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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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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16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11 22:05
조회
1,233
추천
65
글자
11쪽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DUMMY

6.

한지혁이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개인 거주지에 머물다가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거나 전달 사항이 있으면 이곳으로 모입니다. 이만한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곳이 별로 없거든요.’


안기호가 귓속말한다.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점에서 성격이 보인다. 한지혁이 사람들의 행색을 살폈다.


초췌하긴 해도 나름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굶주림에 허덕인다거나 불안한 기색을 비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심 걱정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괴물 천지가 된 세상이니 하루하루 사는 게 고역이겠지. 그걸 감안했을 때의 감상평이었다.


30명 정도라고 들었는데 모인 인원은 20명이 조금 넘었다. 경비 인원이 빠져서다.


“한지혁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만 신세지겠습니다.”


한지혁이 짧은 자기소개를 했다. 사람들은 낯선 이의 등장을 경계했지만 안기호를 믿는지 대체적으로 수긍의 자세를 보였다.


“엄마, 나 배고파.”

“이따 밥 나오니까 조금만 참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안다예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칭얼댄다. 엄마는 아이를 타일렀다.


“싫어! 조금 주잖아! 초콜릿 먹고 싶어! 빵이랑 과자도! 엉엉!”

“나도 먹고 싶어!”

“과자!”


하나를 시작으로 식당에 모여 있던 서너 명의 아이들도 덩달아 칭얼댔다. 아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보살펴 주는 것만으로 엎드려서 절해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아직 어렸다.


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보살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복잡한 가슴을 더욱 후벼 팠다.


지지직!


“꼬마야, 이거 먹을래?”


한지혁이 현수라는 사람이 옮겨 뒀던 자신의 가방에서 초콜릿과 과자 등, 다양한 먹거리를 꺼냈다. 최대한 많이 넣기 위해 상자 같은 겉포장을 뜯고 비닐 포장 상태로만 집어넣어서 양이 어마어마했다.


“과자다!”

“우와! 먹을 거다!”


아이들이 자제력을 잃고 달려든다. 어른들은 식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에 아이들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부모 역시 막아야 함 옳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양심을 짓눌렀다.


촤르륵!


한지혁이 가방을 거꾸로 뒤집었다. 식량이 쏟아져 나온다. 라면이나 통조림, 육포 같은 종류도 섞여 있었다.


“와···”


산더미 같은 먹거리에 애어른 할 것 없이 입을 벌린다.


“다들 순서대로 나와서 가져가세요. 공평하게 분배해 드리겠습니다.”


한지혁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그들은 리더인 안기호의 눈치를 살폈다.


끄덕.


안기호의 허락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막 가져가지는 않았다. 다들 질서는 지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한지혁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외부인이고 나발이고 잊은 지 오래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다 보니 식량 사정이 안 좋았다. 잘 먹어야 하루에 두 끼, 못 먹으면 한 끼였는데 그 한두 끼도 정량의 반이 안됐다.


인원이 많아서 편의점을 온전히 털어도 여유롭지 않을 거다.


‘좋은 사람이군.’


혼자 살아남기도 벅찬 아포칼립스 속에서도 주변을 챙긴다. 목숨을 걸고 식량을 보급하고 이를 아낌없이 베푼다.


리더 안기호는 좋은 사람이었다.


7.

한편, 한지혁이 당일의 마지막 외출을 하고 있을 무렵. 그와 관련된 예측 불가의 변수가 발생하려 하고 있었다.


“저 새끼 또 나가네.”

“며칠 째 왔다 갔다 하는 그놈이요?”

“어.”


용신 파크 오피스텔을 대각선으로 바라보는 건물 안 헬스장. 그곳에서 트레이너로 근무 중인 홍기석과 이진호가 막 은신처를 나와 이동 중인 한지혁을 거론한다.


“미친놈인가? 대체 하루에 몇 번을 들락날락 하는 거야?”


홍기석이 기가 차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는 괴물 사태가 발생하던 날, 이진호와 함께 근무하다 아포칼립스를 맞이했다.


