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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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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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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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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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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불청객 III

DUMMY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풀려난 스트리머가 떠드는 것도 그냥 두었다. 라오스와 유지를 속인 PD의 옥중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간 뒤, 나에 대한 비난이 커질 때 영상을 올렸다.


[시사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요?]


녹음된 목소리의 배경에 내가 소득 신고한 자료를 올렸다. 번 것보다 쓴 것이 더 많았고, 금액 대부분이 기부로 잡혀 있다. 내가 콘텐츠를 진행하며 사거나 만든 모든 것은 나중에 라오스의 재산이 된다. 거기에 아라 채널의 수익 대부분은 반딱 마을에 전달되어 학자금과 생활비 등에 전반적으로 쓰인다. 기부금액이 커서 난 환급을 받았다. 내가 낸 부가가치세 일부를 돌려받은 것이다.


곤곤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올라간 뒤, 해당 방송국에 올라간 PD의 영상은 삭제되었다. 날 까던 스트리머들도 급히 영상을 삭제했다.


[그리고 유지는 남았다.]


유지의 모습이 아라와 아일라의 채널에 슬쩍 비치게 했다. 내 영상에서도 살짝 출연하게 했다. 유지의 채널에 우리도 모습을 비춰주었다. 직접 대화하거나 의도해서 뭘 하지는 않았다. 그게 유지가 원하는 전부고, 내게 원한 것이니까.


카메라를 끈 뒤에 우린 대화를 했다. 일부러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집들을 구경시켜주며 나눈 대화가 전부다.


유지는 일주일을 머물고, PD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돌아가 방송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기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비엔티안으로 떠났다.


*


유지는 함께 온 편집자들과 올릴 영상을 우리에게 먼저 공개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세 개의 영상을 올린 뒤 더는 우리와 관련된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깔끔한 사람이야. 유지는.”

“응,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 같아. 자기가 여자 복은 많은가 봐.”


민망해 대화에 끼지 않고 난 조와 집에 대해 상의했다.


“포대? 모래포대?”

“비슷해. 모래보다 흙이 좋아.”

“내 집을 자루를 쌓아 만들겠다고?”


‘넌 판잣집에서 살았잖아!’


“크음, 흥분하지 마. 생각보다 튼튼해. 우리 양곤에서 총알 날아올 때 어디에 피해 있었지?”

“포대?”

“그래, 모래주머니 뒤에서 피해 있었잖아.”

“으음.”

“만들고 나서 봐.”

“나도 대화에 끼워줘.”


아라가 말했다. 그리곤 조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조의 손이 빠르게 움츠러들 때, 그곳에 아에의 손이 나타났다. 아라는 아에의 손을 잡고 날 보았다.


“이래서 대화를 어떻게 해?”

“아에에게 말하면 아에가 전해주겠지.”

“그냥 잡는 것이 편한데. 난 또 아일라에게 통역해줘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대화에 참여한다고 해놓고, 재료를 두고 옥신각신하자 세 사람은 잠든 낭랍을 안고 다리를 건너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보면 안다니까.”

“작게 만들고?”

“에이, 자자. 보여줄게.”


난 포대로 집을 만드는 영상들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Earthbag 이라 불리는 흙포대로 집을 만들게 된 계기를 알려면 1970년대 아폴로 우주 계획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나사에서는 달에 어떻게 집을 지을까 고민했고, 그 방법으로 부댓자루에 달의 흙을 퍼넣는 방법을 구상했다.


현재는 화상 계획에서 쉘터를 구축할 때, 3D프린터 기술을 응용해 화성의 흙을 모아 믹스를 만들어 그걸로 건축하는 방법이 진지하게 연구되었고,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우주?”

“그렇다니까.”

“안전한 것인가?”

“허허, 이런 나무집보다 튼튼하고, 무엇보다 습도 조절이 잘 되지.”


