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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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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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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파스키은 에필로그

DUMMY

올라온곳은 아주 천천히 물이 흘러내려 밖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성소에는 발목을 겨우 적실만한 정도로 맑은 물이 차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양초불이 켜져있었다. 오래되어 길이가 짧은것부터 새로 불을 켜놓아 긴 양초까지 촛불빛이 가득 방안을 밝혔다. 물에 비친 불빛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첨벙이며 별빛처럼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주황색으로 가득찬 공간은 어머니의 품처럼 안전한 느낌을 주었고 벽돌에 반사되는 빛조차 따스한 햇빛 같았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악의를 살명하고 평화와 평온만 있는 공간같은 착각을 주었다.

여기서 떠나고 싶은 기분이 하도 없었지 물살에 이끌려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파스키은이 맨발로 성소를 나와 수건으로 발을 닦았다. 성벽공사가 마치자 마자 쫓기듯 수도를 벗어나 한달만에 마천루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수도의 ㅅ자도 생각 하기 싫었다. 아버지가 계시니 알아서 잘 처리하실 터였다.

“파스키은.가자.축제.” 코잉밀이 금색 수를 놓은 진녹색 정복을 단정하게 입고 말했다. 그 옆의 사샤는 소매가 보라색이고 치마가 붉은색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레이어드로 겹쳐 입어 발랄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사샤는 부끄러운지 보일듯말듯한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파스키은은 걸어둔 카키색 자켓을 입고 종아리를 걷은 바지를 아래로 내리고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바지주머니에 두손을 찔러 넣고 성소를 나왔다.

“그래 가자. 디젤차는 준비해 뒀지?”

“응. 우리가 타고온 차를 대기시켜두었어. 곧 축제가 시작할거야. 너무 늦으면 재밌는 걸 못 볼지 몰라!”

“축제. 좋아” 코잉밀이 더듬거리며 말하고는 웃었다. 파스키은 일행이 문을 닫자 디젤차는 신나게 마천루를 내질렀다. 코잉밀은 처음 마천루에 왔을 때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발병한 원인도 몰랐지만 상태가 호전된 이유도 몰랐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스트레스 없는 장소에서 지내다 보니 괜찮아 진거라고 생각했다.

코잉밀의 체형은 깡말랐던 몸에서 살이 붙어 제법 여성스러워졌다. 퀭한 눈동자도 초롱초롱 빛났다. 사샤라는 좋은 친구도 생겨 마천루에 있을 때 잠시나마 외로움을 덜했다. 코잉밀을 보호고 하고 있으니 하이니스가 통치하는 데에도 명분을 주었다. 쾌유하면 밀알가로 돌아가 정치를 해야하지만 그 건 미래에 맡기기로 했다.


디젤차가 멈춰선 곳은 마천루의 북쪽과 공동으로 가는 지역이었다. 벌써부터 축제 열기가 달아올라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맥주에 취해서 맥주잔을 들고 휘청거렸다. 먼저 내린 파스키은은 비틀거리며 퍼레이드를 따라가는 사람무리에 휩쓸려 사샤와 코잉밀을 놓칠뻔 하였다. 건물과 건물을 있는 삼각형 깃발과 광맥가의 문양들이 4층과 5층으로 이어져 하늘을 꾸몄다.


“와서 행운의 카드를 뽑아보세요. 무료입니다 무료!” 축제복장 차림의 타로술사가 파스키은과 사샤 앞에서 카드를 펼쳐보였다. 부유석을 섞어 만든 카드가 공중에 떠올랐다. 파스키은은 햇살이 내리쬐는 하늘에 백마탄 아이카드를 뽑았다. 사샤는 금화를 들고 있는 손 모양 카드를 뽑았다.

“둘 다 행운 카드입니다!” 타로술사가 멋들어지게 말하자 기분이 좋아져 카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파스키은은 찰칵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사진사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사샤에게 주었다. 사샤가 카드를 흔들자 카드를 보며 서있는 사샤와 파스키은 윤곽이 점점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들렸다. 얼굴에 황동칠한 사람이 조각물처럼 서있다가 앞에 바구니에 누군가 동전을 집어넣자 갑자기 움직였다. 황동색 사람은 몇번 움직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분수대 앞의 간이 무대에서는 통기타와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를 켜는 연주자들이 관중들의 갈채를 받으며 연주 중이었다. 쾌활한연주소리가 입구 초입까지 들려왔다.

