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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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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15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16 23:30
조회
930
추천
53
글자
11쪽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DUMMY

3.

“확실히 구울보다는 강렬해.”


탐색을 시작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악취에 섞인 괴물의 냄새를 감지했다. 그때부터 감각을 칼처럼 곤두세워 유지시켰다.


구울보다 강한 단일 개체의 괴물. 미묘한 감정이 샘솟는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적개심이나 호승심과 비슷했다.


피할 때는 피하지만 싸울 때는 싸운다. 이는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기는커녕 흥분만 된다. 강렬하기는 해도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번들.


적의 존재를 떠올리자 눈이 검을 빛을 띠며 얼굴로 핏줄이 번진다.


“아차차. 이러면 안 되지.”


괴물화 스위치가 자동으로 켜지려고 함에 재빨리 껐다. 아직 조절이 쉽지 않다. 평정심이 조금만 흔들려도 제 멋대로 시동 걸린다.


“이래서는··· 살아 있을 수가 없겠는데.”


마트 1층.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목불인견의 참상을 목격했다. 투박하게 찢긴 시체들이 바닥을 나뒹굴거나 내장이 통째로 뽑힌 채 빨래처럼 걸려 있었다.


옆쪽 에스컬레이터에도 시체들이 즐비했다. 아이스크림을 크게 베어 물듯 몸통의 일부가 뜯겨 나갔다. 눈을 까뒤집은 게 죽기 직전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을지 알려준다.


5월에 접어드는 중이라서 더울 때는 제법 더웠는데 부패가 더딘 걸 보면 죽은 지 오래되지 않은 듯했다. 식량을 찾으러 왔다가 괴물에게 당한 건가?


일단 3층과 2층, 여기 1층에서 생체 레이더를 자극하는 특이 사항은 없었다. 남은 곳은 시체의 흔적이 헨젤과 그레텔이 남긴 빵조각처럼 이어지는 지하의 식품 매장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엄청나군.”


한지혁이 작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식품 매장에 진입했다.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보물들이 개방된다.


구역마다 배치된 엄청난 물량의 생존 필수품들은 보는 것만으로 기가 질렸다.


또한 저게 전부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직원들만 드나드는 재고 창고에도 상당한 물자가 쌓여 있을 것이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식품 매장을 감상하듯 거닐었다. 공포 영화를 찍어도 모자람이 없는 환경인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직접적인 위험이라면 몰라도 분위기 같은 무형의 요소에 짓눌리지 않는다.


예전에 몇 번 왔던 마트였다. 그때는 사람이 바글거렸었는데 지금은 시체가 바글거린다.


대형마트답게 굉장히 넓었다. 높고 많은 진열대 때문에 시야가 끊긴다. 진열대 사이로 들어가지 않고 눈으로만 훑었다.


그그극···


“그래, 애써 왔는데 빈집이면 섭섭하지.”


소리가 들린 곳으로 움직였다. 먹음직한 고기를 팔던 정육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진열대에 내놓기 전 고기를 손질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 비슷한 곳이 나왔다.


그리고 그 끝에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냉동 창고가 자리한다.


“많이도 긁었다.”


냉동 창고의 문을 손으로 쓸었다. 겉면에 긁은 자국들이 선명하다. 하도 긁은 탓에 그물처럼 촘촘했다. 이 흔적에서 반드시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느껴진다.


“미안하지만··· 못 넘겨주겠는 걸?”


한지혁이 불시에 몸을 돌렸다. 진열대 위에 앉아 있던 뭔가가 위치를 발각 당했음을 깨닫고 재빨리 모습을 감춘다.


정육점에 접근할수록 놈의 노린내가 코를 찔렀다. 은신에 일가견 있는지 시각은 잘 속였지만 청각과 후각은 속이지 못했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요···”


어딘가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무서워.”

“괜찮아. 엄마가 우리 지혜 지켜 줄 거야.”

“죽고 싶지 않아. 제발, 누가 나 좀!”


목소리가 시시각각 바뀐다. 어린 여자아이에서 성인 여자로, 성인 여자에서 성인 남자로, 흉내쟁이였다.


목소리는 물론이고 음의 높낮이, 전달되는 감정, 전부 인간과 똑같았다. 재경마트가 주된 출몰 지역이라는 안기호의 말이 맞았다.


끼끼끼!


“시발 놈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


흉내쟁이 입장에서 한지혁은 이미 영역에 들어온 먹이기에 따로 유인할 필요가 없었다. 눈과 귀가 요란한 움직임을 쫓는다. 완벽하게 쫓지는 못해도 놓치지는 않았다.