습도 조절이 잘된다. 벽이 40cm 이상이 되기에 방음도 탁월하다.


“낭랍 동생도 걱정 없어. 안 들리니까.”


볼을 붉히며 조가 고개를 돌렸다.


*


흙자루 집을 만들 계획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마땅한 재료가 없어 계속 미루던 것이다. 재료라고 해봐야 부댓자루인데, 이게 친환경적인지 아닌지가 문제였다. 그런 걸 따지지 않는 곳이라면 양파망을 사다 써도 되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을 이용해도 된다. 하지만 내 채널에는 환경감시단 같은 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그들은 내 모든 영상에 환경을 생각하라고 귀찮게 군다. 자신들이 글을 쓰는 동안, 전기를 이용하고, 핸드폰을 만지고, 숨 쉬는 것조차 환경파괴라는 걸 모르는 자들이다.


무시할 수 없는 권력 집단이며, 사람이 선해지고 싶은 욕망을 이용하는 자들이라 경계해야 한다.


사실 그들의 진심 없는 걱정보다는 환경호르몬이나 새집증후군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에코백을 기다렸다. 내가 친환경적인 자루를 구한다고 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덴마크의 회사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친환경 포장재를 내가 원하는 크기로 만들어 보내주었다. 녹말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는데, 보통의 포대보다 튼튼했다. 보내기 전 재단해줄까 묻기에 원하는 사이즈를 말했더니 그에 맞춰 보내주기까지 했다.


“이 회사는 수경 재배한 농산물을 직판하는 곳입니다. 간이 수경재배기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판매하는 물품들을 환경 파괴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겨, 자체 생산한 이런 재질의 포장재를 이용하는 곳입니다. 종이 빨대 등도 생산한다고 하더군요.”


녹말 자루의 단점은 햇빛이다. 그래서 더 좋다. 빛에 노출되지 않게 하면 장기간 형태를 유지해 주니까. 그때가 되면 이미 벽은 단단해져 자루가 필요 없어진다.


“제게 보내준 제품을 현재는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응이 뜨거워서 영업이익이 부쩍 올랐다더군요. 지금부터 만들게 될 흙 자루집은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미리 단점을 말해드리겠습니다. 유지관리입니다. 완벽하게 흙집으로 만들면 계속 외벽, 내벽을 보수해주어야 합니다. 그게 싫으시면 경화제나 수지, 기타 여러 가지를 이용해 단단히 굳히면 됩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완벽하게 형태를 유지하는 집이란 없습니다. 철로 만든 집도 녹이 슬지 않게 페인트를 종종 칠해야 하겠죠? 미리 겁낼 필요 없다고 하는 말입니다.”


또 다른 단점이 있다.


“만들 때 틈을 잘 메워야 합니다. 안 그러면 친환경적인 집이라서 자연의 생물들이 자주 방문하게 됩니다. 만들 때 흙 속에 벌레알이 있는지 잘 골라내셔야 하고요. 안 그러면 벽 속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듣거나, 벽을 뚫고 벌레들이 기어 나오는 장면을 보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만들기 쉽다고 그냥 쌓으면 안 됩니다. 기초가 중요합니다.”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낭랍에게 그리라고 한 집의 형태를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다.


“아이라서 그런지 둥근 것을 좋아하더군요. 호빗 집도 좋아하고.”


원을 크게 그렸다. 또 다른 중심에 말뚝을 받고 원을 세 개 더 그렸다. 원이 만나는 부분이 접합부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낭랍이 그린 꿈의 집을 보여주었다.


“이런 생김새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아 찾아보니 영화 스타워즈에서 그 외계행성? 사막 같은 곳에 있는 거주지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뭘 보고 이걸 그렸는지 묻자 흰 개미집을 말했습니다.”


돌산처럼 뾰족하게 선 모양이 아닌 두툼하게 올라간 형태였다. 거기에 호빗집의 둥글둥글한 면을 더해 만들 수 있을까 싶은 형태의 집을 그려놓았다.


