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감염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42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19 22:53
조회
878
추천
51
글자
11쪽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DUMMY

1.

서울에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생산과 유통이 끊어지며 소모만 지속됨에 보급 포인트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과자 부스러기조차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씨가 마른 것이냐? 그럴 리가. 생존 물자로 가득 차 있는 보급 포인트는 의외로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것과 그런 곳에는 필시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부근이 가장 심했다.


가치를 알고 있어서 자리 잡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니 이끌리듯 따라 몰리는 것이다. 고로 생존자들의 입장에서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는 그림의 떡이었다.


“오··· 맙소사···”


그런데 그런 대형마트 중 하나가 안기호의 눈앞에 속살을 내비치고 있었다.


천장의 전등들이 일제히 켜지며 생존 물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식품 매장이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대형마트에는 비상 발전기를 항시 배치해 놓는데 이를 관리할 인력이 죽거나 사라지며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안기호의 그룹원 중에는 전기 관련 일을 해본 사람이 있었고 그가 설비실에서 비상 발전기를 가동시켜 전기가 돌게 만들었다.


“이만하면 화염병 값으론 충분하겠죠?”

“그게 뭐라고···”


한지혁을 쳐다보는 안기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충분하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답, 아니 은혜였다. 이 정도면 호텔 생존자들만 아니라 전농동에 있는 모든 생존자들을 먹여 살릴 수준이었다.


대형마트는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 이상의 살림을 책임진다. 근처에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생활의 질이 달라졌으니까.


“저쪽에 있는 창고에도 많아요.”


한지혁이 손짓으로 재고가 쌓여 있는 창고를 가리켰다. 목숨을 걸고 안기호를 따라나선 다른 그룹원들도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전에는 있으면 편리하고 없으면 불편한 편의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목숨과 직결되는 초대형 보급 포인트였다.


“이렇게 보니 감회가 또 새롭군요.”


한지혁만 무덤덤할 뿐, 육군 소령인 장민수 역시 소감이 남달랐다.


보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군도 마찬가지였다. 배를 통해 후방에서 보급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해서 군은 방치된 편의점은 물론이고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를 최우선적으로 공략했다.


그렇게까지 해도 책임져야 할 인원이 너무나도 많아 풍족하게 나눌 수가 없었다.


현재 영종도와 전방에서 저지선을 펼치고 있는 병력만 3개 군단 급이고 마구 퍼져 있는 생존자들의 수는 추정 불가였다. 모르긴 몰라도 백만은 넘지 않을까 한다.


점점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는 중이었고 이에 타국의 지원을 바라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군과 비교해서 재경마트에 있는 사람들은 고작 8명. 호텔 내 생존자들까지 더해야 34? 35명? 그쯤이었다. 그 적은 인원이 대형마트 하나를 독점한다? 엄밀히 말하면 한지혁이 혼자 해냈지만 아무리 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걸 다 옮기는 건 불가능하고···”


안기호가 고민이라는 듯 중얼거렸다. 풍족해도 너무 풍족하다. 그룹원들은 어떡할지 저마다 의견을 냈다.


“먹을 만큼만 옮기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떨어지면 또 다시 오자고? 대충 챙겨 가도 몇 달은 배불리 먹을 텐데 그 사이에 다른 괴물이라도 들어앉으면 그냥 죽 쒀서 개주는 꼴이잖아.”


이들은 흉내쟁이가 죽었다는 것을 안다.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사체를 보여주는 거였으니까.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데려올 수 있었다.


“괴물이면 그나마 덜 억울하지. 주변 생존자들이 눈치 채면 떼로 들이닥칠 거야.”


안기호 그룹에서는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옮기니 마니, 괴물이, 생존자들이 어쩌니 하는 말만 나왔다.


“군에서는 이럴 때 어떡합니까?”


가만히 있던 한지혁이 장민수에게 물었다. 지금 나오는 말들은 다 일반인들 기준이었다. 군은 좀 다를 것이다.


“점거합니다.”


장민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간단했다.


