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76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9.11 11:43
조회
95
추천
0
글자
6쪽

50

DUMMY

그 후에 있었던 식사는 상당히 호화로웠다. 우파나히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식으로 갖가지 재료들로 본적 없는 모양과 맛으로 무장한 요리들을 마구 만들어 냈고 그 맛에 빠져든 마나폴로는 보답을 하겠다면서 에란의 맛이란 구호를 외치며 마당에 나가 구덩이를 파더니 싫어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마차리를 시켜 구덩이에 장작거리를 쌓았다.


“비켜라.”


마나폴로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쌓인 장작을 향해 입김을 후! 하고 크게 불자 장작에 불이 붙었다. 강한 열기는 마른 장작을 가차 없이 불태웠고 이는 샤크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야? 뭐야? 한 번 더! 한 번 더어어어!”

“넌 뭐······! 이런! 이봐! 꼬마야!”


언제 나온 것인지 쪼르르 달려 나와선 마나폴로의 짧은 바짓가랑이에 붙어 당기는 통에 하마터면 제대로 매지 않은 허리띠가 풀려 그의 바지가 내려갈 뻔 했다. 마나폴로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어린아이에게 화도 내지 못한 채 손의 온도가 내려갔는지 확인한 뒤에야 겨우 샤크티를 안아들어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일은 막았지만 그 와중에도 샤크티는 고사리 손으로 마나폴로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불을 내는 마술을 다시 보여 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야, 야! 그만, 아프잖아!”

“불! 불! 불 내봐! 크아아앙!”


잠자기 전 읽어준 책에 불을 뿜는 괴수에 대한 이야기라도 적혀 있었던 모양인지 괴물 흉내를 내며 마나폴로를 괴롭혔다. 마차리는 당해본적 있다는 듯 측은한 시선으로 그를 한 번 본 뒤 슬쩍 자리를 벗어났다.

곧 얻어맞고서 퉁퉁 부은 얼굴로 다시 마당으로 나오긴 했지만.


“야! 안 돼! 그러니까 짜증나게 굴지 마!”

“안 돼? 왜? 왜! 불! 불!”

“젠장! 이 꼬맹이 어떻게 좀! 해봐!”

“부우우울!!!”


한참동안 그러다가 알리샤가 부르는 소리에 마나폴로에 대한 흥미를 잃고 집안으로 쫄래쫄래 가버렸다. 차라리 손에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 편한 것인지 힘이 쭉 빠져선 몇 년은 늙어버린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곤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가 잠시 쉬는 사이 니아가 불을 지켜봤지만 요리에 쓸 재료가 없는 것은 마나폴로가 구덩이를 파고 장작에 불을 지필 때부터의 일이었기에 아직 타지 않은 장작 하나를 부지깽이로 삼아 불을 다독이는 것 외의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애들이 다 그렇죠 뭐.”


붓기가 가라앉아가는 얼굴이었지만 아직 한 쪽 눈이 이상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마차리가 내민 물 한 잔을 받아든 마나폴로는 쭉 들이키곤 잔은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내가 어릴 땐 안 저랬는데······”

“기억 못하는 거겠죠.”

“아니, 저런 식으로 사람 귀찮게 하진 않았어. 계집아이라서 그런 건가······”


니아가 부지깽이를 던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걸 받아 타고 있는 장작 속에 쑤셔 넣었다.


“그럼 사냥이나 하러 갈까.”

“뭘 잡으려고요?”

“멧돼지.”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까?”


한쪽 눈의 위치를 수정하며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으니 마나폴로는 진심이라는 듯 눈을 마주하다가 곧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하하! 근처에 돼지 치는 곳이 있었던 거 같으니 한 마리 슬쩍해오지 뭐.”

“손톱으로 무무 가죽을 벗긴다고 하시죠.”

“그거야 말로 불가능한 일이잖냐. 맛은 있지만 전문적인 도구가 없으면 해체가 안 된다고.”

“아니······그러니까······!”

“장난이다 장난! 고기를 좀 사서 올 테니까 불이나 지키고 있어라!”


마차리의 등을 팍팍 때리곤 자기 도끼를 챙겨 나섰다.

