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1,113,707
추천수 :
30,326
글자수 :
865,534

작성
13.12.10 06:00
조회
8,996
추천
255
글자
16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DUMMY

입당총사가 있는 날, 나는 아침부터 군사부에 불려가 준비를 해야 했다. 비록 내가 임시 군사직까지 올라선 꽤 잘나가는 몸이라 해도, 이번 기수에 들어온 신입인지라 행사를 빠질 순 없었다.

“우와. 사람 봐.”

제갈린은 행사장 외곽에 들어서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난 다른 견습과 함께 입장을 기다리며 관중석을 살폈다.

정검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가는 광장을 빼곡히 메우고도 모자라 주변 전각의 지붕위에 구름처럼 몰려있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단상위엔 당주와 부당주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한쪽에 북궁찬의 얼굴도 보였다. 한진서도 검은 망사를 쓰고 앉아 있었는데 문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견습 군사는 그렇게 주목을 받는 입장은 아니었다. 지금은 선봉에서 화려한 권각을 펼치며 결의를 다지는 금검당 무사들에게 죄다 눈이 돌아가 있었다. 저걸 어떻게 익혔는지 알면 다들 놀랄 텐데.

선봉의 소개가 끝나고 화기당 신입들의 폭죽놀이가 이어졌다. 굉음과 함께 화려한 불꽃이 허공을 수놓았다. 하늘에서 정검이란 글자가 타오르자 옆에 있던 제갈린이 입을 떠억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청룡당과 백무당 신입이 어깨를 맞대고 등장했다. 영원한 맞수임을 나타내려는 듯 서로에게 검과 도를 들이댄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제갈린이 한판 붙으라고 소리를 쳤는데 목청이 어찌나 컸는지 당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이 여자, 나보다 더 출세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다. 난 서서히 제갈린과 거리를 벌렸다.

현월당은 금검당보다 죽은 인원이 많아서인지 거의 이백여명 가량의 무사가 들어갔다. 분쟁을 조정하는 임무를 맡는 특수당이라 그런지 들고 있는 무기도, 복장도 제각각이었다.

주작당은 이름만 들어보고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로지 여인으로만 구성되는 곳인지라 모든 사내들의 시선이 쏠렸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다.

암영당 신입들이 갑자기 주작당 사이로 뛰어 들었다. 그들이 무기를 뽑아 주작당 여인들을 몰아세우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관모를 쓰고 완장을 두른 순찰당 신입이 나타났다.

암영당을 순찰당 무사가 포박해 끌고 가자 단상에 앉아있던 장형각이 껄껄 웃었다. 류사혁은 아무 표정 변화가 없었다.

군사부와 약선당을 제외하고 여덟 개 당, 총 오백여명의 무사들이 입장을 끝마쳤다.

“와. 떨리네요. 그쵸?”

제갈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언제 다가 온 거야? 난 견습 군사 열명과 약선당의 의원으로 보이는 신입 두 명과 마지막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둥둥!

입장식의 종료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북궁무가 나타났다.

“주목.”

단 한마디의 묵직한 울림이 광장에 메아리쳤다. 거만하게 앉아있던 몇몇 당주들이 모두 정자세를 취했다. 웃고 떠들던 관중도, 설레임에 부풀어 있는 신입들도 모두 북궁무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난 정검문주를 바라보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을 느꼈다. 그는 기도만으로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다.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무리 높더라도 끝이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오르지 못하는 산은 그 존재만으로 모든 걸 짓눌러 버린다. 화륭신마는 내가 한철광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북궁무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북궁무는 태산(泰山)처럼 보였다.

사람이 태산을 죽일 순 없다. 류사혁이 왜 문주를 두려워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달 간 내부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자리를 비운 탓도 있겠지만, 이건 정검문이 나약해 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용히 말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광장의 어느 누구도 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무서울 정도의 조용함 속에 문주가 소리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마냥 모두가 얼어붙었다. 문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 자리엔 정검문도로 새 삶을 시작할 신입이 모여 있다. 오늘을 기해 너희 모두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사마척결(邪魔剔抉)에 앞장서길 바란다.”

“존명!”

선봉에 서있던 금검당의 신입들이 검을 치켜 올렸다. 뒤이어 행사장안의 모든 신입들이 무기와 손을 들어 올렸다. 관중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장내에 떠나갈 듯한 함성이 휘몰아쳤다.

사마척결이라.