“아름다워.”

코잉밀은 하늘을 올려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등불들이 하늘에 별처럼 반짝였다. 허공에 멈춰 서있는 등불들을 보일듯 말듯한 실로 바람에 실려가지 안도록 매달아 놓았다. 무지개빛으로 흔들리는 등불들이 바람에 따라 파도처럼 일렁였다.바람이 불지 않을 때면 시공간이 멈춘것처럼 빛났다.

파스키은은 부유석을 섞은 등불을 보며 마음이 착찹해졌다. 표류섬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광맥가는 간신히 사람들을 모아 표류섬의 서쪽 부분을 정화하였다. 아직도 도시기능의 8할 정도는 마비되어 있었다. 정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감염당할 위험이 있었지만 2주째 감염자 지대가 번졌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나름 통제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정화병들이 애를 쓴 덕분이었다. 그덕에 원래는 천문학적인 금화를 주고 사야할 부유석을 해오름 지역에서 공짜로 가져왔다.

사샤는 이미 축제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놓칠세라 코잉밀의 손을 잡고 사샤를 뒤따라 들어갔다. 한쪽에선 수도에서 가져온 기계동물들이 재주를 부렸다. 펜스 안쪽으로 호랑이가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코잉밀이 작은 기계가 토끼가 다가와 손에 머리를 비비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복권을 사세요! 8시에 동물 경기가 있습니다!” 브라운관TV에 기계 동물들이 싸움이 보였다. 기계호랑이가 발톱으로 기계들소의 몸을 긁어내자 몸이 닿을때마다 붉은색 스파크가 튀었다.

“신기하지?” 파스키은의 물음에 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으로 들어오자 건물과 건물사이로 정오의 햇빛이 아스라이 비추었다. 싱그러운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운무처럼 내리쬐는 햇살을 피부로 만끽했다. 자연의 생명력과 따스함이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붉은 천막으로 2단으로 꾸민 단상에는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각종 포스터들이 붙어있었고 행사시간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양쪽 옆에는 붉고 파란 헬륨풍선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사샤와 코잉밀은 무료로 나눠주는 노란색 헬륨풍선을 받아들고 신나서 앞서걸었다.


사격을 연습해 볼 수 있는 부스들이 잇따라 있었다. 작은 과녁판을 총으로 쏘아 넘어뜨리는 게임이었다.

“한번 해볼래?” 사샤가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난 이제 총이라면 질색이야. 네가 한번 해봐. 나는 밖에서 지켜 볼게.” 사샤와 코잉밀이 부스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진행자가 코잉밀과 사샤에게 총을 견착하는 자세를 알려주고 교정을 해주었다. 사샤는 올라오는 과녁판에 모조총구를 들이밀었다. 순차적으로 작아지는 과녁판을 플라스틱 총알로 맞추자 맑고 명료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코잉밀은 집중력 좋게 10발중에 8발을 맞추었다.

“짜잔! 상품 탔어. 나 잘하지?”

“언제 총을 쏴 봤던가?”

“우리 사관학교 견학할 때 쏴 봤잖아? 너 기억안나?”

“그때 배운걸 아직도 기억한다고?”

“이렇게 보여도 한 기억력 한다구.” 사샤가 경품으로 작은 곰인형을 두손으로 받아들고 새침하게 말했다.

“아맞다! 파스키은 너 학교 유급됬어.” 사샤가 코잉밀을 따라 걸으며 파스키은에게 말했다.

“뭐라고? 난 전쟁하고 있었는데? 거짓말!”

“진짜야 학사 담당자가 전해달래. 내년부터는 꼬박꼬박 다녀야 해. 또 유급되지 않으려면 말이지. .”

“하. 졸업안한걸 잊고 있었어.학장님에게 이야기해서 6개월로 줄일수 없는지 물어보야 겠어.” 파스키은은 학교를 다시다닐 생각을 하니 앞날이 캄캄해졌다.


다른 쪽에선 기계 말을 타볼 수 있는 부스들이 있었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이건 완전 신기한데? 황무지에서 가져왔나봐 같이 해볼까? 등부분에 작은 프로펠러가 달린 부유석 슈트가 있었다. 옆구리사이로 방향과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었고 가방처럼 매고 작동시키면 잠시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장치였다. 관계자가 시범을 보였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무서운지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무서우면 내가 같이 해줄게 코잉밀.”

