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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고 구르면 어느새 옷자락이 걸려있습니다.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구름말이
작품등록일 :
2022.02.19 20:56
최근연재일 :
2024.04.27 23:29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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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2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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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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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4)

DUMMY

*


시기가 점점 무르익는 걸 느끼며 조금은 야속한 마음도 들었다.


다들 대체 왜 이러는지, 왜 이렇게 단합해서 사람을 붙들고 싶어 하는지. 난 지쳤는데, 한계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그걸 왜 몰라주는지.


떠나는 사람 쿨하게 보내주는 인간이 하나도 없는 게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래도 그나마 덤덤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이준택 교관님이나 훌템이려나.


특히 교관님은 수상할 정도로 조용하지. 예전에 한 번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렇게 사람을 들들 볶던 분이 졸업식 이후로 일주일 넘게 문자 하나 없었다. 혹시 몰라 변명을 잔뜩 준비해 뒀는데 아무 쓸모가 없네.


김새네, 그렇게 방심하며 안심하던 어느 날에 전화가 한 통 오긴 했다.


-한도야, 넌 어디 가든 기죽지 말고 행동해. 알겠어? 너는 누가 뭐래도 내가 키운 제자 중의 제일이고, 인류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영웅이다. 각성자라고 무시하는 인간 있으면 바로 실명 까고 명성으로 눌러버려. 필요하면 내 이름도 팔아, 인마. 나중에 쭈구리로 살고 있단 소문 들리기만 해, 내가 너 무슨 짓을 해서든 다시 끌고 올 거야. 농담 같지? 농담 아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존중받는 걸 포기하지 마. 무조건 당당해져라, 한도야. 뭐가 잘 안 풀리고, 실패하고, 좀 힘들고 해도 걱정하지 마! 너한테는 돌아올 곳이 있어! 어? 어려운 일 생기면 상담도 받고, 어? 건강 안 나빠지게 관리도 잘하고, 어?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이 양반이 누굴 사회 초년생으로 아나. 누가 들으면 최전선이라도 한 번 더 가는 줄 알겠네. 잘 참으신다 했더니, 결국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교관님이었다. 진정한 의미로 김새고 말았다.


-아, 근데 너 최근에 이상한 전화 안 왔냐?


“전화야 많이 왔죠. 요즘은 좀 뜸하고요. 갑자기 왜요?”


-얼마 전에 행정실로 너 찾는 전화가 왔다더라. 언제 같이 일했던 헌터라고, 너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던데.


“그래요? 누구래요?”


-그게 말이야, 이름은 또 얘기 안 하더란다. 듣기로는 목소리도 불안불안하고 느낌이 좀 쎄해서 적당히 끊었다는데, 뭐, 스토킹이라도 당하는 거 아니지?


“···그 사람 번호는 찍혔죠?”


-그렇지.


“혹시 모르니까 저도 알려주세요.”


-전화해 보게?


“아뇨, 일단 알아야 거르든 말든 하죠.”


-알았다. 톡으로 보내줄게.


미련 뚝뚝 떨어지는 격려 전화도 끊어지고, 침대에 드러누워 내게 아쉬운 소리를 할 사람이 또 누가 있는지 생각했다. 엄밀히 따지자면야 수두룩하겠지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이제 없지 않을까.


나는 여태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단지 그게 헌터로서의 삶이 아니게 될 뿐이잖아. 사회를 굴리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성실하게 생활할 자신이 있었다.


그거면 되는 거지. 내가 이 사회에 빚진 무언가가 있다면 보통의 삶으로도 충분히 변제해 나갈 수 있다. 누구나 그렇듯, 나는 헌터이기 전에 이미 일반인이니까.


‘흥, 형이 잠시 멈추는 동안에도 저는 달릴 겁니다. 가르치던 학생에게 추월당하고 뒤늦게 헌터의 피가 끓게 될 형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겠죠.’


그러니, 드라마에서 갓 짜낸 듯 신선한 오글 멘트를 날리며 도발하는 강우 학생을 대하면서도 난 괜찮았다.


