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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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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77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8.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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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48

DUMMY

에란에 사는 용들은 죄다 별스런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곤 한데 로타란이란 자도 그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만드는 것을 즐기는 라샤의 장인들이 만든 무기를 휘두르고 망가트리는 것을 특기로 삼는 티린의 이름을 받은 사람 중 만드는 것을 즐기는 별종이라는 것이 마차리의 솔직한 평가였다. 대장장이도 이상스러운 병기나 도구들을 만들던 스승의 별스런 면모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수긍하는 편이었다.


“자기는 만드는 게 좋다면서 만들기만 했지.”


어쩌다 한 번 사철로 술항아리를 만든 적이 있었지만 거기에 담긴 술은 죄다 맛이 변해버려 마시지도 못하고 버린 적이 있었다며 크게 웃었다. 마차리도 멍청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릴 적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에 술맛이 변하지 않는 금속 항아리를 만들려고 했던 용에 대한 것도 있었던 데다가 그런 걸 이야기 했다간 샤엘라라는 종이 멍청해 보일 것 같았기에 잠자코 있었다.

그러는 사이 추에 쇠사슬을 연결하는 작업이 끝난 것인지 대장장이의 제자가 묵직한 걸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대장장이는 그걸 마차리에게 넘겨주기 전 이음새의 상태를 확인했고 제자의 기술에 만족한 다음 그걸 마차리의 손에 쥐어줬다.


“사슬 십만, 추 이십만, 연결하는 비용 오만. 총 삼십 오만 유렌.”

“네, 네.”


주머니를 뒤적여 대금을 치렀다. 대장장이는 만족한 듯 씹는담배 몇 알을 주려 했지만 마차리는 받지 않았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니 니아가 찾아와 있었다.

우파나히, 알리샤와 함께 글과 수화 따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방해하지 않기로 한 건지 조용히 들어가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창고에서 나무판자 몇 개를 찾아 담장에 기대 세운다음 몇 걸음 떨어져 쇠사슬을 팔에 감았다. 적당히 감은 다음 추가 달린 부분을 살짝 늘어트린 뒤 빙글빙글 돌렸다. 목표는 나무판자. 그리고 던졌다. 날아가자마자 과녁으로 삼은 나무판자가 형편없이 박살났지만 마차리의 표정은 미적지근 할 뿐이었다.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인지 창고에 처박았다.

위력은 상당한 것 같았지만 쇠사슬을 팔에 감으면 상당히 무겁다. 날아가는 궤도를 읽기도 쉽고 무엇보다도 느렸다. 로투와의 싸움에서 쓰기엔 문제가 많았다.


“돈만 날렸네······”


어설픈 발상을 한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왕 만든 거니 방에 걸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까. 방금 창고에 처박아 둔 것을 다시 꺼내 방에 걸어두었다. 그것도 정성스럽게 못질까지 해서 떨어지지 않게 장식해두는 모양새가 어찌 이상해보일 정도였다.


“그거 뭐야?”


추가 달린 쇠사슬을 방에 걸어 놓고 뿌듯해하는 마차리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여자 목소리였지만 알리샤는 아니었다. 좀 더 작고 한참 어린 목소리, 샤크티였다.


“이거? 그냥 장식.”

“장식?”

“안 쓰는 접시나 끌어안고 자지도 않는 인형 같은 거랄까?”


마차리의 시각에서 비유는 나름 적절한 것 같았지만 쇠사슬을 장식해놓는다는 것이 샤크티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인지 한참동안 뜯어보더니 이상하다고 한마디 툭 던지곤 어디론가 쫄래쫄래 도망가 버렸다.


“뭐······어리니까.”


그다음은 샤크티의 말을 듣고온 알리샤, 알리샤 다음은 우파나히, 우파나히 다음엔 니아가 방에 들어와 마차리의 이상한 장식품에 대해 짜증과 침묵과, 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버려.”

“이거 제 용돈으로 산건데······”

“뭐야 이게. 필요 없어.”

“제 방인데요······”

“이런 거 방에 걸어놓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니아가 살짝 손을 들었지만 무시당했다.

좁은 방안에서 자기 방의 장식물에 대해 뭐라 그러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마차리는 쫒아내듯 그들을 밀어냈다.


“자, 자, 일단 제 방에서 나가주세요!”


혼자서만 뿌듯해하고 있었긴 했지만 애초에 자기 방을 뭐로 꾸미던 간에 남들이 참견해봤자 소용없는 일일 터였다. 가볍게 밀어 밖으로 내보냈지만 그 쇠사슬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마지막에 들어왔던 니아는 다시 들어와선 쇠사슬을 달라며 마차리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오늘 산건데요······”


급한 마음인지 수화로 뭐라 했지만 마차리는 그걸 읽지 못했다. 답답했던 것인지 종이 한 장을 꺼내 가격을 제시했지만 마차리는 팔 생각이 없었다.


“이거 삼십 오만 유렌이나 주고 산건데요!”


가격을 높여 부를 만큼 장사속이 있진 않았지만 ‘중고니까 좀 더 싸게.’ 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통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결국 시끄럽다고 짜증내는 알리샤가 보낸 우파나히한테 한 대 얻어맞고서 니아가 제시한 가격에 넘기긴 했지만.


“아······내 용돈이······”


손해 보고 팔아서 그런 것인지 넘기기 싫었던 것을 반 강제적으로 넘기게 돼서 그런 것인지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주먹질을 할 정도로 분해하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말했듯 샤엘라라는 종은 쇠사슬을 아주 좋아한다. 그들의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에도 쇠사슬을 그려 넣었고 일상생활에서도 밧줄보단 쇠사슬을 더 많이 활용하곤 한다. 바닷물에도 녹이 슬지 않는 금속을 만든 장인이 그 금속으로 제일 먼저 만든 물건도 쇠사슬이었고 아기들을 뉘일 요람을 만들 때도 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도 쇠사슬로 하는 간단한 의식이 있을 정도이며 심지어는 혼수품과 예물에 쓰이는 쇠사슬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풍조도 있어 결혼을 앞둔 연인들은 서로 경쟁하듯 긴 쇠사슬을 만들기도 한다.

멍청한 짓이라며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그게 그들의 문화이니 샤엘라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화가 존중받길 원하곤 했다.

그리고 항상 손해 보는 것은 마차리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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