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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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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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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9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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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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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글자
7쪽

권왕전생 - 18

DUMMY

&


통나무를 거칠게 깎아 만든 단순한 구조의 마루, 그 윗자리에 제라드가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레펜하르트가 공손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제라드가 수염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제자야.”

6년이란 시간 동안 레펜하르트가 겪은 경험을 고작 ‘고생’이란 두 글자로 쉽게 함축할 수 있을까? 순간 울컥했지만 그는 티를 내지 않았다. 출구가 코앞인데 여기서 실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레펜하르트야, 네가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제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거라. 선인이 되건 악인이 되건 개의치 않는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그것이 그동안 그 동안 행했던 수행에 대한 대가다.”

짐 언브레이커블에는 다른 무문처럼 무와 심성을 함께 닦아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번지르르한 말치레는 없다. 힘을 얻기 위해 노력한 자, 그 노력의 대가만큼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다는 것이 이 무문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리고 제라드도, 말은 저렇게 해도 진짜로 제자가 치졸한 악당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고로 자신의 아픔을 아는 자는 타인의 아픔도 이해한다 하지 않았던가?

‘우리 무문만큼 자신의 아픔을 통렬하게 실감하는 이도 대륙에 별로 없지.’

그래서 그는 제자의 심성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단, 세 가지만 명심하거라.”

그리고 제라드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60년 전, 그의 사부가 했던 말을 지금 자신이 제자에게 하고 있다.

“첫 번째, 재물을 모으는 것은 좋지만 되도록 불의한 재물은 취하지 말 거라.”

레펜하르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악인이 되어도 좋다면서요?”

제라드는 피식 웃었다. 어쩜 이리도 똑같누. 그도 하산할 때 저 소릴 듣고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역시 사람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이왕 악인이 될 거라면 품격 높은 악인이 되란 소리다. 우리 무문의 계승자라면 악인이 되어도 좀 폼 나는 악인이 되어야지.”

‘괴상한 사상이로세.’

속으로 혀를 차는 레펜하르트를 내려다보며 제라드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되도록 억울한 이의 편에 서거라. 아까야 악인이 되어도 좋다 했지만, 이왕이면 칭찬 받고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

예상대로 제자는 이번에도 60년 전 자신과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억울한 자?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게 아니고요?”

제라드는 빙그레 웃으며 사부가 자신에게 했던 대답을 되풀이해 주었다.

“약한 자라 해서 그가 반드시 억울한 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 너보다 강자는 이제 얼마 없느니 모두가 약자일 터. 그렇다면 대체 무슨 기준으로 강자와 약자를 구별할 셈이냐?”

듣고 보니 그럴듯한 말이었다. 레펜하르트는 납득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실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

문득 제라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결코 짐 언브레이커블의 무맥(武脈)이 끊기게 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가장 큰 의무이니 너는 반드시 제자를 찾아 이 위대한 가르침을 계승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제라드는 근엄한 어조로 신신당부하며 제자에게 다짐을 시켰다. 사실 앞의 두 가지는 그냥 달랑 하나만 말하면 심심하니 덧붙인 곁가지나 다름없었다. 진정 중요한 의무는 단 하나 뿐, 바로 제자를 두어 무맥을 잇는 것뿐이다.

레펜하르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부.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뭐, 대답은 찰떡같이 짝짝 달라붙게 했지만, 그의 속생각은 조금 달랐다. 솔직히 이런 흉악한 가르침은 대가 끊겨도 별로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제라드가 그를 수련시키며 들였던 노고를 생각하면 제자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생도 고생이거니와 돈이 좀 많이 들어야지? 하지만 제라드가 그에게 보여준 무조건적인 애정이 있기에 대놓고 반대하자니 역시 좀 찜찜하다.

그래서 레펜하르트는 내심 적당히 타협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질을 가진 아이가 나타난다면, 그리고 제국을 건설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그땐 제자를 키우도록 하지요, 사부. 하지만 약속은 못 드리겠습니다.’

제자의 표정을, 중대한 책무를 짊어진 자의 부담감으로 해석했는지 제라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건 없다. 입맛에 맞는 재질을 가진 아이가 그리 쉽게 찾아질 것 같으냐? 내 너를 만나는데 30년이 걸렸다. 저 일에 평생을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저 네 삶을 살다 인연이 있으면 자질 가진 아이가 보일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말거라.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말을 마치더니 제라드가 곁에 둔 보따리 하나를 던졌다.

“받아라, 대충 옷가지와 여비를 좀 챙겨 넣었다. 당분간 쓸 정도는 될 것이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반색을 하며 레펜하르트는 보따리를 받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보따리에 든 주머니를 풀어보았다. 은화 30닢이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는 실망했다.

‘엥? 고작 요건가?’

사실 은화 30닢이면 어지간한 평민의 반년 치 생활비에 해당하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챙겨둔 재산도 많으시면서 좀 더 푸시지, 쩝.’

그가 아는 제라드는 상당한 부자였다. 젊은 시절부터 제라드는 모험가로 대륙을 누비며 각종 고대 유적을 탐사하고 거기서 얻은 아티펙트들을 팔아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 나이 든 후에도 론 상회를 통해 재테크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겉보기와 달리 이 근육질 노인은 실은 바실리 왕국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호였던 것이다. 제자 도망 못 가게 감시하느라 이런 인적 드문 곳에 거처를 마련하긴 했지만 사실은 왕국 수도에 근사한 저택도 따로 있었다.

절로 불만어린 눈빛이 된 레펜하르트를 보며 제라드가 낄낄거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자고로 젊은 놈이 주머니가 두둑하면 인간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돈이 없어야 주먹 쓸 일도 생길 것이고 그래야 네 기량도 더욱 발전할 것 아니겠느냐?”

사실 제라드도 딱히 돈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짐 언브레이커블은 제자를 키우는데 막대한 재물이 들어가므로 역대의 권왕들은 모두 젊은 시절부터 부지런히 재산을 축적해둘 의무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레펜하르트를 교육시키며 모아두었던 재산을 절반 이상 까먹은 후였다.

“그래도 그렇지, 은화 30닢은……. 쩝.”



************************************

내일은 집안일이 있어 하루 쉬게 될 지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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