴었다.

“으응?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두헌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는 몸을 툭툭 털고 일어서더니 날 발견하고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사님. 암영당 무사가 죽은 곳으로 가신다 하지 않았소? 어서 갑시다.”

같은 소리를 내뱉는다. 내가 정신병자를 보고 있는 건가?

“응? 왜 이런 걸 들고 있지?”

두헌은 단검을 손에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난 두헌이 다시 공격해오지는 않을까 거리를 벌렸다.

“군사님.”

두헌의 시선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장난이지 지금?

두헌이 단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난 그대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싸우다 왼손이 두헌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백건.”

두헌이 날 뒤따르며 이상한 소릴 내뱉었다.

“지금이야 말로 오늘의 동료를 버리는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순간 적표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난 검묘의 입구가 보이자 몸을 꺾었다. 여긴 정검문에서 유일하게 숲이 있는 곳이라 몸을 숨기기 용이하다. 담장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두헌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군사님. 암영당 무사가 죽은 곳으로 가신다 하지 않았소? 어서 갑시다.”

“미쳤군.”

두헌의 가슴을 발로 후려쳤다. 그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대로 검묘 안쪽으로 뛰어 들었다. 죽일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고. 이렇게 난감할 수가.

숲속에 숨어 무덤가를 돌아다니는 두헌을 지켜보았다. 두헌은 멍해졌다가 단검을 보고 놀라고, 다시 두리번거리는 짓을 반복했다. 적표가 날 노리고 두헌에게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했다. 사람을 저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니. 내 왼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이건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내가 두헌을 죽이면 날 철군성의 첩자로 몰아도 변명할 수가 없다.

최근에 죽어나간 무사들. 순찰당에서 본 정황증거들. 찾을 수 없는 첩자.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내겐 적표가 했음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 하지만 두헌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 자가 못할 일이란 건 없다.

제길. 일단 두헌 부터 처리해야 한다. 난 숲에서 나와 두헌 앞에 섰다.

“날 죽이려는 이유가 뭐지?”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내가 왜…….”

두헌이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말했다.

“백건. 지금이야 말로 오늘의 동료를 버리는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똑같은 소리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선 정해진 말 밖에 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정신이 나가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두헌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일각 전만 해도 두헌이 왜 순찰당에 뽑혔는지 의문을 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건 오로지 무공실력 때문이다. 두헌은 조장이 아님에도 백무당의 조장이었던 광곤보다 우위에 있었다.

단검을 피하다 가슴이 긁혔다. 베인 곳이 화끈거리며 피가 번졌다. 왼손을 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내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사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왼손이 꿈틀 거렸다. 안 돼! 죽이면 안 된다고!

일부러 두헌의 주먹에 얻어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기다려. 방법이 있어.

“응? 내가 왜 여기 있지?”

두헌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지금이다. 난 전속력으로 두헌에게 돌진했다.

“어어! 군사님!”

십이절권의 일초를 시전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두헌의 뺨을 팔꿈치로 후려치고 급소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두헌이 비틀거렸다. 난 두헌의 뒤통수를 내리쳐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단검을 저 멀리 걷어차 버린 후 겨우 한숨을 돌렸다.

적표한테 가봐야 한다. 백주 대낮에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무슨 일인지 확인 하지 않으면…….

“군사님.”

눈을 돌리니 두헌이 흐린 초점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가누지도 못하고 있지만 내게 걸어오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 그만한 충격이면 기절해도 한참 기절해 있어야 한다. 몸이 돌로 되어 있지 않는 한 이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리가 없다.

안돼. 이 이상 날 압박하면 나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다고.

“동료를 버리…….”

왼손이 두헌의 목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느낌이 왼손을 타고 등골로 퍼져 나갔다. 두헌의 두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왼손이 조금만 힘을 가해도 두헌의 목이 꺾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어?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모든 걸 잃어버려도 괜찮겠어?

“제발!”