정검문의 이상은 방법은 다를지 몰라도 내 목적과 일치한다. 한철광은 모든 무림인들이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었던 살인귀다. 화륭신마가 한철광과 관계가 있다면 정의로운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뭐, 불타는 몸을 가진 괴인을 정파인이라 우기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그런 그들이 정검문주를 노렸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검문주는 정의의 상징이니까. 하지만 난 아니다. 살인마가 아닌 정파의 인물을 죽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장이 제멋대로 움직이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은 정검문주의 실체를 확인하고 싹 사라졌다.

난 정검문주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이정도 기운이라면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감각이 예민해져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문주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어떤 이들보다 강했다. 지상에서 아무리 빠르게 뛸 수 있는 표범이라 해도 하늘을 나는 매보다 빨라질 순 없다. 차원이 다르다는 것. 차이는 그 정도였다.

“백건 오라버니. 문주님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그런 것 같군 제갈 동생.

난 행사장을 나오다 시와 눈이 마주쳐 가볍게 포권해 보였다. 금의위의 목적이 사마척결이라면 절대적으로 문주에게 해가 되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 한진서가 정말 문주를 죽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인간이 태산을 없앨 수 있단 말인가?


행사가 끝나자 금검당의 업무가 한결 쉬워졌다.

동택은 내가 처리한 것들이 흡족했는지 거하게 쏘겠다고 날 기루로 이끌었다. 분내 나는 여자들 틈에서 동택의 술 상대를 하다 보니 정말 귀찮은 일은 지금부터 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은 별로 마시지 않았다. 동택이 고주망태가 되어 뻗는 것을 확인하고 기루를 나왔다.

모처럼 여유 있는 밤, 지나가다 살인마라도 만날 수 있으면 행복하련만 하늘은 내게 그런 행운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라 같이 나가지 않으셨소?”

“그렇게 됐소.”

내가 처량한 표정을 짓자 정문의 호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와 술을 먹으러 나갔다 즐겁게 놀지도 못하고 쫓겨 들어와 잔업을 처리해야 하는 고달픈 신세……. 라고 알아서 착각해 주는 모양이었다.

정문을 지나 금검당 숙소로 가는 갓길에 접어들었다. 별로 먹지 않았다고는 하나 취기가 남아 있어 술도 깰 겸 천천히 걸었다.

“팔자 좋군.”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뒷골이 섬뜩한 것이 기억에 있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눈을 돌리니 흑의를 입은 복면인이 보였다.

류사혁이다.

“어떻게 발버둥 칠까 기대했더니 여유 만만이군 그래.”

“평범한 군사가 별 수 있겠소?”

“내가 간단한 문제는 싫어한다고 했지? 안 그래 한겸?”

이젠 개나 소나 다 내 진짜 이름을 아는 군. 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빨리 들킬 줄 알았다면 대놓고 들어올걸 그랬어.”

류사혁이 웃었다.

“네가 왜 삼 년 전에 풀려났는지 알아?”

그거야 한진서가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 아닌가?

“청풍검이 직접 총 군사에게 부탁했어. 외손주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말이야. 덕분에 정검문은 아주 귀중한 걸 얻었지.”

“무슨 말이지?”

“천하삼검 중에 하나를 내어 놓을 정도로 그쪽을 아끼더란 말이지. 집에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나?”

서신만 보냈을 뿐 답장을 받은 적은 없으니까.

“지금부터 해줄 말은 정검문의 전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한 네 역할이 아주 크기에 하는 조언이야. 잘 새겨들어.”

류사혁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정검문에서 나가라. 사망유희가 시작되면 절대 살아남지 못해. 금검당 전원이 참여한다는 문주의 결심이 확고하니까. 남아있는 게 멍청한 짓이지. 이쯤에서 아무 말 없이 손을 뗀다면 널 쫓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생각해보지.”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군. 나라면 당장 도망치겠어.”

류사혁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난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외조부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전대 청룡당주이며 천하삼검이었다면 류사혁이 쉽게 넘볼 수 없다. 내가 한겸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날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방어막이 되어 주고 있다. 북궁표를 죽인 것이 나라는 진실을 알지 못하는 한, 이것이 뚫릴 위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계속 정검문에서 버텨 나가려면 내게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운에 기댄 능력이 아니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날 공격하려는 자들의 뒤를 노릴 수 있는 강력한 한방.


#9

조만간 사망유희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난 그때까지 수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군사의 신분으로 몰래 수련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왼손에 피를 먹여 증대된 오감으로 밤마다 장소를 찾아 나섰다. 예상보다 빠르게 인적이 드문 숲에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피를 조금씩 소모하면서 느낀 것은, 왼손이 피를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대로 내보내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감각이 좋아지는 건 그것 때문이었다.

