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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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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12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12 22:05
조회
1,185
추천
60
글자
11쪽

3. 악마의 힘 : 1

DUMMY


1.

다음날, 도움 받은 호텔에서 하루를 지낸 한지혁은 자신의 은신처인 용신 파크로 떠날 준비를 했다.


“지혁 군, 이것들을 가져가세요.”


안기호가 건네준 건 식량이 든 슬링백과 긴 천이 꽂혀 있는 맥주병 두 개였다. 식량은 아껴 먹으면 이틀 정도 버틸 양이었고.


“이건···”


맥주병을 흔들자 정체불명의 액체가 출렁인다.


“화염병입니다. 제대로만 맞추면 흉내쟁이 같은 괴물도 쫓아낼 수 있어요. 라이터는 가방에 넣어 뒀습니다.”


총 같은 화기를 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화염병은 민간에서 만들 수 있는 무기들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사제 불 폭탄이었다.


안기호는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염병을 만들었는데 위기의 순간마다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평범한 인간인 그가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게 유일한 수단이었다.


“신세만 지네요.”

“무슨 말씀을! 이럴 때야말로 서로 더 도와야죠.”

“선생님의 선함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딸린 식구들과 손녀 분을 생각해서라도 조심하세요.”

“하하! 저도 아무나 막 도와주지 않습니다. 괜찮을 것 같아서 도와준 거예요.”


괜찮은 기준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더 머무르기에는 이것저것 할일이 많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돌아오세요. 지혁 군이라면 새로운 식구로 대환영입니다.”


한지혁이 가벼운 목례로 답을 대신했다. 호텔과 용신 파크의 거리는 직선으로만 킬로미터 안팎이다. 이동 못할 거리는 아니지만 그 사이에 어떤 지뢰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다. 안기호는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안넝히 가때어!”


안기호의 달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안다예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배꼽 인사를 한다. 성품도 선한데다 가정교육도 잘 받았다.


“공주님도 잘 있어요. 아저씨가 나쁜 괴물들 다 혼내 줘서 공주님 같은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게요.”

“에헤헤!”


안다예가 어린아이 특유의 맑은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천사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안기호는 한지혁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잘 가고 있나 확인했고 한지혁은 안기호의 시야에서 벗어남에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재경마트 인근이 녀석의 주 출몰 지역이라고 했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마트다. 역시 교활한 괴물들은 사람이 몰린 만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막대한 물자가 잠재된 보물창고임에도 못 먹는 떡이었다. 심지어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찔러볼 수도 없었다.


안기호는 최대한 그곳을 우회해서 움직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가 알려 준 길은 사람들이 휴식처로 활용하던 공원으로 들어가 하천이 흐르는 산책로로 이동하는 거였다.


탁 트인 게, 대놓고 활동하는 한지혁의 성격과 잘 맞는 길이었다. 어디든 그렇듯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오늘은 그냥 가자.”


가방을 채울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올 때 밥을 먹은 이후로 거의 굶다시피 했다. 그 때문에 배속에 든 귀신이 배고프다고 난리치는 중이었다.


인간 버전의 슈퍼카였다. 성능이 좋은 만큼 유지가 까다롭다.


2.

한지혁은 생체 레이더에 걸리는 기척들을 경계하며 용신 파크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괴물들이 없는 게 아니었다.


마주치지 않게 피해서 없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꼽추 괴물이나 흉내쟁이처럼 이상 변이를 일으킨 괴물의 수는 한정적이지만 구울 같은 놈들은 지천에 널렸다.


만약 놈들이 아침에 주로 활동하고 무리보다는 단일 개체로써 영역을 나눴다면 은신 이동이 몇 배는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 전에도 청각과 후각을 이용해 한 무리의 구울들을 포착했다. 놈들은 길가에 널리고 널린 건물 속에 몰려 들어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물자를 구하겠다고 기웃거렸다간 그날로 지옥행 열차를 타는 거다. 그들로선 안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해 낼 능력이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안기호는 운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이게 왜 열려 있지?”


어제 나올 때 분명 닫았는데 1층 방화문이 열려 있다. 파손된 흔적도 없고 괴물 특유의 비린내도 안 나는 걸 보면 사람이 연 거다. 나온 건지 들어간 건지는 모른다.


생체 레이더도 잠잠했다. 방화문만 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7층으로 올라갔다. 3층 문은 여전히 박살난 상태고···


땡그랑!


이상함을 감지한 건 7층 방화문을 열었을 때였다. 속 빈 쇳소리가 울리며 익숙한 포장재가 문 앞에서 나뒹군다. 실을 묶어 손잡이와 연결해 놓은 캔 음료수였다.


바보가 아니 이상 모를 수가 없다. 조잡하고 형편없었지만 이건 일종의 경보기였다.


그와 동시에 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소리의 위치를 파악한 한지혁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너무 무관심했나.”


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동안 괴물만 신경 썼지 사람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자를 모으느라 하루가 멀다고 들락날락거렸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박살난 도어락 파편이 형편없이 나뒹군다. 소리를 꺼서 경보도 울리지 않았을 터.


괴물병에 걸려 강해지지 않았다면 화나고 아깝더라도 물러났을 것이다. 이미 불청객들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고 숨었다.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길지 뻔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강해지기 전이었다.


덜컥!


한지혁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블라인드 때문에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모든 게 다 보였다.


집주인답게 내부 변화를 한 번에 파악했다. 주방 식탁에 없어야 될 물건이 놓여 있었다. 묵직한 아령이었다.


“헬스장이었군.”


대충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과 일면식이 있다면 얼굴을 알아봤을 테고 헬스장에서 왔다면 주소를 알아내는 건 쉽다. 회원 등록할 때 적었으니까.


