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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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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17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20 22:59
조회
797
추천
52
글자
12쪽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DUMMY

3.

안기호의 그룹은 식량을 뿌린지 열흘이 다될 무렵, 백 명을 돌파했다.


초반 사나흘은 식량만 얻으러 오다가 대엿새쯤에는 하나둘 새끼를 치더니 이후부터는 동료나 가족을 데리고 합류를 희망했다. 그에 호텔의 45개 객실이 거의 꽉 찼다.


만실을 가정해 상주 가능한 최대 인원은 120명 언저리였다. 계속 몰려온다면 더 못 받거나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고민해야 할 만큼 인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딱 여기까지가 장민수가 생각한 계획의 1차 목표였다.


식량을 뿌리면서 소문을 내면 의심스러워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 성과 없이 날리기만 하는 헛짓이 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합류한다면 눈덩이 굴러가듯 커질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수로 활동하는 팀이나 가족일 확률이 높다는 말도 했다. 인원수가 많을수록 고려해야 할 점도 많기에 움직이기가 힘들어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그룹은 다들 개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잘못 받을 경우 파벌이 형성되죠. 소수로 활동하는 생존자들부터 흡수해서 덩치를 불리고 이를 재경마트를 점거하는 인력으로 활용, 점거가 끝나면 그때부터 다른 그룹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원래 장민수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이었다.


소수든 그룹이든 물자에 눈이 멀어 합류한 사람들이 순순히 말을 잘 듣는다는 보장도 없고 기존의 그룹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게 실행될 수 있었던 건 모두 한지혁의 존재 덕분이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인원이 있다? 쫓아낸다. 안 나간다? 강제로 쫒아 낸다. 어떻게? 힘으로.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그 이상이든, 한지혁이 나서면 모두 해결된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밀어붙였던 일이었다.


‘그날··· 나는 소리로 본 거다.’


장민수는 한지혁에게 구해졌던 당시를 떠올렸다. 동생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괴물에 대한 공포. 냉동 창고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이 한데 뭉쳐서 정신이 살짝 나가 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떠올랐다.


마트를 뒤흔드는 전투 소리. 한지혁의 함성과 괴물의 포효, 이어지는 비명. 밖에 나와서 본 식품 매장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총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지 않았다. 한지혁의 몸에 난 상처들이 맨몸 전투의 증거였다. 괴물을 패 죽였다는 건 진짜였다. 게다가 그 상처들은 어느 순간 싹 사라져 있었다.


사람이, 인간이 그럴 수 있나? 절대. 변종 괴물의 강함은 장민수가 몸소 겪었다. 총으로도 제압이 어려운데 맨몸이라니.


안기호와 그룹원에게 흉내쟁이가 죽은 것은 어떻게 봐도 좋은 일이었기에 이상하다고는 생각해도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한지혁과 자신이 힘을 합쳐 죽였다고 여길 뿐이었다. 살아가는데 급급하여 괴물에 관해서 보고 배운 경험이 부족해서다.


‘남은 시간은 2주··· 그 안에 못 돌아가면 탈영병이 된다. 상관없으려나? 탈영인지 죽었는지 알 수도 없는데.’


장민수가 한지혁 옆에 있는 건 그의 옆이 다른 곳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목숨을 구해 준 보답으로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대체 정체가 뭔지. 사람인지 괴물인지.


“눈치 보지 마시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시원하게 하세요.”


한지혁이 초코바를 까면서 말했다. 그와 장민수는 안기호와 달리 재경마트에 남아 물자를 관리하는 중이었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어느 정도 말을 튼 사이가 됐다.


“진짜 물어봐도 됩니까?”

“네.”

“사람 맞습니까?”


장민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성격상 돌려 말하는 게 서툴렀다.


초코바를 깨물던 한지혁이 장민수의 눈을 쳐다봤다. 강직하면서도 굳건한, 군인다운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허읍!”


장민수의 눈에 비친 한지혁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검은 구슬을 박아 넣은 것만 같은, 인간이 가질 수도 가져서는 안 될 검은 눈이 장민수의 정신을 압박한다.


츠츠츠···


검은 눈 주변으로 검붉은 핏줄이 거미줄처럼 번진다. 한지혁이 괴물화의 출력을 약하게 조절한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스파이더 히어로란 영화 본적 있습니까?”

