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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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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01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22 23:27
조회
739
추천
49
글자
11쪽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DUMMY

1.

아포칼립스의 시작은 언제나 이른 아침부터다.

최대한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를 길게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한지혁과 장민수도 날이 밝자마자 떠날 준비를 했다. 알고 보니 어젯밤 옥상에 올라오기 전 안기호와 몇몇 사람들에게 미리 말해 뒀다고 한다. 남은 건 떠나는 것뿐.


“장 소령님. 무사히 도착하시길···”

“안 선생님은 좋은 리더이시니 이곳을 잘 꾸려 나가실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알려드린 대로 하시되,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변수들에 항상 대비하십시오.”


작별 인사는 짧았다. 말을 길게 한다고 붙잡을 수도 없었고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사람을 붙잡아서도 안 됐다.


장민수는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재경마트를 나섰다.


“지혁 군, 장 소령님을 부탁하네.”


안기호가 진심 어린 당부를 남겼다. 그도 한지혁이 보통 사람이 아닌 걸 눈치 챘지만 중요하지 않았기에 모른 척 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험한 길이 될 테니까.”


괴물의 아가리를 관통하는 일이었다. 혼자라면 몰라도 누군가를 보호하면서 가는 건 쉽지 않았다. 훈련 받은 군인이라도 몸뚱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괴물의 공격 한 번에 머리가 날아가고 팔다리가 잘린다. 그럼 죽는 거다.


한지혁이 먼저 나간 장민수와 합류했다. 대략적인 이동 경로는 정해 뒀다. 둘은 영종도보다 훨씬 가까운 22보병 연대가 주둔 중인 국회의사당을 목적지로 잡았다.


거기까지만 가면 굳이 영종도까지 가지 않아도 생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거리는 잠실 운동장이 국회의사당보다 가깝지만 영종도랑 너무 멀어서 기왕 가는 거 좀 더 가기로 했다.


“무조건 제가 하란 대로 하셔야 해요. 숨으라면 숨고 도망치라면 도망치고.”

“알겠습니다.”


전농동은 한지혁이 하도 들쑤시고 다녀서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편이었다. 괴물들의 시선에서 볼 때 한지혁이라는 괴물의 영역이라고 인식할 만큼 손길이 많이 닿았다.


하지만 전농동을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어떤 괴물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을 노릴지 알 수 없다.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장민수의 주관대로 행동하는 건 금물이었다.


쿠구구.


“그럼 출발···”


말을 멈춘 한지혁이 보이지 않는 저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생체 레이더의 감지 범위 밖에서 발생한 미약한 파동이 감각을 간지럽힌다. 이 정도면 굉장히 먼 거리였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전달되다니, 대포라도 쐈나?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아니에요. 가죠.”


뭔가 심상치 않다.


2.

드드드.


“본부, 여기는 흑새 하나, 현재 위치 종구 E3 구역. 인펙터로 추정되는 변종 발견. 빠른 속도로 도주 중. 오바.”

[야야! 다시 말해 봐! 뭘 발견해? 인펙터?]


무전 수신자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무전 수칙을 어겼다.


“현재 위치 종구 E3 구역. 인펙터로 추정되는 변종 발견. 명령 하달 바람. 오바.”

[당장 죽여!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죽여! 여의치 않으면 터보 구울이라도 죽여야 한다! 머리를 못 자르면 손발이라도 잘라야 해!]

“확인!”


조종사의 조작에 500MD 헬기가 고도를 낮춘다.

부조종사는 언제든지 7.62mm미니건과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징글징글합니다.”

“누가 아니래? 더러운 괴물 놈들!”


크아악! 캬악!


일반 감염체 수백 마리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헬기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무리에 섞인 인펙터와 변종들을 뒤쫓았다. 특이한 생김새 덕분에 목표물을 구별하는 건 쉬웠다.


얇은 팔다리에 비해 곧 터질 풍선처럼 부푼 비대한 몸. 그 몸에 뚫린 수천 개의 모공으로 분말 형태의 고체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특수 변종 감염체.


명칭 인펙터(Infecter)


특수 변종답게 지금까지 발견된 변종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괴물이었다. 본신의 전투력은 보잘 것 없지만 광범위한 감염 능력을 가졌다. 갓 태어난 놈에게 대대 병력이 전멸했으니 말 다한 것이다.


인펙터는 어딜 가든 자신을 보호할 호위병을 이끌고 다녔다. 구울 같은 일반 감염체는 잡졸에 불과하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크어어!


전신이 터질 것 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2.3m덩치의 괴물 여섯 마리가 인펙터를 감싼 채 이동한다. 호위병인 터보 구울이었다.


