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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비검주 도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6.03.18 23:21
최근연재일 :
2016.09.09 22:4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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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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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글자수 :
28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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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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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화_되살아난 검

DUMMY

10


한적한 문화재 연구소에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은 난천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뭔가를 열심히 받아 적고 있다.


“고맙습니다, 국장님. 조카 분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네, 네.”

전화를 끊은 난천의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홍. 민. 곽....... 중앙시장에서 모녀정육점이라...?”

메모지에 쓰인 내용을 읊조리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그 순간,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울리며 들려왔다. 난천은 대수롭지 않은 듯 창밖을 한 번 힐끗 보고 만다.


“교수님!”

“아이고, 깜짝이야.”

난천이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칼이, 그 칼이 없어졌어요.”

“뭔 소리야? 무슨 칼?”


난천이 뒤늦게 뭔가를 깨달은 듯 연구실 문을 박차고 뛰어 올라갔다.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검이 놓여있던 받침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보관실에 흩어져 있는 깨진 유리 조각과 유리창만으로 난천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가 있었다.


“저, 그게 교수님.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와 봤는데 글쎄......”


난천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는 대충 짐작하는 눈치였다.

“그분이 나타나신 게야. 검은 그리로 갔을 테고.”

그가 혼자 입안에서 옹알거리듯 중얼거렸다.



11


도찬은 그의 몸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들것에 실려 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눈을 뜨기가 어렵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그의 몸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니?”

도찬이 눈을 뜨자 그의 고모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어디에요?”

“어디긴, 병원이지. 큰일 날 뻔했지 뭐냐. 그런 사고에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지. 후유, 네 아버지가 도왔나 보다야.”

해월 고모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도찬의 손을 꼭 잡았다.


“김... 선..생님은요?”

도찬이 침을 꿀꺽 삼킨 뒤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구?”

“저랑 같이 있었던...?”

“모르겠는데. 같이 있었던 사람이 있었니?”

“...네.”

도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같이 있었다면 아마 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아무 걱정 말고. 별일이야 있겠니?”


하지만 도찬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본 것도 있고, 어쩌면 그녀는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찬은 자신 때문에 그녀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다.


“고모, 한번 알아봐 주실래요. 김세나라고...”

도찬이 한두 차례 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도찬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기 선생님, 괜찮으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어깨너머에서 들려왔다. 도찬이 고개를 홱 돌렸다.


“다행이네요. 엊저녁에, 유조차가 폭발할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크게 다친 곳이 없다니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아침 회진을 나온 안도여 선생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다리에 박힌 파편은 잘 제거됐고요. 약간 욱신거리는 느낌은 남아 있겠지만... 곧 괜찮아질 거예요.”

도찬의 다리를 살피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죠?”

“네... 저, 선생님.”

“네?”

도찬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평소 흠모하던 안도여 선생에게 다른 여자의 안부를 묻는다고 생각하니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말씀하세요.”

“저... 저랑 같이 있었던... 그분은...?”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데요?”

“김...세나.”

도찬은 그녀의 눈썹이 움찔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 그분. 그분은 기 샘보다 더 건강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도찬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러자 도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병실을 떠났다. 도찬은 못내 아쉬운 듯 멀어져 가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는 의사니?”

“아, 네. 같은 병원에 있다 보니...”

도찬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녀가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도찬은 마냥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다행이네. 너랑 같이 있었던 사람도 무사하다니.”

“그러게요. 그 선생님이 죽은 줄로 생각했었는데....... 날개가 보이길래 천사가 된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전.......”

“뭐? 너 방금 뭐라고 했니?”

해월 고모가 살벌한 눈빛으로 다그쳐 물었다.


“그냥 머, 그땐 죽은 줄 알았다고요.”

“아니 그것 말고. 날개 말이다.”

“그건 제가 다쳐서 잘못 봤겠죠. 신경 쓰지 마세요.”


도찬이 성가신 듯 그녀에게 등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 해월 고모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 사람이 누구냐? 너랑 같이 있었다는, 그 사람이냐? 말해! 어서.”


