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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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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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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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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종말을 맞이하는 스트리머의 올바른 자세

DUMMY

아라비아해에서 이젠 자주 목격된 황조의 띠를 발견했다. 해류를 타고 다니는 그 모습을 장관이라며 갑판에 많은 이들이 올라와 구경했다.


세계 각국의 스트리머들을 통해 이상 변이 생물들에 대한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어부가 물고기에게 물려 죽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미쳐버린 고래에게 배가 박살 나는 모습도 촬영되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황을 우려해 세계 각국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검열이 되는지 이상 생물로 검색하면 과거에 존재했던 생물에 대한 영상만 나온다. 그러나 개인 블로그와 같은 곳을 통해 꾸준히 이상 현상, 변이생물에 대한 영상이 올라온다.


각국 정부는 정보를 통제하며 살아날 방도를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미 국민을 선별해 쉘터에 넣을 준비를 하는 국가도 있다고 형은 말했다. 한국은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한다.


‘적어도 가족에게는 말하자.’


난 배에 타고 있는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 사실을 전했다. 아일라의 아빠는 믿기지 않는 듯 바로 확인 전화했다.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홍콩 엄마가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듯 울었다.


차라리 영화처럼 급박한 전개가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피하지도 못하게, 두려움도 오래가지 않게 한꺼번에 좀비 세상이 되어버렸다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라오스로 가요. 거긴 바다에서 머니까. 최대한 준비해서 들어가요.”


난 이런 날이 올 줄 예상한 것일까. 왜 그곳에 그렇게나 정성을 들였던 것일까.


“수리와 연화, 돌아오라고 전화했어. 왜 그러는지 물었는데 답해줄 수 없었어.”


아라도 아일라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난 그들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진웅아.”

-그렇게 부른 거 처음이지? 무슨 일이냐.

“부모님 모시고 라오스로 와라.”

-...왜.

“세상이 끝날 것 같다. 당장은 아니지만.”


잠시 말이 없었다.


-농담은 아닌 것 같군. 네 말을 믿고 움직이고 싶지만, 계약이 걸려있다. 알려줘.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위험한 세상이 될 것 같으니까. 베트남인이 떼로 몰려다닌다고 할까.”

-...공원 말이지.

“응, 공원.”

-왜... 도대체 왜.

“조류에 대해서 알아봐. 황색 조류.”

-알았어.


늘 질질 끌던 진웅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관장님에게 연락하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좀비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까. 홍콩 엄마가 그랬다. 차라리 모르고 살면 좋았을 것이라고. 날 원망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누나들만 찾으면 되는데.”


난 이기적이라 다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종말이 온다고 떠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미쳤다고 할 것이다. 내 채널을 이용할 수도 없었고. 이미 각국 정부, 적어도 바다를 접한 국가들은 이상 현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미얀마도 그럴 것이다.


쿵.


진동이 느껴졌다. 놀라 급히 바다를 보았다. 피 흘리며 떠오른 고래가 보였다.


쿵! 쿵!


배가 급히 속도를 늦췄다.


-꺄아악!


누군가 봤는지 비명을 질렀다. 바다 한가득 고래들의 시신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몸 위에, 수면 아래는 온통 노랗게 뒤덮여 있었다. 고래의 밥일 뿐이던, 해파리들이 고래를 파먹고 있었다.


*


인도에 도착했을 때 아일라 부모님은 배에서 내린다고 말했다. 아일라가 밤새 대화했는데 설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난 책임져야 할 많은 이들이 있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끝나면 갈게. 그때 우리 자리는 있겠지?”


홍콩 엄마의 말에 난 많은 것을 느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그것도 잠시뿐이다. 난 공명심에 사로잡혀 뭔가 할 생각이 없다. 당장 내가 떠들어도 사람들은 따르지 않을 것이다.


‘하던 대로...’


할 수 있는 일은 하자. 그런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그걸 찍어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생존에 도움이 되면 좋고, 그렇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대가 너무 커.”


자연이, 바다가, 이 지구가 적처럼 느껴진다.


*


오라고 한다고 금방 오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안 오겠다고 고집부릴 줄은 몰랐다. 수리도 연화도 한국에서 자신들만의 사회를 구축했고, 그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건 형도 마찬가지다. 형은 오라는 내 말에 마지막이 온다면 내가 아닌, 그녀 곁에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발버둥 치겠다고 했다. 형은 공무원이니 이해하지만, 연화와 수리는 아니다.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둘이 한국에서 고립되는 상상이 들곤 했기에 난 태국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세번씩 전화했다.