“봤습, 니다.”


장민수는 겨우겨우 대답했다. 흡사 괴물을 마주한··· 아니, 괴물이었다. 한지혁에게서 느낀 위화감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거기 보면 주인공이 거미에 물려서 거미의 힘을 얻게 되는데 그럼 여기서 문제. 주인공은 사람일까요, 거미일까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나 영화 속 사람들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누구나가 꿈꾸는 초능력.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 그런 이를 거미로 볼 수 없었다.


한지혁은 지금 간접적으로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장민수 마음이었지만 영화와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


“레드 플레그에 감염됐습니까?”

“정확히는 감염됐었죠. 초반 며칠은 몸살 앓듯 앓았고 통증이 사라지고부터는 극심한 허기가 느껴져서 미친 듯이 먹다 보니 몸이 이렇게 변하더군요.”


괴물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비밀이라서가 아니라 이 정도만 말해 줘도 충분해서다. 더 알아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장 소령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내가 그 특수 변종인가? 아닌 것 같더군요. 해처리가 뭔지도 모르고 그런 곳에서 만들어지지도 않았어요. 남들과 똑같이 레드 플레그에 감염되고도 괴물이 되지 않았을 뿐.”

“흉내쟁이를 죽일 수 있었던 이유가 그런 거였군요.”

“그 정도 변종은 제게 큰 위협이 안 됩니다. 특수 변종은··· 만나 봐야 알겠네요.”


장민수는 자신이 훨씬 더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범한 변종도 무서운데 특수 변종과 일대일로 싸울 생각을 한다?


한지혁의 케이스는 군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특급 정보였다. 해처리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 있지만 레드 플레그에 감염되고도 괴물이 되기는커녕 괴물처럼 강해진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해 줘도 됩니까? 제가 군에 보고할 수도 있습니다.”

“전 간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도 의심하는데 같이 다니다 보면 볼 거 못 볼 거 다 보게 되겠죠. 의심이 늘어나서 엉뚱한 상상을 하느니 속 시원하게 털어 놓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그리고.···”


한지혁이 초코바를 통째로 털어 넣고 다른 초코바 하나를 더 깠다.


“보고해도 상관없습니다. 뭔 짓을 해도 내게 위해를 끼칠 수 없을 테니까.”


인펙터라는 특수 변종과 싸우다 대대 병력이 전멸했다고 했던가? 한지혁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이상도 가능하다. 현대 화기의 위력 때문에 정면 대결은 불가능해도 치고 빠지는 식으로 괴롭히면 못할 게 없었다.


장민수는 반박하지 못했다. 사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류가 적이 된다면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더 궁금하신 건?”

“다 말씀해 주셔서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다는 아니고 거의 다다.


“그럼 제가 궁금한 건 다음에 묻기로 하고, 슬슬 가시죠. 지금쯤이면 준비가 끝났겠네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호텔에서 재경마트 점거를 위한 작업 인원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4.

한지혁과 재경마트를 다녀왔던 안기호와 그룹원들은 기존의 그룹원들에게 재경마트에 똬리 튼 흉내쟁이가 죽었고 막대한 생존 물자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한지혁이 주기적으로 생존 물자를 대량으로 가져옴에 그룹원들은 세뇌되듯 설득됐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올 쯤에는 마치 자신들이 한 것 마냥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문을 퍼트렸다.


그에 새로 합류한 그룹원들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날마다 풍족한 생존 물자가 지급되는데 호텔에 머무는 인원이 계속 늘어남에도 불고하고 그 이상이 보충됐다.


어디 공장에서 생산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생존 물자를 호텔로 가져오는 방법이 기가 막혔다. 화물 트럭이 싣고 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여주기 식 설득이 얼추 마무리될 쯤, 호텔에서는 재경마트 점거를 위한 작업 인원을 모집했다.


보상은 지급되는 생존 물자의 양을 두 배로 늘려 주는 것. 가뜩이나 여유로운데 두 배로 늘어나면 아무리 써도 남을 정도였기에 그룹원들 중 비교적 용감하고 건장한 젊은 청년들이 먼저 나섰다.


