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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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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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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알도린

DUMMY

어둠이 무겁네 내려앉은 밤이었다. 혁명군은 최후방의 작은 막사에서 침묵이 감돌았다. 막사 내의 모두가 흥분상태였다. 지젤은 피곤한 얼굴로 작전지도를 펼쳐 놓고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탁자 중앙의 촛불의 불빛이 중앙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탁자 위에는 개미굴과 현 작전상황의 부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개미굴 앞에 배치된 전방 부대 표시 몇 개가 옆으로 뉘어 있었다. 괴멸되었다는 소리였다. 혁명군의 지도자인 지젤이 결연하고 냉철함이 묻은 눈빛으로 지도를 훝었다.



“우리는 독가스전에 대비했었어야 됐어. 적이 이런 비인도적인 무기를 사용한다면 혁명을 완수하기 전에 위험에 처하게 될 거야.”

“독가스를 들이마신 사람은 병상에 가 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 독가스를 사용할 때를 대비해서 어떻게 대응할지야.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인물인 전략가 호세가 말했다.

“마스크와 방독면을 혁명군에게 보급이 필수야.”

“독가스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염소가스로 판명이 났어. 가까운 마을을 털어서라도 방독면을 확보해서 보급할 수 있는 건 전부 보급해야 해.” 호세는 턱에 수류탄 파편 상처가 나 있었다. 눈은 매서웟고 눈썹은 짙었다. 몸은 며칠 동안 먹지 못한 사람처럼 말랐지만 다부졌다.

“다른 독가스를 사용한다면?” 알도린은 피곤함에 절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방독면을 사용해야 되겠지.” 지젤은 눈이 침침한지 지그시 감았다.

“파블로. 보급을 확인해 보라는 건 어떻게 되었나?”

“당장 보급할 수 있는 건 600개 입니다.”

“너무 적군.” 지젤은 스읍하고 입을 다물고 턱을 매만졌다. 작전 부관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썼다.

“긍적적인 부분은 적이 이러는 이유가 사상자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는 겁니다. 병력이 부족한 거거죠 농성전은 공격쪽이 방어 보다 3배는 불리하니까요.”

“우리가 대응사격한 소이탄이 황무지에 피해를 줬을까?” 호세는 수류탄 폭발로 치명적인 부상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뒤에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목발이 없이는 거동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만큼 머리가 좋은 사람은 혁명군에 손으로 꼽았다. 그는 항상 군모를 쓰고 있었고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많았다.

“적어도 숨어 있는 몇 명은 산 채로 태워 버렸겠지. 피해가 미미할 수도 있어. 혁명군의 사기를 고려하여 우리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였으니까.”



“개미굴을 우회해서 도장에서오는 보급로를 끊거나 바로 수도로 진군하는 건 어떤가요?” 알도린이 연필을 들어 작전지도에 연필로 진군방향을 그렸다.



“도장이 빠른 시일내에 함락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수야. 하지만 우리 예상보다 함락 기간이 늦어지면 우리 후방이 오히려 황무지 군에 공격받아 우리의 보급로가 끊기는 위험을 감수해야 돼. 현 상황에서 굳이 그런 선택지를 할필요가 없지.”



“음. 어쩔 수 없이 개미굴을 굴복시켜야겠군요.”

“어쨌거나 개미굴로 건너가는 다리를 건설해야 해. 공병들을 보호할 엄호사격이 필요해.”

“제가 저격부대로 어느 정도는 엄호사격을 할 수 있어요.”

“그거로는 화력이 부족해.”

“그렇다면 야포를 후방에서 전진배치하여 직접 개미굴을 타격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포격으로 아군을 보호하고 독가스를 사용할 시간을 벌수 있을 거야.”

“그래도 시간문제예요. 우리가 순방향으로 바람이 불 때는 공격하고 맞바람일 때는 전선에서 후퇴하는 게 안전해요.”

“그건 간이 풍향계로 대처가 가능할 거 같아요. 갑자기 풍향이 바뀌지만 않는다면요.”

“최전방 부대에 방독면과 마스크를 보급해. 새벽 일직 작전을 시작한다” 무법지대에서 나고 자란 호세는 서른살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였다. 간혹 편집증적으로 뭔가를 노트를 적거나 허공에 대고 이야기했다. 몇 시간이고 통신병을 붙잡고 통신을 요청할 때도 있었고 비상발전기를 돌려 무전을 보낼 때도 있었다.

그볼 때마다 알도린도 덩달아 안절부절못하게 불안 해지는 때가 있었다. 지젤이 덥수룩한 수염을 길러 자유분방해 보인다면 호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염을 깎아 흐트러짐 없이 진짜 군인 같아 보였다.

