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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1,113,697
추천수 :
30,326
글자수 :
865,534

작성
13.12.14 06:00
조회
8,022
추천
224
글자
22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1

DUMMY

#12

마흔다섯째 날. 오전.

“어이.”

누군가 어깨를 건드렸다.

“백건. 아직도 뻗어있으면 어떡하나?”

난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한진서는? 그보다 여긴 어디지? 시가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말했다.

“정신 좀 들면 나오게나. 풍월이 찾고 있네.”

막사 안이다. 간밤의 사건이 꿈이라도 된 것 마냥 아무 일도 없는 아침이었다.

몸 이곳저곳을 만져봤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결코 꿈을 꾼 것은 아니다. 비록 내가 머릿속의 그 녀석과 종종 대화를 나누는 반광인이라 할지라도 하루 전의 기억까지 혼동할 만큼 정신이 나간 놈은 아니니까.

막사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분주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금검당 무사들은 오늘 있을 전투에 대비하여 긴장을 단단히 한 듯 보였다.

“이쪽이에요.”

삭풍월이 멀리서 손을 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한적한 숲속으로 이동하니 유영과 원평도 자리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진서와는 얘기해 보셨나요?”

삭풍월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한진서는 확답은커녕 날 제압하고 막사에 던져 놓은 뒤 사라져 버렸다. 난 어찌 대답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진서는 강하다. 객관적으로 따져 봤을 때 당주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연화봉의 한철광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날 압도했다. 그건 단순히 살기나 기세라고 치부할 수 없는 무언의 지배력이었다.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을 안겨주는 힘. 그래서 문제다. 그녀는 충분히 강한데 지금껏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북궁표에게 모진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 힘을 꺼내지 않았었다.

“……금의위와 함께할 것 같진 않소.”

“무슨 소리죠? 섭독문에 들어가는 순간 한진서는 붙잡히고 말아요. 상관영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패극 하나 상대하기 벅찰 테죠. 그녀가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리 금의위라 해도 빼낼 수 없다고요!”

삭풍월의 목소리가 거칠어지자 원평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있던 유영이 물었다.

“그녀가 꼭 움직여야 할 상황이 오면, 당신의 힘으로 설득 할 수 있겠어?”

“모르겠소.”

“그럼 우리가 이렇게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겠군.”

유영은 볼 것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렸다. 원평은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다 유영을 따라 이동했다.

“당신…….”

삭풍월이 노기를 띤 눈으로 날 바라봤다.

“잘 생각해둬요. 당신이 한진서를 빼내는데 아무런 일조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을 류사혁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으니까.”

삭풍월은 내 왼팔에 시선을 한번 던진 뒤 자리를 떠났다. 난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피곤하군.”

한진서로 인해 정검문 안의 내 위치는 물론이고 이후의 활동까지 제약을 받을 수는 없다. 그녀가 어젯밤 내게 했던 말들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오늘 직면한 문제에 집중하는 편이 옳다. 사실 그녀를 두고 금의위와 정검문이 어떤 다툼을 벌이든지 내가 감당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강호평안을 책임지겠다는 두 세력의 숭고한 목적 따윈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삭풍월이 내게 건넨 경고는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화륭신마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은 삭풍월 뿐이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불타는 팔을 드러내지 않는 한 실제적 증거를 대진 못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나를 지키고, 정검대의 군사로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그만이다.

난 가라앉은 기분을 수습하며 고민을 끝냈다. 아침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시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같은 금의위인데 날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랐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서자 백인장과 조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디밀었다.

회의는 정욱선생의 작전설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늦잠 아닌 늦잠을 잔 까닭에 사실 삭풍월과 만나기보다 먼저 이곳으로 달려왔어야 했지만, 큰 작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존재감 없는 말단 군사가 뒤늦게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북과 남문에 각각 두 개의 백인대가 포진합니다. 가장 큰 문이 있는 서쪽의 평원에 남은 전력 모두 언제든지 공세를 취할 수 있게 대기합니다.”