“보통의 공법으로는 무척 까다롭겠지만, 흙자루는 가능합니다. 어떤 형태든지 가능한 것이 흙자루의 특징입니다. 이런 고깔 모양의 집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요. 그럼 입 다물고 파겠습니다.”


원을 따라 1미터 넓이로 땅을 파냈다. 바닥에 시멘트와 흙을 섞은 부대를 쭉 깔았다. 부대는 1미터의 길이에 40cm의 폭을 지녔다. 그걸 두 개 나란히 두고 위로 네 개를 쌓아 올렸다.


“한국의 스트리머께서 이런 원형의 집 바닥에 온돌을 넣으셨더군요. 저도 간단하게 온돌을 놓아 보겠습니다.”


아궁이를 만들고, 연기 빠지는 통로를 바닥을 쭉 돌아가게 여기저기 벽돌과 시멘트로 쌓았다. 굴뚝은 아궁이 반대쪽에 두었다. 큰 편암 덩어리를 조와 함께 옮겨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체로 거른 흙을 올렸다. 흙은 아라와 아일라, 아야가 함께 걸러 주었다. 작업하다 보니 부대에 흙을 넣는 일이 매우 비효율적이라 느껴졌다. 앞으로 계속 흙자루를 만들어야 하기에 난 반자동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건 예전에 폭포에 설치하려고 만들었던 수차입니다. 이렇게 큰 것을 쓸 일이 없어 계속 묵혀두었던 것입니다.”


수차를 개조했다. 손잡이가 달린 작은 흙 통을 매달았다. 반대편에서 흙 통을 채워주면 돌아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 부대에 흙을 넣는 방식이다. 다들 이게 더 불편하다고 한소리씩 했지만, 내가 발전기를 연결해 수차가 천천히 돌게 만들자 기계적으로 흙을 퍼넣고, 넘어온 통 아래에 자루를 잘 두기만 해도 자동으로 흙이 쏟아져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야! 멈춰줘! 멈춰! 허리를 못 펴겠어! 제발!”


문제는 기계를 멈춰야 쉴 수 있다는 점이다. 난 그 일을 낭랍에게 담당하게 했다.


“발로 밟으면 꺼지고, 다시 밟으면 켜지는 거야. 엄마랑 언니들 힘들어 보이면 꾹, 알았지?”

“테헤헤.”

“장난치지 말고. 그러다 엄마 아프면 낭랍 슬프겠지?”


장난칠 생각이 가득하던 눈빛이 차분해졌다.


작업을 편하게 하려고 다 같이 흙부터 골랐다. 내가 땅을 파내고 거기서 나온 흙을 아라와 아일라가 옮겼다. 채를 든 조가 제일 바빴다. 흙을 채에 올려 흔들어 털고, 자갈과 돌은 옆으로 던지고, 바닥에 모인 흙은 한쪽으로 밀어 놓는다. 고운 흙이 산처럼 쌓였을 때 난 다시 시멘트를 섞어 만든 부대를 따로 만들었다. 다른 쪽에는 모래를 섞었다. 시멘트를 섞은 것은 단단하고, 굳으면 따로 지지대를 두지 않아도 모양을 유지한다. 힘을 많이 받는 부분에는 그 부대를 썼다. 모래와 흙을 섞은 것은 일반적으로 썼고, 모래와 흙에 시멘트까지 넣은 것은 특별한 부위들, 앞으로 툭 튀어나온 창턱이나 문틀 위쪽에 썼다.


“부댓자루들의 결합을 돕기 위해 보통 이런 가시 철조, 철망을 씁니다. 부위에 따라 곧게 올라가는 곳에는 가시철사로 충분하지만, 조가 불안해해서 거기에 이 철근을 넣겠습니다.”