왼손이 쇠도 녹일 만큼 달아올랐음에도 뜨거움을 견딜 수 있는 것도 피가 역류한 덕분이었다. 피를 소모하는데 익숙해지자 힘을 조절하는 것도 숙달이 되어갔다. 괴물에게 피를 먹이는 일마저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조금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사망유희라는 목적 때문인지 심장은 고분고분 내 부탁을 들어 주었다. 정확히는 심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내가 말을 걸기 시작한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

적표를 따라 갔을 때 느낀 그 힘은 기본적으로 청심진결과는 다른 내력운용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옥비마의 무공이 분명할 텐데 구결도, 기의 흐름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따라 했다간 혈도가 뒤엉킬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내 몸엔 심장과 직접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또 하나의 내가 존재했다.

난 현재 내가 좌백건의 행세를 하고 있기에 그것을 한겸이라고 부르기로 정했다.

한겸의 존재 덕분에 심법의 형태로 그 힘을 익힐 수 있었다. 따지자면 심법의 형태라기 보단, 내력의 움직임을 몸에 새긴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같은 동작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하다보면 눈을 감아도 저절로 따라 할 수 있다. 심법역시 같은 식으로 익히다 보니 구결을 떠올리지 않아도 일정수준의 운기가 가능했다.

한겸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무공들을 하나하나 지옥류의 변초에 적용시키게 도와줬다. 쇠꼬챙이로 모든 걸 꿰뚫었던 지옥비마의 무공을 몸으로 되새기며, 지옥류의 변초를 날이 밝을 때 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내 왼팔을 한겸이 조종할 때도 있었고 내가 직접 움직일 때도 있었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심장이 원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만족할 때까지 몸을 혹사시키는 것.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하는 날들이 이어지자 낮엔 어쩔 수 없이 졸음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한진서가 무슨 짓을 하건 신경도 쓰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고, 불행한 것은 집무실에서 졸다가 일어나니 한진서의 무릎을 베고 있다거나, 그 장면을 금검당 무사에게 들킨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는 것이다.

내력을 다른 식으로 운용하는 것만으로 무공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청심진결을 끌어올려 지옥류를 펼치면, 정직한 한방을 노리는 꽤 정순한 무공이 됐지만, 한겸과 함께 익힌 지옥비마의 심법으로 지옥류를 펼치면, 내가 마치 쇳덩이가 된 것 마냥 한없이 차갑고 섬뜩하게 느껴졌다. 십이절권을 펼쳐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의 몸으로 전혀 다른 특성의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것. 이때는 정확히 몰랐으나 이건 보통 무림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정체를 숨겨야할 내겐 나쁘지 않은 일이다.

화륭신마의 팔로 인해 감각이 명료해지고, 보이지 않던 호흡과 무공의 틈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한 지옥류를 완성해 나가는데 막대한 도움을 줬다.

앙상한 가지만 무성했던 숲이 어느새 풍성한 나뭇잎이 가득 찼다. 봄이 끝나가고 있었다.

안휘성(安徽省)에 사망유희가 선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이즈음 이었다.




<뒤를 노려라 終>





<외전> - 손궁(孫穹)

황산(黃山) 천도봉(天都峰)

구름을 발아래 둔 산봉우리의 끝자락에서 두 개의 검이 충돌하고 있었다.

하나의 검은 바람을 닮았다. 실바람처럼 여리게 움직이다가 산들바람이 되어 나뭇가지를 떨리게 만들더니 거센 바람이 되어 상대를 몰아세웠다.

다른 검은 하늘을 닮았다. 한없이 깨끗한 일격으로 바람을 가르다가도 어느 순간 구름을 휘몰아 바람을 안개 속에 가두어 버렸다.

청풍검 손궁과 창궁검 장완의 검은 그렇게 오랜 시간 천도봉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구름이 걷히고 바람이 잦아들었다. 장완은 잠시 숨을 돌리는 틈을 타 손궁에게 말했다.

“실력이 줄었군.”

“지랄.”

“자네가 그렇게 빌빌거리면 내가 최근에 완성한 아주 죽여주는 검식을 보여줄 수 없지 않은가.”

손궁은 장완의 검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창궁검. 영원한 호적수. 십년 만에 다시 찾은 장완의 성취는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있었다.

“사실 사풍검결(四風劍訣)은 더 이상 내 무공이 아니라네.”

“뭔 잡소리야? 설마 꽁무니를 빼시겠다?”

“자네만 새로운 걸 익힌 것은 아니네.”

