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2,335
추천수 :
9
글자수 :
800,193

작성
24.04.17 07:00
조회
4
추천
0
글자
11쪽

147. 카트란 에필로그

DUMMY

“제발 좀 닿아라”

카트란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손이 닿지 않는 공간에 처박힌 물병을 철막대기를 이용해서 안쪽으로 당기려고 애를 썼다. 양쪽 발목에는 남자 주먹만 한 검은색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철그덕 거리며 움직임을 제한하는 쇠사슬을 따라가면 한쪽 철벽에 연결되어 있었다. 카트란은 화물칸 안에서 부채꼴 모양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진동에 덜덜거리며 물통이 움직이는 순간 카트란은 손목에 스냅을 주어 물통을 쳐 내었다.



“니미럴.”



물통은 반대편 구석으로 굴러가 버렸다. 카트란은 하늘을 보고 소리를 한번지르고 철막대기를 던져 버렸다. 그대로 주저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바닥에서 진동이 일주일째 올라오고 있었다.



까마귀호는 기적소리를 내며 회색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카트란은 땀과 먼지가 범벅인 죄수복 상의를 벗어 둘둘말아 머리에 괴었다. 드러난 흰 티는 목 부분이 누렇게 젖어 있었다. 한낮이면 천장에 환기구로 햇볕이 쏟아져 한증막 같았다. 이렇게 더울 거면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했다가 얼마 전에는 폭우가 쏟다져 환기구를 타고 흘러 온 빗물에 변소로 사용한 오물통이 넘친적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카트란은 움직이는 감옥 안에서 제네트샤와 비네마인이 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간혹 교도관이 담배를 피우러 나올 때 화물칸 벽에 바짝 달라붙어 옅들었다. 제네트샤와 비네마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 광맥가에 잡히지 않고 잘 숨어다니는 다는 소리었다.

피붙이는 제네트샤 밖에 없었다. 그생각하니 카트란은 외로움에 우울해졌다.



그나마 철혈가와 황무지가 해 오름가 모두 광맥가의 수중에 떨어져서 손에 닿지 않는 곳은 하얀 별지대 뿐이었다. 하얀 별은 베어검이 한바탕 해먹은 덕분에 중앙통제가 마비되어 무법지대란 소리가 돌았다. 황금룰렛 사건에 관한 보도를 내지 않고 낡은 대륙 통합에 나서는 걸 돕는다다고 하였다. 이에 보도국장은 암묵적이 동의를 하고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광맥가 우호적인 국장이 선임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하얀 별도 광맥가 우호 세력이 있었지만 지역 너무 넓어 한동안은 들켜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옆의 잊혀진 땅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절벽이 많고 산세가 험했다. 언젠가 읽어 본 기억이 있었다. 뉴스 사설란이라던지 자가출판에서 나오는 오컬트 잡지 같은 곳에 단골 주제였다. 광신도들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불로의 삶을 얻는다던지 지상에 천국이 펼쳐져 있어 일반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중심부는 저주를 받아 한번 디디면 땅의 속방에서 벗어날 수 없다던지 하는 괴담들이 돌았다.

스철케이드의 영향력은 막대재졌다. 두도의 디젤유 해소와 하얀 별 공장의 재설립 이건은 새딘과 지젤이 지분을 가지고 진행한다는 소리가 있었다. 똑똑한 사내였다. 반란군에게는 땅이 필요하고 하얀 별 공장엔 인력이 필요했다. 척박한 철혈지대를 벗어나 하얀 별로 가면 그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었다.



까마귀호는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카트란은 순간 화물칸이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바깥쪽으로 검은색 터널의 울퉁불퉁한 벽돌이 보였다. 까마귀호는 터널을 지나쳐 한참을 저속으로 운행한 뒤에 잠시 멈추고 천천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회색장벽 안쪽에서 포물선을 그렸다. 카트란은 철판 틈 사이로 밖을 내다 보았다. 온통 회색빛 세상이었다. 까마귀호는 완전히 정차한 뒤에 천천히 후진하는 게 느껴졌다. 무채색 세상이 점점 가까워졌다.



얼마 뒤에 완전히 정차하였다. 앞칸에서 철판을 밟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교도관이 접근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

“스철케이드가 요구했으니 어쩔 수 없어 살려보낸 걸 사진으로 찍어오라잖아.”

“그냥 죽이는 게 더 빠르겠다. 사서 고생이야.”

“가문의 명예니 신념이니 하는데 말단인 우리가 어쩌겠어. 시키는 데로 할 뿐이지. 잔말 말고 화물칸 문을 열 준비해. 열쇠 들고 왔지?” 깡마른 교도관과 배가 터질 듯이 살이찐 교도관 두 명이 두둠한 솜옷을 입고 접근했다.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서렸다.

