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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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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연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2
최근연재일 :
2024.06.06 22: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6,308
추천수 :
1,560
글자수 :
160,044

작성
24.05.13 22:05
조회
1,163
추천
65
글자
12쪽

3. 악마의 힘 : 2

DUMMY


3.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뭐지.’


한지혁은 이진호가 남긴 흔적을 추적하며 묘한 고양감에 들떴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한껏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육체가 활성화됐고 가뜩이나 뛰어났던 감각이 더 넓게 확장됐다.


왜 그런 걸까. 불청객이 침입해서? 아니면 칼을 들고 공격해서? 그런 상황에서 반응한 게 맞으니 이유가 되겠지만 단정 지어 결론 내리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사람을 죽였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죄책감? 없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으니 죽였을 뿐이라는 생각만 든다. 확실히 머리 쪽도 변한 게 맞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이래서 놀랐군.”


흰자위가 없는 시커먼 눈과 주변에 나무뿌리처럼 번진 검붉은 핏줄들. 길가에 방치된 자동차 창문에 비친 얼굴이었다.


게다가 전신의 근육도 예전보다 압축되어 꿈틀거리는 게 놀라서 까무러칠 만한 모습이기는 하다. 이거,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한지혁은 아무 거리낌 없이 도로를 걸었다. 은신 기동을 하던 평소와는 달랐다. 이상하게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둑놈을 잡으려고 나왔지만 나약해 빠진 인간 따위, 솔직히 잡아도 그만 안 잡아도 그만이었다.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곳곳에 생존자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


“지금 내가 뭐라고?”


걸음을 멈추고 눈을 부릅떴다. 분명 나약해 빠진 인간 따위라고 했다. 그건 타인을 무시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쓴 게 아니었다.


“아··· 알겠다.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알 수 없는 기분이, 묘한 고양감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깨달았다. 그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포식자임을 인정하는 무의식의 표출이었다.


깊은 내면에 잠재된 본능이 홍기석과 이진호라는 하찮은 존재들에게 자극받으면서 깨어났고 이는 곧 정체성의 발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스···


잉크가 번지듯 한지혁의 육체가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단순히 색이 변하는 걸 떠나 골격이 부각되며 덩치가 좀 더 커졌고 극한으로 압축된 근육이 진짜 갑옷처럼 경화됐다.


팔다리 역시 길어지는 등 전투에 적합하게 변형됐는데 그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형태였다.


끼기긱!


맹수의 발톱보다도 날카로운 손톱이 콘크리트 벽을 긁는다. 손톱이 지나간 자리에 다섯 줄기의 실선이 새겨진다.


-크흐···


심지어 목소리마저 수만 마리의 벌떼가 날갯짓하듯 묵직하게 울렸다.


-답답해.


한지혁은 왼손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이 막혔다. 원초적인 욕망이 속에서 꿈틀거린다.


-크아아아아!


양손을 좌우로 펼치며 포효를 내질렀다.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는 것보다도 큰 엄청난 수치의 데시벨이 터지며 수 킬로미터 너머까지 퍼져 나갔다.


그 포효를 들은 사람들은 괴물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더 깊숙한 곳으로 숨었고.


크에에!

끼아아!


각자의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력한 괴물들은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뭘 원하는지 본능이 말해 주고 있어.


포효를 끝낸 한지혁이 혼자 중얼거리며 휘적휘적 어딘가로 이동한다. 그곳은 전후좌우가 뻥 뚫린 널찍한 사거리의 중심이었다.


용신 파크 인근에서 구울들의 냄새가 가장 짙은, 놈들의 서식처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드드드···


얼마나 서 있었을까.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미세한 진동이 지축을 흔든다. 한지혁의 시선이 쭉 뻗은 도로 끝으로 향한다.


키악! 캬아아!


건물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들이 사거리 쪽으로 우르르 몰려온다.


끔찍하게 뒤틀린 이목구비와 온몸에 퍼진 종양, 진물이 흐르는 더러운 피부. 구울들이었는데 머릿수가 무려 백에 가까웠다. 그걸 보고도 한지혁은 도망치기는커녕.


