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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공상

잔혹협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2.10.15 15:29
최근연재일 :
2014.02.11 06: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1,110,388
추천수 :
30,286
글자수 :
865,534

작성
14.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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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글자
21쪽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7-4

DUMMY

북경 초입.

난 길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진서에게 이끌려 아찔한 속도로 질주해온 통에 하늘이 노랗게 변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북경이 비록 하늘 아래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성이라곤 하지만, 이정도 속도라면 뒷마당을 산책 하는 시간만으로도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내력을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기 힘든 움직임이다. 경공이 이럴 진데 무공은 대체 얼마나 성장했단 말인가?

뒤집혔던 속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는 다르게 팔팔한 얼굴로 옷매무새를 정돈하던 한진서가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해?”

“당신은 돌아가시오.”

“왜?”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편하오.”

“절대 싫어.”

“당신이 이러면 내가 위험해 질 수 있소.”

한진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위험?”

“생각해보시오.”

난 한진서의 표정에 주의하며 쉬는 동안 생각해 둔 논지를 펼쳤다.

“당신은 무림공적으로 지목된 마두가 쫓고 있는 몸 아니오? 그들의 세력이 어디에 미치고 있는지 모르는데, 낯선 이들 천지인 장소를 돌아다니는 게 말이 되오? 그러다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어쩌겠소?”

“난 또. 봐봐. 착실하게 변장하고 있잖아.”

“복두(幞頭)를 쓰고 남자 옷을 입는다고 변장이 아니오.”

한진서가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뭘 모르는구나.”

어째 반응이 너무 자신만만하다.

한진서가 갑자기 숲 쪽으로 내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이거 면구(面具)야. 제갈현이 구하기 힘든 거라고 했어.”

면구라니? 전혀 분장한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소리…….

한진서가 얼굴을 문지르자 피부와 흡사해 보이는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의 얼굴에 그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삼 년 전의 기억과 완벽히 똑같다. 처음 봤을 때 알아보지 못했던 이유가 이거였다니. 어떻게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만 급격히 자랄 수 있는 거지?

“안에 딱딱한 가죽옷을 덧댔는데,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진짜 사내 가슴 같거든.”

한진서가 주섬주섬 상의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난 급히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뭐하는 거요?”

“왜? 단단하다니까. 한번 만져 볼래?”

“됐소!”

뒷골이 심하게 당겼다. 머리에 피가 몰려 쓰러지는 병이 있다던데 바로 이런 느낌이려나.

“갑갑했는데 잘됐어.”

한진서는 얼굴에 묻은 조각을 마저 털어내고 빙긋 웃었다. 별다를 것 없는 변화라 우기고 싶어도 저 상태면 도성에 들어가는 즉시 주목을 받을 것이다.

내 논지는 한진서가 그간 철저하게 변장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간단히 설파되어 버렸다. 거기에 정검문에서 북경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는 경공이라면 제아무리 류사혁이라 해도 붙잡지 못한다.

“이제 가자.”

“그 면구 다시 쓸 수는 없소?”

“여기선 안 돼. 방에 있는 가루가 있어야 해. 갓을 벗지 않으면 되잖아.”

차라리 면구를 유지한 상태였다면 나았을 것을. 소주의 기루에서 목격한 난리가 북경에서도 벌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러고 가야겠다.”

한진서가 내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 도무지 거침이 없는 행동에 식은땀이 일었다. 제갈현은 청룡당 군사직이 탐나서 간 게 아니라 한진서를 감당하지 못해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옷은 남장 그대로요. 사내 둘이 손을 잡고 다니는 건 이상하지 않겠소?”

“하하. 그런가?”

갓 아래로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한진서가 손을 풀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활기차게 걷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에라 모르겠다.

“방해만 말아 주시오.”