대낮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장사하는 사람도, 물건을 사러 나오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마나폴로를 알아본 몇몇의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거나 앞에서 간절히 부탁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쓰진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많이 먹고, 많이 쉬고, 많이 습득해야 할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에게 마음을 쓸 시간이 없었다.

작은 인파에 휩쓸리듯 움직였지만 염장한 큰 생선 몇 마리를 사는 데까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생선을 사며 시체가 발견되었던 골목을 한 번 흘겨봤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빨리 해결해주시오. 장사가 안 되서 살수가 없으니······”


골목을 향해 마나폴로의 시선이 향하는 것을 본 생선가게 주인이 한마디 툭 던지며 날아드는 파리들을 쫒아냈다. 마나폴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재료를 사기 위해 근처의 푸줏간을 들렸지만 고기가 다 떨어진 것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그 다음 간 곳은 시위에 참여한다는 푯말 하나만 세워둔 채 닫혀 있었고 그 다음은 몸이 아파 쉰다는 푯말이, 집 근처에 있어 자주 가는 곳은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얼굴을 보여서 좋을 일이 없었다.


“흠······”


염장을 하긴 했지만 잘 썩는 생선을 들고 한낮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식생활에 좋을 일이 아니었다. 그냥 갈까 하던 차에 마지막으로 들린 푸줏간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곤 거기로 향했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 오는 곳은 아니었다. 거리를 휘휘 돌아다니면서 몇 번 들린 곳으로 주인이 좀 무뚝뚝한 성격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계십니까!”


소리 높여 부르니 그제야 어물적거리며 나와선 주문을 받았다. 잘 먹어 잔뜩 부풀어 있는 몸집과는 다르게 입이 작고 말수가 적은 주인은 마나폴로의 주문을 받아 그 굵은 팔로 고기 한 덩어리를 꺼내 저울에 달았다.

다만 그 고기라는 것이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넓적다리가 저울위에 오르자 저울에 연결된 눈금이 가격을 가리켰다. 고기라면 가능한 일. 하지만 사람의 가치를 알량한 몇 푼의 돈으로 환산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인과 할 이야기도 없어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마나폴로가 저울 위의 다리와 주인의 멍한 눈을 확인한 것과 주인이 고기 써는 칼을 휘두른 것은 같은 시점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17.09.12 00:54
    No. 1

    사크티에게서 노란 싹수가 느껴진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암현
    작성일
    17.09.14 16:37
    No. 2

    애들이 다 그렇죠ㅎ
    조카들이 딱 저 나이라 많이 참고 하고 있습니다.
    컴터가 맛이가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분홍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 69 19.04.02 24 0 9쪽
68 68 19.02.28 28 0 10쪽
67 67 18.10.20 72 0 8쪽
66 66 18.08.19 69 0 8쪽
65 65 18.07.28 53 0 11쪽
64 64 18.07.03 61 0 8쪽
63 63 18.06.11 62 0 10쪽
62 62 18.04.20 68 0 6쪽
61 61 18.03.01 69 0 8쪽
60 60 18.02.09 68 0 7쪽
59 59 18.01.29 94 0 7쪽
58 58 17.11.22 75 1 8쪽
57 57 17.11.12 77 0 8쪽
56 56 17.11.02 79 0 7쪽
55 55 +2 17.10.16 60 1 10쪽
54 54 17.10.06 61 0 6쪽
53 53 17.10.02 57 0 6쪽
52 52 +2 17.10.01 86 1 6쪽
51 51 +2 17.09.22 95 1 8쪽
» 50 +2 17.09.11 96 0 6쪽
49 49 +2 17.09.04 76 1 6쪽
48 48 +2 17.08.27 115 1 6쪽
47 47 17.08.23 123 0 6쪽
46 46 17.08.22 83 0 7쪽
45 45 17.08.19 90 0 7쪽
44 44 17.08.18 90 1 6쪽
43 43 17.08.15 90 1 6쪽
42 42 17.08.14 130 0 7쪽
41 41 +2 17.08.07 160 0 8쪽
40 40 17.08.07 136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