손궁의 검으로 부터 잿빛 강기가 휘몰아쳤다. 천도봉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가 뿌리 채 뽑힐 듯이 흔들거렸다.

장완이 인상을 썼다.

“시팔. 누굴 때려잡으려고 이딴 무공을!”

푸른 강기와 잿빛 강기가 맞닿았다. 싸움은 다시 이어졌다.

낮부터 시작된 싸움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중간에 싸움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충돌의 결과는 알 수 없었다.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하늘을 뒤덮은 폭풍이 천도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장완은 십년이나 묵혀두었던 송옥주(松玉酒)를 한잔 따르며 물었다.

“곱게 나이를 처먹을 일이지 그런 무지막지한 검법은 뭐 하러 만들었나?”

“천하에 삼검이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검은 하나. 사람도 하나.”

“그럼 그건 내가 되겠군.”

“염병.”

손궁은 술을 한잔 마시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참에 신선놀이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술이나 담구게.”

“말 돌리지 말고. 자네의 검은 그렇게 패도적인 게 아니었어.”

“아직 가다듬지 못한 것뿐이네.”

“아까 그건 조절을 논할 수준이 아니야. 내가 창궁파랑검(蒼穹波浪劒)의 새로운 검식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자네 엉덩이를 두들겨 주지 못했을 테지.”

“지랄.”

“놀러 나온 건 아닐 테고. 사망유희 때문인가?”

손궁은 술을 다시 한잔 마셨다.

“캬아. 자네도 알다시피 은거를 깰 생각은 없네. 아등바등 다투는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 몫이 아니니까. 다만 하나밖에 없는 딸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 놈이 말썽을 좀 피워서 말이네.”

“말썽?”

“사고를 치고 삼 년 동안 코빼기도 안 비쳤네.”

“자네 젊을 때와 똑같군.”

“다행히 손자며느리로 점찍어 놓은 아이한테 연락이 왔어. 이참에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지.”

“흐음. 자네와 똑같다면 말일세. 아마 사생결단을 내려고 들지 않을까?”

“감히 내게?”

“자네 설마 손자에게 새로 만든 무공을 사용하진 않을 거지?”

“모르지.”

