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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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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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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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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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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스며들다

DUMMY

예전에 직장생활을 하며 차를 몰고 다닐 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배 기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현재는 익숙해진 것이 낯선 시기가 있었다고. 내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생수 사 먹는 것이 이상했지.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고 상상도 못 했었는데.

-담뱃값이 이 지경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뒤에는 사라진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나중에 며칠이 지난 뒤에 내게도 그런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배송을 마치고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렀다가 내가 좋아하던 빵이 다시 출시된 것을 보았다. 그걸 보며 요즘 아이들은 이 캐릭터들을 알까 싶었다.


-우어어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심장이 크게 뛰고 몸이 떨릴 정도로 흥분했었다. 그래서 해부도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사냥꾼들과 함께 국경 인근의 나무를 베기까지 했다. 그 나무로 장벽을 만들었다. 넓은 산림지대를 그렇게 다 막을 수 없다. 막으면 다른 길로,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 많은 사냥꾼의 지적에 우린 길을 만들었다. 좀비도 감각은 있고, 걷고 뛰는 것이다. 좀비는 생물의 정의를 바꿔야 할 존재다. 죽었다가 뭔가에 지배되거나, 새로운 형태, 습성으로 살아가니 생물은 생물 아닌가?


아무튼 생물이니까, 좀비는 일부로 험한 곳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길이 있는데 굳이 절벽으로 오르는 것은 아주 영리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추적을 따돌리고, 몰래 습격하려는 녀석이 아니라면···. 그런 녀석이 없기만을 바란다.


길을 만들자 그곳으로 좀비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사냥꾼들이 초소에서 총알 한 방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녀석들이다. 대신 꼭 소각해야 한다. 기생충 형이나 감형 형 모두 다른 생물을 통해 변이되어 전파될 수 있다. 사냥꾼의 초소에 큰 소각로를 만들었다. 그런 소각로를 두세 곳 만들었다. 옮기는 도중에 균이 퍼질 수 있으니까.


푸른 융단 같은 숲의 바다 위로 검은 연기가 늘 치솟고, 재가 날려 주변이 뿌옇게 변했다. 그 풍경도 익숙해졌다. 그 무렵, 다른 지역에서도 좀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캄보디아도 베트남과의 국경선을 강화하겠다고 국민을 다독였다. 그러며 라오스에 협력하겠다는 말도 전해왔다. 라오스가 뚫리면 지켜야 할 국경선이 더 넓어지니 함께 막자는 의도였다. 그건 태국도 마찬가지였다. 미얀마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며 베트남 방어선에 협력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또 그런 외교 협력은 말이 나오자마자 시작되지 못한다. 이것저것 따지는 사이 중국에서 대량의 좀비 사태가 발생했다. 시작은 청두시. 중국 서쪽 최대 도시였다. 그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남부 최대 도시 쿤밍에서 또 대량의 좀비 사태가 발생했다. 청두에서 쿤밍까지 600km가 넘는다. 전파가 아닌 자체 발생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쿤밍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국경에서 3~400km 떨어져 있는 도시다. 또 인구도 많다. 쿤밍에만 4백만이 산다. 그 주변까지 합치면 천만은 가볍게 넘어간다.


베트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인도에서도 터졌다. 뭄바이다. 뭄바이는 섬이었는데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한 곳이다. 그래서 다리 등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 일찍 움직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인구 1,500만 이상이 거주한 그 땅에서 쏟아져나온 좀비가 인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인도와 중국 정부가 최선을 다해 방어선을 만들고 고립시켰다고 떠들고 있지만, 내게 들어오는 제보는 영 딴판이다. 피난민과 좀비가 뒤섞여 도로를 따라 인도 전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행렬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 좀비인지 알 수 없다며 울먹이는 제보자의 말이 와 닿았다.


‘남의 일이 아니야.’


