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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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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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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9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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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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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글자
8쪽

권왕전생 - 21

DUMMY

결국 레펜하르트는 시리스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돈 주고 산다는 생각을 하니 실로 불쾌해졌지만, 현실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었다.

‘돈이 필요하겠군.’

그것도 엄청난 금액의 돈이. 엘프 노예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무일푼에 가깝다.

하지만 레펜하르트는 별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체재를 바꿀 정도로 강하진 못했지만, 엘프 노예 하나 정도를 운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의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오러를 각성한 강인한 육체와 경지에 오른 체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미래를 알고 있다!

“가만 있자, 대륙력 984년이면 분명 토드가…….”

기억을 더듬던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분명 여기였어.”

바실리 왕국 중부에 위치한, 중앙 가도를 따라 차탄 공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하탄 산맥.

지도에 표시된 그곳을 바라보며 레펜하르트가 눈을 빛냈다.


&


하탄 산맥 기슭의 작은 산촌, 캐틀 마을.

대부분의 화전민의 마을이 그렇듯, 이곳도 악덕 영주의 가혹한 수탈에서 도망친 이들이 일군 마을이었다. 비좁은 농지를 일구어 아슬아슬하게 입에 풀칠을 해가며, 가끔 사냥과 채집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 하지만 깊은 산속임에도 몬스터의 영역과 살짝 벗어나 있어 비교적 평화로운 곳이기도 했다.

덕분에 빈곤한 평온 속에서 살아가던 이 캐틀 마을 사람들이 때 아닌 재앙을 만난 것은 이틀 전이었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마을 회관 앞.

“위, 위험합니다, 촌장님.”

말이 좋아 회관이지 그냥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큰 통나무집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캐틀 마을에서는 제일 화려한 이 목조 건물 앞에서 네 명의 중년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한 노인이 각오를 다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늙을 대로 늙어 얼굴에 삶의 풍상이 가득한, 참으로 볼품없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난 괜찮네. 아무리 상대가 귀족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촌장님…….”

걱정과 존경이 뒤섞인 시선을 뒤로 하며 노인은 회관 앞에 허리를 숙인 채 말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에야, 번쩍거리는 갑옷을 걸친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올해로 마흔 셋이 되는 이 중년인은 대대로 알티온 후작가, 바실리 왕국 내에서도 유서 깊은 가문을 보좌하는 기사, 에드워드 경이었다.

“무슨 일이냐, 촌장?”

노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눈앞의 ‘때 아닌 재앙’을 올려다보았다.

평화롭던 케틀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기사들, 화려한 갑옷에 준마를 끌고 이 깊은 산속까지 들어온 이들은 자신이 왕도의 명문가, 알티온 후작가라 소개하며 대뜸 잠시 머무를 거처와 식량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척 보기만 해도 살벌한 이 기사들 앞에서 고작 산골 촌민들이 감히 반항을 할 수는 없었다. 집 몇 채를 비우고 겨울을 날 식량을 모두 갖다 바쳤다. 스무 채도 안 되는 마을의 통나무집 중 커다란 집 다섯 채와 회관을 몽땅 차지한 뒤 이들은 계속 마을의 식량을 축내며 눌러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기사 갑옷만 걸쳤지 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기사다운 점은 마을 여인들을 탐하거나 하지 않는 정도?

당연히 마을은 난리가 났다. 잘 살던 자기 집에서 쫓겨난 이들이야 다른 집에 잠시 얹혀산다 치더라도, 저들이 먹어치우는 식량이 없으면 촌민들은 모두 굶어죽을 판이었다. 여름이었다면 사냥을 하거나 나무열매를 따서라도 어떻게든 연명했겠지만 지금은 한겨울이다.

그래서 촌장은 겁먹은 상태로도 어떻게든 이 기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저들에게서 식량값을 받아내지 못하면 캐틀 마을은 이대로 전멸이었다.

“저기, 기사님들이 드신 식량을 값을 쳐주셔야…….”

“응? 아아.”

덜덜 떠는 촌장을 본 에드워드 경은 피식 웃었다. 위대한 기사의 행보에 한 손 거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니,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 알티온 후작가의 행보가 영웅담이 되어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오르내리면 그 속에 캐틀 마을의 이름도 포함되는 크나큰 영광을 누리게 될 텐데 말이다.

‘하여튼 명예도 모르는 천한 것들이란!’

하지만 에드워드는 자신이 관대한 기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품을 뒤져 금화 한 닢을 던져주었다.

“옛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촌장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노인의 표정에 에드워드는 턱을 매만지며 자신의 관대함을 한껏 만끽했다.

‘하긴, 이런 무지렁이 촌놈들이 어디 금화를 보기나 했겠어?’

그의 생각은 반은 맞고 맞은 틀렸다, 확실히 촌장은 금화를 처음 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표정은 금화에 대한 놀람과 감탄이 아니었다.

“기, 기사님. 이 정도로는 도저히 기사님들이 드신 밥값도 안 나옵니다요…….”

“뭣이라?”

순간 에드워드는 두 눈을 부라렸다.

‘아니, 이 천한 것이 지금 기사를 상대로 흥정을 하려 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 분노가 일었다.

원래 이런 화전민의 마을은 정식으로 영지에 포함되지도 않은 시골 중의 시골, 그러므로 기사가 아무 말 없이 촌민들을 싹 죽이고 약탈해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영주의 보호를 버리고 도망간 것들이니 바실리 왕국의 법도 그들을 가호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더니 이것들이 감히 흥정을 하려 해?

“네 이놈! 내가 귀족이라 시세도 모를 줄 아느냐?”

그가 이 마을에서 거둔 식량은 극히 질이 떨어져 고작해야 은화 100닢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금화 한 닢이면 실로 자비를 베푼 것이다.

“예, 그, 그게 무슨?”

당황하는 노인을 보며 에드워드는 확신했다. 이 더러운 늙은이가, 자신들 같은 화려한 기사들을 보니 아주 한 밑천 단단히 뜯어내려는 비열한 생각을 품은 것이 틀림없었다. 감히 천민 주제에 귀족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해?

“기사를 우롱하려 하느냐!”

버럭 화를 내며 에드워는 노인을 한 대 후려쳤다. 뭐, 세게 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어리석은 촌민이라 해도 바실리 왕국의 국민인 것은 틀림없으니 죽일 순 없었다. 그냥 가볍게 주제 파악을 할 정도면 된다.

“에구구구구!”

비명과 함께 노인이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주름진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줄줄 흘러나왔다.

“촌장님!”

“아이고, 촌장님!”



**************************************

리플을 보며 힘을 얻고 있는 나날입니다.

그런데 그 중 노예 50년 키우는 것과 마왕 옆에 왜 사천왕이 없냐는 말씀들이 계시는데, 조금 더 진행되면 그에 관련된 내용도 나옵니다. 단지 살짝 첨언하자면, 엘프 노예는 그래서 아무나 매매하는 것이 아니고, 또 삼국지에서 관우가 죽을 때 유비와 장비는 곁에 없었지요. 사천왕은 레펜하르트의 직속 호위무사가 아닙니다. 부하를 다스리는 장수이니까요.

그럼 여기까지 보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오늘 하루도 복된 날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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