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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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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78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10.01 01:31
조회
86
추천
1
글자
6쪽

52

DUMMY

그러곤 치료가 다 끝나지도 않은 팔을 의사에게서 돌려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는 멎었지만 대충 지혈만 해서는 안 되는 상처였기에 의사는 당황하며 그를 말렸지만 마나폴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팔을 잘라야 할 수도 있어!”

“완전히 잘린 것도 아니니······”


생채기라도 났다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아직 꿰매지 않은 틈으로 뼈가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낫는다고 해도 신경이 끊어지기에 상처가 아물더라도 팔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응급처치로 약을 바르긴 했지만 낫지 않고 썩기라도 한다면 팔을 잘라야할 필요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마나폴로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뭐?! 그걸 말이라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치료는 됐습니다.”

“아무리 샤엘라라도 치료는 해야 해! 외팔로 살고 싶나!”

“됐다니까요······”

“선생님! 마나폴로 님께선 허튼소리는 하지 않으십니다!”


억지로라도 치료를 하려던 손길은 병사의 만류에 멈췄다. 아직 젊은 병사의 목소리엔 깊은 신뢰가 스며들어 있었다. 의사의 시점에선 팔을 자를 수도 있는 깊은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을 믿는 사람이나 다 멍청이로 보일 뿐이었지만.


“팔을 잘라도 난 모른다!”

“책임은 묻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십쇼.”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휘휘 걸어가는 모습은 영락없이 산책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인 상태에서 피투성이인 채로 거리를 걸어 다니니 사람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할 수밖엔 없었다. 모두들 수군거리며 그를 비난했고 개중에는 농기구 따위를 들고 그를 막아서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엔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마나폴로의 행동을 걱정하며 따라온 병사 서너 명이 사람들을 막으며 마나폴로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마나폴로 님! 어디로 가십니까!”

“관사로 가서 대기해라.”

“네?”

“신경 안 써도 된다.”

“알겠습니다!”


관사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숨결로 불을 지폈던 마당이 있는 집으로 향한 마나폴로는 피투성이인 그를 보며 작게 반응하는 마차리의 앞에 앉았다.


“고기사려다가 고기로 팔릴 뻔 했지 뭐냐.”

“그걸 농담이라고······”

“됐고, 술이나 만들어봐.”

“귀찮은데요. 그리고 다친 사람이 술은 무슨······”

“잔말 말고 빨리.”


가만히 있던 니아가 마차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니 그제야 마지못해 움직였다.

양동이 하나를 가져와 수도를 틀어 물을 가득 받은 다음 그걸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주머니가 늘어나듯 배가 볼록해졌고 만삭의 임산부 같은 배를 보던 니아와 마나폴로는 입맛을 다셨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마셨던 물을 다시 양동이에 토해냈다. 토사물이 섞이진 않았다. 오히려 더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토해낸 물은 깨끗했고 표면에선 옅은 술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니아가 그걸 받아 조금 마신다음 마나폴로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아무런 향도 없고 미지근했지만 술은 술이었다.

그러는 사이 마나폴로는 자기가 지핀 불속에 다친 팔을 집어넣고 있었다. 고기 타는 냄새는 나지 않았고 마나폴로의 표정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으니 달구어진 무쇠처럼 팔이 빛나더니 불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작에 붙은 불을 다 빨아들이고서야 빛나는 것을 멈춘 팔은 조금 그을려 있었지만 언제 다쳤던 것이냐는 듯 말끔히 회복되어 있었다.

회복을 자축하듯 마차리가 토해낸 술을 크게 몇 모금 들이킨 마나폴로는 손톱에 낀 생선 기름을 살짝 핥고는 입맛을 다셨다.


“거참 편하네요.”


고맙다는 말도 없는 마나폴로에게 툴툴 거리곤 있었지만 한편으론 무장을 점검하고 있는 것이 당장이라도 싸우러 갈 기세였다.


“불에 타고 싶냐? 목숨 줄여가면서 치료하는 건데 편하다니! 망할 몰틴은 멍청한 자들만 모인 건가!”


툴툴 거리는 것에 툴툴 거리는 걸로 답하긴 했지만 마차리가 토해낸 술을 한 번 더 맛보곤 만족한 듯 더 툴툴 거리지 않았다.


“당신이 더 잘 탈걸요. 엄청 독하게 만들었으니까.”

“이런 건 그냥 물이야 물. 더 독하게 만들어도 되니까 한 양동이 더 만들어라!”


벌게진 얼굴을 하고서 그렇게 말해봤자 믿을 사람은 없어보였다.


“말은······다 나았으면 설명하고 안내나 해줘요.”

“안 가도 된다. 먹을 거나 좀 가져와.”

“전 요리사가 아니에요. 그리고 요리 재료 사러간 사람이 빈손으로 와서 먹을 거 내놓으라니 이게 무슨 경우에요?!”

“시끄러워, 이런 식으로 치료하고 나면 배가 많이 고프단 말이다. 빨리 가서 먹을 거 아무거나 가져와.”


마차리는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싫은 티를 내며 “탓푸, 탓푸” 라며 중얼거리며 남은 요리가 있나 살펴보러 들어갔고 창문을 통해 마나폴로가 양동이에 담긴 술을 전부 마시는 걸 조용히 보고 있던 알리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듣긴 했었는데 그······토한 걸 마시는 건가요?”

“몰틴이 술 만드는 방법이지.”


얼큰하게 취한 것인지 말에 예의가 없었지만 알리샤는 그냥 넘어갔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에란에서 파는 술 전부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니죠?”“몰틴이 아니면 만들 수도 없고 맛도 별로 라서 불을 지를 때만 쓰는 거랄까. 원래는 전투용이야.”


순도 높은 알코올을 입에서 뿜어내며 불을 붙이는 모습이 떠올랐지만 그럴 거면 기름이 낫지 않는가. 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약간 귀찮아 질 것 같았던 걸까. 알리샤는 그 부분에 대해선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며칠 전에 에란에서 만들었다는 술을 좀 샀거든요.”

“오! 그것도 마시고 싶군! 화룡의 숨결이면 좋겠는데!”

“내 집은 술집이 아닌데요?”


집을 살 때 돈 한 푼 내지 않았으면서 내 집이라고 칭하는 뻔뻔함이 아주 당당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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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17.10.02 11:19
    No. 1

    미녀 몰틴이 아니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몰틴이 뭐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암현
    작성일
    17.10.02 13:41
    No. 2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미녀주라고 해서 미녀가 씹은 쌀로 술을 빚는 방법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몰틴은 자격증명에 따른 성씨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마차리의 상처가 빨리 낫고 순도 높은 알콜을 만드는 것, 마나폴로가 불을 뿜는 것, 로투가 그림자를 다루는 것이 그 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 진행을 하며 풀겠습니다^^
    마차리는 몰틴, 마나폴로는 타르안, 로투는 하르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추석 잘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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