“자꾸 그러면 인연 끊는다?”


-왜 그러는지 말해줘. 보고 싶어서 그런다는 말은 하지 말고. 아라 언니, 아일라 언니 데리고 가고 있잖아. 우리가 왜 필요한데? 편집은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아라 언니 갔으니 이젠 그것도 필요 없잖아?


“그게 아니야. 연화야, 세상이...”


-뭐? 오빠도 종말론자 같은 소리 하려고?


“어?”


-우리도 요즘 분위기 읽고 있어. 바다에 갔던 대학 동기가 물고기에게 물려서 병원에 있어. 횟집에서 옆자리 손님이 발작하는 것도 봤고. 그게 뭐? 전에는 그런 일 없었어? 다 적응하고 살잖아. 왜 그렇게 걱정이 많아. 왜 그리 겁이 많아 오빠는?


말문이 막혔다. 전과 같은 일이라고, 우발적이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에 충격이 컸다. 나보다 적은 정보를 취득했기 때문이라 여겨 다시 설득하려고 할 때 연화가 말했다.


-오빠, 우린 강해. 문제가 터져도 우린 살아남을 수 있어.

“연화야.”

-애처럼 대하지 마. 그리고 우리는 우리만의 삶이 있어.

“...애인 생겼니?”


답하지 못하는 걸 보니 그런가 싶다. 형이 마지막에는 그녀 곁에 있을 것이란 말이 떠올랐다. 홍콩 엄마는 영국 아빠 곁에 있기에 아일라 곁을 떠난 것이다.


“알았어. 힘들면 언제라도 돌아와.”


내 곁에는 아라와 아일라가 있다. 그리고 지켜줘야 할 아이도 생겼다.


*


태국에서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나보다 아일라의 영향력 덕분에 태국의 체류에는 문제가 없었다. 태국의 치안은 전과 비슷했다. 날것을 자주 먹는 이들이기에 변이체가 종종 나타나는 것을 제외하면, 이전 관광객이 몰려올 때와 비슷했다. 각국 정부는 관광객을 막지 않는다. 바이러스와 달리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무언가가 위협되는 상황이 아니니 그런 것 같다.


“으음?”


차를 찾으려고 항구로 갔는데, 어딘지 달라진 차의 모습을 발견했다. 설마 이번엔 로켓포라도 넣었나 싶어졌다.


“번개야. 뭔가 있었어?”


번개를 데리고 배에 탈 수 없어 버스와 함께 부탁했었다. 내가 없어서 홀쭉해졌을 것이라 여겼는데, 전보다 살이 더 쪄 있었다. 얼마나 쪘는지 뱃살이 늘어져 있었다.


“너 운동해야겠다.”


러시아 밥이 번개에게 잘 맞는가 싶다.


*


태국은 일주일의 여행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태국 여행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면세에 무비자, 여러 혜택을 주었기에 해주기로 했다. 나와 달리 아일라와 아라는 즐거워했다. 새롬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 로미도 낯선 곳을 신기한 듯 연신 바라보았다.


“으구! 대사를 해야지.”

“그래, 뭐라고 말 좀 해.”


아라와 아일라가 닦달했지만, 감상을 내뱉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머리는 온통 생존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아라는 마음대로 내 감상을 자막으로 넣었다.


이전 내가 올린 실시간 영상은 결국 삭제되었다.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삭제요청이 있었다고 스트리밍사이트에서 알려주었다. 영상을 올려도 된다기에 크루즈 여행기를 올렸다. 떼로 죽은 고래와 황색 띠를 중간에 넣었는데, 그건 아무런 제지받지 않았다. 고래의 떼죽음이 이전에도 종종 있었고, 황색 띠도 이제는 잘 알려져서 그런가 싶다. 그래도 너무 쉽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했다.


“너 혹시 뭐 알아?”

-철수 명령 내려와서 조금은 안다.

“철수하냐?”

-혼란이 오기 전에 뭔가 할 것 같기는 한데, 미국 대사관은 벌써 철수 준비 중이더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종말.”

-....농담이지?

“응, 아직 몰라. 예상은 되지만. 예상일 뿐이지.”