우린 서문을 통해 시내로 들어가 남쪽의 좌안문(左安門)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혁련휘라는 자가 기거하는 장원이다. 들고 나온 문서를 훑으랴 한진서가 별짓 안하는지 살피랴 정신이 없었지만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혁련휘는 북경에 자리 잡은 지 수 년이 된 땅 부자인데, 문서상에는 지난 세 번의 교섭 모두 거절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자강이 그 많은 일 중에서 이걸 콕 집어 건넸다는 건 그만큼 까다로운 문제기 때문일 것이다. 옆에서 걷고 있는 한 여자 때문에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내가 시선을 던지자 한진서는 갓을 살짝 들어 올리고 물었다.

“벗고 갈까? 자꾸 보면 네 기억도 빨리 돌아올 거야. 이래 봬도 사내들이 엄청 좋아하는 얼굴이라고 나.”

“자제해 주시오. 곧 도착할거니까.”

혁련휘의 장원은 도성에서도 번화하다고 알려진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입구를 살피니 경계가 꽤 삼엄했다.

대문에 다가가자 무사가 길을 막았다.

“멈춰.”

딱딱한 음성이다. 진입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난 가벼운 미소를 띠고 그대로 안면을 굳혔다.

“정검문의 군사 좌백건이라 하오. 장주님을 만나 뵈러 왔소이다.”

무사는 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장주님께선 정검문 사람을 안으로 들이지 않소. 돌아가시오.”

정검문 사람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데 상당히 반감을 갖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유를 묻고 싶으나 장원의 담장위에 서있던 무사들 까지 내 쪽을 보며 물러서라는 무언의 시위를 보내왔다.

“난 정검문 사람이 아닌데. 그럼 괜찮아?”

한진서가 갓을 훌렁 벗을 채로 앞으로 나서자 입구에 서있던 무사들의 입이 벌어졌다. 난 그녀의 팔을 붙잡고 도로 갓을 씌운 뒤에 급히 무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장주님께 조만간 다시 방문하겠다고 좀 전해주시오.”

한진서를 한적한 골목까지 잡아끌었다.

“왜? 내가 말해 볼게.”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소.”

“들어가지도 못했잖아. 너도 알잖아. 내가 조금 웃어주면 일이 쉽게 풀릴 때가 많다는 걸.”

얼굴을 무기로 삼으면서 그걸 이해하고 있다는 건 한진서가 그간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거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어 지는군.

“여긴 정검문이 바로 옆이오. 그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다닐 거면 무엇 하러 귀찮은 변장을 마다 않고 정검문에 붙어있는 거요? 제발 행동에 주의 좀 해주시오.”

“그럼 어쩔 건데?”

“일단 돌아갑시다.”

난 생각해 둔 것이 있었기에 정검문으로 돌아가길 원했으나 한진서는 자리에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도성에 볼일이라도 있소? 그럼 나 먼저 돌아가겠소.”

“둘이 있어본 게 얼마 만인데. 좀만 더 있다 가. 안 그러면 밤새 따라다닐 거니까.”

“그럴 순 없소. 지금은 엄연히 공무시간이오.”

한진서가 결연한 눈빛을 보내왔다. 빳빳이 고개를 세우고 살짝 째려보기까지 하는 것이 말로 꾀거나 적당히 타이르는 방법은 씨도 먹히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원하는 게 뭐요?”

한진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같이 밥 먹고, 화원도 가고, 웅묘도 보고, 황궁 구경도…….”

가만 놓아두면 끝이 없을 것 같기에 딱 잘라 말했다.

“곧 저녁이오. 하나만 합시다.”

한진서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일렁이는 내기 덩어리를 확인하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은근슬쩍 협박을 하다니. 꽤 영악해졌다.

“알겠소.”

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좌 선배. 날 오라 가라 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일은 어떻게 됐소? 혹 실패해서 미안하다 사정이라도 하려고 불러낸 거요?”

야밤에 군사 숙소의 뒷마당으로 불려나온 자강은 불만에 가득한 눈으로 날 쏘아봤다.

“일 좀 편하게 하려고.”

“편하게? 한 게 뭐 있다고 편한 것 타령이오? 이리 비협조적이면 지휘부장님께 보고를 올릴 수밖에 없소.”