작전도엔 섭독문과 주위의 지형 그려져 있었다.

섭독문은 사람 키의 세배가 넘는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수세를 취하는 입장이라면 얼마든지 유리한 작전을 세울 수 있는 요새 같아 보였다. 주변에 높다고 할 수 있는 구조물이 아무것도 없기에 외벽을 뛰어 넘지 않는 한 안쪽을 정탐하기 힘든 곳이다. 폐쇄적인 독문다운 구조랄까? 뒤쪽은 바로 강과 맞닿아 있어 몰래 도주하기도 용이해 보였다.

“파나한은 정오에 서문의 입구에서 북궁산과 한진서를 교환하자고 연락해 왔습니다. 한진서는 상관 당주와 정검대의 인솔 하에 일각 전에 서문으로 출발할 것입니다. 북궁산을 인도 받는 즉시 북과 남에서 공격을 시작합니다. 평원의 모든 무사들은 입구를 틀어막고 포위망을 형성합니다.”

“적들의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현재까지 섭독문의 동맹 천오백 명가량이 외벽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 됐습니다. 그리고 와양 내에 약 팔백 정도의 무림인들이 동정을 살피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천오백이면 몽성에서의 전투와 맞먹는 규모 아닙니까? 거기에 섭독문의 세력까지 더한다면 승산이 있겠습니까?”

“이번 작전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북궁 공자, 이차적으로 한진서, 삼차가 섭독문의 괴멸입니다. 교환이 끝나고 공세로 전환되는 시기에 한진서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 그것이 관건입니다. 여기 계신 상관 당주와 정검대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요.”

난 정욱선생과 백인장들의 대화를 들으며 파나한이 과연 순순히 교환에 응하고 물러서줄지 의문이 일었다. 감히 정검문 전체에 싸움을 건 자들이다. 아무리 사망유희가 선언된 시점에 막나가기로 작정한 문파라지만, 정검문주의 아들을 건드리고 이후에도 무사하길 바랄 수는 없다.

금검당이 괴멸 당하거나 북궁산이 죽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한진서가 파나한에게 잡혀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면, 내가 정검문에 발붙일 자리도 사라질 위험이 있었다. 류사혁과 적표. 이들이 파나한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무작정 운에 기대 일이 잘되길 빌고만 있을 순 없었다.

작전설명이 끝나고 출진을 위해 백인장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상관영까지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난 정욱선생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정욱선생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좌 군사. 몽성에서 보고 처음인가? 자네가 처리를 빨리 해준 덕분에 보름 만에 움직일 수 있게 됐네.”

“정검대의 일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 목소리가 딱딱한 것을 느꼈는지 정욱선생도 안색이 굳어졌다.

“뭔가?”

“저도 정검대의 작전기동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정욱선생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일반적으로 군사는 전투에 끼어들지 않는다. 하물며 이번 작전에 가장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지 모르는 곳에 끼어들겠다면 대번 저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이유가 뭔가?”

“몽성의 전투에서 마지막까지 파나한을 막은 건 저입니다. 제 실력으로도 당할 수 없는 상대가 있어 위험해 진다면, 그건 곧 정검대와 상관 당주님만으로 한진서를 보호 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명이라도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작전이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길 아닙니까?”

난 당당하게 정욱선생을 바라봤다. 이럴 땐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것이 중요하다. 정욱선생은 날 한참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네 같은 군사는 군사부 생활 이십년 동안 처음이네. 몸을 사리질 않는구만. 뭐, 분타에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는 군사들 보단 똑똑하니. 알아서 잘 하리라 믿겠네.”

정욱선생은 고심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장을 나와 상관영이 기거하는 막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진서를 만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녀의 의도를 예측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몽성에서 마주친 흑의인들은 하나하나 백인장을 능가하는 무위를 지녔다. 거기에 파나한과 패극은 강함의 정도를 예측할 수가 없다. 상관영과 정검대원들의 실력을 믿을 수밖에.

이런 저런 고민을 곱씹으며 정검대의 막사로 돌아왔다.

