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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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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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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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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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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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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목격자

DUMMY

사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 앞 건널목. 건너편에 환하게 불 켜진 편의점을 그는 눈여겨보았다. 이 시간에 문을 잠그고 화장실에 가는 알바생이 있나 살피는 것이다. 꼭 내가 나서는 시간에만 갈까 싶은 생각을 하지만, 꺼내 불평을 토로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오늘은 운이 좋은지, 알바생의 장이 건강을 되찾았는지 자리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 이전보다는 이른 시간에 왔나 생각했다.


그는 어제오늘 처음 외출한 것이다. 전날 낮에 온 비를 보지 못했기에 아스팔트의 색이 유독 검다고만 생각할 뿐이다. 사람이 없는 새벽이지만 그는 자연스레 바닥으로 시선을 두었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건넬지, 인상 쓰며 노려볼지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출을 위해 그는 깨끗한 옷을 꺼내 입었다. 옷에서 나는 좋은 향기에 그는 미소 지었다. 사흘 만에 감은 머리도 단정히 빗었다. 이 정도면 사회의 일원과 그리 다르지 않겠지.


신호등 색이 변한 뒤, 그는 습관처럼 차량용 신호등부터 살폈다. 운전을 자주 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자신이 두 발로 서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본 것이다. 좌회전 신호와 동시에 건널목 보행신호등이 푸르게 변했다. 그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편의점에서 해야 할 행동과 말을 떠올리며 걸었다. 자주 해온 일이지만, 혹시라도 나쁜 인상을 줄까 봐, 그래서 귀찮은 일에 얽힐까 조심하려는 것이다. 그러며 알바생이 현재 지녔을 스트레스 지수까지 떠올린다. 과한 생각이라며 쓰게 웃던 그는 그런 모습을 누가 볼까 급히 표정을 감췄다.


“어서오세요.”


그는 작게 화답하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나이는 자기보다 어린 알바생이라는 건 알지만, 상대에 맞춰 예의를 취하는 것이다. 결코 겁이 많아 그러는 것이 아닌,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얽히지 않으려는 계산이었다.


“담배 주세요.”


담배의 명칭을 그는 줄여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혹시라도 되물을까 봐, 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며 강하고 짧게 담배가 가지고 태어난 명칭을 모두 내뱉었다. 그런 그를 힐끔 보곤 알바생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생각에 따라 비웃음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는 애써 그를 무시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그는 문 앞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겨울이라 해는 7시가 넘어 뜬다. 그때까지는 그가 안정감을 느끼는 밤이 지속될 것이다. 조금 걸을까. 짧은 고민 끝에 그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를 택했다.


다시 횡단보도 앞에 선 그는 이 시간이 대부분 인간이 잠드는 시간이라는 통계를 떠올렸다. 그걸 어디서 봤는지 고민할 때, 삼거리의 신호등이 바뀌었다. 그는 신호에 맞춰 서서 지나가는 차량의 수를 세었다. 너무 앞에 섰나 싶어 슬쩍 물러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새벽이라 어기는 이가 있을 법하지만, 오늘 그가 본 차량은 모두 신호를 잘 지켰다.

규칙을 지키는 차를 보며 돌아가 할 일을 떠올리던 그가 건너편의 보행자를 눈여겨보았다. 비틀비틀 발걸음이 심상치 않았다. 술에 취한 것임을 그는 금세 눈치챘다. 이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지만, 상대의 체격이나 반동 등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상대와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평소의 규칙을 깨고 횡단보도 왼쪽으로 위치를 이동해 섰다. 상대방이 반대쪽에 섰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 술에 취하면 이성을 잠재우고 본능만 끌어낼 수 있겠지.’


최근 그가 몰입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와 연관된 것을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각종 매체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답지 않게 진지하게 고찰 중이다. 남들에게 꺼내 묻거나 화제로 삼기 어려운 것이고, 그럴 상대도 없기에 그는 혼자 즐기듯 그것과 관련된 많은 것을 접하고 공부하는 중이다.


지금도 알코올과 그것의 연관성에 관한 생각을 하느라 건너편 그가 경계한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보지 못했다.


‘알코올로 본능을 끌어내는 것은 어렵겠어.’


술이 가져올 부작용, 수면욕과 운동능력 하향등의 악영향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그제야 건너편 상대의 존재를 떠올렸다. 취한 사람은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와 같구나. 그는 상대에 대한 호감을 느꼈다. 이성이 마비되어도 사회적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 여겼다.