호세는 분명 총알이 날라와도 수염을 깎고 대응 사격을 할거로 생각했다. 알도린은 눈을 흘겨 호세를 관찰했다.푸른 사파이어색 눈동자에 코는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 있었다. 웃으면 눈주름이 지어졌다.



전방에서 독가스에 노출된 병사들이 후송되어 왔다. 수포 작용제로 노출된 피부에 수포를 일으켜 손상을 일으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토빛 불투명한 상태로 괴사가 일어났다.

이 독가스는 면과 천은 간단히 통과하고 몸을 가리고 있는 부분에도 수포가 일어났다. 24시간 안으로 심한 가려움과 결막염을 일으키고 눈꺼풀이 부풀어 올라 일시적으로 시력 상실, 심할경우에는 영구적인 시력 상실 위험이 있었다.

직접 고농도의 가스를 흡입한 경우 호흡기 출혈과 폐수종을 일으켜 대기 중에서 질식사했다. 알도린은 눈을 멀고 진물 투성이 병사를 보니 늪지대의 괴물처럼 느껴졌다.



후방 병동은 중상자와 경상자로 나뉘고 실질적으로 중상자들은 진통제를 놔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의무병들은 경상자를 돌보며 최대한 중상으로 넘어가지 않게끔 치료하는 중이었다.



“진흙 속에 사는 괴물 같아.”

“방독면은 어때?”

“여분 정화통을 사용해서 최대한 보급해도 1000개 정도야. 공병들에게 하나씩 쥐어 줘야겠어. 담배한대 필래?”

“아니.” 파블로는 입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여명이 떠오르기 2시간 전 야심한 밖에 디젤트럭이 전조등을 끄고 시동을 켰다. 공병대들은 반쯤 지어지다만 다리의 남은 부분을 트럭에 싣고 다른 트럭에 올라탔다. 달빛이 희미하여 겨우 사물의 윤곽만 보일 정도였다.



알도린은 차출한 저격수 부대와 다른 트럭에 올라타 사거리가 닿고 개미굴 군인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언덕쪽으로 이동했다. 쌍안경으로 공병이 탄 트럭부대가 이동하는 걸 쫓았다. 각 디젤차의 머리에는 간이로 만든 풍향계가 달려 있었다. 알도린은 바닥에 꽂아 놓은 풍향계를 보았다. 바람은 순풍이 불었다.



공병들은 디젤 트럭에서 내려 트럭에 싣고온 물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조립하고 있었다. 소리가 안 나게 하느라 움직임이 더뎠다. 그래도 동이트고 몇 시간만 지나면 개미굴로 가는 다리를 보병들이 건널수 있을 터였다.



포대는 전부 전진배치하여 장전까지 마친상태였다. 사격신호가 떨어지면 화약을 집어넣고 순차사격하여 공병을 엄호할 터였다. 개미굴 북쪽 지역은 초토화가 될 게 뻔했다.



날이밝아오고 개미굴에서 비상경보가 울렸다. 알도린은 관측하러 나온 황무지 군인을 벌써 세 명째 쏴 죽이고 있었다. 저격부대에서도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늘었다.



“크롬님 적 포대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붉은 깃발을 들어 포대에게 신호를 알려.”

“알겠습니다.” 저격수 하나가 붉은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곧 아군 포대에서 공기를 찢는 포격소리가 들렸다. 포격은 30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아군을 겨냥사격하지 못하도록 연막탄이 섞여 들어갔고, 며칠 전에 발싸한 소이탄의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불타는 곳이 있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포격이 지속되었다.



바람의 방향은 아직 순풍이었다. 공병들이 다리 구조물을 들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다리가 반대편에 닿았다. 공병들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알도린은 저격총으로 군인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고 풍향계를 습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순풍이었던 풍향계가 파르르 떨렸다.



공병들이 완전히 밀어 넣고 디젤차에 올라탔다. 풍향계가 180도 돌아 역풍으로 바뀌었다. 개미굴의 북쪽은 계속된 포화로 도시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서쪽은 아직 건재했다. 역풍이 계속되자 곧 동서쪽에서 노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개새끼들 독가스를 터트렸어.” 알도린은 언덕 위에서 노란색 깃발을 들고 크게 휘저었다. 후방과 전방에서 독가스 경보를 알렸다. 알도린은 총알이 발바닥 근처에 튀는 걸 보고 잽싸게 몸을 숨겼다. 쌍안경으로 아군의 디젤트럭을 바라보았다.