손궁과 장완은 달빛을 안주삼아 해가 뜰 때까지 술을 마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잔혹협객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잔혹협객사 소개] +59 11.04.10 46,721 38 -
1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5 +89 14.02.11 12,447 295 15쪽
1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4 +5 14.02.11 6,038 199 21쪽
1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3 +5 14.02.11 5,879 190 19쪽
1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2 +5 14.02.11 5,935 216 22쪽
1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선율편 7-1 +11 14.02.11 6,062 199 12쪽
1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終 +39 13.12.25 7,906 268 11쪽
1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4 +4 13.12.25 5,961 213 15쪽
1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3 +2 13.12.25 6,096 212 17쪽
1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2 +2 13.12.25 5,697 213 12쪽
1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1 +2 13.12.25 6,026 210 17쪽
1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0 +17 13.12.24 6,762 229 24쪽
1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9 +3 13.12.24 6,137 216 13쪽
1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8 +5 13.12.24 5,940 206 15쪽
1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7 +3 13.12.24 6,693 203 18쪽
10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6 +3 13.12.24 6,210 205 13쪽
10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5 +16 13.12.23 6,859 197 27쪽
10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4 +3 13.12.23 6,432 204 11쪽
10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3 +4 13.12.23 6,436 205 14쪽
10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2 +2 13.12.23 6,496 199 13쪽
10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1 +2 13.12.23 6,332 220 11쪽
10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0 +13 13.12.22 6,686 215 11쪽
10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9 +3 13.12.22 6,570 204 15쪽
10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8 +3 13.12.22 6,587 206 15쪽
10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7 +2 13.12.22 6,187 220 16쪽
9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6 +6 13.12.22 6,903 221 20쪽
9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5 +13 13.12.21 6,726 217 16쪽
9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4 +4 13.12.21 6,822 208 19쪽
9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3 +1 13.12.21 6,403 208 17쪽
9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 +2 13.12.21 6,849 213 20쪽
9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 +6 13.12.21 7,595 211 19쪽
9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終 +15 13.12.20 7,300 217 8쪽
9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4 +1 13.12.20 6,734 227 20쪽
9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3 +2 13.12.20 6,465 206 13쪽
9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2 +2 13.12.20 7,045 211 16쪽
8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1 +1 13.12.20 6,726 212 9쪽
8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0 +13 13.12.19 6,807 224 12쪽
8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9 +4 13.12.19 6,833 206 12쪽
8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8 +3 13.12.19 6,962 212 8쪽
8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7 +2 13.12.19 6,842 211 14쪽
8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6 +5 13.12.19 7,119 226 16쪽
8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5 +11 13.12.18 7,238 215 11쪽
8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4 +3 13.12.18 6,884 219 12쪽
8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3 +3 13.12.18 7,176 204 13쪽
8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2 +4 13.12.18 7,603 221 14쪽
7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1 +2 13.12.18 7,716 227 13쪽
7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0 +11 13.12.17 7,492 237 12쪽
7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9 +3 13.12.17 7,063 223 15쪽
7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8 +3 13.12.17 7,838 225 11쪽
7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7 +2 13.12.17 7,299 235 15쪽
7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6 +3 13.12.17 7,517 220 16쪽
7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5 +10 13.12.16 7,274 220 5쪽
7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4 +4 13.12.16 7,004 230 11쪽
7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3 +4 13.12.16 7,066 226 7쪽
7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 +2 13.12.16 7,134 229 8쪽
6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추억편 5-1 +3 13.12.16 7,609 237 14쪽
6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終 +12 13.12.15 7,614 232 7쪽
6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3 +3 13.12.15 7,289 229 21쪽
6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2 +2 13.12.15 7,144 237 14쪽
6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1 +3 13.12.15 7,792 234 26쪽
6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0 +2 13.12.15 7,282 244 19쪽
6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9 +3 13.12.15 7,480 246 21쪽
6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8 +2 13.12.15 7,785 216 27쪽
6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7 +5 13.12.15 7,426 222 11쪽
6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6 +2 13.12.15 7,684 223 17쪽
5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5 +13 13.12.14 8,079 239 19쪽
5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4 +2 13.12.14 7,630 228 17쪽
5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3 +4 13.12.14 8,569 233 36쪽
5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2 +3 13.12.14 7,844 222 8쪽
5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1 +3 13.12.14 8,023 224 22쪽
5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0 +8 13.12.13 8,447 260 23쪽
5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9 +4 13.12.13 8,288 232 26쪽
5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8 +3 13.12.13 7,670 236 15쪽
5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7 +4 13.12.13 8,163 248 27쪽
5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6 +4 13.12.13 8,177 218 8쪽
4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5 +5 13.12.13 7,937 224 22쪽
4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4 +3 13.12.13 7,796 250 16쪽
4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3 +3 13.12.13 7,570 248 16쪽
4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2 +1 13.12.13 8,024 253 12쪽
4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1 +2 13.12.13 9,083 230 11쪽
4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0 +12 13.12.12 8,350 241 12쪽
4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9 +3 13.12.12 7,991 244 12쪽
4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8 +2 13.12.12 8,004 242 11쪽
4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7 +5 13.12.12 8,289 243 12쪽
4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6 +3 13.12.12 8,441 247 15쪽
3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5 +9 13.12.11 8,136 257 12쪽
3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4 +2 13.12.11 8,204 248 13쪽
3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 +7 13.12.11 8,437 250 13쪽
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35 229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83 260 13쪽
»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4 13.12.10 8,997 255 16쪽
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71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37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64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99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80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64 258 13쪽
2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38 252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38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44 235 30쪽
2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3 13.12.08 10,243 276 28쪽
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125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615 278 28쪽
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7 +4 13.12.08 9,987 279 15쪽
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6 +5 13.12.08 10,464 283 12쪽
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5 +1 13.12.08 10,345 280 16쪽
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4 +6 13.12.08 10,748 277 14쪽
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3 +4 13.12.08 10,353 309 12쪽
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2 +10 13.11.30 11,989 303 18쪽
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 +2 13.11.30 11,144 302 16쪽
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終 +4 13.11.30 11,555 294 16쪽
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2 +3 13.11.30 11,836 315 15쪽
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1 +2 13.11.30 11,476 296 14쪽
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0 +6 13.11.29 12,322 288 12쪽
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9 +1 13.11.29 12,175 302 10쪽
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8 +3 13.11.29 12,916 312 13쪽
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7 +3 13.11.29 12,963 307 12쪽
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6 +6 13.11.29 14,636 326 15쪽
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5 +10 13.11.25 14,628 367 18쪽
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4 +3 13.11.25 15,729 365 16쪽
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3 +4 13.11.25 17,149 400 13쪽
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2 +3 13.11.25 18,806 371 7쪽
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협객편 1-1 +6 13.11.25 27,218 425 13쪽
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779 46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