조와 교대로 우린 24시간 숲을 감시한다. 사냥꾼의 초소에 둘 중 한 명은 가 있곤 했다. 피로가 쌓여 졸고 있던 내 귀에 총성이 들렸다.


타다당!


삼연발이다. 총알을 아끼려고, 소음을 줄이려고 보통 단발로 쏜다. 세 발은 신호다. 많다는 뜻이다. 창을 쥐고 달렸다. 오리지널 좀비들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에 나도 방어구를 입고 긴 창으로 거리를 두고 좀비를 해치운다. 달려가니 길에 만든 초소를 건너뛰며 사냥꾼들이 몰려오는 좀비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난 급히 한쪽에 둔 통나무를 들고 외쳤다.


“물러나!”


앞쪽 초소에서 빠져나와 달려온 사냥꾼들이 통나무 옆 초소로 올라갔다. 통나무를 당겨 벽을 만들자 좀비들이 곧 달라붙었다. 다낭산 기생충 좀비들이었다. 빠르고, 감각이 대부분 살아있다. 단점이 하나 있는데, 멍청하다. 그 덕에 통나무로 막으면 옆으로 갈 생각을 못 하고 그곳에 달라붙는다.


“총알 아껴!”


통나무 위에 올라가 창으로 머리를 찍으며 외쳤다. 그렇게 삼십 분쯤 잡고 있는데, 땅이 진동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싶을 때, 저 멀리 길을 따라 괴상한 것이 달려왔다. 말미잘처럼 촉수가 위로 뻗어 하늘거리는 것이 머리에 달라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키가 2미터를 조금 넘는데, 옆으로 비대하게 퍼졌다. 두 발이 아니라 손까지 바닥을 짚으며 뛸 때마다 살이 출렁거렸다. 그런 것이 다섯, 줄지어 오자 기생형 좀비들이 옆으로 비켜났다. 물론 멍청해서 천천히 물러나다가 치여서 사방으로 날아갔다.


“뛰어내려!”


초소에 올라간 사냥꾼 넷이 다급히 뛸 때, 난 통나무 뒤로 가서 창을 바닥에 두고 발을 땅에 박은 뒤 통나무를 잡았다.


두드드드드드드드, 쿵!! 쿠쿵!! 쿠쿵!!!


다섯이 연이어 부딪치자 어깨가 쑤셨다. 어찌 되었는지 보려고 다시 통나무로 올라가자 한 녀석이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깜짝 놀라서 머리를 내리쳤다.


퍼걱!


머리가 갈라지며 속이 보였는데, 말미잘 같은 것이 뇌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였다. 말미잘돼지가 생각보다 쉽게 죽었다고 여겼는데, 그 순간 놈이 몸을 돌리더니 엉덩이를 내밀었다.


“설마.”


-푸다다닥!


급히 뛰어내리자 녀석들이 똥을 쏘았다. 기겁한 나는 전력을 다해 물러났다. 감염이 문제가 아니고 똥이니까.


“미친 새끼들이잖아! 화염방사기!”


무전을 치며 뒤로 물러나 보자 말미잘돼지 하나가 통나무를 넘어오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배가 전과 달리 홀쭉해져 있었다. 녀석은 똥 밭을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이런!

-저런 괴물은 처음인데.


“말하지 말고 바로 쏴! 태워!”


미국의 정신 나간 발명가가 만든 화염방사기. 그는 형기를 마치고 나온 뒤 개선을 거듭한 화염방사기를 만들었다. 판매계약을 맺고 정식으로 이 물건을 팔았다. 내게 고맙다며 열 개를 보내주었는데, 덕분에 불날 걱정 덜하고 화염방사기를 쓰는 중이다.


“쏴!”


후라라라락!!!

-크에에에!


불붙은 말미잘돼지가 비명을 지르더니 우리에게 달려왔다. 난 주춤거리는 사냥꾼들 앞으로 움직여 창을 내밀고 기다렸다.


푹!


