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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06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작성
22.07.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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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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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1쪽

징훙 IV

DUMMY

터널이 보였다. 입구부터 차가 뒤엉켜 있었다. 치워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음이 조급하기에 난 대충 치우고 움직이고 있다. 개조해 전차나 다름없는 내 괴물 캠핑카로 차를 한쪽으로 밀어 움직였다. 그런 소란에 터널 안에 있던 놈들이 기어 나왔다.


“많군요. 잠시 후퇴하겠습니다.”


카메라를 끄고 차에서 내렸다. 번개가 알아서 차 위로 올라갔다.


“괴상한 놈은... 있군.”


좀비도 무리를 짓는다. 하이퐁에서 발견된 종이 그런 무리 지도자를 둔 경우였다. 거긴 개들이 좀비를 몰고 다녔다. 기습하려고 숨은 군인들을 기습으로 제압하는 놀라운 지능을 가진 개체가 무리 지도자로 추정된다. 하이퐁에 폭탄을 떨궜지만, 녀석은 살아있을 것이라 난 확신한다. 하노이가 무너진 것도 놈이 지속적으로 괴롭혔기 때문일 것이다.


숨어 지내는 놈들, 어두운 터널 같은 곳에 머무는 놈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지도자가 나타난다. 사람이라면 지도자를 먼저 제압하겠지만, 좀비는 그래선 안 된다. 흩어지면 골치 아프니까.


바랑! 방방방방!


대형 톱을 꺼내 들었다. 원형톱을 부착한 전동 톱이다. 체인톱을 썼더니 뼈에 자꾸 걸려서 체인이 멈춰버렸다. 절삭력이 우수한 합금강 날을 단 원형톱을 들고 좀비들에게 달려갔다. 톱이 좋은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소리가 요란해 알아서 모여준다. 둘러싸이면 큰일이라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좋은데, 내 파트너 조는 집을 지키는 중이다.


-컹!


대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번개가 알려준다. 급히 몸을 뒤로 빼며 다가오던 좀비의 머리를 갈랐다. 둘러싸이지 않게 뒤만 조심하며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다. 청각 발달형은 다 나왔는지, 대장 녀석만 남았다. 놈은 귓바퀴가 커져 있었다. 머리의 대부분이 귀로 변형된 모습이다. 코끼리처럼 그 귀가 팔락거렸다.


“그러니까.”


녀석이 날 보았다. 카메라를 켰다.


“청각이 극도로 발달 되어 소리를 잘 듣게 생긴 녀석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몸이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는군요.”


키가 작은 여성이었던 몸이다. 몸무게는 70kg정도 나가 보인다. 살찐 여성의 몸 여기저기가 뜯겨 나가 있다. 축 늘어진 살점이 바닥에 끌리고, 내장도 거기까지 닿아 덜렁거린다. 옷은 왜 다 벗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생전에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아니면 사후에 겪은 일들이 있는지. 성장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귀만 발달해서 상호평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좀비 중에 도망가는 놈들이 있다는 것은 전에 보여드려서 아실 겁니다. 그런 놈들은 악착같이 쫓아가서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못하면 표시라도 하십시오. 이런 것으로.”


방울이 달린 다트를 꺼냈다.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던지는 것은 다음 문제지만. 살을 파고들어 매달려 있게 만들려면 이 바늘 끝을 낚싯바늘처럼 바꿔야 합니다. 쇼핑몰에 들어가셔서 보조 무기란을 찾아보면 이런 것이 많이 보이실 겁니다. 이런 기계식 장치가 제일 오래가지만, 전자음을 내는 배터리 내장형도 쓸만합니다. 크기가 작아서... 오는군요.”


바랑! 카가가가가가가!!


달려온 녀석의 머리를 갈랐다. 귀가 발달하면 뭐 하나.


“이런 불균형 발전, 진화도 차츰 변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묵히지 말라고 지적합니다. 당장 안전을 위해서 방치하면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녀석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나 무모하게 나서면 큰일 납니다. 주변에 동료를 모으세요.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세요. 만약, 있다면 정부에 협력하세요.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넌 왜 혼자 다니는데?