-체류자들의 철수부터 지시했는데... 이민자들은 그냥 둘 생각 같다. 가란다고 갈 수 있는 사정도 아닐 테니... 전쟁 일어나는 거냐?

“전쟁? 아... 일어나겠지.”


생존 전쟁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정부의 반응을 정확히 확인하고 싶어 형에게 연락했다. 형이 받지 않았는데, 오 분 뒤 수연이 연락해왔다.


-백 팀장님 외근 나갔어.

“어떻게 알고 내게 전화한 거야?”

-백 팀장님이 부탁했어. 연락이 오면 받아 달라고.

“흐음.”

-뭐 알고 싶어서 전화했지? 정부 지침이 정해졌어. 단계적 공개. 그 목적으로 네게 부탁할 일이 있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스트리머 몇 명에게 부탁할 것인데... 생존 방법을 공개해줘.


내가 묻고 싶은 것이 그것이었다.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연구팀에서는 결국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어. 자연 소멸할 확률은 극히 적다고.


전 세계인이 중독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중 일부는 극단적인 증상, 변이가 일어날 것이다.


-사례가 있잖아. 네 곁에 있는 영국인.

“뭐?”

-정보국 정보력을 우습게 보지 마. 그리고 영국도 지금 한국과 공조 중이고.


영국 정부가 아일라에 대해 안다는 것은, 영국 아빠가 공개했을 가능성이 컸다. 예상대로 영국쪽 담당자가 아일라의 아빠였다.


-우습지? 살인하려고 극소량을 투여한 결과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안정? 누가 그러는데? 아일라는 그 이후 투여를 중단...!”

-눈치가 없군. 중독 증상을 줄이려고 계속 양을 줄였을 뿐이라고 하더군.

“허.”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일라는 단 한 번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 앞에서 금단증상을 참아왔던 것이다.


-영국에 돌아간 뒤에 계속 상태를 살핀 기록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바다생물을 멀리하고 극단적으로 육지에서 얻은 것으로 생활한다면, 아일라처럼 신체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사는 데 지장은 없다고 보고 있어.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치바쇼타와 같은 변이한 생물은 위험해.


“그 이름 쓰는 거야?”


-최초 발견자가 그였고, 네 덕에 다들 입에 붙어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 아, 그거 알아? 그 치바쇼타 죽었어. 원인은 몸속 기생충의 이상 변이야.


“피폭이 아니라고?”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것도 원인이라고 보고 있어. 내부에 들어간 비지테언 베타와... 비지테언 베타는 조류에서 생성된 비지테언 유사물질이야.


그 스트리머의 몸속에 살던 기생충이 비지테언 베타를 흡수해 변이했다. 내부에서 조용히 살아갔을 그 기생충이 엄청난 속도로 커지더니 결국 치바쇼타를 죽이고 말았다.


47시간 뒤, 치바쇼타가 냉동실에서 일어났다. 몸은 죽었는데, 말을 했다. 마치 옹알이하듯 계속 무의미한 단어를 나열했다. 그러다 몸속에 있던 기생충을 꺼내며 기생충이 뇌와 결합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뇌...”


-응, 그게 포인트야. 비지테언은 치매치료제로 개발되었어. 뇌 속의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의 축적, 혹은 신경전달 물질의 부족과 파괴가 원인인데, 그걸 생성해주는 물질이 바로 비지테언이었어. 무척 고무적인 실험성과도 나왔었고, 식물인간 등 뇌 활동은 하는데 깨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었지.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를 건드린 인과응보일까···. 결국 사람은 신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수연을 통해 왜 고래가 죽었는지도 들었다. 난 해파리의 공격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등사고가 가능한 생물이 이 비지테언 베타에 치명적이야. 한마디로 뇌가 발달한 지능이 높은 종일수록 위험하다는 말이지. 가장 위험한 종이 돌고래야. 그거 알아? 돌고래가 지금 바다에서 사라졌어. 어디로 갔는지 몰라.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어. 범고래도 지능이 높은데, 녀석들은 그래도 종종 모습을 보이고 있고. 수족관에 있는 생물로 실험하는 중이야.


동물애호가들이 들으면 발작할 일이었다. 돌고래만큼 지능이 높은 사람이 몰살당하게 생겼는데 누가 그런 도의적인 책임을 따질까.


“원숭이들도?”