멍청한 것은 같은지 말미잘돼지는 창에 곧장 들어와 알아서 머리가 잘렸다. 창을 빼고 뒤로 물러날 때, 연이어 말미잘돼지가 달려왔다. 내가 급히 물러나 주자 사냥꾼들이 다시 화염을 쏘았다. 불이 붙은 채 또 달려왔고, 이번엔 셋이 동시에 달려왔기에 설치된 덫을 발동시켜야 했다.


-풀어!


통나무가 굴러가 올라오던 말미잘돼지의 발을 잡아주는 동안 달려가 하나씩 머리를 부쉈다. 그 뒤 똥 밭을 크게 돌아가 통나무에 묻은 똥 때문에 미끄러워 올라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던 놈도 없앴다.


“마스크 쓰고 작업해!”


뒤처리 작업이 더 고단하고 오래 걸린다. 거구의 돼지 사체를 잘라 운반 트럭에 옮기고 소각장에 넣은 뒤에도 여기저기 소독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뒤에도 쉴 수 없다. 부서진 덫과 초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특이종을 막기 위해 우린 이동식 벽을 고정식으로 변경해 설치했다. 혹시라도 생존자들이 올까 봐 열어둔 문도 모두 닫았다.


선의를 베풀다 전멸할 수 있으니까.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이기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매일 그렇게 반복되니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두려워서 돌아간 이들도 많아 내부공사는 진척이 없었다. 주요시설은 다 만들었고, 가동 중이었지만, 인력 부족은 심각했다. 그에 아일라가 회사에 공지를 올렸다. 이곳에 와서 생존할 사람들을 받아주겠다고. 전문지식은 이곳에 와서 익히면 된다. 자동제어 시설이 되어 있으니 간단한 일만 해주면 된다. 자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영국에서 라오스까지 오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라도 후원하던 마을에서 사람들을 불렀지만, 호응해서 온 이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 뿐이었다. 아라의 채널을 넘겨받아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아라에게 달려 온 것이다. 그보다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그 아이들 덕에 숨통이 트였지만, 그뿐이다. 난 연화와 수리를 구하러 갈 수도 없었으니까.


*


신장, 위구르 지역에 들어선 뒤에도 연화와 수리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국경초소가 비어 있어 쉽게 넘었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신장에서 벌어졌다. 무장한 이들이 나타나 총을 겨누자 연화와 수리는 차를 멈춰야 했다.


“어디서 오는 것이지?”

“국경을 넘었어.”


수리는 솔직하게 말했다.


“...중국인인가?”

“몽족이야. 라오스의.”


수리는 여권을 보여주었다. 푸른 눈을 한 남자가 여권을 유심히 보더니 연화를 보았다. 피부색을 봤는지 그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

“독립한 거야?”

“...그런 셈이지. 라오스로 가려면 최대한 남부로 붙어서 움직이다가 미얀마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며칠 뒤 수리와 연화는 알게 되었다.


-청두에 대량의 좀비가 발생했어. 그쪽으로는 가지 마.

“알았어. 미얀마로 들어가려고 해.”

-신장은 잘 통과한 거야?

“이 사람들···. 이쪽 땅에 중국인이 없어. 죽거나, 좀비가 되지 않았으면 도망갔어.”


*


‘중국인이 없다?’


이상한 말이었다. 위구르족의 강제노역과 탄압에 대해 들었기에 그럴 수 있나 싶었다.


-중국인들은 지금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잡아가거나 죽이고 있어.

“뭐?”

-청두 좀비 사태도 아마 이 사람들이 일으켰을 거야.

“무슨 말이야···?”

-위구르족이 지금 중국에 좀비 폭탄을 던지고 있어, 오빠.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벗어났던 연화와 수리는 급진파 위구르족에게 잡혀버렸다. 그들 중 수리를 알아본 이가 있었고, 곧 수뇌부가 나를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난 둘이 잡혀 있기에 그들의 요구에 응해야 했다.