“도와 달라고 부탁했으면 흔쾌히 나눠줬을 텐데··· 어때? 지금이라도 그러는 게?”

“뒤져, 이 새끼야!


방에 숨어 있던 이진호가 식칼을 들고 뛰쳐나와 한지혁의 복부를 마구 쑤셨다. 그에 살이 찢기며 상당한 피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흐흐! 너만 죽이면 다 우리 건데 부탁은 무슨 부탁이야, 병신아!”


칼에 찔려 옴짝달싹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화장실에서 나온 홍기석이 여유롭게 걸어와 한지혁의 목을 과도로 긁었다.


“그냥 돌아가지 그랬어? 응?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했잖아. 덩치 믿고 나댄 모양인데 그게 네 명줄을··· 이진호, 너 왜 그래?”


주절주절 떠들어대던 홍기석이 이진호를 보며 의아한 말투로 묻는다. 찌른 당사자가 반대로 찔린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떤다.


“손, 괜찮니?”

“헉! 히익! 흐아아악!”


그 한마디에 이진호가 식칼을 내던지고 한지혁과 홍기석을 지나 현관으로 도망쳤다. 홍기석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천천히 뒤돌아선 한지혁을 보고 고양이 앞에 쥐가 된 듯 굳어 버렸다.


눈이··· 시커멓다. 흰자위가 안 보인다. 눈 대신 검은 구슬을 박아 넣으면 저렇게 될까. 또한 눈 주변에 돋아난 핏줄들이 그 무시무시한 현상을 더욱 부각시켰다.


제아무리 사람이 어둠에 취약하다지만 장시간 적응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절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너, 너 뭐야! 누, 눈이 왜 그래!”

“눈에 변화가 있나?”


한지혁은 스스로를 볼 수 없었기에 되묻듯 혼잣말을 했다. 반응을 보면 상대가 놀랄 만한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언제쯤 이 몸에 대해 다 알 수 있을지, 그야말로 미지였다.


“시, 시발! 저리 꺼져! 괴물 같은 놈! 괴물병에 걸려서 괴물이 됐어!”


공포에 질린 홍기석이 미친 듯이 과도를 휘두르다 한지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으악!”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강한 반발력에 비명을 지르며 과도를 놓쳤다. 그의 손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로 단단한 벽을 찌른다면? 날이 상하거나 손이 미끄러져 다칠 것이다. 과도든 식칼이든 갑옷 같은 근육을 뚫을 수 없었다.


“분명 진호가 마구 쑤셨는데···”


이진호의 경우 본인의 손을 벤 거다. 흥분으로 알아차리는 게 늦었을 뿐.


“아무래도 여긴 포기해야겠다. 피 냄새가 너무 뱄어.”


집도 집이지만 바깥에서까지 피 냄새가 풍긴다. 이진호가 정신없이 도망치며 동네방네 손도장을 찍어 댄 탓이었다.


“시, 시발, 시··· 컥!”


홍기석의 발이 허공에 붕 뜬다. 한지혁이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이건 비밀인데, 네 말대로 난 괴물병에 걸렸어. 근데 괴물이 되지 않고도 괴물 같은 능력이 생기더라?”


한지혁이 홍기석을 베란다로 끌고 갔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중장비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못했다.


“육체가 강화되면서 감각도 예민해졌고 그렇게 괴물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지. 아무튼, 시간이 지날수록 다루는데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오랫동안 걷히지 않았던 블라인드와 베란다가 활짝 열렸다.


“이게 변했는데 과연, 이건 멀쩡한가? 라는.”


한지혁이 손가락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가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너도 생각해봐. 강한 힘을 얻었다고 죽을 수도 있는 바깥을 제집 마냥 활보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홍기석의 몸이 베란다를 넘어간다.


“그러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지. 내 행동 자체가 꺼릴 것 없이 밖을 활보하는 괴물들과 닮았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밖을 나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이제 한지혁이 손만 놓으면 홍기석은 떨어져 죽는다.


“자 봐. 널 죽이려 하는데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아.”

“컥··· 사, 살려, 용서··· 켁!”


목줄이 붙잡혀서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왔지만 몸은 정직했다. 7층 높이에서 대롱거리는 홍기석이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아까 내가 말했지? 지금이라도 부탁하면 나눠주겠다고. 그거 농담 아니야. 집 좀 침입했다고 죽이는 건 심하잖아. 하지만 칼로 찌른 건 선 넘었지. 그만 내 집에서 나가.”

“으아아아!”


한지혁이 힘을 풀자 홍기석이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때마침 1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가려던 이진호는 홍기석이 떨어져 곤죽이 되는 걸 코앞에서 목격했다.


“히이이익!”


자신의 피와 홍기석에게서 튄 피에 절은 이진호가 기겁하며 엉덩방아를 찐다.


“지··· 노야, 살려···”


머리가 반쯤 뭉개지고 팔다리가 꺾인 홍기석의 탁한 눈동자가 이진호를 향한다. 죽음의 끝에서도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우웩!”


이진호는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토를 했다. 잔인한 광경이라서? 그것보다는 처한 상황 자체가 그의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도주를 그만두지 않았다. 휘청거리는 다리 대신 팔을 지지대 삼아 일어났다. 공포보다 살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너 그렇게 가면 편히 못 죽는다!”


한지혁이 소리쳤다. 당연히 이진호는 무시했다.


“진짜인데.”


신선한 피 냄새를 저리 풀풀 풍겨서야 괴물들의 관심만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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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7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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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0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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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4 65 12쪽
»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6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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