도찬은 해월 고모의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게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찬은 난감하기만 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해월 고모의 눈치를 살피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저랑 같이 있었던 김세나 선생.. 요. 그 샘만 그런 게 아니라 저한테도 날개가... 있던걸요. 아마도 제가 충격으로 잠시 헛것을 본 게...”

“세상에.”

해월 고모는 넋 나간 표정으로 혼자서 중얼거렸다.


“고모, 저 안 미쳤어요. 머리는 멀쩡하다고요. 그러니까 걱정 안하...”

“그만 됐다!”

해월 고모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몇 번한 후에 말을 계속했다.


“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네 부모가 일찍 죽지만 않았어도... 좀 더 일찍 알았을 것인데....... 이제 너도 알아야 할 것 같구나.”


해월 고모는 누가 지켜보고 있지나 않은지 주변을 살피고는 도찬의 곁에 와 앉았다. 해월 고모의 말은 이랬다.


도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두 한민이었다. 한민(翰民)은 날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뭔지는 그들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해방이 되고, 또 전쟁을 치르면서 그들의 존재는 바람결같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제는 그들이 어디에, 얼마나 살아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언젠가는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지금이 바로 그날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해월 고모의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앞날을 미리 보는 듯한 영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급박한 일에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무기로 바뀐다고 했다.


한민인 그녀가 어쩌면 도찬의 배필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사고 당시,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겨졌던 날개가 펼쳐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날개로 인하여 그들 모두 그렇게 무사할 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해월 고모가 긴 숨을 내쉬었다. 고모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했기에 도찬은 그녀의 말을 실없는 소리쯤으로 묵살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 감촉이 불현 듯 떠오르는 것이, 부드러웠던 깃털이 그가 결코 헛것을 본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제야.......?”

“그건 모르지. 내가 전해 들은 건 그것뿐이야. 검이 사라지고 난 후부터, 모두들 이상하게 돼 버렸다고, 그래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며 검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검..요?”

“그래, 검. 비검 말이다.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칼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하더라고. 머, 나야 본 적은 없지만.”


“그럼, 그 검이 다시 나타났다는......?”

“아마도... 그렇겠지? 한민의 능력이 다시 나타나는 걸 보면.”


도찬의 머리가 복잡하기만 했다. 한민족은 들어봤지만 한민이라니? 비검은 또 뭐란 말인가? 이걸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도찬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해월 고모를 바라본다.


“호오오오옹. 표정이... 여전히 못 믿는 눈치인데?”

“네, 조금. 헤헤헤. 그런데 고모는 왜 날개가...?”

“없냐고?”

“네.”

도찬이 미안한 듯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자 해월 고모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으려 했다.


“한민이라고, 모두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봐. 당장은 말이야. 하지만...”


해월 고모가 집어 든 것은 링거액을 걸어두는 거치대였다. 느릿느릿 걸어간 그녀는 병실 문을 닫고 돌아섰다. 멀뚱히 쳐다보던 도찬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갑자기 쇠 파이프를 앞으로 힘껏 뻗었다. 고모의 머리가 갑자기 어떻게 된 걸까? 불길한 생각이 도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보이니?”

“......뭐가요?”

도찬은 고모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갑자기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날개는 분명 보이지 않았다.

“나를 보지 말고, 들고 있는 것을 봐.”

“어, 삼...지창?”


분명 링거액 거치대를 들고 있었는데....... 쇠 파이프가 날이 퍼런 창으로 변해 있었다. 도찬은 깜짝 놀라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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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_저주 16.06.13 41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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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_응징 16.06.07 44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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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_괴물(1) +1 16.03.21 922 13 12쪽
9 9화_드러난 실체(2) +1 16.03.20 1,141 16 11쪽
8 8화_드러난 실체(1) +1 16.03.19 1,064 18 11쪽
7 7화_마음의 굴레 +1 16.03.18 1,238 19 11쪽
6 6화_현실적인 능력 +1 16.03.18 1,130 19 13쪽
5 5화_검은 그림자 +1 16.03.18 1,146 15 9쪽
4 4화_오리무중 +1 16.03.18 1,306 20 9쪽
» 3화_되살아난 검 +1 16.03.18 1,633 20 9쪽
2 2화_탈주범 +1 16.03.18 1,875 23 15쪽
1 1화_선생님과 샘 +1 16.03.18 2,637 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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