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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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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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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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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파스키은

DUMMY

파스키은은 부관을 따라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스철케이드는 소식을 듣고 따라오려는 황금뉴스진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파스키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지하로 향했다. 지하 감옥 교도관들이 입구에서 죽어 있었다.

‘설마’ 파스키은은 눈을 뜨고 죽어 있는 교도관의 눈을 감겨 주었다. 허리춤에는 거칠게 뜯어낸 흔적이 있었다. 감옥 문을 여는 열쇠꾸러미를 힘으로 잡아당긴모양이었다. 교도관은 한 뼘정도 되는 날카로운 물체로 경동맥이 잘려 있었다. 파스키은은 흘러내려 굳은 피를 피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감시하는 두 명의 교도관도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부관은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지르는 대신에 탄식을 내뱉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전범들은 어디에 수감되어 있었죠?”

“지하 감옥의 C동일 겁니다. 그 수가 적어도 수십 명을 될 겁니다.”

“안내하세요.” 부관은 A동과 B동을 지나쳐 C동으로 파스키은을 안내했다. 어디가나 문은 열려 있고 교도관은 죽어 있었다. 파스키은은 등줄기로 땀한줄기가 흘러 내려가는 걸 느꼈다. 지독하게 안 좋은 예감이 떠오른 탓이었다.



얼마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파스키은은 평온한 오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여유로운 취미 시간을 보낸게 언제였던지 기억나지 않았다. 전쟁 이전에 평소의 삶이었다. 급하게 뭘 해야 되지 않고 쫓기듯 시달리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지금이 싫지는 않았다. 전쟁과 사람을 죽이는 일은 끔찍이도 싫었다. 파스키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파스키은은 방문을 열었다. 알도린을 감시하던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파스키은님 큰일입니다. 알도린이 수도 길거리에서 또 철혈인을 살해했어요.”



“총을 뺏으라고 전달했잖아! 왜 시킨 대로 하지 않았어?” 파스키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총을 뺏어도, 수도에 날카로운 무기는 전부 흉기로 사용될 수 있어서.”

“뭘로 죽였느데?”

“나뭇조각이요.” 파스키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철혈인에 대한 알도린의 증오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았다. 수도 가온에서 살인이라니. 처리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몇 명이나 봤어?”



“수십 명이요. 황금뉴스에서 취재를 와서 촬영해야 갔는데, 황금을 사용해서 가까스로 막아 내고 있어요. 목격자들에게는 입막음을 시키고 있어요. 하지만 얼마 안가서 수도에 알도린이 전쟁영웅에서 살인귀라는 소리로 가득찰거예요.”



“파스키은님 여기입니다.” 파스키은은 부관의 재촉에 현실로 돌아왔다. 문을 다 열기도 전에 이미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처음 마주한 감옥내에서 철혈인이 손에 상처가 난 채로 가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항하다가 가슴에 칼을 찔리고 죽은 모양이었다.



감옥문을 열 때마다 이미 죽은 시체들이 침대에 쓰러져 있거나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마지막 감옥문을 열었다. 알도린은 수감자를 죽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기도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파스키은.” 뒤에서 스철케이드가 조용히 불렀다.

“황금뉴스 쪽은 어떻게 하신거예요?” 파스키은이 물었다.

“부공장장 권력으로 찍어 눌렀어. 황금을 받고 다른 걸 찍으러 갈건지. 억지로 이 모습을 찍고 대신에 제작자들은 내 권력을 걸고 갈아치우겠다고 엄포를 놓았어. 그제야 한풀 꺽이더군.”



“오시면서 이 참상을 보셨어요?”

“그래. 의사에게 진정제를 가져오라고 했어. 알도린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니 잠재워야 해.” 파스키은은 동의했다. 스철케이드가 굳은 얼굴로 팔짱을 끼고 기다리는 동안에 무장한 군인 몇 명이 진정제를 가지고 왔다.

“의사라면서요?”

“알도린은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정신병원에 수감할 거야.”

“그런!” 파스키은은 말문이 막혔다. 그사이에 군인들이 접근하여 알도린을 사지를 결박하고 진정제를 투여했다. 알도린이 소리를 치다 잠잠해졌다.



“민간인을 죽이고 아무런 처벌받지 않을 수는 없어. 알도린이 광맥가가 아니라 철혈가 쪽이었다면 사형감이었어. 지금 여론을 잠재우려면 전쟁트라우마로 인한 현실부적응이야.”

“알도린도 피해자라구요!” 파스키은은 눈물을 나오는걸 참으며 울먹였다.

“안다. 괜찮아지면 퇴원시킬거야.” 스철케이드는 파스키은을 다독여주었다. 군인들이 알도린의 두 손을 결박하고 들 것에 실어 밖으로 나왔다.



스철케이드는 교도소장을 불러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감옥 청소와 유족들 보상이야기일게 뻔했다. 파스키은은 고요하게 자고 있는 알도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관이 술을 한잔사겠다는 이야기에 파스키은은 거절하고 도장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부관이 다가와 이야기했다.



“알도린은 지금 어디에 있어?”

“진정제를 맞고 쓰러져 병실에 누워 있습니다.”

“알도린의 얼굴을 봐야겠어.” 파스키은은 대기하고 있던 디젤차에 올랐다. 부관은 인사하고 사라졌다. 운전수는 파스키은이 뒷좌석에 앉자 시동을 걸고 병원 방향으로 향했다.

강박증적으로 정신의 병적 몰두가 이어졌다. 베리칼라의 죽음이 슬프지 않느냐? 그렇지는 않다. 파스키은도 베리칼라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분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하는게 인간이었다.