사람이 찢겨 나가고 또 괴물로 변하고. 실제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미친 현실에 절망하며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못 냈는데 둘은 3주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한 번도 헬스장 건물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괴물들이 무서워 잠은 헬스장 구석의 PT룸에서 잤고 끼니는 프로틴이나 간식으로 때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가 돼서야 겨우겨우 건물 내부를 돌며 식량을 보급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도 죽여 봤다. 이 건물은 편의점은 물론이고 음식점도 하나밖에 입점하지 않았다. 그런 악조건 속에 딸린 입은 또 층마다 숨어 있었기에 그들로서는 먹고 살기 위해 죽여서라도 빼앗아야 했다.


처음에는 살인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저 가방에 든 거, 전부 식량이겠지?”

“그렇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면 부지런히 나갈 이유가 없잖아요.”


홍기석의 말에 이진호가 맞장구친다. 둘의 입장에서 보는 한지혁은 정신 나간 인간이었다. 아무리 식량 때문이라지만 괴물들이 들끓는 바깥을 며칠이나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하루에 몇 번씩 나갔다 들어갔다 반복했다.


운이 좋아서 괴물들에게 안 걸린 것 같은데 훅 가는 건 정말이지 한순간이었다.


“기석이 형, 용신 파크에 PC방, 음식점, 편의점 다 들어갔는데 밖에 나갈 깡이면 거기부터 털지 않을까요?”


일리가 있다. 밖도 나가는데 건물 안을 못 돌아다닐 리가 없다. 어쩌면 남들보다 빨리 생존 물자를 선점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상한 게, 그만큼 모았으면 집에 처박혀서 쉬어도 되잖아. 뭔 장사할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쉬지 않고 움직여?”

“미리미리 준비하는 걸 수도 있죠.”

“미리?”

“시발, 막말로 구조될 기미는 안 보이고 식량도 점점 줄어들기만 하고, 더 구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목숨을 걸어서라도 최대한 모아서 버텨 보자는 생각으로다.”


진짜 그렇다면 집에 식량을 쌓아 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큰 용신 파크에서 그 집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근데 그 새끼 낯이 좀 익어요. 헬스장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네. 근데 그럼 뭐해요?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데.”

“잠깐만, 잠깐만.”


홍기석이 빠른 걸음으로 헬스장 인포메이션으로 이동했다. 그는 노트북에 보조 배터리를 연결해서 전원을 켰다. 인터넷은 안 되도 노트북 자체 기능은 작동된다.


“그걸 켜서 뭐하려고요?”

“네 말이 사실이면 우리 헬스장에 등록했다는 거잖아. 회원 목록에 개인 신상 다 적혀 있을 텐데 어차피 없어도 밑져야 본전 아니야?”


홍기석과 이진호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한지혁을 특정했다.


“일단 여자들 다 제외시키고, 20대 남자에 용신 파크 거주···”


성별과 나이 별로 분류해 놓은 파일 중 남자들, 그중에서 20대만 따로 모아 둔 파일에 들어가 하나씩 빠르게 열람했고 금세 원하던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한지혁, 24세, 용신 파크 707호.”

“맞아! 기억났다. 이 새끼 제가 상담했는데 명강 대학교 다닌다 했어요!”


잡설은 길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주소까지 알아내려 했고 알아냈겠는가. 둘은 짧은 상의 끝에 한지혁의 집을 털기로 마음먹었다.


밖으로 나가는 게 꺼림칙했지만 제집 안방처럼 싸돌아다니는 미친놈도 있었다. 괴물들이 사람을 피해 다닐 리는 없으니 어쩌면 이 주변이 생각보다 덜 위험할지도 몰랐다.


식량을 담을 가방들과 도어락을 부술 적당한 무게의 아령 하나를 들고 용신 파크 707호로 출발했다.


괴물들에 대한 공포 때문에 두렵고 무서웠지만 그만큼 좋은 기회였다. 딱 한번만 확인해 보면 된다. 정말 식량을 쌓아 뒀다면 최소 몇 개월, 어쩌면 년 단위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


헬스장과 용신 파크는 대각선으로 40~50미터 거리라 금방 도착했다. 위로 올라가던 둘은 3층 방화문이 뜯긴 걸 보고 돌아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이를 악물면서 이겨냈다.