“일단 말이지. 좀만 닥쳐봐.”

대뜸 거친 말을 내뱉자 자강의 안색이 변했다. 행여 내가 무력을 쓰진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때리려고 불러낸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짓을 저지를 예정이다.

속으로 약간의 심호흡을 한 뒤 자강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환마광(幻魔光)이란 이름의 심공을 끌어 올렸다.

단전에서 치솟은 내기가 폭발하듯 두 눈에 집중됐다.

이건 그간 고독고 지식 속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발굴해낸 심공이다.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도 더 펼쳐봤으나 직접 시전은 처음이다. 얼마나 고독고와 비슷할지는 나도 예측할 수가 없다. 내 눈도 고독고처럼 녹색의 광채가 생겼을까?

눈으로 뻗어나간 내기가 자강의 시선과 맞닿았다. 자강의 눈이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흐려졌다. 난 환마광을 유지한 상태로 말했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넌 밤새 네가 맡은 일의 진행사항을 모조리 정리해서 등급을 매기게 될 거야. 까다로운 순에서 쉬운 순으로. 날이 밝으면 내게 정리한 문서를 넘겨주게 돼. 그리고 그 즉시 오늘밤에 있었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른 저녁에 잠을 잤다는 기억만 남을 거야.”

환마광을 거뒀다. 고작 숨 몇 번 쉴 시간동안 펼쳤을 뿐이지만 두통이 심각하게 찾아왔다. 이거 꽤나 심력을 소모하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제대로 먹힌 걸까?

자강은 한동안 멍하니 서있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방금 내게 닥치라고 했소?”

자강에겐 암시를 받던 순간의 기억이 없는 듯 보였다. 난 자강의 반응을 살피며 넌지시 말했다.

“부지에 대한 건은 아침에 말해 줄게. 일찍 찾아와.”

“뭔 소리요? 그럼 지금은 왜 불러 낸 거요? 내참. 기억이 없다더니 정신까지 나갔소?”

딱.

손가락을 튕기자 자강의 눈빛이 흐려졌다. 암시에 지배를 받고 있다. 지시를 끝내기 전까지는 저렇게 흐리멍덩한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자강. 내말 들려?”

자강은 아무 대꾸도 없이 등을 돌렸다. 그를 따라가 어깨를 툭 쳤으나 비틀거리기만 할뿐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한번 내린 명령은 죽는 한이 있어도 수행하고야 마는 상태. 이것이 바로 고독고가 가진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다.

성공인가?

자강을 보내고, 난 이것 때문에 소주에서 겪은 고생들이 떠올라 씁쓸한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증오해 마지않던 힘을 나 역시 펼칠 수 있게 됐다. 기뻐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환마광 때문에 찾아온 지끈거림이 사라졌다.

내게 환마광이 통하지 않는 건, 이 심공이 상대를 심리적 죽음 상태로 몰아넣는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체험 직전 머릿속에 각인된 암시는 절대적인 작용을 하여, 독 같은 걸로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는다.

섭혼술에 걸린 자가 명령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누가 봐도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 챌 수 있다.

일단은 쥐 죽은 듯이 지내면서 환마광을 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류사혁 패거리를 상대하기 위해선 동급의 수준으론 어림도 없다.

신중하자.

섭혼술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변명만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고독고로 오해를 받는 즉시 북궁산과 같은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해 질 테니까. 무림공적이 되는 건 절대 사절이다.


난 어두컴컴한 성벽 위에서 불빛이 밝혀진 거리를 내려 봤다.

한밤중에 도성 안에 돌아다니는 건 참 오랜만이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이 아니다. 일부터 해야지. 일.

난 자세를 낮추고 어둠속에 몸을 숨겼다.

장원의 외벽 곳곳에 보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땅 부자라더니 호위 규모도 살벌하다.

복면을 쓰고 진입할 곳을 찾다보니 왠지 허리춤이 썰렁했다. 보통은 이 상황에 무기 하나쯤은 차고 있어야 하는데.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 검은 소주에서 실종됐고, 정검문 안에선 무기를 들고 다닐 이유가 없기에 싸구려 철검조차 구비하지 못했다.