알도린은 전쟁이 끝나고 낡은 대륙을 통합해야 되는 시기인데도 혼자서 철혈가와 전쟁 중인 거였다.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파스키은은 뒷좌석에 앉아 책을 펴고 앉았지만 책의 활자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대리석 화분위로 어른 키만큼 자란 정원수가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그깟 황금 더 가지고 내 가족이 죽는 걸 원치 않았다. 차라리 억만금을 주고 살리고 싶은 사람을 살려 준다고 하면 모든 돈을 탕진해서라도 살려낼 터였다. 전쟁의 본질이었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고통을 돈을 받고 파는 거였다. 그걸 깨닫는 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

파스키은은 눈을 감고 어렸을 때의 알도린을 생각했다. 검은 머리칼에 장난기가 가득하고 순수했던 눈망울 간혹 억지를 부리긴 했지만 귀여운 어린애였다. 하지만 지금의 알도린의 푸른 눈은 섬뜩할 정도로 살기가 서려 있었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파스키은님.”

“벌써? 생각보다 빨리 오는군.” 파스키은은 운전수가 문을 열어두자 책을 자리에 두고 내렸다.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림자가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독실로 사용하는 병실 문을 열자 의사와 간호사가 옆으로 비켜섰다. 경비병 두 명이 지키고 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겠나?” 파스키은이 웃으며 말하자 의사가 간호사와 나가자는 손짓을 하였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파스키은은 알도린의 손을 두 손을 감싸 만져 보았다. 예전에 부드럽고 통통한 손은 굳은살이 박혀 거칠고 딱딱했다. 손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손이었다.

“형 왔어?” 알도린은 아직 몽롱한지 발음이 어눌했다.

“응 알도린 기분이 어때?” 파스키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지러워. 나 할 말이 있어. 오늘도 철혈인을 죽였어. 형 나 잘했지?”

“으응. 잘했네.”

“이렇게 누워 있을 시간이 없는데, 대륙에 철혈인을 죽이려면 시간이 부족한데.”

“알도린.”

“지젤이 전투할 때는 크롬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공포심을 가질 수 있게. 내가 온다는 소리만 듣고도 철혈 군인들이 도망갔다니까. 아니다 그래도 파스키은 형은 형이니까 알도린이라고 불러도 돼. 단 단둘이 있을 때 만이야.” 알도린은 즐거운지 목소리가 한층 밝았다.

“그래 알도린.” 파스키은은 알도린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렀다.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사랑하는 동생 알도린. 형이 많이 사랑해.”

“형 왜울어? 어디아파? 울지마 형.” 알도린은 흐릿한 눈으로 파스키은의 뺨을 만졌다.

“아니. 그냥. 기뻐서 그래.” 파스키은은 일어나 알도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의사말씀 잘 듣고, 밥 잘 먹어야 해? 가끔 형이 놀러 올게.”

“응 말 잘듣고 있을게. 또 올 거지. 내일도 올 거야?” 알도린은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며 파스키은에게 물었다.

“응 내일도 올게.”

“나 졸려 좀만 더 잘게.” 파스키은은 더 이상 못 참겠는 지 뿌리치고 병실 문을 열고 도망치듯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가 한쪽 벽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닫고도 한참 동안 감정이 차올라 눈물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밖으로 나오쟈 몸을 들썩이며 울음이 거칠어졌다. 파스키은은 한 손으로 벽을 집고 다른 손으로 눈을 닦아내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꼴사납다는 생각도 들지도 않았다. 간호사는 방에 들어가 알도린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옆에는 경비병과 의사가 미동없이 파스키은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이 복도가 형이상학적으로 느껴졌다. 바닥을 비추는 형광등 불빛도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는 병실들도 꿈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잘 부탁할게요 선생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해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예요. 아버지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만 살려주세요.”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까 파스키은님.” 의사는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네. 진정제를 놔주세요.”

스철케이드는 아들임에도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냉혹하게 이야기했다. 알도린이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른다면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수많은 광맥과 밀알의 군인이 죽음으로 지켜낸 승리였다. 하지만 그 반대 급부는 음지에 숨어 구심점만되면 반란을 일으킬 거였다.

시민들의 민심이 그쪽으로 기울면 핏물로 이룩한 승리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스철케이드는 몇 번의 용서를 거듭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만둘 수 없다고 하였다. 파스키은은 알도린을 마천루로 보내자고 애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안락사를 시키겠다는 스철케이드의 말에 파스키은이 간곡하게 부탁하여 겨우 얻어낸 방법이 수면 마취를 하는 것이었다. 3일에 한 번 정도 일어나 생채리듬을 확인하고 몇 시간 있다가 알도린은 다시 잠이 들어야 되었다. 알도린이 나을 때까지. 병실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파스키은은 야위어갈 알도린이 생각나 울적해졌다. 근육은 쓰지 않아 삐적 말라갈 테고, 음식물을 먹지 않아 조금만 먹어도 구토를 할 테며, 시간이 지날수록 바늘을 꼽을 팔목이 얇아져서 온몸에 주사바늘을 꼽아야 할 터였다.

그래도 미래에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파스키은은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의사가 들어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파스키은은 더 이상 복도에 있고 싶지가 않았다. 힘없이 걸음을 옴겨 병원 밖으로 나왔다. 운전수가 문을 열어 주자 파스키은은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알도린의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간호사들이 자해를 막으려는 구속복을 입혔다 소매를 뒬로 돌려 우 수디에 버클로 채워 팔을 움직임을 제한하는 의복이었다.

“형 나 졸려. 좀만 더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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