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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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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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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카트란

DUMMY

어젯밤에 보슬비가 내려 평원에 풀들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깊은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이 되자 햇빛이 피불를 뚫으것처럼 내리쬐였다. 대지에서 아지랭이가 피어올랐다. 평소라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보며 시를 읖었을 카트란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안 좋아. 정말 안 좋아.” 카트란은 리볼버의 실린더를 빼내고 한 번에 탄피를 빼내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자갈에 탄피가 부딪치며 청명한 소리를 내었다. 실린더 표면에 묻은 화약의 잔향이 느껴졌다. 카트란은 주머니를 뒤져 탄알박스를 신경질적으로 뜯고 총알을 리볼버에 한알씩 밀어 넣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배신할 생각한거지. 베어검 형은 알고 있으려나?” 카트란은 유니스가 떨어진 절벽을 내려다보았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쳐 흰포말이 되어 사라졌다. 양쪽 주머니에 있는 탄알박스가 다 떨어지게 파도에 쏘았다. 유니스의 시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탄알까지 쏘아버리고 싶었지만 외지에 나와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남겨두기로 하였다.

유니스가 죽었어도 바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엔 시체가 가라앉았다가 나중에 부패하여 팽창하여 어느 해안 가에서 썩어올라오거나 물고기밥이 되어 있을 테니 시체를 찾는 건 헛수고였다. 유니스가 살아 있어도 다시는 도장으로 오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파리 한 마리가 카트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빨아대려고 계속 머리 주변에서 윙윙거리며 이마에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카트란은 파리가 이마에 붙을 때 손바닥으로 때려잡았다. 가득이나 불쾌지수가 올라가 있는데 손에 파리 체액이 묻은 걸 보니 기분이 더욱더러워졌다.

‘늦지 않게 돌아가야겠어. 도장에서 꽤 멀리 왔으니 되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릴 거야.’ 카트란은 디젤차로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죽어 있는 운전수 두 명의 머리를 조준해 확인 사살을 하였다. 이제는 고깃덩이가 되어 버려 미동도 하지 않고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카트란은 운전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절벽으로 내던질까 아니면 돌무더기를 쌓아 둘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두 배나 되는 운전수의 체격을 보고 포기했다. 어차피 어디서 돈을 주고 사 온 용병 일게 분명했다.

카트란은 디젤차로 돌아가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운전수의 주머니를 뒤졌다.유니스가 준 황금주머니가 피에 젖어 있었다. 품에서는 신분증이 나오고 수첩을 열어 얼굴을 살펴보았다. 수첩을 대충 찢어 바람에 날려 버리고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피 묻은 황금이 들어 있었다. 카트란은 오늘 하루 가장 생산성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에 묻은 피를 운전수옷에 대충 닦아내고 재킷 주머니에 하나씩 넣었다. 가는 길에 디젤유를 넣고 여행비로 사용하면 될 듯했다.



“결국 저질러 버렸군. 멍청하게 총질이나 하고 말이야. 그냥 도장으로 갔으면 죽일 것까지는 없었는데 머리아프게 되었군. 유니스가 안돌아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 카트란은 시동을 켜서 땅끝마을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이길이 맞는 길인지는 몰랐지만 중간에 이정표가 보일 거였다.

황금뉴스 쪽에서 유니스가 계속 안 보인다면 수소문 할게 뻔했다. 아무리 축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해도 카트란과 유니스가 나가는걸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가 물어본다면 카트란은 축제용 맥주를 받으러 갔다가 만났다. 그 이후로는 유니스와 헤어져서 모르겠다. 유니스는 방송실에 두고 온 게 있다며 되돌아갔다고 시치미를 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심많은 사람이 카트란에게 물어볼 걸 생각하니 똑같은 대답을 계속해야 하는게 귀찮아졌다.

‘가만 유니스하고 친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예전에는 사이가 안 좋은거 같았다가 요새는 죽이 맞아 제법 같이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동경과 갈망의 주인이 누구였지. 아! 새딘이었지. 새딘도 사람도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카트란은 직관적으로 유니스와 관련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 한 켠에 남아 괴롭혔다. 마치 발바닥에 가시가 찔린 것처럼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이었다.

‘새딘. 새딘은 광맥가 근처에서 공장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 철혈쪽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지? 그런데 철혈은 이제 반란군이 점령했잖아. 새딘은 거기에 있었고 반란군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인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돌아온 거지?’ 카트란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전선. 우리가 배치한 부대 위치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혁명군이 뒤를 돌아서 괴멸시켰지. 처음에는 귀신 같은 실력이라고 생각했어. 마치 부대의 위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우리 부대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거였어.’ 여기까지 생각하자. 유니스나 새딘이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 우리가 왜 지는 지 알 거 같아. 반란군에게 정보를 넘기고 있었구나. 어쩐지 우리가 계속해서 지더라.”

‘그런데 어떻게 정보를 전달한 거지?’ 카트란은 덜컹거리는 디젤차내에서 다리가 뻐근해지는 거 느꼈다.

‘새딘은 돌아온 후로 도장에서 나간적이 없고 사람을 싸서 우편을 보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지젤한테 도착할 때 즈음엔 전쟁이 끝나 있을 거야. 그렇게 빨리 정보를 전달했을 수가 없어. 통신을 사용한 건가?’

‘통신이라. 통신.전시라 통신실에 함부로 접근할 수가 없을 텐데.’ 카트란은 경비가 삼엄한 통신실에 첩자가 들어갈 수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더구나 얼굴을 아는 새딘과 유니스는 더욱더 힘들었다.