침상에 앉아 외조부와의 수련으로 혹사당한 검을 꺼냈다. 날은 상하지 않았지만 많이 무뎌졌다. 시도 옆에서 무기를 손질하고 있기에 숫돌과 기름을 빌렸다.

“자네도 가나? 하긴. 같이 가야 한진서와 의사소통을 할 테니.”

시는 아침에 삭풍월과 있었던 일을 듣지 못한 듯 보였다. 유영이 있는 곳을 흘끔거렸으나 날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묵묵히 검날을 닦고 있는데 시가 입을 열었다.

“일전에 활을 갖고 설치던 장주가 있던 곳에서 말이네. 그때 대략 짐작했지만 얘기하지 않았네.”

“무슨 말이오?”

시가 내 왼팔에 시선을 던졌다.

“사연은 몰랐으나 자네가 평범한 군사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 요즘의 자넨 그때와는 기도가 완전히 달라졌네.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백인장도 우습게 여길 만큼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네만.”

시는 목소리를 낮췄다.

“조심하게나. 능력을 감추고 생활한지 오래된 입장에서 하는 말이네.”

시의 충고는 옳다. 난 좀 더 정교한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안전을 위해, 쓸데없는 위협에 고민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외조부의 검공을 정진해 청풍검의 후예로서 실력을 키워 나가는 나. 화륭신마의 팔을 바탕으로 괴물 같은 감각을 지닐 수 있는 나. 그리고 지옥비마의 심법을 이용해 죽음을 누구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는 나까지. 이것의 합의점을 찾아 어떤 역할도 만족할 수 있는 신분을 만들어야 한다. 무시할 수 없으나 주의 깊게 살펴보지도 않는 최적의 위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막사의 입구로 백인장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준비를 갖추시오. 출발한다고 하오.”

난 검을 갈무리했다.

밖으로 나오니 북문과 남문으로 향하는 백인대는 이미 떠난 후였다. 난 정검대원들 틈에 섞여 상관영의 막사로 움직였다. 막사 앞엔 평원으로 출발할 무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정검대원들은 그 옆에 대충 자리잡고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정욱선생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오늘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정검분타의 입지가 달라질 것입니다. 금검당은 강합니다. 서로를 믿고 전투에 임해 주십시오.”

한진서는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눈만 드러낸 채 상관영 옆에 서있었다. 그녀는 내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정검대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어째 느긋해 보였기에 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오늘은 무조건 말려들면 안 된다.

평원으로 이동이 시작됐다.

선두의 상관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나 금검당의 무사들은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맞춰 그녀를 따랐다. 평원에 대기할 금검당의 무사는 육백. 여기에 정욱선생이 지휘할 화기당 무사 오십과 강 뒤로 접근해 공작을 펼칠 암영당 무사 오십이 더해진다. 몽성에서의 전투는 북궁산이 붙잡힌 결과를 제외하면 금검당 무사들의 완승이었다. 섭환을 복용한 자들과 전투 경험이 있는 지금은 그때와 비슷한 수의 동맹세력 만으론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숲을 벗어나자 섭독문의 외곽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문양도 없는 투박한 나무벽이지만 상당한 높이로 쌓여있는 것이 꼭 돌로 축성된 성벽을 보는 것만 같았다.

상관영은 정욱선생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상관 당주님.”

상관영이 움직이자 정검대원들도 그녀를 따라 서문 앞까지 이동했다.

상관영은 거대한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진서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던 정검대원들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지시를 기다렸으나 상관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정오가 될 때까지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 없이 침묵이 이어졌다.

끼이익.

서문이 열렸다.

검은 피풍의를 두른 파나한과 똑같은 옷을 입었으나 덩치는 두 배인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흑의인들이 수레를 끌고 나타났는데, 수레위엔 정신을 잃은 북궁산이 누워있었다.

상관영이 몸을 일으키자 정검대원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파나한이 갓을 목뒤로 넘겨 얼굴을 드러냈다.

