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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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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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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96

작성
11.02.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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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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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글자
7쪽

권왕전생 - 20

DUMMY

제 2 장.

고대의 유적


1.


화려한 침실.

청금석을 깐 바닥이 잔잔한 빛을 뽐내고 사방의 새하얀 벽은 우아한 그림과 도자기로 장식되어 있다. 비단 카펫이 깔린 침실 한쪽 귀퉁이엔 백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테이블이 자리한다.

침실 중앙에 놓인 화려한 침대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안고 몸을 뉘이고 있었다. 차가운 인상의 잘생긴 중년 남자와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눈부신 미모의 엘프 여인이었다.

엘프 여인은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베고 손끝으로 가슴팍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문득 중년 사내가 입을 열었다.

“왜 자꾸 더듬는 게냐?”

“그냥 좋아서요.”

엘프 여인이 배시시 웃었다. 은빛 자수로 장식한 비단이 그녀를 덮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감추진 못했다. 사내가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물었다.

“삐쩍 마르기만 한 이 몸이 뭐가 그리 좋단 말이냐?”

여인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스르륵 어깨 아래로 미끄러진다. 잔잔한 조명 아래, 잘 닦은 청동 거울 같은 매끈한 피부가 드러난다.

“섬세하고 날카로워 보이잖아요. 한 자루 잘 벼린 칼 같은…….”

남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그는 그냥 삐쩍 마른 것이지 한 자루 칼날이니 하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사내의 두 뺨을 어루만지며 엘프 여인이 얼굴을 가져갔다.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그녀가 속삭였다.

“그냥 엘프 남자들 같아서 좋아요. 그리고 레펜하르트 님의 가치는 그 위대한 정신에 있으니까요.”

“허허허…….”

중년 사내, 레펜하르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손짓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리 오너라, 시리스.”

“네에…….”

청동 향로가 은은한 향을 방안 가득 뿌린다. 부끄러워하며 여인은 사랑하는 남자의 품 안에 살며시 안겼다.


&


바실리 왕국 남부, 크롬 시.

푸른 갈기 여관 2층 객실.

그곳에서 웃통을 벗은 한 청년이 방에 비치된 전신 거울에 몸을 비춰보고 있었다. 문득 그가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미안해, 시리스……. 나, 이런 몸이 되어 버렸어…….”

35년 전의 기억 속 과거이자 25년 후의 미래인 그 시절을 생각하며 레펜하르트는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 벼린 칼은 고사하고, 우악스런 스톤 고렘을 연상케 하는 이 최종병기 같은 육체를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거, 시리스를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날 좋아해주려나 몰라?’

그래도 마음에 드는 점도 없진 않았다. 원래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평균 신장이 큰 편이다. 여성인 시리스도 마찬가지라 전생의 그녀는 8등신의 완벽한 몸매에 훤칠한 키의 소유자였다.

쉽게 말해서 시리스가 전생의 레펜하르트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키가 더 컸다. 물론 그는 이미 외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나이였으니 딱히 신경 쓰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남자다보니 연인보다 키가 작다는 것이 은근히 콤플렉스였던 것이다.

‘이젠 내가 훨씬 더 크지, 후후후.’

좋아하다 말고, 이런 동물적인 부분에서 좋아하는 자신을 깨닫고 레펜하르트는 다시 좌절에 빠졌다. 아무래도 짐 언브레이커블의 사상에 너무 물든 것 같았다.

‘아, 정신 차려야지.’

혀를 차며 그는 다시 옷을 걸쳤다.

하루도 안 되어 크롬 시에 도착한 그는 무려 하루에 은화 한 닢씩이나 하는 고급스러운 객실을 잡고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다운 식사도 하고 정신적 피로도 푸니 정말 세상 살 맛이 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거리로 몇몇 행인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 겨울 추위에 옷가지를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오가는 사람들. 특이한 점이라곤 전혀 없는 일상 풍경이지만, 산속에서 6년 가까이 살아온 그에겐 저것조차도 신기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여튼 세상에 내려오니 좋기는 좋네.”

문득 레펜하르트가 품을 뒤졌다. 그리고 돌돌 말린 작은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그나저나…….”

근처 잡화점에서 구입한 여행자용 대륙 전도(全圖)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시간대라면 분명 시리스는 여기 있을 건데…….”

그의 시선이 지도 위쪽으로 향했다. 대륙 북부에 위치한 차탄 공국, 세틀라드 산맥의 지류에 자리 잡은 이 나라는 중간 무역으로 성세를 얻은 교역 국가였다. 그리고 각종 노예 매매가 대륙에서 가장 성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시리스…….’

레펜하르트는 틈틈이 들었던 그녀의 과거를 떠올렸다.

전생의 연인이었던 하이엘프 여인, 시리스 발렌시아.

대륙 오지의 황야에서 간신히 숨어 살던 엘프들 사이에서 자라난 그녀는 스무 살, 인간으로 치면 고작 대여섯 살 정도의 나이에 노예 사냥꾼에게 붙잡혀 인간들 손에 떨어졌다. 너무 어려 상품 가치가 떨어지던 시리스를 노예 상인은 일단 훈련소로 넘겼고, 노예로써 훈련 받으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들었다.

“전생의 그녀가 100살이 조금 안 되었었으니 지금이면 한 70살 정도? 인간 기준으로 열 예닐곱 살 쯤 되었겠네.”

결국 나이가 차자 돈 많은 인간에게 팔려 성적 노리개로 살아가던 시리스가 레펜하르트와 만나게 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그녀가 다시 웃게 되기까지는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레펜하르트는 지도를 움켜쥐며 눈을 부라렸다.

“제국 재건도 좋고 마법을 되살리는 것도 좋지만…….”

이게 제일 급하다. 시리스가 앞으로 어떤 꼴을 당할 지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냥 놔둘 수 있겠는가? 일단은 최우선적으로 그녀부터 구해내고 봐야 한다.

“지금이 대륙력 984년, 시리스가 팔려가려면 1년 정도 남았으니까…… 아직은 차탄 공국에 있을 거야.”

행보는 정해졌다. 레펜하르트는 지도를 거칠게 품 안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어쩔까? 당장 차탄 공국으로 가서 경매장을 박살내고 시리스를 꺼내올까?’

예전의 레펜하르트였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덤으로 고통 받는 다른 엘프들도 구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위대한 마법의 힘이 없는 지금 저건 너무 부담이 컸다.

뭐, 지금도 경매장 정도야 쉽게 박살내고 시리스를 구할 수는 있다. 마법사가 아닌 무투가의 힘만으로도 저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면 항시 쫓기는 생활을 해야 했다. 마법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되도록 거추장스러운 일을 피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났겠지? 쩝.”




***************************************

2장. 고대의 유적 편 시작합니다.

모든 분들께 오늘 하루 행운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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