“좋아” 코잉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스키은은 코잉밀이 조끼가 잘 매어진 걸로 확인하고 자신도 조끼를 매었다. 허리춤으로 나온 조종 버튼과 스틱을 눌렀다.

시동이 켜지고 등뒤에서 프로펠러 바람소리가 들렸다.

“곧 뜰거 같아.” 파스키은이 중력이 부양력과 상쇄되어 점점 사라지는 걸 느끼고 코잉밀에게 말했다. 코잉밀이 긴장한채로 천천히 떠올랐다. 파스키은은 코잉밀의 손을 잡고 왼쪽 손으로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상공 3미터 정도로 몸을 떠올렸다.


사샤가 환호성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코잉밀이 즐거운듯 반대쪽 손을 들었다. 파스키은은 울타리를 따라 천천히 조이스틱을 기울여 비행했다.

멀리서 행진을 하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 사람들. 벌써부터 음식점 2층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파스키은과 코잉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꽃이 만개한 워터가든에 스프링 쿨러가 주기적으로 돌아 물을 뿌렸다. 작은 무지개가 생겼다.


하이니스이 편지는 일주일에 2통 정도 광맥가에 전달되었다. 통신기가 고장나서 제대로 연락하지 못한 이유였다. 낡은 대륙 전역에 물자수송이 증가해서 까마귀호 한대로서는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레오폴드 주도하에 증기열차를 추가로 제작중에 있었다.


머리를 스치는 대형 비행선. 각 지역수도의 모양을 축소한 움직이는 미니어쳐 기계 도시 테마를 거니는 사람들. 꽃 정원들이 차례로 보였다. 파스키은은 출력을 낮추고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재밌었지?”

“재밌어!” 코잉밀이 단답으로 말하며 만개한 꽃처럼 활짝 웃었다. 코잉밀의 상태.



“슬슬 배고픈데? 호텔에 가서 옷을 갈아입자. 밤에는 더 재밌을 거야.”

“그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구나.” 파스키은은 디젤차를 타고 축제장을 빠져나왔다. 형형색색 회적목마들과 관람차들이 돌아가는 걸 보았다.레일을 타고 축제 곳곳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차창 너머에서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디젤차가 멈춰선 곳은 미리 예약해둔 호텔이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광맥가가 호텔 전체를 축제기간 동안 빌린 호텔이었다. 주변의 사복차림의 경찰들이 호텔 골목골목에서 암행순찰을 하고 있었다. 흰수염을 멋지게 정돈한 호텔지배인이 나와 파스키은을 맞이했다. 지배인은 도어맨과 밸맨을 바로 붙여 짐들을 각자 방으로 옴겨주었다. 좀있다 보자는 말을 하고 사샤와 코잉밀이 방으로 사라졌다.


파스키은은 한껏 즐기고 마천루의 한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마천루에 돌아가지 않을 거다. 여기저기 밖에 적월호가 남긴 포탄 흔적이 잇었다. 펜스가 세워지고 무너지지 않게 크레인들이 ㅁ올라가고 잇엇다. 부서진 자재를 내리는 등 복구 작업 중인 것들도 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을 지며 연보라빛과 자주색으로 하늘을 물들였다. 노을이 구름을 주황색으로 적셨다.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와 아이들의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에 뜀박질 소리가 들렸 다. 파스키은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파스키은! 우리 저녁먹을러 갈껀데 지금 같이 안갈래!” 익숙한 목소리에 파스키은이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테라스 아래에는 옷을 갈아입은 사샤가 코잉밀과 함께 테라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내려 갈게!” 파스키은은 풀어둔 안대를 착용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폭죽이 하늘에 궤적을 그리며 올라와 황금색으로 만개했다.

바람이 불어와 파스키은이 연필로 적어가던 수첩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르지 않아 촉촉한 잉크가 햇살에 빛났다.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고 있는 걸까. 미약한 기도로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매일 소망할 텐데. 내 남은 삶은, 이세상에 사랑을 더하는 데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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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7. 카트란 에필로그 24.04.17 3 0 11쪽
146 146. 파스키은 24.04.16 5 0 12쪽
145 145. 스철케이드 24.04.15 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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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30. 콘마일 24.03.25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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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 알도린 24.03.21 5 0 12쪽
127 127. 유니스 24.03.20 5 0 7쪽
126 126. 파스키은 24.03.19 5 0 13쪽
125 125. 콘마일 24.03.18 4 0 11쪽
124 124. 파스키은 24.03.15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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