“주작당주가 이곳까지 행차하실 줄은 몰랐어.”

“닥치고 형님이나 내놔!”

잠자코 있던 북궁찬이 기어코 소리를 질렀다. 파나한은 실소했으나 상관영은 동요가 없었다.

“북궁산에게 무슨 짓을 했지?”

“아무 짓도. 단지 기절시켜놨을 뿐이다. 거래를 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얼굴을 공개해.”

상관영은 한진서에게 손짓했다. 한진서가 천을 끌어내리자 파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모습은 변함이 없군. 제 아비를 죽인 자들의 손에서 아주 잘 자랐어.”

파나한의 빈정거림에 북궁찬이 이를 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교환은?”

“한진서가 문 안으로 들어오면 수레를 밀겠다.”

“내가 함께 들어가 직접 건네받겠다.”

“좋을 대로.”

나는 정검대원들 중에서도 가장 뒤편에 서서 한진서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군사라는 신분 때문에 늦게 싸움에 돌입할 수 있게 배려를 받은 셈인데, 덕분에 상황을 조용히 관찰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덩치 큰 사내가 패극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도는 감추고 있으나 수레 옆에 붙어 언제든 손을 쓸 수 있다는 압박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파나한 뒤엔 단 여덟의 흑의인 뿐이었지만, 두 배나 되는 이쪽의 인원에 위축된 것 같진 않았다.

삭풍월이 한진서를 이끌고 문에 접근했다. 파나한과 패극도 수레와 함께 문으로 다가섰다. 그들의 거리가 삼장으로 좁혀졌을 때, 난 왼팔에 피를 보내 감각을 극대 시켰다. 장내의 분위기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것처럼 숨 막힐 듯 달아올랐다.

거리가 이장으로 좁혀졌다. 정검대원들은 무기에 손을 얹었다. 흑의인들은 아직까지 반응이 없었다. 덜덜거리는 수레바퀴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상관영이 무기를 휘두르면 닿을만한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상관영은 도를 들어 패극을 가리켰다. 패극은 수레를 놓고 손을 들어 올렸다. 한진서가 앞으로 걸어 나가 수레와 교차했다. 패극의 기가 수레 쪽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수레가 조금씩 밀려 상관영에게 이동했다. 상관영이 수레에 손을 댐과 동시에 파나한이 피풍의를 들추고 한진서의 목에 칼날을 들이댔다.

상관영은 북궁산의 상태를 살펴본 후 수레를 정검대원이 있는 쪽으로 밀었다. 파나한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좋은 거래였다.”

상황이 너무 간단하게 종료됐다.

난 한진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고요했다. 정검문에서 극진한 보호를 받다 파나한의 손아귀에 목을 맡기게 된 상황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문득 어젯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진다는 말은, 동시에 그녀의 능력을 드러낸 것은 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한진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날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워낙 창졸간에 사라진 표정이라 정말 웃었는지는 나도 헷갈렸지만, 이후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나한이 제압당한 대상에게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일순간 등을 돌려 손날을 휘두른 한진서의 빠르기는 눈으로 보고 피할 성질이 아니었다. 파나한이 그 와중에 팔을 들어 방비한 것은 대단하다 할 수 있으나, 칼날조차 으스러트리는 그녀의 공격에 나가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쿠웅!

한진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리란 사실은 정검대원은 물론이고 상관영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파나한을 일격에 떨쳐낼 만큼 강하다는 사실은 아무도 짐작치 못했다. 나도 어제 밤의 일이 아니었다면 깜짝 놀랐겠지.

이번 작전 간에 최우선 사항인 북궁산의 확보가 끝난다면, 사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한진서 뿐이다. 그마저도, 그녀가 목적인 섭독문이 그녀를 해할 것이라 볼 수 없었기에 총 공세를 통해 되찾겠다고 계획한 것이다. 정작 본인이 알아서 나와만 준다면 이건 작전이고 뭐고 섭독문을 쓸어버릴 상황만 남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건 섭독문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교환이라 생각했다. 이대 무사들의 뒤엔 정검문이 버티고 있다. 파나한이 그것을 감당할 세력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동맹을 희생하고 섭독문이 괴멸된다면 아무리 금검당 무사를 많이 죽였다 해도 지는 것이다. 믿는 것이 없다면 교환에 응할 수 없다. 무슨 자신감으로 정검문의 차기지배자를 사로잡고도 더 좋은 협상을 끌어내려 하지 않은 것일까?

