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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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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214
추천수 :
4,709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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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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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글자
7쪽

권왕전생 - 24

DUMMY

침울한 분위기가 오두막을 가득 메웠다. 한참 후, 제법 건장한 장년인 하나가 각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갔다 오겠소.”

“테드! 자네가?”

“그래도 우리 마을에서 내가 제일 산을 잘 타잖소. 나 말고는 어차피 갈 사람도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소.”

그러니까 다른 집 놔두고 우리 집에서 이딴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테드는 원망의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네가 가라, 응?’이라는 티를 대놓고 내고 있었으면서 뭔 회의는 회의야?

테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어놓았던 활을 집어 들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곁에 서 있던 아낙네와 작은 소녀가 놀라 외쳤다.

“여보!”

“아빠!”

걱정 가득한 가족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도로 몸이 굳는다. 테드는 이를 갈았다.

“크윽…….”

분위기 타서 남자답게 일어나긴 했는데 정작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가기 싫다. 정말 가기 싫다. 마누라랑 자식 놔두고 그 위험한 곳에 가긴 절대 싫다. 그는 사냥꾼이었고, 그렇기에 죽음의 골짜기에 대한 위험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었다.

활을 집으려다 말고 테드가 주저하자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더더욱 반짝반짝 빛난다. 활을 잡아! 테드! 자네는 사나이가 아닌가! 사나이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안 되는 법일세!

어째 슬슬 협박 분위기가 되어가는 오두막 안, 그렇게 테드가 이도 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창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제가 갈까요?”

“누, 누구요?”

모두 놀라 고개를 돌렸다. 혹시 기사들 중 하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나? 다들 안색이 새파래졌다. 안 그래도 더러운 귀족이니 뭐니 욕을 하고 있던 차였다. 저 기사들의 인격을 고려해볼 때, 그냥 웃고 넘어갈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한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기사가 아니었다. 꽤나 날카로운 인상을 한, 두꺼운 코트 차림의 못 보던 청년이었다.

창문을 통해 청년이 태연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지나가던 여행자입니다. 우연히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요.”

우연이라니? 세상 어느 여행자가 우연히 남의 집 처마 밑에 고개를 내민다냐? 말도 안 된다는 걸 마을 사람들도 알고 저 여행자도 알았지만, 다들 무시했다.

그보단 여행자가 내뱉은 말이 더 중요했다. 테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 근처 지리를 알고 계시오?”

“상당히 잘 알죠.”

이미 한 번 와봤으니까.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인공 주마등으로 깔끔하게 되살렸으니까.

“그럼 정말 죽음의 골짜기로 가겠다는 겁니까?”

“예전에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어요.”

정확히는 20년 후의 미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만.

테드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복 받을 거요, 젊은이.”

마을 사람들 모두 기쁜 얼굴로 레펜하르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금만 생각이란 걸 해보면 무지하게 수상한 상황이란 걸 바로 느낄 텐데, 경계는커녕 대뜸 믿어버린 것이다. 역시 산골에서 순박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라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순박한 사람들답게 바로 레펜하르트를 걱정해주긴 했다.

“하지만 죽음의 골짜기에 들어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소이다. 정말 괜찮을 런지…….”

“한 번 가봤다니까요?”

태연한 레펜하르트의 태도에 다들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화색이 된 테드가 허겁지겁 문으로 달려갔다.

“그, 그럼 당장 저들에게 알리겠소이다!”

아무래도 신께서 내려주신 이 구원자가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기사들에게 알려서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심산인 듯 했다. 분명 순박하긴 한데, 만만찮게 치사함도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레펜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끄러미 달려가는 중년 사냥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토드에게 들은 이야기대로라면, 저 사냥꾼은 유적 근처까지 가서 결국 몬스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저 기사들은 이런 무지렁이 촌민의 안위까지 신경 쓰진 않았던 것이다.

‘운 좋은 줄 알라고. 죽을 목숨 하나 살려주는 거니까.’


2.


대륙력으로 930년 전후 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바실리 왕국 알티온 후작가에 클로드라는 뛰어난 기사가 있었다.

그는 기사도로 명성 높은 알티온 후작가에서도 특별히 강한 기사였다. 무려 마흔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오러를 각성해 초인적인 힘을 발하는 놀라운 검술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지금도 바실리 왕국 내에 오러를 각성한 무인은 기사단장 탈리온 경을 포함 세 명 뿐이니 클로드의 무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익히 짐작이 가리라.

뛰어난 능력에 걸맞게 그는 온갖 모험을 해냈고 그 영웅적 행적이 바실리 왕국 전역에 울렸다. 사람은 자고로 너무 띄워주면 주제파악을 못하는 법이다. 영웅이라 떠받들리던 클로드는 점점 콧대가 높아졌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하탄 산맥 인근을 지나다 우연히 주워들은 죽음의 골짜기, 그곳이 고대의 유적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그는 대뜸 유적의 보물을 자신의 군주, 바실리 국왕에게 바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뭐, 여기까지야 기사다운 좋은 판단이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하도 잘났다고 주위에서 떠드니까 정말 잘난 줄 안 그는 그 유적에 종자 하나만 달랑 데리고 뛰어들었던 것이다.

고대의 유적, 보통 던전(dungeon)이라 불리는 이것은 잊혀진 아득한 고대, 은(銀)의 시대가 남긴 잔재다.

고도의 마법 문명이 발달해 인류가 신과도 같은 힘을 얻었다던 은의 시대, 이 위대한 문명이 어떤 연유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여러 가설이 있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유적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그 시대의 잔재물을 손에 넣고 그 위대한 문명을 찬양할 뿐이다.

그리고 이 던전 탐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은의 시대 마법 문명이 지닌 놀라운 힘은 현세를 일그러뜨릴 정도라 남겨진 유적 대부분이 차원 간에 걸쳐져 심각하게 공간 왜곡이 되어 있었다. 노출된 마력은 평범한 짐승을 가공할 괴물로 바꾸고 차원 틈새로 스며드는 이계의 기운은 각종 마물과 사령들을 이끄니, 유적을 한 번 탐사하기 위해선 제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홀로 발 디뎌서는 목숨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그런 곳을 제 잘난 맛에 종자만 데리고 쏠랑 들어갔으니 그 결과가 실로 뻔하다. 클로드는 죽도록 싸웠고, 정말로 죽어버렸다. 문제는 그가 혼자 죽은 것이 아니라 알티온 후작가에 대대로 내려오던 강력한 마검 ‘알티온’을 들고 가서 죽어버렸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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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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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권왕전생 - 26 +102 11.02.21 32,595 16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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