‘남한도 헌터 하면 아카데미 스타 아닌교! 내사 마 섭섭해도 잉? 자알 쉿다가 또 뉴스든 뭐든 소식 덜을 날이 올 끼라, 내는 그래 믿는다카이.’


수석 교관실에서 잠깐 얘기를 나눴던 아카데미 보관소 소장님, 결국 다시 돌아올 거 아니냐는 식으로 은근히 독려하셨지. 나는 그 기대에도 부응하지 않으려 마음먹었으니까.


‘그 선택을 전, 친구로서 응원하지만, 역시 연구자로선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네요. 남한도 씨의 재능과 특이성은 결국 헌터 일을 병행했을 때 더욱 실용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질 테니까요.’


친구보다는 결국 연구자로서 느낀 점에 더 비중을 두고 양소라 씨는 말했지. 그런 일 욕심을 보면서도 앞으로는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할 생각이었다.


이런 모든 사람의 아쉬움에 그럴듯한 논리조차 펴지 않고 떠날 거다. 혹시 모르잖아. 사소한 입씨름마저 날 극단으로 내모는 계기가 될지.


몸에 힘을 빼고 멍하니 있으니 교관님한테서 개인톡이 왔다. 아까 얘기했던 수상한 사람의 전화번호였다. 통화 기록이나 연락처 목록을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


혹시 모르니까 ‘수상한 인간(아카데미 제보)’, 그렇게 저장해 두었다. 정말로 예전에 함께 일했던 헌터가 맞으면 어떻게든 내 연락처를 수소문할 수 있을 테지. 그냥 기다리자. 나서서 일 만드는 것도 슬슬 피곤했다.


그럭저럭 정리되는 관계들은 그만 들쑤시고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이제 유튜브 일만 잘 마무리하면 되잖아.


다 끝나면 훈련도 관두고 적당히 살이 찌지 않는 수준으로만 운동하는 거야. 끊었던 배달 음식도 가끔 시켜 먹고, 뜸했던 인스타 활동도 지금보다 늘리고, 다가올 육아에 대비해 관련 커뮤니티에서 눈팅도 좀 하고 말이야.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성실히 살고, 그냥 좀 게을러지자. 게이트든 협회든 헌터 업계든 나 없이도 잘 돌아갈 세상이잖아. 생각난 김에 치킨이나 한 마리 시키자.


옆에 대충 놔뒀던 스마트폰을 들고 배달앱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벨이 울렸다.


‘이은상 PD님’


같이 일하는 PD님한테서 온 전화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허락 없이 쓰면 미안한 병맛짤이라도 하나 또 건진 건가.


-아······. 한도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좀 기어들어 간다 했더니,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PD님이었다.


-범인은 저희가 곧장 찾아내겠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시면······.


현터TV의 원본 영상이 유출됐다는 얘길 들으며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아직 남은 지랄이 있다는 거지. 그런다고 내 은퇴 의지가 꺾일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질긴 세상아.


*


협회에서 다시 만난 PD님은 다크 서클이 진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저희도 더체에서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올 줄 몰랐습니다. 믿었던 부하 직원이 회유된 거라 저도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작품 하나 큰 거 내보자고 꾸준히 협업을 제안해 오던 더체가 결국 선을 넘은 모양이었다.


“협회가 더체이스사에 꿀리는 이름도 아니니까, 음, 어차피 거기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그런 건 없잖아요. 그렇죠?”

“그렇긴 한데, 한도 씨와 자리를 한 번 만들어달라고 하네요······. 저흰 거절하고 있습니다만 한도 씨에게 따로 접촉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내 신상 파악은 끝났다는 거네. 거기라면 초반 영상에 나왔던 여러 장비를 통해 충분히 유추해 내겠지.


애초에 여기 편집팀은 내가 전해준 영상을 가공하는 역할이었다.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CG 기술 정도야 글로벌 기업인 더체에서 탐낼 정도로 대단하진 않았다.


진실을 몰랐던 처음에나 연출력에 구미가 당겼겠지만, 영상의 원본을 여러모로 뜯어보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을 게 틀림없었다.