-음, 그쪽은 심각해. 지능이 아주 높은 쪽은 비지테언에 중독되어도 컨트롤이 되는데, 약간 떨어지는 쪽이 문제야. 사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즉, 멍청한 놈들은 전부 그 꼴이 되고, 지능이 높은 쪽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물어보겠는데, 지능 높지?

“뭐라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 진지해. 너도, 나도... 나 지능 높아. 너도 그렇지? 진짜들은, 전부 높을 거야.


‘진짜들.’


기억을 더듬어 볼 필요도 없다. 운동능력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다들 지능이 높다. 글도 모르던 수리가 한국의 대학에 들어간 걸 보면 알 수 있다. 오지에 살던 조는 어떤가. 조는 뭐든 배우는 게 빨랐다.


“아일라도 지능이... 높군.”

-응. 그게 포인트 같아.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것이 뇌라는데, 생각 없이 살던 놈들 다 죽게 생겼어. 그렇지?


웃으며 하는 말인데 무척 슬프게 들렸다.


-내 동생, 멍청이란 말이지... 하아.


‘아.’


가족 모두가 지능이 높진 않다. 내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많다. 날 산신이나 수호신처럼 여기는 아랫마을 사람들, 그들의 순박함, 순수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수연의 말은 정답이 아니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뿐이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도 달라질 수 있다. 비지테언 베타라는 물질이 뇌에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비지테언도 우연히 발견된 물질이다. 리미터, 자가 방어기제를 해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운동하던 좀비가 더 강한 것처럼, 노숙 생활하던 좀비가, 백수로 살던 좀비가 약했던 것처럼.


“그... 우리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나...?”


내가 우리라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수연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려주었다.


-인정하는구나. 우리라고...


기뻐했다.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진짜들을 보면 대체로 비슷한 나이야. 그리고 아시아인이지. 그리고... 분유를 먹고 자랐어.


“분유?”


-비지테언을 만든 회사, 그 회사에서 분유에 들어가는 단백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어. 지금도.


주먹을 쥐었다. 유지가 떠올랐다. 유지의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분유, 그 원재료 중 일부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집에 있던 못 통이 기억난다. 내가 어릴 적에 먹었던 분유로 만든 통이다.


“JD팜스가 의도를 한 거야?”

-그걸 아는 사람이 없어.


다 죽었다고 한다. 초기 개발자들, 비지테언을 만든 사람들, 연구원, 연구시설까지 폭격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한국의 정보국에서 보호 중인, 내가 보낸 그 중국인이 유일한 생존자라고 한다.


“그 분유 먹고 자란 사람은 한둘이 아닐 텐데? 한국에만도...”


-그렇지. 그래서 확신하지 못하는 거야. 정말 그 성분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의심하는 이유는 있어. 신약 연구팀이 만들어질 때, 초기 연구팀원 중에 다수가 그쪽에서 넘어온 것은 확인되었어. 팜스잖아? 우유에서 단백질 분리해서 팔던 회사야. 그런 회사가 신약 팀을 만들고 갑자기 치매치료제를 내놓은 것이지.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선지 머리가 아팠다. 통화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와 먼 이야기일 것이라 여겼는데, 형의 말을 듣고 결코 멀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장님이 사망했다.


형이 울먹이다 말했다.


-내가... 죽였다.

“형...?”

-어쩔 수 없었다. 사살해야 했어.

“...욱!”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세상이 빙빙 돌아갔다. 쓰러져 속의 것을 다 토해냈다. 라오스 국경을 넘기 전의 일이다.


*


내 오래된 구독자신 관장님은 올라갔다가 삭제된 내 영상도 보았다. 회를 먹지 말라는 말을 관장님은 잘 지켰다. 결혼식에 초대되어 갔다가 뷔페에서 식사하셨다. 회는 드시지 않았는데, 새우를 먹었다. 익힌 새우였다.


원래 좋아하셨다. 매년 철이 되면 대하를 잔뜩 사서 나에게도 나누어 주셨었다. 새우가 일본산인 것을 속인 호텔 측의 매입 담당자는 구속되었지만 금방 풀려났다. 납품업체도 구속되었지만,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새우를 먹고 변이한 것은 관장님뿐이 아니었다. 세 명이 나왔다. 뷔페는 계속 음식을 보충한다. 모든 새우가 같은 곳에서 오지 않았다. 일본산이 섞여 있었다. 그것도 위험지역 양식장에서 기르던 새우가···.