“부셔요?”


707호 앞. 이진호가 아령을 들자 홍기석이 잠시 제지하고는 가방으로 도어락을 가린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줄이려는 잔재주였다.


퍽! 퍽!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아령으로 내려치는 힘에 도어락이 힘없이 부셔진다. 괴물이 없는 오피스텔의 안전성이 그들에게 원활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 줬다. 그렇게 한지혁의 은신처가 실로 어이없는 형태로 개방됐다.


“···뭐냐, 이거?”

“우리가 잘못보고 있는 거 아니죠?”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물자 축적이 상당할 거라는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거실 대부분이 식량과 생필품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1.5룸이라 넓지 않다는 걸 감안해도 남자 둘이서 최소 몇 개월은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양이었다. 다만, 한지혁의 기준으로 계산하면 식량의 경우 여유롭게 잡아도 보름 정도에 불과했기에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와! 씹! 스팸!”


최근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이진호가 이성을 잃고 짭짤한 햄이 든 통조림을 그 자리에서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먹을 게 지천에 널려 있다니, 꿈만 같았다.


홍기석도 이진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단 먹고 봤다. 정신을 차린 건 잔뜩 먹고 배가 부른 다음이었다.


“꺼억! 대체 얼마만의 포식이냐. 형, 오긴 왔는데 다 어떻게 옮기죠?”


이진호는 한지혁이 모은 물자 규모에 기가 질렸다. 어떻게 되먹은 놈이기에 괴물들 속에서 이만큼이나 모은 걸까.


헬스장으로 옮기려면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해야 할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집 주인이 돌아올 테고 날도 어두워질 거다.


“옮겨? 왜 옮겨?”


홍기석은 이진호와 생각이 달랐다.


“예? 안 옮겨요? 그럼 이걸 놓고 가요?”

“미쳤냐? 좁긴 해도 여기가 헬스장보다 생활하기는 훨씬 좋아. 높아서 괴물들에게 발각될 확률도 낮고. 거기가 뭐라고 좆 빠지게 옮겨서 돌아 가냐? 그냥 눌러 앉으면 되는데.”

“푸핫!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그럼 오자마자 바로 슥?”


이진호가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한다. 죽일 거냐는 뜻이었다.


“그래야지. 넌 방에 숨어 있다가 집으로 들어오면 먼저 덮쳐. 죽일 수 있으면 죽이되, 안 되면 무리하지 말고 버티기만 해. 내가 화장실에 있다가 뒤를 칠 테니까.”

“오케이!”


둘은 물자를 옮기는 대신 한지혁을 죽이고 집 자체를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기분 좆나 째지네.”


홍기석은 문득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가 떠올랐다. 개미는 열심히 음식을 모아 겨울을 준비했고 베짱이는 매일 처 놀다가 나중에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한다는 내용이었다.


‘구걸? 그딴 걸 왜 해?’


죽이고 빼앗으면 된다. 만약 베짱이가 개미를 죽였다면 노력하지 않고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역시, 우화나 동화는 교훈만 주려고 하지 현실 같은 건 하나도 반영하지 않는다. 현실은 항상 예상과 상상을 벗어나는 법이었다.


그래,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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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 3 +5 24.05.30 543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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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 지옥도시(地獄都市) : 2 +3 24.05.23 678 42 11쪽
16 6. 지옥도시(地獄都市) : 1 +5 24.05.22 740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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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2 +5 24.05.20 797 52 12쪽
13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7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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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 2 +2 24.05.16 931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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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악마의 힘 : 2 +4 24.05.13 1,164 65 12쪽
6 3. 악마의 힘 : 1 +3 24.05.12 1,186 60 11쪽
»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3 +6 24.05.11 1,234 65 11쪽
4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2 +4 24.05.10 1,390 69 16쪽
3 2. 괴물들이 활개 치는 세상 : 1 +6 24.05.09 1,507 7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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