롤 언노운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눈치챈 거겠지. 말 그대로 금액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말이다.


문제는 원본 영상에 대한 신빙성인데······. 더체에서 통하는 나 남한도의 이름값도 조금 거들긴 하겠지만, 차수현과 연관된 내 처지가 만천하에 드러난 게 크게 작용할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그만큼 어울리는 인간도 달리 없으니까.


아무튼 진실성을 높게 쳐주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나와 따로 만나겠다는 것도 아마 그걸 확실히 굳히겠단 의도 아닐까.


“영상 유출한 직원에 대한 조치는 일단 맡기겠습니다. 더체 관련은 저한테 넘기세요. 대화는 직접 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어깨를 잠깐 움츠리며 말을 더듬는 PD님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건조하게 얘기해 버린 걸까. 아니, 경각심을 제대로 일깨워 주려면 이 정도 차가운 태도는 보여줘야지.


“만나실 일정을 저희가 미리 조율해 둘까요?”

“아뇨, 연락할 만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이건 이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얘기를 마치고 협회에서 나오며 연락처 목록을 뒤졌다. 30명도 채 안 되는 다소 빈약한 두께를 스크롤 하며 금방 필요한 번호를 찾아냈다. 언제 전화할까 고민할 것까지도 없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통화 아이콘을 눌렀다.


단조로운 연결음이 짧게 이어지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몇 초 만에 상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인환입니다.


역시 번호는 아직 안 바꾼 모양이네. 몇 년만이라 톤이 좀 무거워진 느낌이지만 확실히 내가 아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맞았다.


“오랜만이네요, 장 부장님.”


-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남 헌터님.


“예.”


내 짤막한 대답에 조금 긴장한 기색의 숨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다행입니다. 저도, 네, 그럭저럭······.


“다행이네요. 일단, 어쩌시겠어요? 제가 전화한 이유야 아실 테고.”


-···알겠습니다. 만나서 얘길 나누는 게 저로서도 오해 없이 사실을 전달하기 쉽겠죠. 언제가 좋으십니까?


“최대한 빨랐으면 하는데요.”


-그럼 오늘 바로 어떠십니까?


“좋죠. 장소하고 시간은 편한 대로 정해주세요.”


길게 인사치레나 할 사이는 아니었다. 내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오히려 저쪽에서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짤막한 대화에서 이미 내 눈치를 보는 듯한 티를 내는 게 좀 껄끄러웠다. 익숙한 불쾌함이었다.


마지막 연락을 주고받던 당시에는 차기 임원으로 유력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부장이란 직급명에 별다른 감정 기복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급에서 누락된 건가, 아니면 자리를 고사한 건가.


자세한 사정은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사실 그렇게 궁금한 것도 아니었다. 곧 약속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다. 지하철을 타고 향하면서 이번 일에 대한 내 입장을 설명할 문장만 차분히 고민했다.


장인환 씨와의 대면은 양재역 근처에 있다는 개인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부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를 태워줬지. 뭔가 언질이라도 받은 건지 바짝 쫄아버린 기색이라 괜히 좀 미안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무실이라기보단 응접실에 가까워 보이는 내부였다. 소파에서 일어나 날 반기는 모습에 조금 어색함이 있었다.


“차를 좀 내오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금방 끝날 얘긴데요, 뭐.”


나이야 잘 모르지만, 몇 년의 세월이 그대로 쌓여 어엿한 중년 아저씨처럼 보이는 장인환 씨였다. 짧게 끝내겠단 내 말에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더체에서 제 유튜브 채널 편집팀에 집적거렸다죠?”


마주 앉아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아······. 그건 남 헌터님의 영상인 줄 모르고 저희가······.”

“전 줄 알았으면 집적거리지 않았을 거란 말씀인가요?”

“···적어도 저는 그랬을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장 부장님 의견은 아니시단 거죠?”