-중국과 우린 전쟁 중이다. 시작은 그들이 한 것이다. 바다도 없는 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비지테언 베타를 얻었을까? 증거를 보여주겠다.


신장의 위구르족 수용소의 영상을 그들이 보내주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그대로 공개해주기를 원했기에 난 영상을 보지 못한 채, 그들의 뜻대로 실시간으로 영상을 방송해 주었다. 그건 그동안 말로만 들어온 잔인한 홀로코스트였다. 위구르족을 강제로 수용한 시설에서 자행된 실험의 영상이다. 만들어진 좀비들로 중국인들은 각종 시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을 기록한, 중국인이 만든 영상들이었다.


-실험을 끝내고 모두 폐기 처분되었다. 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모두.


수용소 간부를 죽이며 위구르족의 독립전쟁은 시작되었다. 중국인이 가져온 것과 실험기록을 토대로 그들은 생체 폭탄을 만들었다. 그걸 중국 전역으로, 자원한 이들의 몸에 넣고 움직였다.


-다음은 북경이다. 곧, 일어날 것이다.


활짝 웃으며 말하는 위구르족의 눈에 광기가 보였다.


‘멍청하긴.’


공멸을 선택한 그가 안타까웠다. 내게 상의했다면, 그들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럼 적어도 지금까지처럼 동정은 받았을 것이다.


“보내줘. 약속을 지켜.”

-걱정하지 마라. 우린 중국인과 다르다.

“당신들···. 피하는 것이 좋을 거야. 중국의 힘을 너무 얕봤어.”

-각오하고 벌인 일이다.

“당신들이···. 종말을 앞당긴 민족으로 기록될 거야.”

-기록도 소멸하겠지. 그런 세상 아닌가?


전화가 끊기고, 이십 분이 지나 수리에게 연락이 왔다.


-산을 넘는 것이 더 안전하겠지?

“오빠가···.”

-오빠, 우린 강하다니까? 걱정하지 마. 미얀마에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고, 안되면 어떻게 해서든 라오스로 들어갈게.


수리와 연화는 차를 버렸다. 그 뒤 삼 일이 지나 더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라오스 북부 국경 너머의 다이족 자치주, 위쪽 푸얼시가 좀비 사태로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베트남은 정부를 호치민으로 이전하고, 중부에 긴 벽을 쌓아 남북을 차단했다. 하노이가 전 세계 최초로 좀비로 인해 버려진 수도로 기록되었다.


베트남이 다낭에 폭격을 가했더니 오히려 더 빠르게 좀비들이 퍼져나갔다. 그로 인해 불에 내성이 생긴 좀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떠돌았다.


*


-북한에서 연락이 왔다.

“거긴 또 무슨 일이래.”

-구원요청이다. 국경지대가 통제되지 않아서.

“그래? 군대를 보내달라고?”

-그렇기는 한데, 그쪽 땅으로 들어오지 말고 중국 쪽에서 해결해달라고 하더군.

“...대책 없는 사람이구나.”


한국도 초긴장 사태라고 형은 말했다. 통제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어디든 총 한 발 쏘면 바로 전쟁이야.

“그럴 여력이 있을까?”

-이 세상에는 의외로 멍청이가 많다고 말한 것이 너잖아.

“그렇기는 해도. 그렇게까지···.”


불과 이틀 전에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캄보디아가 베트남에 전쟁을 선포하고 국경에 군대를 집결시켰다. 이유는 베트남이 다낭 아래쪽에 쌓은 벽 때문이다. 그 벽을 타고 라오스로 좀비가 흘러 들어가게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었기에 라오스 남부도 비상이었다. 다낭에서 퍼진 좀비가 벽에 막혀 라오스가 아니면 바다로 갈 테니까. 그런데 베트남이 또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벽은 삼국의 국경이 닿은 곳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보가 보이는 벽이었다. 뻔히 의도가 보이는데 캄보디아가 참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수도를 호치민으로 이주하며 그 인근의 경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호치민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근거리다. 200km밖에 안 되는데, 미사일을 실은 차량이 줄줄이 들어오니 불안했을 것이다. 남북으로 나누어져 극도로 혼란했던 베트남은 주변국의 눈치를 보며 행동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순식간에 호치민까지 캄보디아군이 들어갔다.