누군가 이런 댓글을 달 것이다.


“아시죠? 저 혼자 아닙니다. 연출을 위해 혼자인 척하는 겁니다. 하하하. 이봐, 잘 찍었지?”


전에는 혼자 했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참 많은 증명을 했었다. 지금은 반대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혼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차에 카메라를 여러 대 장착했다. 날 따라 움직이게 하려고 상호감지 센서를 부착한 조끼를 입고 다닌다.


내가 하니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멍청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특히 한국에 많은데, 여자 앞이라고 힘자랑하며 나서다, 영화를 영화가 아닌 현실로 착각하고 좀비에게 달려들다가 죽은 젊은이가 많다. 그런 빌런 짓을 하다가 동료를, 가족을 몰살시키는 놈들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죽으려면 혼자 죽으세요. 누굴 끌어들이지 말고. 답답하다고 화풀이한다고 나서서 뭔가 된다는 착각은 버리세요. 당신은 약합니다. 좀비가 더 강합니다. 그러니 동료와 협력하세요.”


카메라를 끄고 번개를 불렀다. 위험하면 녀석은 다가오지 않는다. 바로 달려오는 것을 보니 좀비는 대부분 제거된 것 같다.


“가보자. 흡!”


지이익! 쿵!


앞을 막은 차를 좌우로 밀고 내부에 랜턴을 비춰보았다.


“아이고.”


번개는 보자마자 뒤로 도망갔다. 멀리 불빛을 보고 시각 발달형이 달려왔다. 불을 켜줄 의무가 없어 끄자, 여기저기 충돌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크아!


바아앙!! 가가가가각!


먼저 달려온 녀석의 얼굴을 자르자, 곧 다른 놈이 다가왔다. 중심을 무너트리고 쓰러진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잘랐다.


“아!”


조언이 떠올라 다시 카메라를 켜고 다가온 네 녀석의 머리를 가른 뒤 말했다.


“사람이 아니니, 약점을 공격하면 어떻게 된다는 생각 버리십시오. 배를 때린다고 배 잡고 주저앉지 않습니다. 관절 부위를 공격해서 중심을 무너트리세요. 무기로 쓰는 손을 먼저 제거하는 것도 좋습니다.”


팔목까지 팔을 자르자 좀비와 내 리치의 차가 더 커졌다.


“창으로 머리를 찌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꽈곽!


회전을 정지시키고 머리를 찍었다.


“이렇게 머리에 뭔가를 꽂았다고 또 안심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뇌가 찔려도 안 죽는 놈들이 많습니다. 뇌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켜야 합니다. 운 좋게 한 번에 찔러서 죽는 경우는 기생형, 그것도 정확히 그 기생형의 활동을 정지시켜야 가능한 일입니다. 권장하는 방법은 머리를 계속 내리치고, 태우는 방법입니다. 아! 태울 때 주의하세요. 이놈들 중 일부는 몸에서 휘발성 물질을 생성합니다. 죽어서 내부에 가스가 차 있는 일도 있고요. 그런 놈들을 태우면 펑! 폭발합니다.”


할 말을 다 했기에 물러나는 것을 멈추고 앞을 정리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끄고 차로 돌아가 총을 꺼냈다. 총은 최고의 도구다. 대구경이 아니면 좀비를 단번에 없애지는 못하지만,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투다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다!


특히 시각형 좀비들에게 좋다. 빠르게 달려오니까.


“후아!”


또 스트레스도 풀린다.


“하하하하!”

-컹컹컹!

“...하하하하하!”

-컹컹!


번개도 총을 쏘면 좋아한다.


*


세 개의 터널 중 중간에 있는 터널은 전기가 살아 있었다. 그곳을 생존지로 정해서 지키는 이들이 있었다. 내 방송을 봤는지 그들은 문을 열어주었다. 공짜는 아니었다. 오는 길에 발견하고 정리해둔 주유소를 털어도 되는지 물었다. 방송을 그들만 본 것은 아니라 말해주자 다급히 차를 몰고 움직였다.


“다음 터널을 뚫는데 협조하겠습니다.”