지금 추격하는 인펙터가 터보 구울과 일반 구울들을 만들었다. 놈이 분사하는 분말 바이러스는 레드 플레그 자체였다. 흡입은 물론이고 피부에 닿아도 감염되어 변이를 일으킨다. 움직이는 생화학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저런 게 몇 마리나 더 있는지.”


조종사의 말에 부조종사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군은 나라를 대표하는 무력 집단이다. 말단 병사라도 일반인보다 현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이 빨랐다. 모르고 싸울 수가 없어서다.


하물며 둘은 간부 계급은 대위와 중사다. 그것도 헬기를 모는.


보는 게 많은 만큼 서울과 경기도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인펙터에는 못 미쳐도 각 지역이나 구역에는 강력한 변종들이 몇 마리씩 꼭 있고 자잘한 하급 변종은 수두룩하다.


생김새나 능력은 제각각이지만 강하다는 공통적 특성을 지녀서 죽이는 게 어려웠다.


특히 주기적으로 군을 괴롭히는 인펙터와의 전투 규모는 전쟁 급이었다. 대체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됐단 말인가. 이건 자연재해가 아니라 생물병기가 틀림없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무슨 의도로 퍼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해결책은 전무. 간혹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닌 극소수의 면역자가 발견되어 후방으로 이송됐지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백신 개발의 ㅂ자도 시작 못했다.


“인펙터부터 노린다.”


헬기의 속도가 빨라지며 7.62mm미니건의 총구가 인펙터에게 쏠린다. 최우선적으로 죽여야 할 목표였다. 원래 목적은 순찰이었지만 놈을 발견한 순간부터 사살로 바뀌었다.


두두두두!


철판도 뚫는 총알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인펙터를 보호하기 위해 벽을 친 일반 구울들이 내리꽂히는 총알에 맞고 걸레처럼 찢어진다. 총알 소나기가 바닥을 긁으면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다. 끝에는 인펙터가 있었다.


근육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안 되는 터보 구울이 넓은 등판으로 총알을 차단한다. 살점이 파이며 검붉은 피가 튄다. 터보 구울도 강한 변종이지만 미니건은 기관총이다. 권총이나 소총과는 위력부터가 달랐다.


그럼에도 버텼다. 스스로를 희생해 인펙터를 지켰다. 대단한 방어력과 생명력이었다.


콰아앙!


그런 터보 구울도 미사일은 막을 수 없는지 폭발하는 위력에 조각조각 육편으로 화한다. 일정 반경 내의 구울들과 다른 터보 구울들도 동시에 휩쓸렸다.


“망할! 제기랄!”


하지만 고기 방패가 워낙 단단했던 탓에 인펙터에게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았고 비산하는 먼지 속에 숨어 근처 건물로 도망쳤다.


놓쳤음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유리창이 깨지고 콘크리트가 튄다. 모든 걸 퍼부을 기세로 공격했다.


퍼어엉!


헬기에 장착된 마지막 미사일이 건물 내부를 두드린다. 폭음이 터지며 시뻘건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모습이 안 보이니 되는 대로 퍼부을 수밖에 없었고 적재된 탄약을 거의 소모하고 나서야 공격을 멈췄다.


“죽었을까?”

“방해가 심해서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공격에 죽을 리가 없죠.”


할 수만 있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건물을 붕괴시키고 싶었지만 미사일은 미니건과 달리 수량이 적었다.


“확인도 못하고 답답하네.”


고작 둘이다. 이 인원으로 인펙터의 생사를 확인하는 건 자살 행위다. 터보 구울 한 마리만 해도 소대 병력을 상대한다.


상부에서도 변종과의 정면 대결은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그런 변종이 저 안에만 다섯 마리나 됐다. 변종이 없어도 구울들로 득실거렸기에 들어갈 엄두도 안 났다.


“잠시 대기.”


조종사가 부조종사에게 헬기 조종을 맡기고 상부에 무전을 넣었다. 모든 화력을 쏟았고 인펙터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대기할지 돌아갈지, 명령 하달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블랙 호크 두 기를 지원하겠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현 위치를 고수하라. 놈이 고립되어 있을 죽여야 한다!]


인펙터는 여왕개미나 여왕벌처럼 자신의 감염체들을 수족처럼 부린다. 평소에는 변종들만 호위로 두지만 필요에 따라 기본 감염체를 만들거나 끌어 모은다. 건물에 고립된 지금이 놈들을 일망타진할 기회였다.


“대위님! 저길 보십시오!”