-크, 크크크!


살의 넘치는 웃음을 흘렸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난··· 포식자다.


그렇게 하나의 생명체와 하나의 무리가 충돌했다.


4.

퍼어엉!


대포 같은 주먹에 가슴이 함몰된 구울이 맥없이 날아가 뒤따라오던 놈들과 뒤엉킨다. 다른 놈들은 재빨리 일어섰지만 맞은 놈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가슴뼈가 통째로 박살나며 내부 장기를 처참하게 찢어발겼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빈사 상태. 괴물들의 생명력이 질기다지만 불사인 건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벌써 열을 넘겼다. 통나무처럼 두껍고 채찍처럼 길고 유연하게 변형된 팔은 그 자체로 흉악한 무기였다.


-오오오!


한지혁의 모습은 마치 들개 떼 속에서 미쳐 날뛰는 호랑이를 연상시켰다. 그 어떤 구울도 두 번의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한대만 맞아도 신체가 밀가루 반죽처럼 뜯기거나 짓뭉개졌다.


물론 한지혁도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구울들은 그가 강하다는 걸, 자신들보다 더 높은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라는 걸 알면서도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죽을지언정 작은 생채기라도 남겼다. 압도적인 머릿수를 믿는 것이다.


키아아!


악착같이 매달려 할퀴고 문다. 똑같은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당하자 단단하게 경화된 갑옷에 자국이 생기기 시작한다. 내구력이 상하고 있다는 표시였다.


흔하고 약한 종이라도 괴물이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었다면 할퀴고 물리는 즉시 찢어지고 뜯겼을 테지만 현재 한지혁의 육체는 본인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했을 때보다도 강화되어 있었다.


-큭!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건지 구울 열댓 마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 수백 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를 몇 개나 찬 것 같은 무거운 압력이 느껴졌다.


한 마리 한 마리는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떼로 뭉치자 엄청난 전력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이게 바로 구울들이 위험한 이유였다. 무리 사냥. 단체의 이점이었다.


-끄으으! 이까짓 거!


팔을 내밀어 상체를 보호하면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 모양새가 들이받기 직전의 황소를 떠올리게 한다.


못 움직이게 하려는 구울들과 움직이려는 한지혁의 힘겨루기. 사방에서 압박하고 있어서 뿌리치는 게 쉽지 않았다. 방향을 정해 뚫고 나가야 했다.


콰직! 끄에엑!


구울이 자신의 얼굴을 붙잡은 손가락을 깨문다. 제 딴에는 자를 목적으로 물었겠지만 오히려 턱을 붙잡고 아래로 뜯어버렸다. 그에 고통에 자지러지며 몸에서 떨어진다. 문제는 금세 다른 놈이 그 자리를 메웠다는 거다.


웅크림 속에서 빠르게 굴러가는 한지혁의 눈이 구울들의 빈틈을 찾는다. 가랑비에 옷 젖듯 쓸데없는 소모전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쪽의 에너지가 먼저 방전된다. 아직 양호한 편이었지만 점점 숨이 가빠질 기미가 보였다.


이러다가 깔리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수적 열세를 역전시킬 해결책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지형을 활용한다거나.


-저거다.


이제는 용도가 불분명해진, 도로를 벗어나 처박히듯 세워진 버스가 보인다. 저 정도면 구울들이 들이받아도 넘어가지 않고 버텨 줄 것이다. 또한 유지한 고지도 점할 수 있으리라.


콰아악!


경화된 근육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범위 안의 구울들을 강제로 밀어낸다.


포위망을 뚫는 게 우선이었기에 아껴야 할 힘을 폭발시켰다. 갑자기 강해진 힘에 구울들 사이에 약간의 틈이 생겼고 이를 놓치지 않고 빠져나가 버스 쪽으로 뛰었다.


하늘을 날듯 뛰어오른 한지혁이 버스 지붕을 찌그러뜨리며 안착한다. 뒤쫓아 온 구울들이 좀비 떼처럼 다닥다닥 달라붙는다.