리더가 제안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터널 사이에 끼어 어쩔 수 없이 머물렀던 것이라 이주하고 싶어 했다. 난 징훙시의 상황을 전달했다.


“원숭이입니까?”

“예. 그게 한두 마리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해치울 수 있습니까?”

“어려워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걸 없애려면 몇 달은 머물러야 한다. 집 걱정에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날 생존 전문가이며 또 구조대로 착각해서 자신들을 지키라는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혹시 그런 요구를 받을까 봐 미리 도망칠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그런 멍청이가 리더는 아니었다.


“징훙까지 같이 가도 됩니까?”

“상황을 보죠.”


리더와 선발된 서른 명이 내 차 뒤를 쫓아왔다. 터널에서 먼 곳에서 차를 세우고 혼자 터널에 들어가 안을 살펴보았다.


‘빅맨.’


녀석을 보고 급히 물러났다. 좀비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딴 모양이 되는지 의문인 개체들이 있다. 원숭이도 그런 편이지만, 대형 종은 도대체 이해가 어렵다. 커져도 한계가 분명히 있는 법이다. 세포분열이 아무리 빠르게 이뤄진다고 해도, 뭔가 있어야 그런 세포를 만들어낸다. 천천히 계속 뭔가를 먹으며 커진다면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다.


“덩치가 큰 놈이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빅맨이라 부른다. 빅맨도 다 같은 빅맨이 아니다. 특징이 각기 다르다.


“감각이 살아 있는 녀석 같았습니다.”


빅맨은 약점이 별로 없는 녀석들이다. 보통 한 가지만 발달하고 다른 감각은 무뎌지는 좀비들과 달리 이 녀석들은 세포분열을 아주 잘 해내선지, 시각이 극도로 발달하거나, 청각도 좋고, 후각도 예민하다. 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의하며 거듭 살핀 뒤 약점을 찾고 그 뒤 해치우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비지테언 사용자가 빅맨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가 있지만, 확정된 진실은 아니다. 현재 세상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종들이 하루에도 몇십 개나 나타나는, 대 변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대진화의 시기라 부르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른 것도 있습니까?”

“빅맨은 좀비를 잘 이용합니다. 잡아 던지는데 쓰는 놈도 있지만.”

“듣기로는 빅맨과 다른 좀비들이 서로 싸우기도 한다고...”

“예. 그건 사자와 하이에나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리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쩌실 겁니까.”


난 가야 한다. 그걸 알고 묻는 것이다.


“해치워야지요.”


좀비들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해 방어벽을 만들고, 생존자에게 유리한 전장을 조성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빅맨이다. 그렇게 벽을 만들려고 소리를 내면 녀석이 달려와 공격한다. 놈과 함께 좀비들도 온다. 그래서 준비된 장소로 끌고 가는 사냥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게 아니면, 화력으로 밀어내야죠.”

“빅맨은 총알도 막는다고.”

“유효한 공격이 아니면 쓰러트리기 어렵죠.”


트랩을 써보기로 했다. 터널 생존자 그룹을 뒤로 멀리 보내고, 앞으로 나가 청각이 예민한 좀비 하나를 몰래 끌고 왔다. 녀석을 유도하느라 작은 소음을 내면서 빅맨이 오는지 살펴야 했다. 그렇게 잡아 온 좀비에게 폭탄을 설치하고 다시 돌려보냈다. 트랩이 터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리모컨을 눌렀다.


-삐익! 삐익! 삑! 삑! 삑!


나도 듣기 싫은 소리에 좀비들은 열광하며 뛰어나왔다. 소리가 나는 대상인 트랩좀비를 잡았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아선지 이내 풀어주곤 했다. 그러나 소리는 계속 나기에 곁을 떠나지 않고 뭉쳤다. 곧 안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며 빅맨이 나타났다.


“느리군. 다행입니다.”


스노우맨처럼 살이 뒤룩뒤룩 찐 놈이었다. 굴러다닌다는 농담을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뛰다가 구르기를 반복해 오더니 좀비 덩어리를 깔아뭉갰다. 녀석은 허우적거리며 소리의 근원을 잡았다. 좀비는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편인데, 녀석은 트랩 좀비를 쥐었다. 그리고 들고 멍하니 보았다.