베트남 시민들이 나서서 당장 캄보디아에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베트남 정부는 시민의 말을 무시하고 결사 항전을 외치며 총을 들고 칼을 들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폭탄 던지기가 시작되었다. 위구르족의 방식을 모방해 좀비 균을 지닌 병사를 침투시키다 걸렸다. 그러며 프놈펜에 폭격도 했다. 핵이 있었다면 핵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혼자 망하기 싫었던 또 어떤 분께서는 일본에 같은 방식으로 생체병기를 보냈다. 일본은 최초의 발생지역이었고, 방사성물질 때문인지 계속 변이가 일어나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러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졌다.


관동 대지진 때처럼 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주장을 우익인사들이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며 혐오범죄가 일어나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죽은 쪽은 우익 시위대 쪽이었다.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른 쪽은 그쪽이지만, 그를 보던 주먹 잘 쓰는 분들이 나타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죽은 것이다.


일본은 그런 곳이다. 우익이 날뛰면 조용히 뒤에서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일본인이 재일 한국인의 일로 죽으면 단결해서 혐한을 드러내는 국가다. 정당방위라 할 수 있는 일인데, 일본 재판부는 관련자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전원이다. 길 가다 몰매를 맞던 재일 한국인 학생들까지도.


그랬더니 북쪽에 사는 그분이 지시를 내렸다. 생체 폭탄은 도쿄 등 대도시에서 터졌다. 일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터트렸다. 이런 시기에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러 가는 쪽도 문제고, 그런 경기를 여는 쪽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축제를 벌이는 곳에서 터진 폭탄도 있다. 아이돌 가수들이 공연하는 공연장에서 터진 폭탄이 제일 파급력이 약했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당당히 밝혔기 때문이다.


-간악한 왜구를 향해 수령동지께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집을 지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방송으로 그런 정보를 모아 전달해주는 정도였다.


*


언제를 시작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을 시작으로 보면 이제 2년이 지났다. 수리와 드디어 연락이 닿았고, 난 수리와 연화를 구출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산에서 내려오자 반가운 이들이 달려와 반겨주었다. 난 그들에게 인사하려고 뒤를 보았다.


“힘들면 나오지 마.”


내 말에 사냥꾼들이 안면 가리개를 쓰며 답했다.


“...가자.”


드르르륵!


문을 열고 나가자 개구리복을 입은 이가 달려왔다. 안으려는 듯 팔을 벌린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탕!


-단발!

-탄 아껴!


습관적으로 서로에게 충고하더니 사냥꾼들의 목소리가 이내 사라졌다.


“힘들면 들어가서 쉬어!”


힘든지 몇이 차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다리 주변을 정리하고, 움직이다 보이는 좀비는 모두 잡았다. 뒤처리 반이 따라오며 그들을 모아 태우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모두 아는 이들이다. 아는 이들...


삼 개월 전에 아랫마을 사람들이 급히 위로 올라왔다. 쉘터에 그들을 받아주고 내려가 숨어 있는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그대로 방치했었다. 약 200명이 좀비에 감염되고 죽었다. 220명은 살았다. 그래도 다른 마을에 비하면 적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감염체 보면 바로 말해.”


일어나 주변을 보는 이들에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마을로 차를 몰았다.


-또똔집에 있다!


사냥꾼이 말하며 뚜껑을 닫고 앉았다.


‘또똔이었나.’


집에 들어가 보니 대나무 벽에 사람이었던 것이 붙어 있었다. 다가가자 녀석이 입을 벌리고 울었다.


“다 정리했어. 불러도 소용없어.”