파나한이 믿는 것이라면…….

난 수레에 누워있던 북궁산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끼고 그에게 다가서는 정검대원 들에게 소리쳤다.

“멈춰!”

늦었다. 북궁산은 천하제일인의 막내아들이자 자신의 동생, 북궁찬의 목을 움켜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초점이 없는 눈.

그렇다. 북궁산은 지금 적표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천하제일인의 장남이 섭혼술에 당해 피아를 구분 못하는 광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사이 패극이 한진서에게 달려들었다. 상관영이 도풍을 휘날리며 둘 사이에 끼어들자 장내는 일순 싸움터로 돌변했다.

난 조금 더 사태를 관조했다. 한진서는 문을 벗어나고 있었고, 북궁산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검대원들은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바닥에서 일어난 파나한이 패극과 싸우고 있는 상관영을 뛰어 넘어 한진서를 쫓았다. 흑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발 빠르게 반응한건 금의위의 세작들이었다. 삭풍월과 유영이 그대로 문으로 달려들어 파나한을 막았다.

정검대 군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 난 쓰러진 북궁찬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서준! 이리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있던 서준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시! 당신은 청룡당원들과 북궁산을 제압하시오! 정신이 나갔으니 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시오! 교염염, 몽우는 상관당주를 지원하시오!”

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량과 무령에게 손짓했다. 난 멀뚱히 서있는 나머지 정검대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흑의인들을 막아!”

반말조로 외쳤지만 문제 삼는 인원은 없었다. 정검대원들이 흑의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난 북궁찬의 목에 손을 댔다. 맥은 아직 뛰고 있었다. 서준이 북궁찬의 용태를 확인하는 동안 평원을 지켜보니 백인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뒤 이곳은 훨씬 큰 싸움터가 될 것이다.

콰직!

앞쪽에서 굉음이 일며 문짝이 조각나 흩날렸다. 상관영의 도기와 패극의 강기가 충돌하며 정문 주변은 삽시간에 폐허로 변해갔다.

파나한은 삭풍월의 삭과 유영의 검에 저지당하자 온몸이 붉게 변하며 흉포해졌다. 흑의인들과 정검대원이 충돌하고 북궁산이 날뛰는 가운데 정작 이 사태를 촉발시킨 한명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내 앞으로 날아들었다.

한진서의 얼굴을 휘감고 있던 천이 흘러내렸다. 목에 생채기가 보이는 것이 아까 파나한에게 제압당했을 때 베인 듯 보였다.

“이거 였소?”

한진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야.”

한진서가 내게 달려들었다. 북궁찬을 치료하고 있던 서준은 그녀가 말을 한다는 것에 경악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놀라지 않았으나, 그녀가 어젯밤처럼 내 혈도를 짚으려 든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준 처럼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오!”

난 미끄러지듯 뒤로 일장을 이동했다. 한진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재차 물러서는데 그녀의 보법이 지옥비마의 움직임과 닮은, 숨 막히는 압박으로 돌변했다.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할 수는 없다. 난 내기를 끌어올려 검집 채 휘둘렀다. 그리고 다시 일장을 물러섰다. 단순히 위협 용도였으나 방어하지 않는다면 얻어맞고 말 것이다. 그러나 한진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내 공격을 받아냈다.

검이 한진서의 어깨를 강타했다.

바위를 내려쳤을 때보다 무거운 진동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한진서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내기를 더욱 증가시켜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날 밀어냈다. 어느새 처음 거리에서 십여 장이나 물러나 버렸다. 서준의 당황한 시선이 느껴졌다.