퍼억!


올라오려는 구울의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 목이 부러지며 나가떨어진다. 반대쪽에서도 올라왔지만 소용없었다.


제자리에서 몸을 돌리며 반쯤 올라온 구울의 얼굴을 축구공처럼 후려쳤다. 머리가 터지며 그 자세 그대로 꼬꾸라졌다.


이후로도 계속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올라오면 죽여서 떨어뜨리고 또 올라오면 또···


간혹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래 봐야 네다섯 마리, 그 정도 숫자로 상대가 될 리 없었다.


-크크, 크흐흐!


한지혁은 갈팡질팡하는 구울들이 재밌었다. 버스 위는 다수가 움직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많이 올라올 수는 있는데 그랬다간 서로가 서로에게 걸림돌만 된다.


소수가 다수와 싸울 수 있게 해주는 최적의 지형이었다. 밑에서 싸울 때는 에너지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꽤 안정적이었고 그 증거로 상처도 재생하고 있었다.


승기가 한지혁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스스스···


“어라?”


잉크 번지듯 번져 있던 검붉은 피부색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덩치가 줄어들며 부각되던 신체적 특징도 사라졌다. 그에 따라 하늘을 날것같이 들떠 있던 고양감도 잔잔해졌다.


변이인지 변신인지가 풀리며 괴물 형태에서 다시 인간이 된 것이다.


크에엑!


“이런 미친!”


당황했던 것도 잠시, 급히 정신을 차리고 올라오는 구울을 발로 밟아 떨어뜨렸다. 원래대로 돌아오며 괴물이었을 때보다 현저히 약해졌지만 기본적인 강함은 여전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아직 반 가까이 남은 구울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였다. 참으로 좆같은 타이밍이었다. 하필 전투 중에 풀리다니, 풀릴 거면 끝나고 풀리던가. 현자 타임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어쩌지? 이대로 버텨야 하나?”


버티면 순순히 돌아갈까? 그럴 리가. 이러다가 체력이 먼저 떨어지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거다. 그렇다고 내려갈 수도 없었다. 숫자라도 적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지금 상태로 감당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총이라도 있었으면 다 쏴 죽였을 텐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총 한 자루만 쥐어 준다면 충분히 빠져나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소총은 고사하고 나무 막대기도 없는···


“화염병!”


뇌리를 확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건 안기호가 줬던 두 개의 화염병이었다.


“뭐야! 슬링백 어디 갔어!”


벗은 기억이 없는데 슬링백이 없었다. 떨어뜨렸나? 어떻게 그 중요한 걸 떨어뜨리고 까맣게 잊을 수가 있지?


“크윽!”


잠시 생각하는 사이 구울들이 올라와 한지혁의 팔뚝을 깨물었다. 피부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통증이 느껴진다. 경화가 풀린 만큼 방어력이 낮아진 탓이었다.


물린 상태로 팔을 휘둘러 다른 놈들과 함께 떨쳐 냈다. 황급히 슬링백을 찾았다. 구울들과 싸우다가 떨궜다면 깨져서 쓸 수 없겠지만 그 전에 떨궜다면 어딘가 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왔던 길을 거슬렀다. 탁 트인 도로를 걸어 사거리로 왔다. 그 길을 집중해서 쳐다봤다. 멀리 떨어진 풍경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밀려들어온다.


“찾았다!”


슬링백은 끈이 끊어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 위치라면 정체성을 깨닫고 괴물로 변했던 지점이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지면서 끈이 버티지 못한 듯했다.


“챙기려면··· 뛰어야겠네.”


현재 구울들은 버스에 정신 팔린 상태였다. 사방팔방 붙어 있어서 멀리 뛰기만 하면 놈들의 후방으로 떨어진다.


“흐읍!”


한지혁이 버스를 디딤돌 삼아 정면으로 멀리 뛰었다. 구울들의 시선이 한 박자 늦게 그를 뒤쫓는다.


제발 온전히 보존되어 있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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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몰려드는 생존자들 : 1 +3 24.05.19 877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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