“보통 이만한 규모의 대형마트에는 일반 감염체 무리나 소수의 변종 감염체가 내부, 혹은 주변에 자리 잡습니다. 투입되는 병력은 대대 급. 이는 강력한 화력으로 한꺼번에 밀어붙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소탕 후 점거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투입 인원이 너무 많으면 포화되고 너무 적으면 소탕도 점거도 힘들다. 재경마트를 기준으로 보자면 소탕은 한지혁이 했으니 이제 점거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자력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는 더는 일반인으로 볼 수 없습니다. 괴물을 피해 숨고, 물자를 찾고, 심지어는 사람까지 죽이는 생존 전문가로 변해 가죠.”


그런 이들은 환경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흉내쟁이라는 괴물이 장시간 나타나지 않는다면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그 다음은 사라졌다는 확신으로 넘어갈 거고 그리되면 생존 물자를 얻기 위해 이곳으로 올 가능성이 높았다.


한지혁이 용기 내어 현관을 나섰던 것처럼 굶어 죽기 싫다면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뭐라고 해야 했다.


“호텔 인원과 구성으로 이곳을 점거하는 건 불가능. 겉으로 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최대한 많은 물자를 단기간에 빼내는 겁니다. 알짜배기만 터는 식으로.”

“겉으로 볼 때 좋은 방법이라면 진짜는 따로 있겠네요?”


“그것 역시 간단합니다. 저와 지혁 씨가 도와주면 됩니다. 점거란 건 결국 무력에 의한 것. 외부의 압력을 버텨낼 수만 있다면 머릿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괴물과도 싸우는데 칼 들고 덤비는 사람 정도야. 장민수도 총 든 군인이라 이중에서 무력은 두 번째로 강했다.


“꼭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들 힘든 처진데···”


안기호가 말끝을 흐리며 한마디 한다. 성품이 선한 그는 점거까지 하면서 생존 물자를 독차지하고 싶지 않았다.


“안 선생님. 이기심에 독차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그저 인정 때문에 무분별하게 베풀었다간 안주느니만 못하게 됩니다. 전 그런 걸 몇 번이고 봤습니다.”


장민수가 반대했다. 극단적인 환경은 사람 역시 극단적으로 만들기 마련이었다. 군의 보호를 받는 생존자 캠프조차 무질서한데 밖은 오죽할까.


“계획은요?”


한지혁이 물었다. 계획이 있지 않은 이상 저렇게 말할 리가 없었다.


“분란이 생기기 전에 덩치 먼저 불려야죠. 사람을 고용해 스스로 지키게 만들 겁니다.”


2.

얼마 전부터 전농동 일대 생존자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있는 소형 호텔의 생존자 그룹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소량의 식량을 나눠준다는.


또한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치자며 일원을 모집 중이니 원한다면 호텔에 방을 내주고 생존 물자를 책임지겠다고 했단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런 지옥 속에서 식량이 얼마나 중요한데 공짜로 나눠줄까?


분명 더러운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식량으로 유인해서 남자는 다 죽이고 여자는··· 어쩌고 별의별 억측들이 난무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그쪽 호텔이면 그 착해 빠진 아저씨네 무리잖아?”

“나쁜 사람들 같진 않던데.”

“일원이 되지 않아도 식량을 나눠준다는데 한 번 찾아가 볼까? 마침 가깝기도 하고.”


안기호나 호텔 쪽 생존자들과 접촉해 본 사람들은 꿍꿍이를 의심하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을 가졌다.


같은 구역의 생존자들은 보급 포인트를 돌다가 이따금씩 마주친다. 각자 사는 곳은 달라도 어차피 목적지는 거기서 거기였다.


그들이 만난 안기호는 대립보다는 상생을 원하는 부류였다. 자신이 여유로우면 조금이나마 베풀었고 상대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빼앗기보다는 물물교환을 해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찾는 그런 사람이었다.


애당초 안기호와 그가 이끄는 생존자 그룹은 주변에서 활동하는 생존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로 박혀 있지 않았다. 아포칼립스에서도 변하지 않고 선의를 가지고 있던 그 행동이 소수의 긍정 표를 이끌어 낸 원천이었다.


“혹시 식량이 필요해서 찾아오셨습니까?”


호텔 앞에서 서성이는 생존자들은 발견한 안기호가 위층에서 창문을 열고 외친다.