흉내쟁이는 상대가 자신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는 걸 눈치 챘다. 감각을 교란시키기 위해 엎드려서 바닥을 기고 진열대를 넘고 벽에 매달렸다.


한지혁은 억지로 뒤쫓지 않고 벽을 따라 걸었다. 집주인은 제 마음대로 돌아치는 중이고. 허점을 발견하는 즉시 치고 들어올 거다. 그 타이밍을 잘 노려야 했다.


“와라. 찢어 죽여 줄 테니.”


흉내쟁이 역시 한지혁처럼 스스로를 포식자라 생각했다. 어차피 들킨 이상 길게 간 보는 건 놈에게도 시간 낭비였다.


끼에에에!


동네방네 뛰어다니던 흉내쟁이가 땅을 박찬다.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상당한 속도였다.


‘30%정도만.’


한지혁이 힘을 개방했다. 눈이 검게 변하며 주변으로 핏줄이 퍼졌고 육체의 성능이 조금 올라갔다. 구울 전투 때와는 달리 몸의 색이나 근육의 경화, 덩치가 커지지도 않았다.


아무리 구울보다 강해도 혼자인 단일 개체였다. 소 잡는 칼로 닭 잡을 수는 없는 일. 상대에 맞게 출력을 조절해야 유지 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이렇게 조절하면 전투가 끝나고도 여력이 남는다. 괴물들이 들끓는 세상이었다. 항상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갈고리처럼 휘어진 손톱이 정면에서 쇄도한다.

검은 눈이 궤적을 쫓았고 두터운 팔이 손목을 낚아챘다. 그 상태로 몸통을 들이받아 벽에 처박았다.


육중한 진동이 정적을 뚫고 식품 매장을 뒤흔든다. 구울들도 불리하니까 도망쳤다.


이놈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교활한 놈들이라 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 않을 테니 이대로 끝내는 게 신상에 이롭다.


끼끼끼!


분명 한지혁의 의도한 대로 됐는데 흉내쟁이의 표정에 웃음기가 감돈다. 왠지 가까이 붙기를 바랐다는, 혹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그런 종류의 비웃음이었다.


쩌어억!


“이런 제길!”


흉내쟁이의 입이 귀까지 찢어지는 걸로 모자라 더 크게 확장되며 톱날 같은 이빨이 드러난다. 아까 봤던 시체들에 나 있던 뜯어진 상흔이 떠오른다. 입으로 물어뜯은 거였다.


“크윽!”


살을 도려낼 기세로 목을 깨물었다. 말이 목이지 입이 워낙 커서 어깨까지 해당 범위에 들어갔다. 30%정도지만 육체의 성능이 평소보다 올라갔는데도 피가 흐르며 통증이 느껴졌다.


물어뜯는 힘이 상당히 세다.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해도 사냥감을 문 덧처럼 절대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꽉 끌어안아서 힘을 못 쓰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빠져나갈 수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절대 놓지 마라.”


한지혁이 괴물화의 출력을 높였다. 체감으로는 한 50~60%쯤?


몸이 검붉게 물들며 근육이 경화되더니 도리어 어깨를 물고 있는 이빨들을 부숴 버렸다. 흉내쟁이가 당황하며 그제야 물러서려고 했지만 붙잡은 팔을 당겨 다시 끌고 왔다.


빠아악!


강력한 니킥이 복부에 박힌다. 등이 새우처럼 굽어짐에 턱을 올려쳐서 바로 세웠다. 괴물이라도 인간과 비슷한 체형이었다.


샌드백 후려치듯 맹공을 퍼부었다. 출력을 높이면서 힘의 격차가 벌어지자 한 방 한 방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끼엑!


한참을 두드려 맞던 흉내쟁이가 발악하듯 한지혁의 팔뚝에 이빨을 들이댄다.


“곱게 죽어!”


주먹이 얼굴의 정면을 강타한다. 그 충격에 얼굴이 찌부러지며 뒤로 꼬꾸라졌는데 한지혁은 가만 두지 않고 마운트를 점해 무자비하게 내려찍었다.


-크크크! 죽어, 죽어!


흥분 상태에 돌입하며 괴물화가 제어를 벗어난다. 흉내쟁이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일방적인 살육만 해봤으니까.


그렇게 전농동 재경마트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던 괴물은 한지혁의 손에 곤죽이 됐다. 얼굴과 상체 부분이 다 터져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툭!


