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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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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196

작성
11.02.2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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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권왕전생 - 29

DUMMY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테반은 건물을 살폈다. 건물 좌측에 반쯤 허물어진 통로가 있었다. 토드가 눈을 감고 잠시 마법을 구사하더니,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입구입니다.”

시야를 공유하는 마법의 오브를 통로 안으로 보내 대략적인 탐색을 한 것이었다. 에드워드 경이 실란을 재촉했다. 성직자 소년이 빛의 구체를 띄워 시야를 밝히자 일행은 일제히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석실이었다. 벽돌 사이사이 이끼가 끼어 있고 공기가 습했다. 사방의 벽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크기도 상당히 커, 어지간한 귀족 저택의 파티장 정도 되는 규모였다. 들어온 입구와 마주해 또 다른 입구가 있었고 그 너머로 긴 통로가 이어져 불길한 어둠을 담고 있었다.

토드와 에드워드 경이 석실 내를 유심히 살펴본 후 보고했다.

“이곳은 안전해 보입니다. 공자님.”

“좋아, 다들 준비해라.”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기로 마음먹고 다들 짐을 풀었다. 오크 노예들이 쉴 새 없이 안팎을 오가며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와 양 쪽 입구에 간단한 목책을 설치했다. 렐시아가 모닥불을 피우고 기사들도 육포 등을 꺼내 배를 채운 뒤 장비를 점검했다. 토드와 실란도 각자 명상 및 기도에 들어갔다. 이제 던전 안으로 진입해야 하니 다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무심히 보고 있다가 레펜하르트가 스테반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요.”

“응? 그대는 이제 마을로 돌아가도 된다.”

의아해하며 스테반이 손을 대충 내저었다. 여기까지 안내한 시점에서 더 이상 저 길잡이 청년의 효용 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서 꺼지라는 의미의 손짓.

레펜하르트가 비굴하게 웃으며 손을 비볐다.

“아니, 저 혼자 마을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자신들도 여기까지 오는데 그 고생을 했었다. 그걸 저 일개 여행자가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스테반은 빙그레 웃었다. 건방져 보이던 이 덩치 큰 놈도 결국 기사들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이군!

기분이 좋아지니 절로 자상한 말투가 나왔다.

“그렇군. 그렇다면 여기까지 안내한 대가로 돌아갈 때 그대를 보호해주도록 하마.”

스테반은 큰 친절을 베푼답시고 한 소리이지만 듣는 레펜하르트는 기가 찬다. 지금 저거 감사하라고 하는 소린가? 애초에 자신들이 아니었다면 길잡이가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란 사실은 뇌리에 있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럼 안 데려다주려고 했냐? 인간으로써 당연한 도리 아냐, 그거?’

올 때 그토록 고생시켰으니 혼자 내려간다고 하면 혹시 의심받을까봐 한 소리였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았다.

레펜하르트가 멀뚱히 있자 스테반은 살짝 인상을 썼다. 기사인 자신이 자비를 베풀었는데 고마워할 줄도 모르다니.

‘역시 명예를 모르는 것들은……. 쯧.’

혀를 차며 스테반는 발길을 돌렸다. 그걸로 그는 이 길잡이 청년의 존재를 싹 지웠다. 그리고 다시금 용맹한 모습을 되찾은 자신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이 용감한 기사들과 함께 저 저주받은 고대의 던전을 탐험할 시간이 온 것이다. 마검 알티온을 되찾아 화려하게 왕도로 개선하는 자신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스테반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용맹하게 외쳤다.

“저 안에 위대한 분이 잠들어계신다. 그 분의 유지를 잇는 것이다!”

“와아아!”

제 잘난 맛에 설치다 죽은 양반이 뭐가 그리 위대한 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기사들은 저 연설에 착실히 반응해주고 있었다.

“가자! 용맹한 알티온의 기사들이여!”

스테반이 통로로 달려갔다. 렐시아와 에드워드, 다른 기사들도 기세등등하게 뒤를 따른다. 토드와 실란이 저것들 원래 저런 인종이려니 하는 무심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고, 오크 노예들도 던전 탐사에 필요한 짐들을 따로 챙겨 어깨에 멘 뒤 석실로 향했다.

“수고하십셔~.”

석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레펜하르트는 친절히 배웅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그가 허리를 폈다.

“자, 그럼 나도 내 볼일 봐야지?”


&


고대 유적, 팔톤은 원래 은의 시대에 사용되면 병참 기지 같은 것이었다. 차원에 걸쳐진 지금은 각종 마물과 사령이 들끓는 마굴이 되어버렸지만, 은의 시대에서는 그냥 평범한 군사용 건물 중 하나란 소리다. 물론 은의 시대에 사용되던 모든 도구는 전부 지금의 마학 수준으로 볼 땐 기적 같은 유물들뿐이니 그 당시 평범했다 해서 그 가치를 폄하할 순 없다.

“후, 진짜 오랜만이구나.”

주위를 둘러보며 레펜하르트는 감회 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기가 병참 기지라는 학설을 끌어낸 것은 레펜하르트 본인이었다. 이곳을 탐사하며,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방어 시스템을 절반 이상 파악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과거에 그는 시리스와 단 둘이 이 유적을 탐사했었다.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긴장한 가운데에서도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문득, 눈앞에 아리따운 엘프 여인의 환영이 나타났다.

<레펜하르트님! 여기 실프가 속삭이고 있어요!>

작은 새처럼 지저귀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바람의 정령을 다루던 그녀는 쉽사리 벽으로만 보이던 비밀 통로를 찾아내 주었다.

<잘 했다, 시리스! 역시 넌 나의 여신이구나!>

<우웅, 부끄러워요.>

<부끄럽긴. 이리 와 보렴, 시리스. 잘 했으니까 상으로 키스를 해주마.>

<아잉~.>

“으으음…….”

어째 회상을 하다 보니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렸다. 레펜하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니지. 아, 그런데 과거의 나는 대체 이 위험한 던전 한 복판에서 시리스랑 뭔 짓을 한 거냐? 용자였구나, 나.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나의 시리스, 내가 곧 만나러 간다.’

레펜하르트는 문양이 새겨진 석벽을 더듬었다.

‘분명 천칭의 좌를 기본으로 아쿠아와 테라의 인(印)이 역순으로 섞여서 암호화되어 있었지?’

벽에 새겨진 이 문양은 은의 시대 고대어 중에서도 ‘데스틴’이라 불리는 문자였다. 과거, 레펜하르트는 전 대륙의 모든 종족의 언어를 모두 익히고 있었고, 고대어도 데스틴, 랄핀, 페스탈, 알카타의 네 개를 해독할 수 있었다. 물론 예전에야 해독하는데 반나절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답안지를 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

집안일이 있어 조금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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