왼손이 두헌에게서 떨어졌다. 난 두헌을 밀쳐 물러서게 만들었다. 두헌의 눈은 그대로 풀려있었다. 다시 정신이 되돌아 올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기절시켜도 정신을 잃지 않는다. 다리를 모두 부러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두헌을 떨쳐버려야 한다.

갑자기 몸 안의 모든 기력이 왼팔에 집중됐다. 청심진결이 기이하게 휘몰아치며 혈도를 따라 손끝으로 이동했다. 내력을 왼손이 마음대로 쓰고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왼손이 손바닥을 펼쳤다.

“헛.”

왼손에 희미한 빛이 감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엄청난 권풍이 몰려나와 두헌을 강타했다. 두헌은 강력한 기력에 밀려 그대로 무덤가에 처박혔다.

몸 전체에 기묘한 박탈감이 찾아왔다. 온몸이 무거워진 느낌이다. 마치 내력이 없었던 삼 년 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 버린 듯한 기분. 왼손이 장력을 시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후였다.

나는 몸을 숨기고 있다 곧바로 군사부로 향했다.

순찰당과 조사를 시작하자 적표가 나를 노렸다. 한 달 내내 부딪히면서도 가만히 있었던 자가 갑자기 움직이다니. 날 노리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두헌이 정신을 차리고 쫓아오기 전에 알아내야 한다. 확실한 정보를 찾지 못하면 불리한건 나니까.


#11

지휘부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두헌과 치고받은 통에 흉흉한 몰골을 하고 있기에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이 모여들었다.

“백건? 무슨 일이야?”

“순찰당에 차출됐다지 않았어?”

난 사람들의 눈길을 무시하고 적표를 찾았다. 구석에 적표의 얼굴이 보였다. 적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뻔뻔하게 앉아있었다.

이 자식이!

손에 닿는 대로 물건을 집어 들고 보니 깃대였다. 끝을 부러뜨리고 그대로 적표에게 향했다.

적표가 날 보고 싱글거렸다.

“선물은 잘 받았나?”

난 적표의 멱살을 붙잡고 그대로 탁자위로 밀어붙였다. 책자와 훈련도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깃대의 끝을 적표의 목에 들이댔다.

“이보게! 뭐하는 짓인가!”

“어이! 백건!”

난 적표를 노려보며 물었다.

“날 노린 이유가 뭐지?”

“좋은 머리로 생각해봐.”

“넌 무슨 짓을 해도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건가?”

아니라면 사람을 조종하는 짓 따윈 하지 않았겠지.

“백건! 물러서게!”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적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날 보고 있었다. 한 번이다. 눈 딱 감고 이 깃대를 저놈 목에 꼽으면 모든 상황은 끝난다. 그러나 난 깃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적표가 내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동료는 제대로 버리고 왔어?”

난 이 순간 확실하게 느꼈다. 이놈은 나와 동류다. 견습 선배들이 몰려와 날 적표와 떨어지게 만들었다.

“지휘부장님께 걸리면 어쩌려고 이러나! 잘못하면 즉각 퇴출이야!”

내 몸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뿌리쳤다.

“제대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적표가 양팔을 벌리며 환영한다는 동작을 보였다.

“서두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만들 시간도 없어지게 될 거야.”

난 등을 돌려 군사부를 나왔다.

“어딜 가는가!”

“백건!”

방금 전의 부딪힘으로 한 가지는 확실히 파악했다. 놈은 사람을 조종할 수 있지만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가 문제가 된다면 날 두헌처럼 만들면 끝날 일이다. 그렇지 못했다는 건 놈의 능력에도 한계점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껏 놈이 내게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이렇게 살인마의 냄새가 짙게 나는 놈의 이상행동을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눈치 채지 못했다니.

놈이 무슨 짓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다면, 나는 빠져 나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무슨 짓이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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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3 +3 13.12.15 7,289 22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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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6 +2 13.12.15 7,684 223 17쪽
5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5 +13 13.12.14 8,079 239 19쪽
5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4 +2 13.12.14 7,630 22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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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35 229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83 2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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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71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37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64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99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80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64 258 13쪽
2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38 252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38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44 235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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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125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615 278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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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779 46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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