흉내쟁이의 생체반응이 정지한다. 제아무리 질긴 생명력을 지녔어도 살아날 수 없다. 이 지경이 된 세상이니 어쩌면 이렇게 되고도 살 수 있는 괴물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놈은 아니었다.


“꽤 다쳤네.”


몸 곳곳에 생채기가 생겼고 특히 목과 어깨의 이빨 자국은 제법 심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조금만 지나면 저절로 회복될 거다.


한지혁은 흉내쟁이를 내버려두고 정육점 냉동 창고 쪽으로 이동했다.


후욱··· 후욱···


내부에서 미약하지만 일정한 숨소리가 들린다.

들어와서 봤던 시체들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환경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감각에 걸리는 생명 반응은 하나였다.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흉내쟁이도 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박박 긁었겠지.


의아한 건 충분히 부수고도 남을 텐데 왜 긁기만 했냐는 거다.


생존자를 만나기 전 마음을 안정시켰다. 전투의 잔재를 털고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서다. 일단 흉내쟁이 외에 다른 괴물은 감지되지 않는다. 중간에 흥분해서 힘을 낭비했지만 여력은 남겨 뒀다.


괴물병에 적응해서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괴물은 죽었습니다. 밖은 안전하니 나오셔도 되요.”


친절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조용한 지하에서 그 소란을 일으켰다. 귀머거리가 아니고서야 모를 라야 모를 수가 없었다.


‘쉽게는 안 나오나?’


흉내쟁이는 사람 말을 따라 한다. 제정신이면 밖에 있는 게 도대체 뭔지, 나갈지 말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귀찮게 증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괴물을 처리해 줬으면 판단해서 나오는 건 혼자 해야지.


생존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아마 일생일대 갈림길에 선 기분이지 않을까 한다. 여냐 마느냐를 떠나 생사가 걸렸으니까.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문틈에 손가락을 끼웠다. 강제로 뜯어낸다. 잘못 부쉈다가 튕기는 문에 맞아 죽으면 곤란하다.


콰드득! 삐걱!


2톤 트럭도 들어 올리는 힘이 문 하나에 집중되자 이음새가 삐걱거린다. 심지어 과도한 힘에 잡은 부위가 우그러졌다. 한 번에 뜯어낼 수도 있지만 일부로 시간을 끌었다.


“괴물이 있을 때야 그렇다 쳐도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겁에 질러 머뭇거리는 걸 보면 오래 살긴 힘들었어. 이미 밖은 지옥, 나약한 자들은 잡아먹힐 뿐이야.”


일부러 도발했다. 끌려 나오지 않고 걸어 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의지 차이다. 이쯤이면 알아들어야 한다. 흉내쟁이는 사람을 따라 할뿐, 대화가 될 만큼 유창하게 떠들지 못한다.


···오.

···시오.


“뭐란 거야.”

“열 테니까 그만하십시오!”


함락 직전 투항이라, 아슬아슬했어도 의지박약은 아닌가 보다. 하긴, 이런 곳에서 살아남았다면 강단과 담력이 보통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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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3 +8 24.06.03 519 42 11쪽
26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2 +6 24.06.02 524 52 11쪽
25 8. 국회의사당 주둔지 : 1 +5 24.06.01 539 44 11쪽
24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4 +5 24.05.31 536 42 12쪽
23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3 +5 24.05.30 543 45 12쪽
22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2 +4 24.05.29 554 42 11쪽
21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1 +2 24.05.28 598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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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6. 지옥도시(地獄都市) : 4 +2 24.05.26 619 43 12쪽
18 6. 지옥도시(地獄都市) : 3 +5 24.05.25 664 47 11쪽
17 6. 지옥도시(地獄都市) : 2 +3 24.05.23 678 42 11쪽
16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5 24.05.22 740 49 11쪽
15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3 +5 24.05.21 762 55 13쪽
14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7 52 12쪽
13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7 51 11쪽
12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4 +13 24.05.18 905 55 11쪽
11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3 +4 24.05.17 901 51 13쪽
»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1 53 11쪽
9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1 +2 24.05.15 1,045 59 10쪽
8 3. 악마의 힘 : 3 +5 24.05.14 1,137 67 11쪽
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4 65 12쪽
6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6 60 11쪽
5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6 24.05.11 1,233 65 11쪽
4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2 +4 24.05.10 1,390 69 16쪽
3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1 +6 24.05.09 1,507 7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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