철근을 먼저 설치하면 부대를 올릴 때 힘들기에 일정 높이를 쌓은 뒤에 찔러넣었다. 철근을 지나가는 가시철사와 붙이고, 위아래에 있는 철근도 되도록 연결했다.


“부댓자루를 쌓으며 꼭 이렇게 꾹꾹 눌러야 합니다. 너무 강하게 때리면 부대가 터지니 적당한 힘으로 눌러야 합니다. 힘의 강도가 다르고 자루가 일정한 모양을 가지지 못하기에 저처럼 자른 자루가 아니라, 길게 연결된 자루에 계속 흙을 채우며 벽을 만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사용하기 편하기에 이렇게 자른 부대를 사용하는 것이고요.”


밤에는 다음날 할 작업에 대해 모여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을 먹고 시작한 토론은 9시가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쟁점은 내가 넣고 싶은 중앙 집의 주 기둥이다. 아에와 조는 집 중앙에 커다란 통나무가 있으면 보기 좋지 않다고 주장했고, 나와 낭랍은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라, 아일라. 결정해줘.”


결국 다수결로 정하기로 했다. 아라와 아일라가 신중하게 고민할 때, 낭랍이 졸린 눈을 비비며 조에게 다가가 안겼다.


“미끄럼틀. 가지고 싶어.”


그것으로 끝났다. 낭랍이 원하는 것이 뭔지 깨달은 아에도 더 고집부리지 않았다. 난 눈을 감으며 살짝 윙크하는 낭랍에게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


숲에 죽은 나무들이 많다. 최근에 죽은 녀석이 있는데, 벼락 맞아 박살이 났지만 제법 형태를 유지한 녀석이다. 번개 맞고 자란 나무는 튼튼하다는데, 녀석은 새싹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이 완전히 죽은 것 같았다. 가지까지 달린 형태 그대로 잘라내고 조와 끌고 밀며 가져왔다.


“흉한데?”

“다듬어야지.”


조와 함께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부서진 부분을 다듬었다. 살릴 수 있는 가지는 그냥 두고, 속이 탄 가지는 잘라냈다. 그리고 속을 팠다. 장식장으로도 쓸 수 있게 안을 파자 아에가 좋아했다. 칠을 하고 다 같이 달려들어 중앙 집 중앙에 세웠다.


“저 위로 철주(서까래가 연결되는 짧은 기둥)를 올릴 거야.”

“원형 지붕이었구나?”

“여기는 원형 지붕을 만들고, 나머지 세 곳은 들여쌓기로 탑 형태로 만들 거야.”


허가서도 필요 없기에 이렇게 실시간으로 디자인이 변경된다. 그것이 자작 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


정부 관리가 연락을 해왔다. 대규모 프로젝트라 영상을 나누어 올렸는데, 그걸 보고 연락해온 것이다. 만드는 모습을 촬영해서 교육자료로 쓰고 싶다고 했다.


“내 영상을 그냥 쓰면 되잖아요.”

-자세히 남기고 싶어서 그렇다는데요.

“난 일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호랑이도 있고.”


호랑이를 강조했다.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내가 무인 카메라를 여기저기 설치해 보안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몰래 숨어들어와 찍을까 싶어서다. 그런 짓을 하다간 개나 호랑이에게 혼나겠지만, 죽거나···. 번개는 이제 호랑이에게 내성이 생겨서 안겨서 핥아져도 죽는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약간 귀찮다는 듯, 체념하듯 한숨을 내쉴 뿐이다. 산책하러 같이 나가는 모습도 보았다. 번개와 호랑이가 순찰해주니 침입자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그럼 짧게 만드는 모습만 촬영해도 안 될까요?


“흠, 알았어요. 최소한의 인원만 오라고 하세요.”


라오스 국영방송사는 예의를 잘 지켰다.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미안할 정도로 굽신거렸다. 내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을 때, 카메라를 내리고 급히 꿇어앉기까지 했다. 조를 불렀을 뿐인데.