“멈추시오!”

한 없이 차가운 한진서의 기도에도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보법은 내게 무척 친근한 지옥비마의 걸음이니까. 하지만 날 제압하려 드는 목적을 알 수가 없기에 놀람은 당혹으로, 당혹은 결국 그녀에게 말려들고 말았다는 충격이 되어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난 모든 내기를 검 끝에 모았다. 한진서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이라면 이정도로 다치진 않을 것이다. 외조부에게 전수 받은 검공을 펼쳐 그녀를 찔렀다. 이번에는 그녀도 어깨로 공격을 받아내지 않았다. 그녀는 달려드는 와중에 상체를 비틀더니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오른손을 꽂아 넣었다.

잿빛의 검기가 한진서의 손날을 파고들었다. 검집으로 막혀있다 해도 전력을 다한 일격이다. 난 몸의 균형을 잃고 뒤로 나가떨어지는 순간에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정검대 군사로서의 내 실력 따윈 가볍게 눌러 내리며 허공에 떠있는 내게 도약했다.

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왼팔에 피를 쏟아 붓고, 한진서와 마찬가지로 지옥비마의 심법을 끌어 올린다면 저 공격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질 순 없었다. 여기선 당해 주는 것이 맞겠지. 그러나 억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진서가 파고들었다. 난 정신을 잃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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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4 +5 14.02.11 6,038 199 21쪽
1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3 +5 14.02.11 5,879 190 19쪽
1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2 +5 14.02.11 5,935 216 22쪽
1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선율편 7-1 +11 14.02.11 6,062 199 12쪽
1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終 +39 13.12.25 7,906 268 11쪽
1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4 +4 13.12.25 5,961 213 15쪽
1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3 +2 13.12.25 6,096 212 17쪽
1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2 +2 13.12.25 5,697 213 12쪽
1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1 +2 13.12.25 6,026 210 17쪽
1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0 +17 13.12.24 6,762 229 24쪽
1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9 +3 13.12.24 6,137 216 13쪽
1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8 +5 13.12.24 5,940 206 15쪽
1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7 +3 13.12.24 6,693 203 18쪽
10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6 +3 13.12.24 6,210 205 13쪽
10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5 +16 13.12.23 6,859 197 27쪽
10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4 +3 13.12.23 6,432 204 11쪽
10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3 +4 13.12.23 6,436 205 14쪽
10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2 +2 13.12.23 6,496 199 13쪽
10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1 +2 13.12.23 6,332 220 11쪽
10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0 +13 13.12.22 6,686 215 11쪽
10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9 +3 13.12.22 6,570 204 15쪽
10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8 +3 13.12.22 6,587 206 15쪽
10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7 +2 13.12.22 6,187 220 16쪽
9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6 +6 13.12.22 6,903 221 20쪽
9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5 +13 13.12.21 6,726 217 16쪽
9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4 +4 13.12.21 6,822 208 19쪽
9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3 +1 13.12.21 6,403 208 17쪽
9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 +2 13.12.21 6,849 213 20쪽
9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 +6 13.12.21 7,595 211 19쪽
9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終 +15 13.12.20 7,300 217 8쪽
9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4 +1 13.12.20 6,734 227 20쪽
9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3 +2 13.12.20 6,465 206 13쪽
9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2 +2 13.12.20 7,045 211 16쪽
8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1 +1 13.12.20 6,726 212 9쪽
8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0 +13 13.12.19 6,807 224 12쪽
8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9 +4 13.12.19 6,833 206 12쪽
8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8 +3 13.12.19 6,962 212 8쪽
8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7 +2 13.12.19 6,842 211 14쪽
8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6 +5 13.12.19 7,119 226 16쪽
8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5 +11 13.12.18 7,238 215 11쪽
8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4 +3 13.12.18 6,884 219 12쪽
8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3 +3 13.12.18 7,176 204 13쪽
8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2 +4 13.12.18 7,603 221 14쪽
7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1 +2 13.12.18 7,716 227 13쪽
7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0 +11 13.12.17 7,492 237 12쪽
7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9 +3 13.12.17 7,063 223 15쪽
7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8 +3 13.12.17 7,838 225 11쪽
7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7 +2 13.12.17 7,299 235 15쪽
7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6 +3 13.12.17 7,517 220 16쪽
7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5 +10 13.12.16 7,274 220 5쪽
7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4 +4 13.12.16 7,004 230 11쪽
7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3 +4 13.12.16 7,066 226 7쪽
7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 +2 13.12.16 7,134 229 8쪽