그런데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았다. 스물다섯 명이 다치고, 일곱이 죽었다. 변이체 세 명을 포함한 수치다. 그 안에 관장님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영상을 찍었다. 진실이라도 알려달라는 피해자 가족의 말에 당국은 침묵 중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이도 나타났다. 내 삭제된 영상에 대한 말도 다시 나왔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온 나는 청소를 하며 그런 분위기를 지켜보기만 했다. 집 나간 호랑이를 찾는다며 괜히 산을 뒤지고 다녔다. 양어장에 다시 물을 채우고 있는데, 로미가 다가왔다. 친해져 이젠 자주 안기는 로미는 내 머리를 토닥였다.


“으음, 왜?”

‘울어도 돼.’

“허... 안 운다.”

‘괜찮아. 말 안 할게.’

“후우.”


로미를 안고 아라에게 달려갔다.


“한국에 다녀올게.”

“같이 갈까?”

“잠시 다녀올 거야. 잠시.”


시신도 돌려주지 않아 관장님은 빈 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그 자리에 사모님이 함께 있었기에 왜 돌려주지 않는지 묻지 않는 것 같다. 전화하니, 괜찮다고 하셨다. 뭐가 괜찮다는 것일까.


*


빈 관을 묻었다고 한다. 난 형에게 연락해서 화장한 재라도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위험하다고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소를 찾아가 앉아서 이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다.


“알고 있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사모님이었다. 알리지 않고 왔는데, 어떻게 알게 되신 것일까.


“왜 그랬는지, 알고 있지?”


화난 표정으로 사모님이 울고 있었다. 답하지 않자 다가와 날 잡았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는 거지? 응? 알잖아... 알면 알려줘. 미칠 것 같아. 속이 터질 것 같아. 나도 같이 먹었어. 그런데 왜? 왜에! 왜...”


주저앉아 우셨다. 장례 내내 눈물을 보이시지 않았다고 형에게 들었었다.


“정말 알고 싶으세요?”


묻자 사모님이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도 변하는 것은 없는데도요?”


“그렇게 아는 척 굴고, 내가 원망하길 바라는 거지? 그러지 마. 영곤이가 뭘 어떻게 해. 스트리머가 뭘 할 수 있다고. 나도 알아. 그 사람, 백씨가 그런 곳에 들어간 거. 자주 보니까 알게 되었어. 그런데 말을 안 해줘. 그래서 무서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이 그렇게···.”


급히 고개를 흔들고 사모님이 내 손을 잡았다.


“알려줘. 나만 알고 있을게. 알고 싶어.”


난 무덤가에 앉았다. 사모님이 날 보며 앉았다.


“...비지테언이라는 치매치료제가 있었어요.”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의외로 술술 나왔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야 사모님을 보았다.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무덤을 돌아보고 날 보셨다.


“...그럼 누가 잘못한 거야?”


난 답할 수 없었다.


발단은 분명 중국에 있다. 큰 비중으로 중국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도 끼었다. 그뿐일까? JD팜스가 존속한 것을 보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묵인하고 기대하며 그 치료제를 기다리고 지원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이다. 미국의 좀비들이 잡혀가 실험에 사용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걸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용도로 쓰려고 했다. 미국이 싸움을 중재하며 나섰지만, 그들도 뭔가 얻으려 끼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죽은 것도, 관을 열고 진행되어야 하는 장례식에서 그의 관이 꽉 닫혀 있던 것도 의심된다. 그는 치매 환자였으니까.


“제일 나쁜 놈은 역시 중국 같네요. 숨기려 했고, 그걸 여기저기 버렸으니까. 그다음은 바다를 그따위로 만든 일본인가... 모르겠네요. 러시아도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린다니. 한국 정부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으니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모를 권리가 있다며 정보를 감추고 있다. 순화해 말한 것이고 현 대통령께서는 국민은 멍청해서 폭동만 일어날 테니까 철저히 숨기라고 지시했었다.


“그 방향이 달라졌는지, 재외동포와 대사관 같은 곳의 철수 명령도 내려졌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그 정도고, 미국은 쉘터에 들어갈 인원을 선발 중이라고 하고요, 일본은 국왕 일족이 이미 벙커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해안을 접한 국가 중에 덴마크가 가장 먼저 어업금지령을 내렸고요. 그래서 어부들이 시위 중이죠. 이유를 모르니까. 지금은 대서양은 물론이고, 북해, 남극해까지 노란띠, 황조류가 나타났다고 해요.”