띡!


콰과광!!


폭탄이 터지며 녀석의 팔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폭연이 사라진 뒤 보니 녀석의 상체가 상당 부분 날아가 있었다. 머리도 반쪽 정도 날아가고, 나머지도 탔는데, 여전히 우뚝 서 있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이 어려웠다.


“아까운 총알.”


타앙!!


대구경 총알이 녀석의 머리를 날렸다. 뒤에 있던 이들이 기뻐하며 나가려 해서 노려봐주었다. 다시 상황을 살피다가 녀석의 가슴에 총알을 두 발 더 쏴주었다. 그제야 녀석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나서지 마세요.”


돌격소총을 들고 앞으로 달려갔다. 폭발에 살아남은 좀비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총알을 갈겨주었다.


퍼펑!!!


갑자기 차량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연기도 나지 않아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나 보니 터널 입구가 훤히 열려 있었다.


“이게 빅맨입니다. 세포가... 살아있습니다.”


빅맨은 재생되고 있었다. 머리가 날아가도 죽는 녀석은 처음 보았다. 뒤로 돌아가 기름을 가져와 뿌리고 태웠다. 태우며 안에 불을 비춰보자,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뒤로 손짓해 생존자들을 불렀다.


“수색하며 진행하죠.”


앞으로 나가며 차량을 살폈다.


“바닥부터!”


일부로 큰 소리를 냈다. 좀비를 유도하는 행위로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겐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래서 난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큰 소리로 설명해야 했다. 여럿이라 좋은 점도 있지만, 이런 면에서는 불편하다. 내 힘을 다 쓸 수 없다는 것도. 차에 시동을 걸고, 그럴 수 없는 것은 기어를 빼서 움직여 길을 확보했다.


“이렇게 공간을 만들면 좀비가 숨을 수 있습니다. 되도록 잘 보이는 곳으로 빼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 작업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가셔야지요.”

“...돌아오며 또 봅시다.”


아직 이성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성적이라서 살아있는 것인가 싶다.


*


보통 도시에서 빠져나가려다 실패해서 다리는 차로 꽉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징훙시로 진입하는 다리는 누군가 싹 치워놓은 것처럼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족 생존그룹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그들이 징훙시를 되찾기 위해 자정 활동한다고 전했었다. 그들이 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나보고 원숭이를 같이 잡아달라기에 거절한 뒤로 연락이 끊어졌으니까.


다리를 건넌 뒤 도로를 따라가다 남쪽으로 이동했다. 다리만 잘 치워져 있고, 그 외의 곳은 정돈 안 된 모습이었다. 징훙시에는 큰 생존그룹이 다섯 개 있다. 협력자들의 그룹은 없기에 그들을 만날 이유도 없다. 협력자 그룹이라고 완전히 믿지도 못한다.


다이족 생존그룹이 말해주길, 골프장을 차지한 쪽은 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 근방에 연화와 수리가 있기에 걱정이 컸다. 어제 왔어야 하는 정기 연락도 없었으니까.


“어디가 어딘지...”


삼각뿔 모양의 골프장의 서쪽을 따라 움직이는데, 수리가 설명한 모습을 한 아파트가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25층. 붉은 지붕. 아이보리색 벽. 옆에서 보니 둥글게 서 있다는 설명도 무의미했다. 차를 멈추고 드론을 띄운 뒤에야 더 남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탕!


드론을 내리는데 누군가 드론을 향해 총을 쏘았다. 방향을 보니 골프장 쪽이었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을 저격하는 실력자가 있구나 싶었다. 못 맞춘 것인지, 경고사격인지는 알 수 없다. 다툴 생각이 없기에 차를 움직였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좌회전해서 가다 보니 주택지 사이로 난 아파트 진입로가 보였다. 노출된 장소라 들어가기 꺼려졌다. 도로 옆에 선 주택들에서 인기척도 느껴졌다.