호감이 생기자 그는 마음껏 상대를 관찰했다.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8차선 도로라 안심하는 것이다. 관찰하다 그는 또 자신과 공통점을 발견했다. 취객이 보행신호등이 아닌 삼거리의 좌회전 신호를 주는 신호등을 보는 걸 발견한 것이다. 운전을 많이 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그는 다시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 취한 채 호기롭게 운전하는 이를 그는 경멸한다. 그걸 말리다 싸움도 자주 벌였다. 상대도 자신처럼 취하면 대리를 부르거나 운전대를 잡지 않는 부류라 여긴 것이다. 그러다 문득 상대방이 차가 없는 사람일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또한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안전을 위해 여러 신호를 살피고 한 박자 늦게 움직이지만, 건너편 사람처럼 자동차용 신호를 보는 이들은 대체로 예측 출발을 하기 위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보행신호가 변하지 않았는데, 건너편 사람이 갑자기 도로 위로 발을 내밀었다. 그는 순간 신호등이 고장 났나 싶어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며 그도 모르게 발을 움직였다. 보행신호는 붉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빠르게 위쪽에 설치된 차량용 신호등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주황색 등이 켜져 있었다. 그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끼익!!! 텅!


옅은 비명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는 뒷걸음질 치다 넘어질 뻔했지만, 눈은 날아가는 사람의 몸을 따라가고 있었다.


퍽!


바닥에 사람의 몸이 떨어져 튕겨 오른 뒤, 그의 눈은 원인 제공을 한 차량으로 향했다. 공무수행이라 쓰여 있는 분리수거용 차량이었다. 트럭의 짐칸에는 뚜껑이 덮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많은 것이 쌓여 있었다. 급히 멈추며 일부가 떨어져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는 사고를 목격한 경험이 있지만,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떨어진 사람의 팔다리는 꺾여선 안 될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고, 어디가 터졌는지 피가 사방에 뿌려지고 있었다.


사람은 훈련을 통해 반응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건 인식범위 내의 일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은 이들이라면 그처럼 멍하니 서 있기만 할 것이다. 몇 초, 혹은 몇 분 동안은.


행동은 사고를 목격하지 않은 이들이 더 빠르다.


사고 소리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밖을 보았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급히 뛰어내렸다. 사고를 본 차량의 주인들이 비상등을 켠 채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오거나, 창을 내려 살펴본다. 그런 가운데 무시하며 사고자를 피해 지나가는 차량도 있었다. 거리는 숨죽인 혼란을 맞이했다.


그 모든 광경을 그는 짧은 사고의 정지 이후 인식해냈다.


“...커헉! 헉. 헉.”


그는 숨을 멈추고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이 넘어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은 바삐 움직였다. 처음엔 억지로 돌아간 팔다리를 지닌 사람에게, 그 뒤에는 사고를 낸 운전자였다. 운전자는 어디론가 전화하며 울먹이고 있었다.


‘나였을 거야.’


취객이 움직였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라 움직였다. 1차로로 달려온 차량은 급히 움직여 중앙선을 넘은 취객을 치어버렸다. 만약 그가 돌아보며 신호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보고 바로 몸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사고에 휘말렸을 것이다.


날아간 사고자는 보행로 가까이에 있었다. 대여섯이 사고 차량 근처에 서 있었고, 편의점 앞에도 아르바이트생과 두 남녀가 서서 구경만 하는 중이었다.


-일일구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일일구! 일일구 불러요! 빨리요!


말만 할 뿐 그녀는 손에 쥔 핸드폰을 쓸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휴대폰을 꺼냈다.


-여기 방화동 사거리 옆인데요! 사고가 났어요! 예? 예! 사람이 쓰러졌는데요.


사고자는 종종 경련할 뿐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도로 끝 우수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피의 양으로 볼 때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양이었다.


사고자가 쓰러진 곳은 삼거리 신호등 바로 아래쪽이었다. 횡단보도에서 10미터는 떨어진 곳이다. 신호가 바뀌었지만, 그는 건너길 포기하고 사고자에게 다가섰다. 아무도 다가서지 않고 있었다. 무슨 용기가 났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평소에 그는 공포영화도 못 본다. 엽기 게시물도 꿈에 나올까 봐 무서워 보지 못한다.


숨을 쉬는 것 같지 않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째서 곧장 날아가지 않고 우측으로 치우쳐 날아갔는지 따위를 생각하던 그는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다가선 그는 사고자의 신체를 함부로 굴리거나 만지면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떠올렸다. 뒤집거나 만지지 않고 그는 얼굴이 있는 방향을 살폈다.