디젤트럭을 빠르게 공병들을 태우고 후방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공병들이 주머니에서 방독면을 꺼내 하나둘씩 꺼내 썼다. 축 늘어진 문어같은 모습들이었다. 독가스 연기는 빠르게 전선을 뒤덮었다. 알도린은 전선한쪽에서 방독면을 쓰지 않은 부대를 발견했다. 방독면 물자부족으로 보급되지 않은 부대였던 거다. 도망칠세도 없이 노란연기가 부대를 뒤덮었다.



적어도 수백명은 죽은 목습이었다. 황무지군에서 방독면을 쓰고 혁명군을 소탕하려는 군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머리를 전부 감싸는 방독면을 쓰고 혁명군이 만든 다리를 건너 천천히 진군했다. 국지적인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노란연기는 한바탕 휩쓸며 지나갔다. 알도린의 눈에 마스크 대용으로 입에 붕대를 감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군인들이 보였다. 대부분은 죽어 있었고, 곧 죽을 사람들이 힘없이 몸을 기대거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콜록거리자 몸이 들썩이는 게 보고 눈을 질끈감았다.


“끔찍하군.” 혁명군을 사살하려는 황무지군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혁명군에서 저항도 없자 이들은 몸도 숨기지 않고 개활지를 걷는 사람처럼 평범하게 전장을 걸어오고 있었다.

갑자기죽은줄 알았던 혁명군의 일부가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알도린은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혁명군은 폐손상으로 기관지를 타고 넘오는 폐조각들을 뱉어내며 바닥에 있는 총을 집어 황무지군을 겨냥했다. 얼굴을 붕대를 감은 곳곳에서 피가 배어 나와 붉게 물들었다. 황무지군은 죽을 줄만 알았던 혁명군이 반격해 오자 당황한 기색이었다.

총을 놓친 군인들은 대검을 빼어 들고 황무지군에게 달려들었다. 황무지군이 대응사격하여 팔과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이들은 자기 몸이 아닌양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들었다. 한 혁명군이 황무지군을 쓰러뜨리고 가슴에 칼을 박아넣고 자신도 축 늘어졌다

알도린은 몸을 가눌 수 없는 벅찬 감정에 휩싸였다. 이들은 독가스로 인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몸이라 자기 목숨이 시한부인 걸 알고 있었다. 망자들의 돌격이었다. 수는 수십 명에 불가했지만 비틀거리며 기괴하게 사격하는 혁명군의 모습에 수백 명의 황무지군의 사기가 급속도로 떨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총에 맞아 죽으면 손해였다.

혁명군의 진격소리가 후방에서 들려왔다. 총공격 명령이었다. 쉬고 있던 포대쪽에서 다시금 포격소리가 나고 개미굴로 포탄이 떨어져 내렸다. 방독면을 쓴 혁명군이 몸을 낮추고 천천히 진격해나갔다.

곧 공병들이 가설한 다리를 건너고 개미굴 곳곳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알도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굴이 함락당할걸로 보여 쌍안경을 망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무지군은 꽁지빠지개 도망간 후였고 혁명군들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면이 녹아내리고 속살이 드러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외모에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독가스 공격을 버텨 낸 생존자들이었다. 운이좋게 살아남긴했으나 화학 화상을 입은 채로 코와 입에서 살점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들은 정신력으로 끔찍한 고통을 이겨 내오고 몰려오는 황무지군을 향해 최후의 반격을 가하고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었다.


혁명군 총공격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알도린은 총을 들고 일어났다. 진격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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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 파스키은 24.04.16 5 0 12쪽
145 145. 스철케이드 24.04.15 4 0 14쪽
144 144. 파스키은 24.04.12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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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 스철케이드 24.04.10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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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파스키은 24.04.0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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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5. 알도린 24.04.01 4 0 10쪽
» 134. 알도린 24.03.29 8 0 12쪽
133 133. 파스키은 24.03.28 6 0 10쪽
132 132. 카트란 24.03.27 5 0 10쪽
131 131. 유니스 24.03.26 5 0 11쪽
130 130. 콘마일 24.03.25 4 0 12쪽
129 129. 파스키은 24.03.22 5 0 10쪽
128 128. 알도린 24.03.21 5 0 12쪽
127 127. 유니스 24.03.20 5 0 7쪽
126 126. 파스키은 24.03.19 5 0 13쪽
125 125. 콘마일 24.03.18 4 0 11쪽
124 124. 파스키은 24.03.15 4 0 11쪽
123 123. 슐레이반 24.03.14 5 0 10쪽
122 122. 알도린 24.03.13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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