차를 멈추고 망원경을 들었다. 전망대를 설치하며 위를 뚫어 두었고, 그곳에 기관총을 둘 수 있게 만들었다. 원통형으로 방어벽도 설치했지만, 머리는 보호할 수 없어 군용헬멧을 쓰고 올라가 살펴보았다. 아파트들이 입구 방향으로 서 있었는데, 베란다는 뒤쪽인지 큰 창은 보이지 않았다.


“페인트를 칠하지 못한 건가. 구하기 어렵기는 하지.”


뚜껑을 닫고 내려와 차를 움직였다. 내부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카메라가 찍는 전후좌우를 자세히 보며 천천히 들어갔다. 입구 정면에는 상가가 길게 서 있었다. 3층의 상가 건물 안에도 사람이 여럿 있는 것 같았다. 우측으로 빠져서 들어가자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몇 동, 몇 호냐고.”


중요한 것을 묻지 못한 내 잘못이다. 차를 몰고 움직이던 중, 연화와 수리가 타고 다니던 차를 발견했다. 차로 입구를 막았다고 들었는데, 아파트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창은 깨져있고, 내부는 어지러워져 있었다.


‘습격인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골프장 쪽 개울이 흐르는 곳으로 다가갈 때, 번개가 으르렁거렸다. 차를 멈추고 보니 그놈들이 보였다. 아파트에 매달려 있는 원숭이 떼였다. 놈들은 뭔가를 찾는 듯 계속 같은 곳을 배회했다. 그러다 창을 머리로 쿵쿵 강하게 치기도 했다.


“크다. 번개야.”


팔의 길이가 1.5미터는 되어 보인다. 거미처럼 얇아 보이지만, 몸의 비율 때문에 그래 보이는 것이다. 팔근육이 잘 발달 되어 있었고, 한쪽 팔로 가볍게 몸을 지탱하곤 했다.


저격할까 생각할 때, 베란다가 열리며 누군가 원숭이를 공격했다. 뭐에 찔렸는지 녀석이 상처를 감싸더니 뚝 떨어졌다.


파각!!


떨어진 곳은 개울과 아파트를 나누는 경계벽이었다. 1.5미터 높이의 그 벽에 정확히 떨어진 녀석은 허리가 반으로 꺾였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이 열린 순간 원숭이 한 놈이 제 손을 넣었다. 놈들이 동료가 떨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그곳에 머무르는 이유였다. 총을 꺼내 밖으로 나갔다.


탕!!


한 놈이 총에 맞아서 떨어졌다. 떨어지다 아래쪽 베란다 난간을 잡았다. 녀석들이 날 보았다. 아니,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나쁜 놈들이군.”


탕! 탕!


거듭 총을 쏘자 녀석들이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속 쏘면서 차로 들어갔다. 바닥에 내려온 녀석들은 네 발로 뛰었다. 마치 오랑우탄이 위협하며 달려오는 것 같았다. 팔다리가 길어서 그렇지, 몸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는 컸다.


부우우우!


달려오는 녀석들에게 마주 달려갔다.


퍽! 퍽! 퍽!!


세 놈을 차로 치고 다시 돌리려 할 때, 한 놈이 차에 달라붙었다. 차 정면에는 충각을 달았고, 차체에도 철판으로 강화했다. 차를 앞뒤로 움직이지만, 녀석은 두 다리로 차를 잡고 주먹으로 창을 깨려고 때렸다. 창살을 설치한 곳이 푹푹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대단한데. 아프겠다.”


차를 다시 움직여 일어나려는 놈들을 치고 밟고 다녔다. 그리고 급발진해 달리다 멈추자, 바닥을 굴러다니던 번개가 앓는 소리를 낼 때, 녀석이 떨어졌다. 차에서 뛰어내려 일어나려는 녀석의 얼굴을 걷어차고 권총으로 머리를 쏘았다.


타타타탕!


뒤로 물러나 다시 차에 타서 기다렸지만, 녀석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생충형 같다. 그렇지?”


협력자들은 샘플을 원할 테지만, 싣고 갈 생각은 없다. 어디로 끌고 가서 해부해야 하나 싶을 때, 여기저기서 창을 열고 날 보는 이들이 보였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곤입니다!”