머리 일부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함몰된 곳을 살피던 그는 목이 어깨 안으로 푹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얼굴 전체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짓눌러 터진 곳은 머리이고, 정수리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왜 얼굴에 피가 가득한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두 눈 중 하나는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시신경이 매달린 그 눈을 보고, 그는 살짝 튀어나온 왼쪽 눈을 보았다. 생기 없이 눈은 떠 있었다.


죽은 것일까. 눈을 뜬 채로 기절한 것일까.


-어때요?

-괜찮아요?

-죽었습니까?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대답하기 귀찮았다. 직접 와서 보지 않고 물러난 채 보는 사람들의 행태가 얄밉기도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이 왜 당신들에게 중요한지 되묻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본 구경꾼들이 다시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는 눈을 돌려 보도의 경계석에 걸터앉은 운전자를 보았다.


운전사는 머리를 끌어안고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울 때가 아니잖아.’


그는 운전자가 물으면 대답해주려 했다. 운전자는 알아야 하니까. 그러나 운전자는 자기애에 빠져 다른 것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사고자를 보았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만지지 않고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본 것이다.


‘죽었군.’


어떤 미동도 없었다. 경련도 사라졌다. 꺾인 몸을 한 채 그대로 굳어버리려는 듯, 피도 더는 흐르지 않는 듯했다. 그제야 그의 몸에 반응이 일었다. 그는 몸을 떨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 뒤늦게 나타났다. 그는 더는 사고자를 볼 수 없어 몸을 일으켰다. 왜 보고 있었나 후회가 일었다. 그 순간 그의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무언가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며 그의 눈이 움직였다. 천천히, 사고자의 눈을 향해서. 그리곤 급히 물러났다.


-왜, 왜 그래요!

-꺄아!

-아, 씨발! 놀랐잖아! 소리 지르지 좀 마!


그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구경꾼들의 소음도 그는 인식하지 못했다. 멀어져야 한다.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적당히 멀어진 뒤, 사고지점인 횡단보도까지 멀어진 뒤에 그는 왜 자신이 그토록 놀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였지.’


그는 생각을 더듬었다. 그런 그를 보고 구경꾼들이 투덜거렸다. 그가 자신들을 놀리려 과장된 행동을 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걸 속에 두지 않고 꺼내 말하는 그들의 말도 그의 생각을 깨우지는 못했다.


‘눈···?’


그는 사고자의 눈을 떠올렸다. 처음 본 죽은 눈빛과 이후 본 눈의 차이점을 조금씩 깨달아갈 때였다.


-어, 움직였다!


누군가의 말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사고자의 몸이 꿈틀거렸다.


-살았다!


누군가 외쳤고, 모두 환호했다. 누군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런 오지랖이 넓은 이는 또 있었다. 운전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사고자에게 데려가는 이가 있었다.


-자자, 가 봅시다.

-내가 신고했어요! 곧 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자기가 119에 신고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람이 제멋대로 꺾여 있다. 환호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 기이한 분위기보다 그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은 사고자의 눈이었다. 그 눈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털이 곤두섰다.


‘떨어져···. 위험해.’


외치려 했다. 그는 떨리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목을 무언가가 움켜쥔 것처럼 그의 목에선 쉰 소리만 흘러나왔다.


“떠.”


-오오! 일어난다!


그의 떨림이 멈췄다. 그의 커진 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사고자에게 고정되었다. 일어났지만 사고자는 금세 쓰러졌다. 그러자 다가서는 이들이 늘었다.


-앉아 계세요.

-아니지. 이럴 때는 누워야지.

-그런가?

-구급차 곧 옵니다! 조금만 견디세요!


아르바이트생의 씩씩한 목소리에 그는 짜증이 치솟았다. 왜 모르지. 왜 다들 다가가려 하지. 그러면 안 돼. 물러나. 도망가. 기이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를 제외한 공간에서 펼쳐졌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조금씩 힘주어 움직이려 하지 않는 다리를 끌고 뒤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가지 마. 더 접근하지 마. 물러나, 제발. 제발···.


그들은 볼 수 없었다. 사고자는 비틀거리면서 계속 뒤돌아 있었다. 고개를 떨구고 있어 어깨를 잡고 앉히려는 이도, 누워야 한다고 자기주장을 펼치던 이도, 몰래 사고자와 자신을 카메라 안에 넣고 사진을 찍는 커플도, 늘어나는 구경꾼에게 자신이 구조대를 불렀음을 자랑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볼 수 없었다.


‘그건···. 인간이 아니야!’


외칠 수 없다. 그는 목을 잡았다. 가슴을 쳤다. 그가 본 사고자의 눈. 그는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지만, 본적 없는 살인마나 흉악범의 눈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겪어 본 적 없는 공포에 질려 그는 사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답답해하며 살기 위해 조금씩 물러날 뿐이었다.


