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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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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28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6.17 13:41
조회
384
추천
3
글자
7쪽

2

DUMMY

두 사람은 용병이었다. 피 튀기는 전장에서 활약하며 내일 먹을 양식과 한동안 생활 할 수 있는 돈을 위해 목숨을 걸었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칼을 찾기 위해 산더미 같은 서류와 씨름하고 있을 그 누군가도 같은 전장에서 함께한 동료였다. 그런 동료를 얼간이라 부르는 남자의 무뚝뚝하고 감정 섞이지 않은 말투는 거친 일들만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유독 그녀는 밝았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장신구나 예쁜 옷을 좋아한다. 거기다 자기는 소란스럽지만 주변이 시끄러운 것은 싫어한다. 조금 모순적이었지만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용병들 곁에 붙어 온기와 미소를 팔진 않았다. 그녀도 동료들과 함께 전장에 섰고 피를 뒤집어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으니까.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달리 밝은 성격에 남자가 끌린 것일 수도 있었다.


공원에 잠깐 앉아 분수와 그 주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과자를 다 먹어치웠다. 남자와 아이는 먹지 않았다. 그녀가 과자를 먹을 땐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 돌게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시선이 그녀에게 가는 일은 없었다.

남자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먹고 있을 때 빤히 보는 것을 예의 없다고 생각했고 아이인 샤크티도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기에 그냥 분수와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분수에 있는 석상들은 정교했다. 과거 나라를 구하고 전쟁을 막은 일곱 명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의 손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그의 얼굴을 주시했고 샤크티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공에 눈을 고정시켰다.

손끝에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핥으며 가만히 보고 있던 여자가 아이에게 미소지었다.


“놀고 싶니 샤크티?”

“괜찮아. 아빠, 나 물.”


얼굴의 방향은 분수의 조각으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눈동자만 돌려 샤크티의 위치를 파악한 후 물주머니를 손에 쥐어주었다. 여자처럼 입에 물려주는 친절은 없었고 주머니 주둥이를 입에 고정시키는 것이 서툰 샤크티는 마시는 물의 반 정도를 옷에 흘리며 목을 축였다.

여자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 당신은 왜 애한테!”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손가락으로 젖은 옷을 만지니 더 더러워졌지만 그런 것 보단 남자의 행동엔 샤크티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그 때문에 옷이 젖었다는 게 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알아서 먹는다.”

“아니 그래도 최소한이라는 게 있는데! 그리고 아직 애잖아요!”

“기준이 다르다.”

“이 멍텅구리!”


여자는 씩씩거리며 샤크티를 안아들었다. 약간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던 샤크티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으며 감기냐고 물었지만 남자에 대한 감정이 더 격했던 여자는 짧게 “엄만 괜찮아.” 라고 쏘듯 답할 뿐이었다.


“빨리 그 잘난 집으로 가서 좀 눕고 싶네요!”

“침대는 사야한다.”

“으이구! 진짜! 빨리 안내하기나 해요!”


남자가 짐을 잡고 등에 매기 위해 허리를 조금 숙이는 찰나, 여자는 그 바위같이 우둔하고 돌같이 단단한 엉덩이를 한 번 걷어찼다. 소리가 꽤 크게 나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것도 멈추고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많은 시선에 부끄러움과 불편함을 느낀 그녀가 그를 재촉했고 그녀에게 안겨 있는 샤크티는 남자와 같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별 불만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좋지도 않은 것 같은 표정, 어쩌면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목각 인형을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아직 아이였기에 샤크티의 머릿속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어?! 뭐, 뭐예요!”


여자가 중얼중얼 거리고 투덜투덜 거리며 남자의 뒤를 따라 가던 차였다. 굵은 통나무 같은 팔이 그녀의 다음 걸음을 제지했고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던 그녀는 그를 쏘아붙였다.


“읏!”


그때였다. 두 마리의 기괴한 짐승이 끄는 화려한 마차가 그들 코앞을 지나쳐 달려갔다.

거의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공간만 남기고 스쳐지나간 통에 어느새 여자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거기다 어찌나 빨랐던 것인지 여자의 머리카락이 스치는 바람에 날려 뒤로 넘어갈 정도. 여자는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놀랬을 아이를 다독였다.


“샤크티 괜찮니?! 저 망할······! 아니지······아니지······샤크티, 어디 부딪히거나 한데는 없지? 어디 아프거나 그런데는 없지?”

“괜찮아.”


생각보다 샤크티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앞으로 안겨 있는 통에 바람은 느꼈을 테지만 앞에서 뭐가 지나쳤는지는 알지 못한 얼굴이었다.

여자는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남자의 무뚝뚝한 배려에 아직 이 사람은 날 좋아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직 화가 나 있는 채 하며 툴툴거렸지만.


“근데 이런데서 왜 저렇게 빨리 달리는 걸까요?”

“이곳 관리자 가문이다.”

“타토? 아닌데······엔도릭?”

“록셀.”

“록셀? 록셀······아! 그 황금물결 아가씨! 얼마 전에 무도회 때 본 것 같은데!”


무도회라 하니 그는 주요 다섯 가문과 그 아래의 관리자 가문들이 모인 작은 무도회에서 여자가 했던 행동을 기억해냈지만 입 밖으로 내밀 순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라도 했다간 화를 낼게 뻔하고 그런 추한 옛날 일을 다시 꺼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좀 까다롭게 보이긴 했는데 성격도 급한 모양이네요. 예쁘긴 했지만.”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며 남자의 표정을 읽어보려 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도 황금색으로 염색이나 해볼까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자신의 수수한 잿빛 머리카락에 대한 솔직한 아쉬움이었다. 남자는 잠시 눈동자만 돌려 한번 흘겨보곤 다시 움직였다. 여자는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고 등 뒤에서 걷는 그녀의 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책을 읽는 발음으로 한마디 내밀었다.


“금발은 취향이 아니다. 지금이 좋아.”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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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2 셀폽티콘
    작성일
    17.06.29 18:52
    No. 1

    시대적 배경이 살짝 이해는 안 되네요. 차츰 이해되겠죠? ㅋㅋㅋ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암현
    작성일
    17.06.30 04:58
    No. 2

    중세유럽풍에 약간의 시대에 맞지 않는 과학수준, 술법 같은 요소가 이것저것 섞여있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십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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