화물칸 중앙의 물건을 내리고 싣는 문을 좌물쇠를 풀어내고 쇠사슬을 빼내는 소리가 들렸다. 카트란은 문에서 거리를 두고 앉았다.

문이 열렸다. 북방용 모자로 얼굴전체를 가린 교도관 둘이 보였다. 교도관 한 명이 올라오면서 말했다.

“꾸물대지 말고 옆으로 붙어 쇠사슬을 풀어야 하니까 허튼짓했다간 전기 충격기 맛을 봐야할 거야.” 올라온 교도관이 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푸르스름한 전기가 스파크를 튀었다.



카트란은 ‘풀어 준다는데 너 같으면 허튼짓을 하겠냐’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입 안으로 삼켯다. 굳이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



“벽으로 붙어.” 교도관은 카트란의 발목이아니라 벽에 붙어 있는 쇠사슬을 풀어냈다.

“왜 그쪽걸 푸는 거지?”

“지금 발쪽을 풀면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풀어 준다며?” 카트란은 냉소적으로 물었다.

“알아서 풀어 줄대가 되면 풀어줄 거야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사진찍고 나서 풀어줄 거야. 이제 밖으로 나가!” 교도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카트란은 한숨을 푹쉬고 몸을 일으켜 세워 화물열차 밖으로 발을 내디디려는 찰나에 무거운 쇠사슬에 발이 걸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교도관이 쇠사슬을 잡아당겨 발을 걸리게 만든 거였다. 열차 안에서 교도관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카트란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입에 흙먼지를 잔뜩 머금은 채로, 바닥에 누워 죽일 듯이 교도관을 노려보았다.

“멍청하군. 빨리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고. 그쪽은 화물칸을 까마귀호에서 분리해 줘”

카트란은 똥싶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교도관이 큰 지렛대를 들고 화물차를 까마귀에서 떼어내고 있었다. 연결기가 분리되자 화물열차가 뒤로 살짝 밀려났다. 뒤로 밀려나도 그 이상을 갈 데가 없었다. 한 20미터 뒤쪽에 철로가 땅에 파묻혀 끊겨 있었다.



“이놈 때문에 오지에 와서 이게 무슨 꼴이냐.” 교도관이 한기가 드는 지 두 팔로 몸을 감쌌다.

“난 좋은데. 언제 장벽 안으로 와보겠어. 평생 자랑감이지”

“저게 그 감염자꽃인가?”

“소름 돋는 색이군 가까이만 가도 전염될 거 같아.”

“카트란 옆으로 이동해 봐 여기가 회생장벽이란 걸 알리려면 장벽으로 배경으로 써야 되거든” 깡마른 교도관이 손짓했다. 카트란은 회색 장벽이 뒤로 오게끔 발을끌어 섰다. 교도관이 사진을 찍었다.



“이걸 받아라.” 교도관이 자무로시 열쇠를 튕겼다. 카트란은 열쇠로 발목에 쇠사슬을 풀었다.

“여길 봐봐사진 한 장을 더 찍어야 하니까.” 교도관이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사진이 나오길 기다렸다. 곧 혀를 내밀듯 인쇄된 사진이 나오자 손으로 흔들어 잉크를 말렸다.



“잘나왔군.”

“알다시피 회색장벽으로 오면 총살이야 여기에 있던지 감염자 지대로 들어가던지 그건 네 자유야.” 뚱뚱한 교도관은 즐거운지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였다. 교도관은 통쾌한지 말하면서 실룩실룩 웃엇다 카트란은 표정을 구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평소 같았으면 뺨을 때려도 아무말 못 할 천한 신분이었다.



‘그래 실컷 비웃어둬라.’ 주먹이 꽉 쥐어졌다.



“발끈한다고?”

“아닙니다. 아까 떨어지면서 손이 저려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아서 손목이 얼얼했다. 반대편 손으로 눌러보니 골절된 건 아니었다. 인대가 부어 손목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와 있었다.

“그래. 그래야지. 어떻게 살아남은 목숨인데 관수 잘해야지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가자고 늦으면 저녁 주점도 안열어 여기까지 와서 술 한자 안 할 수가 없잖아. 북부 술이 진하고 좋데.”

살이찐 교도관이 접힌 목살처럼 욕망과 탐욕에 찬 웃음을 지었다. 교도관 둘은 까마귀호에 탑승했다. 기적이 울리고 까마귀호가 눈앞에서 까마귀호는 속도를 높여 대륙 쪽으로 사라졌다. 멀리에 장벽이 회색 안개쳐럼 드리워져 있었다.