휘잇!

단숨에 외벽을 뛰어 넘어 지붕위에 섰다.

자강이나 소율에게 미뤄두고 쉬운 일을 하는 게 속편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려운 일을 해결했다는 공적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뿐이다 자강. 네가 손수 정리한 문서를 읽은 후부터는 까다로운 일은 전부 네 차지가 될 거야.

안쪽으로 뛰어 올랐다.

삼층 전각의 지붕에 착지해 주위의 기척을 살폈다. 외곽은 삼엄한 반면 내부의 경계는 느슨해 보였다. 이제 혁련휘를 찾아 일대일로 대면하기만 하면 끝이다. 자강에게도 실험해 봤고, 운기조식을 끝낸 터라 내력도 충분하다.

휘리리.

이런 생각을 갖고 고개를 돌리는데 난데없이 피리소리가 들려와 지붕에 찰싹 달라붙었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사방을 둘러봐도 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일정한 가락이 귓가를 맴돌았다. 처음 듣는 음이다. 애초에 음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내가 갑자기 노래를 창조해 내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난 한동안 지붕위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환영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까지 접해본 마당에 잠시 환청을 들은 것쯤 웃어넘길 수 있다 해도,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4

새벽에 복귀해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귓전을 간질이는 소음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날은 이미 밝았고 같은 방을 쓰는 임후성은 보이지 않았다.

“하아암.”

기지개를 펴고 침상에 앉았다. 환마광을 두 번이나 펼치며 밤을 지새웠더니 몸이 무척 피곤하다.

혁련휘와 대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서 협조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섭혼술은 추상적인 명령은 먹히지 않는다. 이를테면 착하게 행동하라는 명령 같은 것. 착하다는 것의 기준을 세세하게 정해주지 않는 한 악인이 선인이 되는 일 같은 것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의 허점을 이용한다면 과거에 없었던 일을 실제로 했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

혁련휘에게서 부지로 예정된 지역의 땅을 넘겨받고 그것을 과거의 실수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정검문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에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사실 정검문을 싫어하는 것도 그저 자신보다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배앓이에서 나온 것이지만, 어쨌든 거래는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땅문서는 지금 내 수중에 있다.

달칵.

문이 열리며 자강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손에 쥔 종이묶음을 내게 건네주고 멍하니 섰다.

“어이. 자강.”

자강은 대답이 없었다. 난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종이를 훑으며 시간을 보냈다.

자강의 시선에 초점이 돌아왔다.

“응?”

자강은 자신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왜 선배 방에 있소?”

“잠이 덜 깼소? 그쪽이 문 열고 들어와 놓고 왜 내게 그걸 묻지?”

자강은 크게 하품하고 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으으 졸려. 잠을 잤는데 잔 것 같지가 않소. 맞다. 부지매입건은 어떻게 됐소?”

“대략적인 교섭은 끝났소. 대금지불만 남았다고나 할까?”

“정말이오? 그 인간 절대 내놓지 않을 기세였는데.”

자강은 못 믿겠다는 듯 바라보다가 내가 땅문서를 내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건물을 세우는 문제는 자 군사가 알아서 하시오.”

“기왕 시작한 거 선배가 알아서 하는 게 어떻소?”

“그럴 수야 없지. 생각해 보니 난 제갈현의 후임 자격이오. 지시를 하는 건 이쪽. 명령을 들어야 할 건 그쪽. 이게 맞지 않소?”

자강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맛만 다셨다.

“선배는 뭘 할 거요?”

“북궁찬이 폐관에서 돌아오면 곧장 맞이할 수 있게 꽃마차를 준비해야지.”

“농담 마시오.”

“명문가의 가주가 될 몸인데 그럼 홀로 돌아오게 놔둬야겠소? 가뜩이나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장소가 까다로운 상대가 관리하는 곳이라던데.”

자강은 내가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한데다 명령조로 일관하자 대꾸하지 못했다.