강제는 절대 없었다. 그렇게 하나둘 모집되며 정원이 참에 사람들을 싣기 위해 좀 더 큰 트럭이 동원됐고 그들은 어떨 결에 꿈도 못 꿨던 재경마트에 입성했다.


그 숫자가 무려 70명이 넘었다. 사실상 겁이 많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그룹원들이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먼저 지상 3층부터 지하 2층까지 깨끗이 청소하는 것. 부서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시체를 치우는 등, 괴물 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거였다.


그리고는 허락받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트 전체를 철저히 틀어막았다. 비상 발전기를 켜서 셔터를 내리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모자란 방어력을 채웠다. 거기에 용접 기술자를 찾아 용접까지 시켰다.


그야말로 요새. 괴물들이 습격하더라도 뚫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견고한 성으로 변해 갔다. 그 사이에도 합류하는 인원이 늘어 30명 정도에 불과하던 안기호의 그룹은 이제 150명이 넘는 큰 그룹이 된 상태였다.


“2층과 3층을 숙소로 개조하고 1층은 여유 공간으로 두죠. 해당 층에 있는 물건들은 전부 지하와 창고로 옮기고요.”


장민수는 군인답게 선두에서 그룹을 지휘했다.

리더는 안기호지만 그는 사람 다루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혁 군 생각은 어떤가?”


안기호가 한지혁의 의견을 묻는다. 아버지뻘도 넘는 어른이었다. 친분이 쌓이면서 말을 놓게 됐다.


“전 신경 쓰지 말고 마음대로 하세요.”


한지혁은 재미있는 유희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생존 물자도 관심 없고 재경마트를 요새화시키는데도 관심 없었다.


재경마트를 공략 한지 2주가 지났다. 그 사이에 생존자 그룹은 안전 지역을 확보한 생존자 캠프로 성장하고 있었다.


장민수가 아는 한 이만한 수준의 생존자 캠프는 군이 관리하는 곳밖에 없다. 그마저도 주체가 군이라서 생존자 캠프라기보다는 생존자 보호소에 가까웠다.


“2, 3층 개조가 끝나면 4~5백 명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인원이 그만큼 늘어나면 제아무리 대형마트라 해도 년 단위까지는 버틸 수 없으니 이곳을 기지 삼아 주변 물자를 회수해야 합니다.”


다른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를 공략해 그곳의 물자를 끌고 오자는 거였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더라?”

“DS프레쉬가 가장 가까울 걸?”


전농동 사람들답게 어디에 뭐가 있는지 빠삭했다.


“그럼 이곳 작업이 끝나는 즉시 그곳부터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민수의 말에 안기호와 그룹원들의 표정이 비장해진다.


‘DS프레쉬 자주 갔었는데···’


한지혁만 딴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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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꼬리잡기 : 1 +5 24.06.04 470 36 12쪽
27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3 +8 24.06.03 519 42 11쪽
26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2 +6 24.06.02 524 52 11쪽
25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1 +5 24.06.01 539 44 11쪽
24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4 +5 24.05.31 536 42 12쪽
23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3 +5 24.05.30 543 45 12쪽
22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2 +4 24.05.29 554 42 11쪽
21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1 +2 24.05.28 598 43 12쪽
20 6. 지옥도시(地獄都市) : 5 +4 24.05.27 606 40 12쪽
19 6. 지옥도시(地獄都市) : 4 +2 24.05.26 619 43 12쪽
18 6. 지옥도시(地獄都市) : 3 +5 24.05.25 664 47 11쪽
17 6. 지옥도시(地獄都市) : 2 +3 24.05.23 678 42 11쪽
16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5 24.05.22 740 49 11쪽
15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3 +5 24.05.21 762 55 13쪽
»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8 52 12쪽
13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7 51 11쪽
12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4 +13 24.05.18 905 55 11쪽
11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3 +4 24.05.17 901 51 13쪽
10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1 53 11쪽
9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1 +2 24.05.15 1,045 59 10쪽
8 3. 악마의 힘 : 3 +5 24.05.14 1,137 67 11쪽
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4 65 12쪽
6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6 60 11쪽
5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6 24.05.11 1,234 65 11쪽
4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2 +4 24.05.10 1,390 69 16쪽
3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1 +6 24.05.09 1,507 7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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