구름 그림자에 드리운 사냄ㄱ은 한층 더 음움해 보였다 회.색빛 운무가 보였다

저너머에 ‘틈’이라는 곳이 있었다.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될터였다. 가는 곳곳에 감염자 꽃이 자주색을 피어나 있었다. 그밑에 가시들이 달려 있었다. 그냥 가면 가시에 찔려 감염될 터였다.

“지금에서야 어찌 되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안 걸리는 게 최선이니까. 머리를 보호할게 필요한데.”



카트란은 차라리 회색장벽을 몰래 넘을까 하고 뒤를 돌아봤지만 첨탑의 경비병들이 모두 카트란은 보는 기분이 들었다. 가기도 전에 머리에 바람구멍이 나 쓰러질 터였다. 감염자 지대로 들어가서 길고 아픈 삶을 사는니 한 방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카트란은 아직 죽기 싫었다. 대륙에는 쾌락과 즐거움이 넘쳤고 아직 못누려본 호사가 많았다. 그것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화물열차 안에 머리를 드밀어 둘러보았다. 오물 냄새와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을 볼 때 발받침판으로 쓴 철판이 있었는데 오물 묻어 있어 부분은 도저히 못쓸 거 같았다. 철판을 들고 다니면 대소변 냄새가 머리 위로 올라올 거 같아 구역질이 날 거 같았다. 반대쪽에는 폭풍우가 부는날에 지붕에서 떨어진 잡철물이 달린 네모난 지붕 철판이었다. 그걸로 베개를 대신하거나 물을 퍼낼 때 쓴긴했다.



‘저 정도 크미면 손잡이가 불편하더라도 감염자 꽃 아래를 지나갈 때 몸을 가릴 수 있을 거야. 1

카트란은 올라서서 잡철문 부분을 들어 올렸다. 보강재로 쓰인 잡철물 부분이 잡기에는 불편해도 어떻게든 잡아 들 수는 있었다. 머리 위로 들어 보았다. 철판 그림자가 몸을 가렸다.



지역의 소리 복장이 따뜻하다

카트란은 북방의 추위는 익숙했지만 회색지대의 추위는 조금 더 건조하고 메말랐다. 벗어둔 상의를 다시 입자 한결 나았다. 죄수복은 너무 얇아서 완벽하게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럭저럭 버틸 만 하였다.

오염된 물통에 끈을 달아 어깨너머로 메고 먼지가 묻은 먹다 남은 빵을 손으로 털어 한입 베어 물었다. 카트란 인생처럼 텁텁했다.



콘잔등에서 땀한 방울이 흘러 목줄기를 타고 흘렀다. 카트란은 자기 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제네트샤나 비네마인을 걱정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절뚝이며 감염자꽃이 피어 있는 회색산으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5일 변경안내 23.12.02 19 0 -
공지 공장 가문 정리 23.11.04 108 0 -
149 149. 알도린 에필로그 완 24.04.19 5 0 10쪽
148 148. 파스키은 에필로그 24.04.18 4 0 12쪽
» 147. 카트란 에필로그 24.04.17 5 0 11쪽
146 146. 파스키은 24.04.16 6 0 12쪽
145 145. 스철케이드 24.04.15 5 0 14쪽
144 144. 파스키은 24.04.12 5 0 11쪽
143 143. 스철케이드 24.04.11 7 0 10쪽
142 142. 스철케이드 24.04.10 7 0 10쪽
141 141. 카트란 24.04.09 5 0 9쪽
140 140. 파스키은 24.04.08 5 0 18쪽
139 139. 콘마일 24.04.05 7 0 9쪽
138 138. 카트란 24.04.04 5 0 10쪽
137 137. 파스키은 24.04.03 6 0 11쪽
136 136. 콘마일 24.04.02 4 0 15쪽
135 135. 알도린 24.04.01 4 0 10쪽
134 134. 알도린 24.03.29 9 0 12쪽
133 133. 파스키은 24.03.28 8 0 10쪽
132 132. 카트란 24.03.27 7 0 10쪽
131 131. 유니스 24.03.26 5 0 11쪽
130 130. 콘마일 24.03.25 4 0 12쪽
129 129. 파스키은 24.03.22 5 0 10쪽
128 128. 알도린 24.03.21 5 0 12쪽
127 127. 유니스 24.03.20 5 0 7쪽
126 126. 파스키은 24.03.19 5 0 13쪽
125 125. 콘마일 24.03.18 4 0 11쪽
124 124. 파스키은 24.03.15 4 0 11쪽
123 123. 슐레이반 24.03.14 6 0 10쪽
122 122. 알도린 24.03.13 5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