그들이 있는 동안 우리는 힘을 숨기느라 고생했지만, 덴마크의 에코 기업의 제품도 더 많이 팔리고, 우리 구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다. 라오스에 집짓기 열풍이 불어서 관련 재료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안 좋은 일이다.


*


흙자루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도리다. 흙자루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 놓는 도리를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돌풍이 종종 부는 곳이라 벽과 지붕이 하나가 되게 연결하면서도 흔들림이나 기타 충격에서 지붕과 벽이 따로 놀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부서져도 지붕까지 내려앉지 않을 테니까. 서까래와 도리를 연결하는 부위에 만들어진 기성 제품을 사용한 이유다.


창과 문은 고물상에서 가져온 재활용품이고, 목재는 직접 만들었으며, 지붕은 낭랍의 소망대로 잔디를 올릴 예정이다. 벌레가 생겨도 괜찮다니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벽을 쌓으며 난 군데군데 잼을 담았던 유리병을 넣었다. 뭐 하는 짓이냐고 조가 화내고, 아에가 쑥쑥 뽑아버리려 했지만, 난 고집을 부렸다. 벽과 지붕을 완성하고, 전체적으로 흙을 바를 때에도 유리병의 바닥에 칠하지 않게 했다. 벽을 다 칠한 뒤 안으로 들어가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작은 창이구나.”

“예쁘다.”


내가 유리병을 넣은 곳의 포대는 가장 강하고 형태가 잘 유지되는 흙+모래+시멘트 포대다. 벽을 쌓을 때 물을 뿌리며 흙을 다지는데, 그때 물을 흡수해 굳어진다. 유리병을 빼내도 같은 크기의 구멍이 남는다.


“뚜껑을 닫으면 어두워져.”


모아 둔 뚜껑을 주자 다들 달려가 유리병을 꼭꼭 막았다. 그러자 창틀과 문틀, 천창의 빛을 빼고 빛이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천창으로 인해 충분히 밝지만, 작은 빛은 중앙에 있는 통나무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바닥은 어떻게 마무리할 거야?”

“시멘트를 깔까 하다가 옛 방식대로 흙을 다지려고.”

“단지?”

“잘 다진 흙바닥은 먼지도 안 쓸려 나와.”


단순히 흙만 넣고 다지는 것이 아니라 가루 석회를 섞는다. 모래도 섞는데 비율이 중요하다. 정확한 비율을 찾지 못하면 갈라지거나 푸석해진다.


“이미 흙을 깔았는데 또 흙을 깔아?”

“다른 흙이야. 구들장 깨지지 않게, 조, 힘 조절해.”


바닥을 다지고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아에가 장판이라도 깔고 싶어 했다. 온돌바닥이라 타일을 넣으면 타일이 들뜰 수 있다. 잘하면 되지만 잘하는 것이 어렵기에 장판을 깔기로 했다.


안쪽 벽에 흙을 바르며 서까래와 도리 사이의 뜬 틈을 철저히 막았다. 라오스는 열대기후의 지역이라 보통 지붕을 띄운 채 그냥 둔다. 지붕을 높여 더운 공기를 배출하는 통로로 쓴다. 단열이 안되는 집에 살기에 그렇게 짓는 것이다. 곁에 선 나무가 일차로 지붕을 해주고, 지붕을 이중 구조로 만들어 중간에 공기층을 만들었다. 그곳에 숯과 모래를 넣어 단열재로 삼았다. 이 방식도 한국의 스트리머에게 배운 것이다.


합판으로 마감한 지붕에 방수 패드도 깔았다. 애써 지은 집에 누수가 있으면 안 되니까. 잔디를 올리기 위해 지붕 끝 처마에 흙받이를 만들었다. 흙받이에는 배수를 위한 구멍을 많이 뚫어두었고, 그 위에 자갈을 깔고 흙을 얇게 넣었다. 그리고 잔디를 올렸다. 지붕 중앙의 천창은 반구형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고물상에서 주웠다. 배에 쓰이던 것 같지만 정확한 출처는 고물상 사장님도 모른다.