또똔의 머리에 칼을 꽂고, 목을 긁어 잘라냈다. 벽으로 이어진 긴 척추를 잘라내자, 벽에 붙었던 가죽과 살, 핏줄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종균’이라 불리는 변이체다.


이게 나타난 뒤 세상은 빠르게 무너졌다.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는 곳, 친인척이 오면 반기지 몸 검사를 하지 않는 정이 많은 곳은 여지없이 이런 것에게 당했다. 숨을 쉬며 균을 퍼트리는 이 녀석을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좀비가 발생한다. 그게 밝혀진 것이 바로 어제였다. 협력자 중 한 명이 지하실에 자기 아내였던 좀비를 두고 관찰해 알려준 것이다. 그 기록을 보내고 그는 자살했다.


“아까워하지 말고 전부 태워.”


차에서 내린 사냥꾼들이 멍하니 있기에 말했다. 그들이 간절히 보기에 난 화난 눈으로 쏘아보았다.


“내 말 들었으면! 젠장... 너희가 알아서 해. 난 간다.”


차에 올라타서 잠시 기다렸다. 사냥꾼 중 하나가 또똔의 집을 향해 불을 당겼다. 곧 다른 사냥꾼들도 주변 집을 태우기 위해 불을 당기는 것이 보였다.


“번개야. 사람은 저렇게 집착이 강하다. 사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렇지?”


아끼는 담요를 물고 탔던 번개는 내 눈치를 보며 다리로 슬쩍 담요를 감췄다. 번개도 집착하는 생물이었다.


“벽이라도 만들라니, 듣지 않더니...쯧!”


더 강하게 말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인다.


*


운전석에서 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은 죽기 전의 성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안전벨트를 하는 이가 드문 국가라 문을 열면 급히 나온다. 문을 열 줄 아는 영리한 녀석은 이미 빠져나갔고, 멍청한 녀석만 남아서 차창을 두드린다.


“돈 주면 받을 거냐?”


휘발유를 빼며 물었지만, 운전자는 말을 못 했다. 답답한지 창문만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휘발유를 빼낸 뒤에는 예의상 죽여준다. 그리고 도로를 막은 차를 좌우로 밀어낸다. 모조리 잡고 다닐 수 없어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생존자가 있다면 번개가 알려줄 것이다.


“없나 보군.”


차 위에 올라가 있던 번개가 축 늘어져 있었다. 차로 다가가자 녀석이 아래로 뛰어 차에 올라탔다.


“네 얼굴도 자꾸 보니 익숙해진다.”


번개가 활짝 웃었다. 겹쳐 자란 비늘 때문에 어색한 표정이었다. 좀비 개가 되었는데, 그 변화과정을 서서히 지켜보아서 그럴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너무 사람처럼 굴어 그게 조금 어색할 뿐이다.


“가자. 네 주인을 구해야지.”


길을 따라 상권과 마을이 발달한 국가라 길을 가는 내내 심심할 틈은 없었다. 이미 익숙해진 풍경들이 계속 펼쳐지지만, 그 안에 날 위협하는 것들이 존재하기에 그런 것 같다.


종말에 난 익숙해져 버렸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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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교차점 III 22.06.21 34 3 20쪽
89 교차점 II 22.06.21 34 3 13쪽
88 교차점 I 22.06.21 41 2 19쪽
87 나 혼자 살았다 22.06.19 46 3 20쪽
86 변화 V +1 22.06.18 46 2 24쪽
85 변화 IV 22.06.18 35 2 17쪽
84 변화 III 22.06.18 38 2 19쪽
83 변화 II 22.06.18 37 2 21쪽
82 변화 I 22.06.18 39 2 15쪽
81 술래잡기 22.06.17 38 3 22쪽
80 클라라 아일랜드 II +1 22.06.17 44 4 23쪽
79 클라라 아일랜드 I 22.06.17 45 3 22쪽
78 도용 22.06.16 65 3 25쪽
77 불청객 III 22.06.14 52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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