오빠! 소리가 들려야 할 때인데, 잠잠하다.


“혹시 연화나 수리 보신 분!! 연화야! 수리야!!”


힘껏 불러 보지만 소리가 널리 퍼지는 장소는 아니었다. 확성기를 써야 하나 싶을 때, 허공에서 흰 천이 펄럭거렸다.


“백기?”


구호팀으로 착각하고 구조신호를 보내나 싶었다. 칼을 꺼내서 사체들을 토막 내자 날 보는 시선들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백기를 흔들던 곳도 곧 문이 잠겼다.


“이쪽은 아닌가 보군. 누굴까.”


연화와 수리도 아닌데, 원숭이형 좀비를 공격하다니 대단히 용기 있고 지혜로운... 조금은 무모한 생존자가 있구나 싶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머리를 열어보았다.


“기생형이 아닌데?”


혹시 몸에 있나 싶어 살펴보니 있기는 했다. 하지만 뇌가 아닌 다른 장기만 차지한 기생형이 몸을 조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매우 특이한 사례는 있다. 기생형 생물이, 좀비로 만드는 생물과 같은 것이 뇌로 가지 않고 심장을 보호하고 있는 사례다.


그 기생생물은 혈액에 발견이 어렵지 않은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래서 금방 발견되었다. 심장이 약했던 그 생존자는 기생생물의 도움으로 달리기도 할 수 있고, 건강해졌다. 숙주와 공생하려는 기생생물의 본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해석해낸 기생충학자도 기막혀했었다.


“이건 샘플을 확보해야겠군.”


바이러스형이 되면, 기생생물이 내부로 침투하면 공생하지 못하고 한쪽이 사멸한다. 그런데 이처럼 내부에 기생생물이 있고, 바이러스형이 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유전 변이형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가장 멀쩡한 뇌를 꺼내 샘플을 담는 통에 넣고 급속 냉동시켰다. 중요 장기인 심장과 간, 위도 절제해 따로 보관했다. 나머지 몸은 근육의 분포나 신체 구조 등을 카메라에 담고 모아서 태웠다.


“아!”


태우다 하나를 급히 당겨 성기도 적출 했다. 성기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중요기관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로 샘플을 확보하는 것이다.


좀비가 번식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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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징훙 V 22.07.02 33 4 15쪽
» 징훙 IV 22.07.01 36 4 21쪽
103 징훙 III 22.06.30 36 4 14쪽
102 징훙 II 22.06.29 32 4 26쪽
101 징훙 I 22.06.28 40 4 15쪽
100 스며들다 22.06.27 38 3 21쪽
99 돔 II 22.06.26 39 3 22쪽
98 돔 I 22.06.25 45 3 22쪽
97 좀비 시티 II 22.06.24 45 3 22쪽
96 좀비 시티 I 22.06.24 36 3 20쪽
95 종말을 맞이하는 스트리머의 올바른 자세 22.06.23 44 2 26쪽
94 황조 II 22.06.22 39 3 20쪽
93 황조 I +1 22.06.22 35 3 18쪽
92 교차점 V 22.06.21 38 3 19쪽
91 교차점 IV +1 22.06.21 34 3 16쪽
90 교차점 III 22.06.21 34 3 20쪽
89 교차점 II 22.06.21 34 3 13쪽
88 교차점 I 22.06.21 41 2 19쪽
87 나 혼자 살았다 22.06.19 46 3 20쪽
86 변화 V +1 22.06.18 46 2 24쪽
85 변화 IV 22.06.18 35 2 17쪽
84 변화 III 22.06.18 38 2 19쪽
83 변화 II 22.06.18 37 2 21쪽
82 변화 I 22.06.18 39 2 15쪽
81 술래잡기 22.06.17 38 3 22쪽
80 클라라 아일랜드 II +1 22.06.17 44 4 23쪽
79 클라라 아일랜드 I 22.06.17 44 3 22쪽
78 도용 22.06.16 65 3 25쪽
77 불청객 III 22.06.14 51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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