“물!”


적당한 거리가 되었나 보다. 막혔던 그의 목이 틔었다.


“물러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열 사람 중 셋뿐이다.


“물러나라고! 위험하니 물러나!!”


그의 외침에 더 많은 이들이 돌아보았다.


-돕지는 못할망정···.


누군가 말했다. 힐난의 눈빛이 점점 늘어났다. 사고자를 제일 먼저 살핀 것은 그였다.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그는 화도 나지 않았다. 오직 한가지 목적으로 그는 다시 외쳤다.


“도망가라고! 만지지 말고 물러나!!”


-...미쳤나.

-어쩐지···.


이젠 정신이상자로 보는 눈빛이었다. 그런 눈도 관심도 그에게서 사라졌다.


-예, 여기 방화동 쪽 사거리요.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이 들려왔다.


“도망가! 어서!!”

“거, 시끄러워요!”


통화 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이 그에게 소리치며 눈을 부라렸다.


“예? 아니, 사거리가 아니라 삼거리 횡단보도요. 네, 칠성편의점 앞 도로요. 제가 거기 알바입니다. 최초 사고 목격자고요.”


-어허, 앉으라니까.

-눕혀야 한다면서요?


일어나려는 사고자와 그를 힘주어 앉히는 사람들. 어느새 그들과 함께 사고자를 다독이는 운전사를 그는 멍하니 보아야 했다. 더 떠들면 욕이라도 할 분위기였기에.


“네, 살아있어요. 움직임이 멈췄기에 죽은 줄 알았는데요. 살아있더라고요. 예? 아, 팔다리가 이상하게 꺾이고, 머리도 푹 들어갔는데요. 자꾸 일어나려고 해서 사람들이 앉히는 중이에요. 아, 보이네요. 여기예요!”


손을 흔들며 도로로 다가서는 아르바이트생 뒤로 사람이 솟아올랐다.


퍽!


바닥에 떨어진 사람은 부러져 튀어나온 뼈를 본 뒤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영진아!”


그녀의 남자친구가 급히 달려올 때, 비명이 터졌다. 놀라 쓰러진 사람들 덕에 그는 돌아선 사고자를 볼 수 있었다. 아래로 축 늘어진 눈알을 그는 자신의 눈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그를 보고 구역질을 하는 이가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현장 분위기가 이상한지 밖으로 나오며 구조대원들이 물었지만 아무도 답할 수 없었다.


“여기! 여기부터! 영진이 다리가! 저 새끼가! 저 새끼 죽여버린다!”


여자의 애인이 벌떡 일어났다.


“아악!”


여인의 비명에 그는 구조대원들을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여기 다친 사람 안 보여!”


“...사고자가 둘입니까.”


구조대원이 묻자 남자는 또 화를 터트렸다.


“그게 중요해! 피가 나잖아!”


한숨을 쉬며 질문을 던진 구조대원이 뒤에 선 대원에게 눈짓했다. 그녀가 여자에게 다가서자 그녀의 애인이 다시 일어났다.


“저 새끼 가만 안 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편의점 옆 공터에 있던 빗자루를 찾아 들었다. 발로 분질러 잡은 그는 바로 비틀거리는 사고자에게 달려갔다.


“이 개새끼야!”


말릴 사이도 없이 사고자의 어깨를 때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사고자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게 남자를 기분 나쁘게 했다.


“이 새끼가. 죽고 싶어!”


남자가 다시 팔을 올렸다.


퍽!


그리곤 그대로 멈췄다. 남자의 머리가 뒤로 꺾인 상태였다. 그를 가장 먼저 본 것은 사고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그였다.


털썩!


남자가 쓰러진 뒤에야 사람들은 이상을 깨달았다. 훈련받은 구조대원들도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는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도와줬더니 이게 무슨 짓이야!


오지랖 넓은 이가 나섰다. 그가 다가설 때, 사고자의 팔이 휙 움직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다가서던 이가 바닥을 굴렀다.


“...아악!”


벌린 그의 입에서 이빨이 우수수 쏟아졌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한 여성이 뛰었다. 그 순간 멈춰 서 있던 사고자가 그녀를 쫓아 달렸다.


“도망···!”


퍽!!


외칠 필요가 없었다. 도망가던 여인에겐 일행이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여인을 쫓는 사고자를 차로 쳐 버렸다.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깨달은 듯 운전석에서 급히 나왔다.


“이건. 이건···.”

“가! 저 사람 미쳤어! 자기야, 어서 가자!”

“가시면 안 됩니다!”


구조대원이 뺑소니 현행범 운운할 때였다.


-일어났다!


사고자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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