“그··· 일원이 되지 않아도 나눠준다는 게 사실인가요?”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기호는 동료 둘과 며칠 분의 생존 물자가 포장된 박스 몇 개를 들고 밖으로 나가 직접 건네줬다. 그들은 의심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박스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열어봤다.


“허! 이거 정말 그냥 가져도 됩니까?”


생존자의 표정에 놀라움이 깃든다. 식량은 2리터짜리 생수, 빵, 캔 식품, 햇반, 라면, 껌, 초콜릿, 생필품은 가글과 물티슈, 휴지 등이었다.


구성품이 굉장히 알찼다. 따로따로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어도 이렇게 골고루 구하는 건 어려웠다. 거기에 담배와 라이터,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소독약도 있었다. 그걸 찾아온 인원 셋에게 똑같이 나눠줬다.


“우리 모두 한두 번씩 봤죠?”

“기억하시는군요. 이번에도 그렇고 전에도 감사했습니다.”


생존자 한 명이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다들 안기호와 오다가다 본 사이였다.


“힘들수록 도와야죠. 어서 가져가세요. 계속 밖에 있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안기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생존자들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그들 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부릉···


자동차 소리가 들리며 1톤급 화물 트럭 한 대가 호텔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트럭이라니? 과거에는 익숙했지만 괴물 사태 이후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소리를 듣고 쫓아오기라도 하면 그날로 이 세상과 작별한다.


“혹시 몰라서 좀 더 가져왔어요.”

“고맙네, 지혁 군.”


트럭을 운전한 건 한지혁이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호텔에서 사람들이 나와 물건들을 옮겼다.


생존자들은 현실 파악이 안 되는지 멀뚱히 서서 눈만 깜빡거렸다. 트럭에 놀라고 한지혁의 덩치에 놀라고 트럭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에 또 놀라고.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다. 대충 봐도 수십 명이 몇 주는 먹을 양이었다.


“운 좋게 생활이 여유로워졌지 뭡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또 찾아오세요.”


생존자들은 어버버 거리며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날 또 찾아왔다.


어제 없던 사람 둘을 더 데리고.


그렇게 안기호의 생존자 그룹은 새로운 일원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덩치를 불려 나갔다.


작가의말

오탈자나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은 조금씩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염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공지입니다. +11 24.06.08 292 0 -
30 10. 인펙터 웨이브(Infecter Wave) : 1 +2 24.06.06 361 32 13쪽
29 9. 꼬리잡기 : 2 +3 24.06.05 429 39 11쪽
28 9. 꼬리잡기 : 1 +5 24.06.04 470 36 12쪽
27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3 +8 24.06.03 519 42 11쪽
26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2 +6 24.06.02 525 52 11쪽
25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1 +5 24.06.01 539 44 11쪽
24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4 +5 24.05.31 536 42 12쪽
23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3 +5 24.05.30 543 45 12쪽
22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2 +4 24.05.29 554 42 11쪽
21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1 +2 24.05.28 598 43 12쪽
20 6. 지옥도시(地獄都市) : 5 +4 24.05.27 606 40 12쪽
19 6. 지옥도시(地獄都市) : 4 +2 24.05.26 620 43 12쪽
18 6. 지옥도시(地獄都市) : 3 +5 24.05.25 665 47 11쪽
17 6. 지옥도시(地獄都市) : 2 +3 24.05.23 679 42 11쪽
16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5 24.05.22 741 49 11쪽
15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3 +5 24.05.21 763 55 13쪽
14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9 52 12쪽
»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9 51 11쪽
12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4 +13 24.05.18 906 55 11쪽
11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3 +4 24.05.17 902 51 13쪽
10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2 53 11쪽
9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1 +2 24.05.15 1,046 59 10쪽
8 3. 악마의 힘 : 3 +5 24.05.14 1,138 67 11쪽
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5 65 12쪽
6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7 60 11쪽
5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6 24.05.11 1,235 65 11쪽
4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2 +4 24.05.10 1,391 69 16쪽
3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1 +6 24.05.09 1,509 70 15쪽
2 1. 인페스티드(Infested) : 2 +2 24.05.08 1,665 7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