6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추억편 5-1 +3 13.12.16 7,609 237 14쪽
6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終 +12 13.12.15 7,614 232 7쪽
6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3 +3 13.12.15 7,289 229 21쪽
6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2 +2 13.12.15 7,144 237 14쪽
6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1 +3 13.12.15 7,792 234 26쪽
6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0 +2 13.12.15 7,282 244 19쪽
6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9 +3 13.12.15 7,480 246 21쪽
6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8 +2 13.12.15 7,785 216 27쪽
6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7 +5 13.12.15 7,426 222 11쪽
6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6 +2 13.12.15 7,684 223 17쪽
5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5 +13 13.12.14 8,079 239 19쪽
5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4 +2 13.12.14 7,630 228 17쪽
5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3 +4 13.12.14 8,569 233 36쪽
5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2 +3 13.12.14 7,844 222 8쪽
»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1 +3 13.12.14 8,023 224 22쪽
5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0 +8 13.12.13 8,447 260 23쪽
5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9 +4 13.12.13 8,288 232 26쪽
5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8 +3 13.12.13 7,670 236 15쪽
5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7 +4 13.12.13 8,163 248 27쪽
5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6 +4 13.12.13 8,177 218 8쪽
4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5 +5 13.12.13 7,937 224 22쪽
4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4 +3 13.12.13 7,796 250 16쪽
4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3 +3 13.12.13 7,570 248 16쪽
4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2 +1 13.12.13 8,023 253 12쪽
4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1 +2 13.12.13 9,083 230 11쪽
4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0 +12 13.12.12 8,350 241 12쪽
4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9 +3 13.12.12 7,991 244 12쪽
4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8 +2 13.12.12 8,004 242 11쪽
4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7 +5 13.12.12 8,289 243 12쪽
4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6 +3 13.12.12 8,441 247 15쪽
3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5 +9 13.12.11 8,136 257 12쪽
3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4 +2 13.12.11 8,204 248 13쪽
3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 +7 13.12.11 8,437 250 13쪽
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35 229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83 260 13쪽
3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4 13.12.10 8,996 255 16쪽
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71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37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64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99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80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64 258 13쪽
2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37 252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38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43 235 30쪽
2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3 13.12.08 10,242 276 28쪽
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125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615 278 28쪽
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7 +4 13.12.08 9,987 279 15쪽
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6 +5 13.12.08 10,464 283 12쪽
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5 +1 13.12.08 10,345 280 16쪽
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4 +6 13.12.08 10,748 277 14쪽
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3 +4 13.12.08 10,353 309 12쪽
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2 +10 13.11.30 11,989 303 18쪽
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 +2 13.11.30 11,144 302 16쪽
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終 +4 13.11.30 11,554 294 16쪽
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2 +3 13.11.30 11,836 315 15쪽
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1 +2 13.11.30 11,476 296 14쪽
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0 +6 13.11.29 12,321 288 12쪽
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9 +1 13.11.29 12,174 302 10쪽
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8 +3 13.11.29 12,916 312 13쪽
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7 +3 13.11.29 12,962 307 12쪽
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6 +6 13.11.29 14,635 326 15쪽
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5 +10 13.11.25 14,628 367 18쪽
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4 +3 13.11.25 15,729 365 16쪽
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3 +4 13.11.25 17,149 400 13쪽
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2 +3 13.11.25 18,806 371 7쪽
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협객편 1-1 +6 13.11.25 27,218 425 13쪽
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779 46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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