“그리고 북궁찬의 복귀전에는 그 비밀 기지에 되도록 가지 않을 생각이니 전달사항이 있다면 관리부 서신에 넣어 주시오.”

자강은 혀를 찼다.

“좌 선배. 하루아침에 본색을 드러내는 군.”

자강은 피곤이 가득한 눈으로 밖으로 나갔다. 내 덕분에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득은 있다. 자강은 이제 다신 고독고의 섭혼술에 걸리지 않는다. 내게 섭혼술이 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상의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 또한 죽음을 경험하는 일이니까.

오늘은 공혜나 만나러 가야겠다. 이제 살 집을 구매할 수 있을 여력이 생길 테니까. 무슨 말부터 꺼내지? 나랑 같이 살래? 늦었지만 혼인식부터 할까?

방문을 열자마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대를 보고 발걸음이 멈췄다. 제갈린이다. 보자마자 내 이름을 신나게 외쳐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얼굴에 미소만 지은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백건 오라버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제갈린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 이건 또 무슨 작전이야.

“바쁘지 않다면 잠시 제 얘기를 들어 주시겠어요?”

뭘 잘못 먹었나? 난 제갈린의 이상한 기류에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청룡당에 새 인사가 들어오거든요.”

“제갈현을 말하는 거요?”

“아니요. 군사가 아니라 지휘관 쪽에요. 백건 오라버니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친분이 있는 분이라고 했어요.”

“나와 친분이 있다고?”

“네. 남궁경운이라고 아세요?”

남궁세가의 셋째 아들. 당연히 알지만 지금은 모른다.

“본인은 신입무사부터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위에서는 백인장으로 곧장 들어와 줬으면 하거든요. 명성이 자자한 세가 분인데다 요즘 후기지수 중에서는 손꼽히는 실력을 지닌지라 계속 부탁을 드리고 있는데 한사코 거절하세요.”

“나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일을 시켜야 되겠소?”

“남궁경운이 가장 존경하는 무사가 바로 백건 오라버니에요.”

“그럴 리가.”

“사망유희때 백건 오라버니께서 남궁세가에 쳐들어가 신임가주를 단칼에 격퇴시켰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아마 그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아닐까요?”

단칼? 쳐들어가? 소문이 이렇게 와전됐다니.

“그건 그렇고 청룡당 일을 왜 정보부 군사가 왜 신경 쓰고 있는 거요? 정보부 신입들이 문제를 일으켜 골치 아프다 하지 않았소? 그 문제는 해결된 거요?”

“그건…….”

제갈린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난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갈린이 여성스럽게 미소 짓다니. 불길하다. 불길해.

난 딴생각 하는 척 다른 곳을 쳐다보다 넌지시 물었다.

“남궁경운 말이오. 잘 생겼소?”

“네. 그렇게 남자답게 생긴 사람은……. 아.”

이거였군.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소?”

“아니에요. 관심이라니요.”

“일전에 나와 무척 친하다 하지 않았소. 서로 비밀 같은 걸 품고 말해주지 않는 사이요?”

제갈린은 머뭇거렸다.

“입당총사를 준비하면서 몇 번 마주쳤는데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충분히 지휘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인데.”

나 참. 오래살고 볼일이다. 제갈린이 저러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남궁경운이 정검문의 무사가 되겠다고 찾아온 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것으로 남궁세가가 정검문과 깊은 관계를 갖게 됐음은 부인 할 수 없게 됐다. 마침 제갈현이 청룡당 군사로 가는 시기에 남궁경운이 청룡당의 백인장에 추대 된다? 이것을 발판으로 남궁경일마저 정검문에 들어와 제갈현과 손을 잡는다면 무시 못 할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당주간의 힘겨루기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나 남궁세가가 손을 들어주는 쪽이 엄청난 전력을 보유하게 됨은 당연한 수순이다. 황산에 처박혀 있는 검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줄지는 미지수지만.

“제갈 소저. 아니 제갈 동생. 잘은 모르겠으나 여인이라고 용감하지 못할 법이라도 있소? 과감하게 말해 보시오.”