‘새딘은 그렇다고 치고 유니스. 유니스가 요새 한 건 뭐지. 딱히 예전과 다를 게 없잖아. 뉴스를 진행하고 가끔가다 예능 사회자 정도 보는 게 다인데.’ 풍경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처음엔 황무지였다가 지금은 넓은 초원을 지나고 있었다. 계기판에 디젤유를 미터기는 1/4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땅끝마을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저녁 식사 시간을 한참 지나 있을 터였다.

‘아 뉴스! 뉴스가 송출되고 있을 때 일부 화면에 부대표시를 마킹해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겠군. 그런데 왜?’ 유니스는 도장에서 줄곧 철혈가에게 우호적이었다. 지금에 와서 전향을 한다는 게 께름칙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니. 광맥가에도 발을 담가둔 거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전쟁이 누가 이길지 모르니 이제 와서 중립의 위치를 지키겠다는 거였다.



마을 외곽의 주유소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조금만 길을 잘못 들었으면 길에서 차가 멈춰 서고 걸어서 마을까지 와야되었을 판국이었다. 디젤유가 가득 채워 넣고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자정을 지나서였다. 카트란은 허기를 느끼고 식당가를 찾아보았지만 전부 문을 닫고 있었다.

도장에서 나와 땅끝마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길거리 라면집의 위치가 떠올랐다. 디젤차를 세워두고 골목길로 들어가 라면집을 찾았다. 다행스럽게 라면집은 철수하지 않고 영업 중에 있었다.



“라면 하나 주게.” 카트란은 이제 흰머리가 드문드문난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어느 술 취한 남자의 옆에 앉았다. 술 취한 남자가 숨을 쉴때마다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카트란은 인상을 찌푸리며 널찍이 떨어져 앉았다. 주인은 끊은물에 넣어 둔 라면을 채로 걸러 육수가 담긴 그릇에 풀어넣고 고명을 언지고 있었다. 카트란 앞의 30cm 남짓한 공간에 젓가락과 포크를 올린 라면그릇이 내어졌다. 카트란은 젓가락질을 몇 번해봤지만 면이 사이로 빠지기 일수였다. 곧바로 포크를 들어 라면을 입에 가져갔다.



술 취한남자가 비틀거리며 사라지자 주인이 물었다.

“올 때는 몇 명이서 함께 라면을 먹고가더만 왜 오늘은 혼자 오셨수?” 라면집 사장이 아는 척을 하며 물었다. 카트란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여기서 먹고 나서 헤어졌어요. 다들 집이 달랐거든요.” 카트란은 남은 라면을 입에 넣고 둘러댔다.

“그 말끔하게 생긴 사내는 잘생겼드라고 수도에서 왔다고 했는데 수도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잘생겼나? 자네를 보니 꼭 그치만은 아는 거 같은데 말이야.” 주인이 웃자 카트란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렇죠? 세상에 어떻게 잘생긴 사람만 있겠습니까. 저 같은 사람들도 있어야죠.” 카트란은 국물까지 다 마시고 빈 그릇을 내려 두었다.

“그래 잘 드시군 한 그릇 더할텨?” 주인은 웃는 얼굴에 총알을 맞고 고꾸라졌다. 카트란은 무표정으로 리볼버를 꺼내 들고 있었다.

“하. 멍청하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을 살려 둘리 없잖아.” 침묵을 깨는 총소리에 잠을 자는 도시의 건물들이 하나둘 불이 켜졌다. 카트란은 리볼버를 집어넣고 곧장 디젤차로 갔다. 시체는 곧 발견될 거다. 범죄 현장을 들켜지 않아야 한다. 건물빛이 카트란 뒤를 따라 연이어 켜졌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카트란은 절뚝이며 디젤차로 돌아가 시동을 켰다. 전조등 두 개가 어둠을 밝혔다.

카트란은 사람들이 대로로 나오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갔다. 앞 유리에 먼지가 쌓여 워셔액을 뿌리고 와이퍼로 닦았지만 워셔액이 시원치 않게 나왔고 뻑뻑 거리며 와이퍼가 부러질듯 소리내며 움직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편하게 자기는 그른 것 같았다. 도장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쪽잠을 자야 할 팔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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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 파스키은 에필로그 24.04.18 2 0 12쪽
147 147. 카트란 에필로그 24.04.17 3 0 11쪽
146 146. 파스키은 24.04.16 5 0 12쪽
145 145. 스철케이드 24.04.15 4 0 14쪽
144 144. 파스키은 24.04.12 5 0 11쪽
143 143. 스철케이드 24.04.11 6 0 10쪽
142 142. 스철케이드 24.04.10 7 0 10쪽
141 141. 카트란 24.04.09 4 0 9쪽
140 140. 파스키은 24.04.08 4 0 18쪽
139 139. 콘마일 24.04.05 4 0 9쪽
138 138. 카트란 24.04.04 5 0 10쪽
137 137. 파스키은 24.04.03 6 0 11쪽
136 136. 콘마일 24.04.02 4 0 15쪽
135 135. 알도린 24.04.01 4 0 10쪽
134 134. 알도린 24.03.29 8 0 12쪽
133 133. 파스키은 24.03.28 6 0 10쪽
» 132. 카트란 24.03.27 6 0 10쪽
131 131. 유니스 24.03.26 5 0 11쪽
130 130. 콘마일 24.03.25 4 0 12쪽
129 129. 파스키은 24.03.22 5 0 10쪽
128 128. 알도린 24.03.21 5 0 12쪽
127 127. 유니스 24.03.20 5 0 7쪽
126 126. 파스키은 24.03.19 5 0 13쪽
125 125. 콘마일 24.03.18 4 0 11쪽
124 124. 파스키은 24.03.15 4 0 11쪽
123 123. 슐레이반 24.03.14 5 0 10쪽
122 122. 알도린 24.03.13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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