중앙 집을 완성한 뒤 중앙 집의 벽체 높이로 쌓고 멈췄던 3개의 별실을 작업했다. 들여쌓기로 포대를 조금씩 안쪽으로 쌓아 꼭짓점에서 만나게 하는 방식이다. 불안해하는 조를 위해 위쪽의 경사진 포대들은 철근을 넣고 철망까지 써서 고정해 주었다. 외부에 흙을 붙이기 전, 안으로 들어가 벽을 따라 나무를 박아넣었다.


“뭔가?”

“계단.”


높은 곳에 환기+전망창을 만들었다. 그곳까지 올라가는 발판을 벽에 붙여 만든 것이다. 난간도 설치한다니 그제야 조가 안심했다. 벽에 찔러넣는 나무 발판을 보고 아에가 부엌이 될 곳에도 그런 것을 많이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싱크대를 만들고, 찬장도 여러 개 만들어준다고 하자 더는 요구하지 않았다.


한 달이 걸려 집이 완성되었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가구를 만들어 넣고, 내외부를 꾸며야 한다. 흙과 점토로 벽에 여러 조각을 새기고, 색을 넣은 점토로 집을 화려하고 예쁘게 꾸몄다. 그런 작업에 난 관여하지 않았다. 창문을 붙이고, 틈을 막고, 가구를 만들어 넣느라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돌고래가 많은 것은 낭랍의 의견이 많이 적용된 탓일 것이다. 호랑이와 개, 고양이, 물고기도 여기저기에 만들어졌다.


“필요한 것은 차차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온돌바닥은 성공적입니다. 온도계로 체크 해봤는데 고르게 열이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조의 집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저는 다시 새로운 집... 인가? 노천온천탕과 사우나를 만들겠습니다. 사우나는 습식사우나로 돌을 데우고, 그곳에 물을 뿌리는 방식입니다. 좋은 목재를 쓰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군요. 제가 전부터 말리던 나무들이 있긴 하지만, 과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지면 돌로 내부를 꾸민 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새로 만든 집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으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먹방계의 신성인 두 아이도 당연히 초대해 앉혔다.


이곳이 내 집이다. 내가 초대한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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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징훙 I 22.06.28 40 4 15쪽
100 스며들다 22.06.27 38 3 21쪽
99 돔 II 22.06.26 39 3 22쪽
98 돔 I 22.06.25 45 3 22쪽
97 좀비 시티 II 22.06.24 45 3 22쪽
96 좀비 시티 I 22.06.24 36 3 20쪽
95 종말을 맞이하는 스트리머의 올바른 자세 22.06.23 44 2 26쪽
94 황조 II 22.06.22 39 3 20쪽
93 황조 I +1 22.06.22 36 3 18쪽
92 교차점 V 22.06.21 38 3 19쪽
91 교차점 IV +1 22.06.21 34 3 16쪽
90 교차점 III 22.06.21 34 3 20쪽
89 교차점 II 22.06.21 34 3 13쪽
88 교차점 I 22.06.21 41 2 19쪽
87 나 혼자 살았다 22.06.19 46 3 20쪽
86 변화 V +1 22.06.18 46 2 24쪽
85 변화 IV 22.06.18 35 2 17쪽
84 변화 III 22.06.18 38 2 19쪽
83 변화 II 22.06.18 37 2 21쪽
82 변화 I 22.06.18 39 2 15쪽
81 술래잡기 22.06.17 38 3 22쪽
80 클라라 아일랜드 II +1 22.06.17 44 4 23쪽
79 클라라 아일랜드 I 22.06.17 44 3 22쪽
78 도용 22.06.16 65 3 25쪽
» 불청객 III 22.06.14 52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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