제갈린이 관심을 가져 잘된 일을 본 기억이 별로 없기에 걱정이 들긴 했으나, 시의 말처럼 여자가 좋아한다는데 그걸 싫어하는 사내는 없다. 나도 한진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니까. 음.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딱딱 정리해서 차곡차곡 쌓아 놓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내 경우에는 뭐든지 정리해야만 쉽게 행동할 수 있기에 제갈린에게 직접 부딪히라는 조언을 늘어놓고 말았지만, 이것이 어떤 바람이 되어 남궁경운에게 휘몰아칠지 나로서는 예상할 수가 없다.

두, 세 개의 인격과 싸우고, 조각난 기억까지 수습해야 했던 내가 제갈린에게 평범한 연애상담을 해주게 될 줄이야. 정작 난 공혜한테 제대로 말도 못 붙이고 있는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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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3 +2 13.12.25 6,087 212 17쪽
1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2 +2 13.12.25 5,688 213 12쪽
1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1 +2 13.12.25 6,015 210 17쪽
1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0 +17 13.12.24 6,750 229 24쪽
1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9 +3 13.12.24 6,126 216 13쪽
1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8 +5 13.12.24 5,931 206 15쪽
1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7 +3 13.12.24 6,682 203 18쪽
10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6 +3 13.12.24 6,199 205 13쪽
10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5 +16 13.12.23 6,847 197 27쪽
10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4 +3 13.12.23 6,421 204 11쪽
10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3 +4 13.12.23 6,421 205 14쪽
10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2 +2 13.12.23 6,485 199 13쪽
10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1 +2 13.12.23 6,321 220 11쪽
10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0 +13 13.12.22 6,673 215 11쪽
10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9 +3 13.12.22 6,557 204 15쪽
10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8 +3 13.12.22 6,574 206 15쪽
10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7 +2 13.12.22 6,173 220 16쪽
9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6 +6 13.12.22 6,892 221 20쪽
9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5 +13 13.12.21 6,708 217 16쪽
9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4 +4 13.12.21 6,807 208 19쪽
9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3 +1 13.12.21 6,390 208 17쪽
9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2 +2 13.12.21 6,835 213 20쪽
9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6-1 +6 13.12.21 7,579 211 19쪽
9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終 +15 13.12.20 7,287 217 8쪽
9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4 +1 13.12.20 6,718 227 20쪽
9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3 +2 13.12.20 6,453 206 13쪽
9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2 +2 13.12.20 7,033 211 16쪽
8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1 +1 13.12.20 6,713 212 9쪽
8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0 +13 13.12.19 6,795 224 12쪽
8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9 +4 13.12.19 6,822 206 12쪽
8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8 +3 13.12.19 6,950 212 8쪽
8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7 +2 13.12.19 6,830 211 14쪽
8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6 +5 13.12.19 7,107 226 16쪽
8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5 +11 13.12.18 7,225 215 11쪽
8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4 +3 13.12.18 6,869 219 12쪽
8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3 +3 13.12.18 7,158 204 13쪽
8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2 +4 13.12.18 7,587 221 14쪽
7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1 +2 13.12.18 7,704 227 13쪽
7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10 +11 13.12.17 7,480 237 12쪽
7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9 +3 13.12.17 7,049 223 15쪽
7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8 +3 13.12.17 7,825 225 11쪽
7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7 +2 13.12.17 7,285 235 15쪽
7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6 +3 13.12.17 7,504 220 16쪽
7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5 +10 13.12.16 7,260 220 5쪽
7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4 +4 13.12.16 6,990 230 11쪽
7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3 +4 13.12.16 7,050 225 7쪽
7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5-2 +2 13.12.16 7,115 228 8쪽
6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추억편 5-1 +3 13.12.16 7,586 236 14쪽
6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終 +12 13.12.15 7,598 231 7쪽
6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3 +3 13.12.15 7,271 228 21쪽
6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2 +2 13.12.15 7,128 236 14쪽
6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1 +3 13.12.15 7,776 233 26쪽
6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0 +2 13.12.15 7,266 243 19쪽
6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9 +3 13.12.15 7,465 245 21쪽
6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8 +2 13.12.15 7,765 215 27쪽
