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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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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0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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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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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글자
7쪽

권왕전생 - 14

DUMMY

오크 어였다. 원래 오크의 성대 구조는 인간과 다른 지라 인간이 들으면 대부분 으르렁거리는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해석은 좀 다르다.

젊은 오크여, 쫒기고 있는가?

오크 소년의 눈동자에 이채의 빛이 떠올랐다. 소년이 오크 어로 마주 물었다.

“인간이 어찌 은총의 언어를 입에 담는가?”

레펜하르트가 간략하게 대꾸했다.

“인연이 있었다.”

전생에 마왕으로 군림하며 오크, 엘프, 트롤, 드워프는 물론 오우거나 고블린, 놀들의 언어도 전부 할 줄 알았던 그였다. 오크 어 쯤은 본고장 발음이 가능했다.

레펜하르트의 또렷한 오크 어에 오크 소년도 좀 놀란 모양이었다. 확실하게 누그러진 어조로 그가 중얼거렸다.

“축복받은 인연이군. 그대의 말대로다. 나는 지금 쫓기고 있다.”

“내가 그대를 돕고 싶다.”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오크 소년이 고개를 저어 거부의 뜻을 밝혔다. 레펜하르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를 믿을 수 없나? 아니면 인간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뜻인가?”

“그럴 리가. 은총의 언어를 아는 그대는 내 형제와 같다. 그 호의가 진실됨 역시 내 영혼이 느낄 수 있다. 그런 형제를 어찌 내 처지로 위험에 처하게 하겠는가?”

레펜하르트는 이 오크 소년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인간들은 그저 으르렁대기만 하는 오크들을 보고 굉장히 야만적이고 짐승 같다고 폄하하겠지만, 사실 그들의 어휘력은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 단지 성조(聲調)가 풍부하고 장, 단음으로 의미가 갈라지는 것이 많아 인간이 듣기에 단순한 발음인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사실 전 부족민에게 공평하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오크 쪽이 못 배운 인간들보다도 더 풍부한 어휘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년은 그런 오크들 중에서도 상당히 지성적인 말투를 구사하고 있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난 것인가?

“나는 그대를 도울 능력이 있다. 그리고 내가 해를 입지도 않는다. 믿어라.”

자신만만한 레펜하르트의 태도에 오크 소년의 표정이 흔들렸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바로 말투를 바꿨다.

“호의를 입겠소, 은인이여.”

레펜하르트는 바로 어둠의 장막을 시전했다. 어둠을 불러 시야를 흐리는 간단한 1서클 주문이지만, 으슥하게 그림자 진 곳에 시전하면 오크 소년 하나쯤 숨기는 것은 간단했다.

절벽 아래에 뚫린, 조금 전 직접 만들어낸 그 동굴에 어둠의 장막을 펼친 뒤 레펜하르트가 소년에게 손짓했다.

“이 속으로 숨으라. 나의 마법이 그대의 자취를 숨겨줄 것이다.”

오크 소년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물었다. 지금 소년은 레펜하르트가 오크 어를 할 때보다도 더 놀라고 있었다.

“마법사였소, 은인?”

“내가 마법사인 것이 그리 이상한가?”

“그 몸에?”

“…….”

하긴, 신장 185cm에 전신 근육이 알차게 박혀 있는 지금의 레펜하르트를 보고 마법사라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피식거리며 레펜하르트는 계속 암흑의 장막으로 손짓을 했다. 잠깐 당황한 오크 소년도 이내 표정을 풀고 장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그대의 호의, 감사히 받겠소.”

장막의 어둠에 몸을 담그며 오크 소년이 문득 피식 웃었다. 그가 레펜하르트를 향해 농조로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의 동화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군. 미안하게도 목욕하는 엘프들 장소 같은 건 모르오만?”

마주 웃으며 레펜하르트가 손사래를 쳤다.

“필요 없다, 그런 건. 어서 숨기나 해.”

정말이지 꽤나 지적 수준이 높다. 위급한 가운데에서도 긍지가 보이고,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인 뒤는 농담도 건넨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오크 소년의 모습을 보며 레펜하르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바위 위로 올라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명상에 잠겼다.


&


잠시 후, 요란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내들이 수풀을 헤치고 나타났다. 라키드 산맥 근처에 자리한 크롬 시의 투기장 소속 용병들이었다. 평소 투기장을 관리하며 가끔 도망치는 노예가 생기면 붙잡는 것이 그들의 임무, 그리고 지금 이들은 하나같이 신경질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고작 해야 새끼 오크 하나가 도망갔다고 해서 처음에는 별 것 아닌 임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저능한 오크 놈이 이상할 정도로 잔머리를 굴려 그들의 추적을 따돌렸던 것이다. 결국 이 깊은 산속까지 쫓아오게 만들었으니 이가 안 갈릴 수가 없었다.

“짜증나는구먼. 고작 은화 몇 푼 벌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초승달 같은 시미터로 수풀을 거칠게 베어 넘기며 이 무리의 우두머리, 브라이트는 연신 투덜거렸다.

막 수풀을 벗어나 공터로 나오니 웬 청년 하나가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인다. 브라이트가 거친 목소리로 대뜸 물었다.

“어이! 이봐! 여기 오크 새끼 하나 지나가는 거 못 봤나?”

뒤를 따르던 부하 한 명이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려주면 금화 한 닢을 주마!”

흠칫 놀란 브라이트가 부하를 돌아보며 말렸다.

“야, 뭔 소리 하는 거야?”

새끼 오크 한 마리 가격이 금화 다섯 닢이 채 안 되고, 그들이 받는 보수는 은화로 계산해야 하니 금화 한 닢을 주면 손해 보는 장사인 것이다. 그러나 부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누가 진짜 준댑니까? 그냥 정보만 듣고 생까면 그만이지.”

“아, 하긴. 큭큭큭.”

그들의 대화에 레펜하르트는 살짝 인상을 썼다. 브라이트 일행은 설마 이 거리에서 이 작은 목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도 못해 안심하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청력 역시 엘프 수준으로 발달해버린 지금의 그에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정확히 들리고 있었다.

절로 시큰둥한 대꾸가 흘러나왔다.

“모르겠소만?”

“정말 모르는 거냐?”

브라이트가 미심쩍은 눈으로 레펜하르트를 노려보았다. 흔적을 보면 분명 그 새끼 오크는 이쪽으로 도주했다. 발자국이 아주 명확하게 나 있다.

‘그런데 모른다고?’

브라이트는 다시 발자국을 살폈다. 보아하니 발자국이 폭포 아래 개울가까지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엔, 누가 봐도 숨기 딱 좋게 생긴 동굴이 하나 뚫려 있다.

브라이트가 피식 웃었다.

“저기구만. 얘들아, 가자.”

속으로 레펜하르트는 혀를 찼다.

‘그러고 보니 발자국을 생각 못 했네.’

예전에 그가 마법을 쓸 땐 자취나 그런 것도 알아서 지워주는 고위 마법만 쓰다 보니 실수한 것이다. 레펜하르트가 몸을 날려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는 내 거처요. 무단으로 들어오게 할 수 없소.”

“응?”

감히 ‘산골 애송이’ 주제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 브라이트의 쌍심지가 좌우로 치켜 올라갔다.

“아니, 이 새끼가 미쳤나…….”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 전 지금 본가에 돌아와서 어머님의 잔소리 폭풍에 시달리는 중.

아, 살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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