부조종사가 가리키는 곳은 건물 5층 유리벽 쪽이었다. 인펙터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유리벽을 따라 움직인다.


“고도 낮추고 다시 퍼부어!”


낮춘다고 해봐야 지상 수십 미터 높이다. 변종들의 능력으로도 뛰어오를 수 없었기에 공중 공격이야말로 괴물들과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퍼어억!


사각지대에서 날아온 둔탁한 물체가 헬기의 옆면을 때린다. 그 탓에 헬기가 휘청거렸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뭐야? 뭐에 맞은···”


콰앙!


뒤이어 날아온 물체가 헬기의 꼬리를 후려쳤고 그에 후방 프로펠러가 망가지며 동체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두 조종사는 360도 회전하는 시야 속에서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손을 떠나 버렸고 그렇게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인펙터가 들어간 건물보다 더 큰 건물의 옥상 쪽에서 연신 무거운 물체들을 던져 대는 터보 구울들을.


콰아앙!


중심을 잃은 헬기가 이리 돌고 저리 돌다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쿨럭!

“미친··· 어찌 이런!”


실로 교활하기 짝이 없는, 관심을 집중시키려고 미끼 역할을 자처했다. 놈에게 한 눈 팔린 사이 터보 구울들이 헬기를 격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이동, 완벽히 당했다.


“으으···”

“큭! 이 중사 정신 차려!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


안전벨트를 풀기도 전에 건물 유리창이 깨지며 구울들이 뛰쳐나왔다. 그 뒤로 창가에 선 인펙터가 터보 구울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래쪽을 쳐다본다.


크켁! 끄아아!


순식간에 다가온 구울들이 무방비 상태의 조종사들은 난도질한다. 쉽게 죽이지 않았다. 산 채로 살을 찢고 뼈를 부수고 내장을 잡아 뽑았다. 끔찍한 고문이었다.


[여기는 본부! 흑새 하나! 응답하라! 흑새 하나! 김 대위! 이 중사! 응답해!]


인펙터는 위험 요소가 완벽히 제거되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콰직!


시끄럽게 떠드는 무전기가 거슬렸을까. 화상을 입은 것처럼 녹아내린 얼굴을 찡그리며 무전기를 밟아 부서뜨렸다.


그런 다음 헬기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저곳에 위험 요소들이 떼로 몰려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죽을 뻔했고 그때마다 살아남았다. 얕볼 수 없는 것들이다. 쓸어버리려면 힘을 모아야 했다.


이를 위해 사방으로 퍼트렸던 수족들 중 하나가 큰 성과를 물고 왔다. 어딘가에서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운 좋게 태어나기 전에 조치를 해 뒀기에 태어나면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그때야말로 벌레들을 쓸어버린다.


꾸어엉!


인펙터가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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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인펙터 웨이브(Infecter Wave) : 1 +2 24.06.06 360 32 13쪽
29 9. 꼬리잡기 : 2 +3 24.06.05 428 39 11쪽
28 9. 꼬리잡기 : 1 +5 24.06.04 469 36 12쪽
27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3 +8 24.06.03 518 42 11쪽
26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2 +6 24.06.02 523 52 11쪽
25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1 +5 24.06.01 538 44 11쪽
24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4 +5 24.05.31 535 42 12쪽
23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3 +5 24.05.30 543 45 12쪽
22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2 +4 24.05.29 554 42 11쪽
21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1 +2 24.05.28 598 43 12쪽
20 6. 지옥도시(地獄都市) : 5 +4 24.05.27 606 40 12쪽
19 6. 지옥도시(地獄都市) : 4 +2 24.05.26 619 43 12쪽
18 6. 지옥도시(地獄都市) : 3 +5 24.05.25 664 47 11쪽
17 6. 지옥도시(地獄都市) : 2 +3 24.05.23 678 42 11쪽
»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5 24.05.22 740 49 11쪽
15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3 +5 24.05.21 761 55 13쪽
14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7 52 12쪽
13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7 51 11쪽
12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4 +13 24.05.18 905 55 11쪽
11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3 +4 24.05.17 900 51 13쪽
10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0 53 11쪽
9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1 +2 24.05.15 1,045 59 10쪽
8 3. 악마의 힘 : 3 +5 24.05.14 1,137 67 11쪽
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3 65 12쪽
6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5 60 11쪽
5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6 24.05.11 1,233 65 11쪽
4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2 +4 24.05.10 1,389 69 16쪽
3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1 +6 24.05.09 1,507 70 15쪽
2 1. 인페스티드(Infested) : 2 +2 24.05.08 1,663 7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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