6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7 +5 13.12.15 7,410 221 11쪽
6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6 +2 13.12.15 7,665 222 17쪽
5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5 +13 13.12.14 8,061 238 19쪽
5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4 +2 13.12.14 7,608 227 17쪽
5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3 +4 13.12.14 8,549 232 36쪽
5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2 +3 13.12.14 7,825 221 8쪽
5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1 +3 13.12.14 8,002 223 22쪽
5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0 +8 13.12.13 8,424 259 23쪽
5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9 +4 13.12.13 8,264 231 26쪽
5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8 +3 13.12.13 7,647 235 15쪽
5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7 +4 13.12.13 8,137 247 27쪽
5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6 +4 13.12.13 8,152 217 8쪽
4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5 +5 13.12.13 7,910 223 22쪽
4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4 +3 13.12.13 7,769 249 16쪽
4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3 +3 13.12.13 7,544 247 16쪽
4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2 +1 13.12.13 8,000 252 12쪽
4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1 +2 13.12.13 9,057 229 11쪽
4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0 +12 13.12.12 8,327 240 12쪽
4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9 +3 13.12.12 7,965 243 12쪽
4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8 +2 13.12.12 7,978 241 11쪽
4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7 +5 13.12.12 8,265 242 12쪽
4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6 +3 13.12.12 8,413 246 15쪽
3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5 +9 13.12.11 8,108 256 12쪽
3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4 +2 13.12.11 8,173 247 13쪽
3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3 +7 13.12.11 8,411 249 13쪽
3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2 +1 13.12.11 8,409 228 16쪽
3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4-1 +11 13.12.10 9,055 259 13쪽
3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終 +4 13.12.10 8,972 255 16쪽
3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8 +3 13.12.10 8,848 249 16쪽
3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7 +9 13.12.10 9,111 266 22쪽
3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6 +3 13.12.10 8,741 253 16쪽
3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5 +5 13.12.09 9,266 256 19쪽
2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4 +4 13.12.09 8,954 268 16쪽
2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3 +4 13.12.09 9,133 258 13쪽
2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3-2 +2 13.12.09 9,308 251 16쪽
2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축제편 3-1 +3 13.12.09 9,709 273 16쪽
2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終 +7 13.12.08 9,912 235 30쪽
2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0 +3 13.12.08 10,205 276 28쪽
2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9 +7 13.12.08 10,090 274 23쪽
2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8 +2 13.12.08 10,578 278 28쪽
2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7 +4 13.12.08 9,949 279 15쪽
2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6 +5 13.12.08 10,421 283 12쪽
1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5 +1 13.12.08 10,306 280 16쪽
1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4 +6 13.12.08 10,708 277 14쪽
1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3 +4 13.12.08 10,312 309 12쪽
1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2 +10 13.11.30 11,943 303 18쪽
1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2-1 +2 13.11.30 11,100 301 16쪽
1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終 +4 13.11.30 11,506 294 16쪽
1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2 +3 13.11.30 11,781 315 15쪽
1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1 +2 13.11.30 11,427 296 14쪽
11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10 +6 13.11.29 12,273 288 12쪽
10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9 +1 13.11.29 12,122 302 10쪽
9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8 +3 13.11.29 12,858 312 13쪽
8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7 +3 13.11.29 12,904 307 12쪽
7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6 +6 13.11.29 14,573 326 15쪽
6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5 +10 13.11.25 14,562 367 18쪽
5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4 +3 13.11.25 15,649 365 16쪽
4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3 +4 13.11.25 17,066 400 13쪽
3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1-2 +3 13.11.25 18,716 371 7쪽
2 잔혹협객사(殘酷俠客史) 살인협객편 1-1 +6 13.11.25 27,063 425 13쪽
1 서. 누군가는 간과한 사실 +17 13.11.25 30,606 46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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