사모님이 몸을 떨었다. 입술을 떨다 내게 물었다.


“그럼 해산물만 안 먹으면 되는 거야?”


난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진실을 말해주기 싫었다.


“땅에도 차츰 축적되어서 식물에게 흡수될 거예요.”

“그럼 뭘 먹어.”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완벽하게 차단된 식품을 섭취하며 사느냐, 아니면 천천히 중독되어서 적응하느냐. 지금은 그 기로에 서 있어요. 황조류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지구는 계속 비지테언 베타가 쌓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먹는 쪽을 택할 겁니다.”


“그럼 그 사람처럼 되는 거잖아!”


비명처럼 외치며 내게서 멀어지려 했다. 그러나 잠시 뒤 이성을 되찾고 날 잡았다.


“먹지 마. 살아야지?”

“사모님...!”


나는 괜찮다고 말할 수 없었다. 비지테언 베타를 접하지 않았으니까. 아일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 더 축적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희망은 될 것이다.


“마약처럼 사용될 때, 그 약을 아주 극소량 계속 투여한 사람이 있어요. 중독 증상이 나타났지만, 그건 양을 계속 늘렸기 때문이고, 적당한 양을 유지하면 면역...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 생각이 아니고, 다국적 연구팀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중간 결론입니다. 직접 섭취는 위험하니 역시 해산물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겠죠. 육지의 것은, 아직 축적단계가 되지 않았으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어쩌면... 사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고요.”


“내 손자는?”


미래를 위해, 후손을 위해 인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자각하고 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결국 지구의 온도상승은 지속되는 중이고, 2050년경에는 위험수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알지만, 그때를 걱정하고 패닉에 빠져 살지 않는다.


‘그렇구나.’


사모님과 대화하며 그를 깨달았다. WH-18이 나타났을 때도 큰 패닉은...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났다. 생각보다 멍청한 사람들이 많은 선진국에서 주로 일어난 일이다.


“사모님. 알아서 속 시원해지셨나요.”

“영곤아...”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제가... 제가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해야 할까요? 저만 알고 있어야 할까요?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두렵다. 미움받기 싫다. 내가 원인이라고 말할까 봐, 그렇게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늘 두려웠다. 몸이 안 좋으면 사람들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 악의에 찬 눈으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사냥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황조류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어요. 제대로 진화한 생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해야 할까요? 알려줘야 할까요?”

“아, 영곤아.”


사모님이 날 안아주셨다.


“가엾어서 어쩌니.”


날 위로하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어졌다.


“...나라면 말해버릴 거야. 알아서 하라고. 나중에 원망 듣기 싫어서. 알면서 말해주지 않았다고 떠드는 꼴 보기 싫어서.”

“...후련하셨나요.”

“아니. 더 미칠 것 같아. 걱정되어서 미칠 것 같아. 당장 전화해서 집에 있는 해산물 다 버리라고 말하고 싶어. 아니지, 이미 만들어진 것은 괜찮잖아? 그럼 더 많이 사두라고 해야 하는 건가.”


내 얼굴을 잡고 사모님이 보셨다.


“봐.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

“살 생각을 하잖아. 그걸 걱정한 거지? 절망해서 죽을까 봐.”


남 걱정했던가. 했겠지만 내 걱정보단 덜했을 것이다. 피해 보기 싫어 피해주지 않는 난 이기적인 사람, 좀비니까.


“그런 사람도 있을까? 그래, 있겠다. 더 살 수 있는데, 당장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잖아. 누가 죽으랬나? 그렇지? 그 사람도... 그 사람도, 날 밀면서... 살라고. 흐으으... 살라고 했어.”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고 계셨다.


“이상하게 변하면서 먼저 변한 사람에게 달려갔어. 다른 사람들 해치지 못하게... 그 사람이 막았어. 그래 놓고 자기도 죽어버리고. 바보라니까. 너무 착해. 왜 그리 착해서. 한마디라도! 내게 할 말 있었잖아? 응? 뭔가, 지금까지 주저하면서 평생! 몇 번 말하지 않았던 그 말, 해도 되잖아.”


울다가 정신을 잃어본 경험은 두 번째다.


*


“곤입니다. 여러분... 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난 결정했다. 알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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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좀비 시티 I 22.06.24 36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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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클라라 아일랜드 I 22.06.17 45 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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