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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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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96

작성
11.02.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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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권왕전생 - 25

DUMMY

마검 알티온은 검에 걸린 마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알티온 후작가의 상징이었다. 그걸 들고 가서 잃어버렸으니 후작가에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아무도 클로드가 대체 어디서 죽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단서라고는 간신히 살아남은, 하지만 극심한 공포로 미쳐버린 그의 종자가 떠듬떠듬 내뱉는 헛소리가 전부였다.

몇 마디 안 되는 헛소리에 의지해 알티온 후작가는 50년에 걸쳐 클로드의 묏자리를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결국 대륙력 984년, 이곳 하탄 산맥에 그 유적이 있음을 알아내고 바로 가문의 보검을 회수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



‘그 손자뻘 되는 게 저 녀석이라…….’

레펜하르트는 토드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저만치 앞에 화려한 갑옷을 걸친 채 산길을 걷고 있는 잘생긴 청년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스테반 폰 레판토 알티온. 그는 여섯 명의 기사들을 거느리고 인상을 쓰며 걷고 있었다. 이런 산속에서 말을 몰수는 없으니 캐틀 마을에 맡겨놓고, 걸어서 ‘죽음의 골짜기’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사는 말 위에 올라야 진정 기사인 법, 화려한 갑옷을 입고서 걸어서 움직이는 자신이 한심스러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애교어린 얼굴로 찰싹 달라붙어 있는 엘프 여인이 한 명.

“주인님, 말을 타지 않아도 주인님의 우아함은 전혀 퇴색되지 않으세요. 과연 기사 중의 기사세요.”

“하하, 그 말을 들으니 좀 기분이 나아지는구나, 렐시아.”

스테반이 실실 웃으며 엘프 여인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백주대낮에 여성을 희롱하고 있는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는 놈이나 당하는 년이나 보는 놈들이나, 아주 당연하다는 태도다.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레펜하르트는 내색하지 않았다.

‘뭐, 대륙 전체의 가치관이 저러니 어쩌겠냐마는.’

저런 광경에 일일이 화를 내면 아예 세상을 돌아다닐 수도 없다. 그나저나 저 스테반이란 놈도 웃긴다. 노예인 렐시아가 오로지 주인의 비위를 맞추는 말만 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히히덕거리고 있다.

‘애송이구만.’

레펜하르트는 바로 스테반에게서 신경을 껐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세 명의 오크 노예들이 기사들의 물건을 짊어지고 산길을 뒤따르고 있었다. 그 옆에 두 사람이 뭔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마법사, 토드와 붉은 머리를 길게 기른 예쁘장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실란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그냥 여자애인 줄 알았다. 그만큼 저 실란이란 소년의 미모는 장난이 아니었다. 왕년, 소년일 적의 레펜하르트도 예쁘장하다는 소리 꽤나 들었지만 (물론 전생일 때 이야기다.) 저렇게 성별이 구별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단련된 무인으로써의 감각이 남자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 눈으로 보면 여전히 미모의 소녀로만 보였다.

그리고 저 소년은 미와 자애, 사랑의 여신 필라넨스의 성직자이기도 했다. 클로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알티온 후작가는 가문의 강한 기사들을 대거 내보내는 한편, 유적 탐사가인 경험 많은 마법사와 성직자도 동원한 것이다. 신의 축복을 받아 각종 치유술과 강화술을 구사하는 성직자의 존재는 유적 탐사에 있어 필수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저 나이에 제대로 된 신성 주문을 쓸 수 있나?’

토드를 상대로 화사하게 웃으며 계집애처럼 떠들고 있는 실란을 보니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알티온 후작가에서 어설픈 성직자를 받아들였을 리는 없으니 꽤 실력은 있을 것이다.

뭐, 나이 어리다고 꼭 약하란 법도 없다. 전생의 레펜하르트도 소년 시절 이미 어지간한 정식 마법사 수준이었고, 지금의 그도 고작 20대 초반에 오러 유저가 된 몸 아닌가?

잠시 의아해했지만 레펜하르트는 곧 토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이 일행에 낀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토드에게 현세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적당히 기회를 봐서 말을 붙여봐야겠는데…….’

아까부터 계속 저 계집애 같은 성직자 소년과 쉴 새 없이 떠들다 보니 통 기회가 안 온다. 마치 어릴 적 자신에게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제3자의 눈으로 보고 있으니 어째 기분이 묘한 것이…….

‘헉! 토드 저 인간, 혹시 남색에 취미 있었나?’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칫했으면 어릴 적 자신도……. 실제로 마탑 속에서 남자들끼리만 득실거리다보면 온갖 괴이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레펜하르트는 다행히 그런 경험이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생각해보니 소름이 끼친다.

‘에이, 설마. 토드 저 사람, 꽤 좋은 양반이었어. 그럴 리 없을 거야.’

애써 가설을 부인하며 고개를 젓고 있는데 에드워드 경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참으로 훌륭한 선택을 하셨소, 여행자여.”

“길 안내 하는 것이야 별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요.”

대수롭잖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레펜하르트를 보며 에드워드 경은 후후 웃었다.

그는 호감 가득한 얼굴로 이 용감한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했다. 저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목적지인 고대의 유적 ‘팔톤’으로 길안내를 하는 걸 극도로 거부했던 것이다.

솔직히 에드워드 경은 설마 거부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니, 같이 유적에 들어가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근처까지만 안내해달라는 건데 그것도 무서워서 못하겠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엄살 피우는 중년인 한 대 툭 쳐주고 내심 고민도 했었다. 지리를 아는 자가 길안내를 해야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고, 그래야 그가 섬기는 스테반 공자님이 흡족해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싫다는 마을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가기엔 또 기사도에 어긋난다. 기준이 좀 편협하긴 해도, 기사도에는 엄밀히 약자를 보호하라고 나와 있는 것이다. 힘으로 누르는 것은 기사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 전에 한 대 툭 친 것은 어디까지나 어리석은 이에 대한 가벼운 가르침이지, 힘으로 누른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에드워드 경이었다.

그래서 이 충성스런 중년 기사가 끙끙대고 있는데 때마침 용감한 여행자가 대신 길을 안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실로 반가운 일이었다.

“쯧,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뭐,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슬쩍 레펜하르트가 마을 사람들 편을 들자 에드워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

좋은 하루 되세요 ㅇㅅㅇ/


p.s 이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행운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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