“이번 일은 최소 게이트 사업본부장이 직접 지시한 내용이고, 그 윗선의 윗선까지 크게 관심을 보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저 같은 한직 부장 나부랭이가 나서서 어떻게 해볼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 자리는 아무 쓸모 없는 건가요? 전 그 본부장과 얘기를 나눠야 합니까?”

“그것은······.”


곤란하단 티를 또 팍팍 내는 인간을 보며 그만 피곤해지고 말았다.


“지금 녹음하고 계시죠?”


장인환 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인간들 하는 짓이 그렇지, 뭐.


“당신이나 당신 윗선에서 궁금해하는 거 지금 그냥 얘기해줄게요.”


여전히 말이 없는 인간을 향해 나는 그냥 벽 보듯 주절거렸다.


“댁들이 특정해 낸 현터TV의 계정 주인은 저 맞아요. 영상은 모두 헌터 협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제작됐고요, 얼굴이나 목소리 가린 거 빼고는 다 진짜입니다.”

“그렇습니까······.”

“협회 얘기에 놀라지도 않으시네요.”

“남 헌터님의 고유 장비를 저희가 관리하고 있었으니까요.”

“아아, 그럼 뭐, 이해되네요.”


내 무중력 망토를 수집가들에게 경매로 붙일 것처럼 얘기하더니 지들이 몰래 쟁여 둔 모양이었다. 그걸 사들인 게 협회였으니까 나와 어떤 연관성을 유추해 내는 것도 당연했다.


뭔가 좀 구린 느낌이었지만, 지금의 난 국헌도 아니고 한낱 유튜버일 뿐이었다. 슬쩍 박세정한테나 찔러주고 빠져야지. 걔 정도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릇이니까.


“저희는, 남 헌터님께 빚이 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일이지만 아직 잊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건 끝난 얘기 아닙니까? 그런 걸로 시끄럽게 들러붙는 게 더 민폐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복귀하신 남 헌터님께 어떤 뜻이 있으리라, 전 믿습니다. 걸어가시는 그 길에 저희가 늦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게 허락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말만 들으면 대주주라도 만들어 주실 느낌이네요.”

“···그조차도 최소한의 은혜 갚기 아니겠습니까.”


나름대로 통 크게 나오는 모양인데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미 민현주 협회장의 친추도 거부한 나였다. 이런 대기업이 주는 것들이 새삼 내 짐을 가볍게 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더체는 그저 내가 최전선에서 스치듯 맡은 몇몇 사건의 수혜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 털어내려는 지금에서야 다시 은혜를 갚겠다고 나오는 건 달갑지 않았다.


“장 부장님, 저는 종교가 이미 예전에 쓸모를 다한 것처럼,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로 효용성이 한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본가들에게 한계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정돕니까? 지금 남 헌터님께서 가진 것이.”

“오늘 이후로 계속 참견한다면 더체이스사는 제게 졌던 빚은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커다란 채무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제 이름과 커리어를 걸고 장담하죠.”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귀띔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영상 봤을 거 아니에요. 현터TV로든, 아니면 저 남한도의 이름으로든.”

“혹시 차수······.”

“됐습니다. 이제 그만 하죠. 그냥 딱 하나만 말할게요.”

“예.”

“더체에서 집적거리겠다는 방침을 계속 밀어붙이면 당장 퇴사하세요. 이건 장 부장님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드리는 충고입니다.”

“새겨듣겠습니다. 헌터님도 많이 변하셨군요. 저와의 인연까지 생각해 주시고.”

“···그러게요.”


얘기가 너무 나갔나. 어쩌면 나도 급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손을 떨쳐내기 위해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요즘이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남 헌터님의 유튜버로서의 모습, 저는 보기 좋았습니다. 이미 구독도 하고 있죠.”


이건 어떻게 반응해줘야 되냐. 그냥 잠자코 들으니 장인환 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영상에서 보여주신 그 유쾌한 남 헌터님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군요.”


긴장이 좀 풀린 모습이었다. 더체로선 만족스럽지 못한 대화였겠지만, 장인환 씨 개인의 심정은 달랐던 걸까.


“언제 또 뵐 날이 있겠죠. 좋은 소식으로.”

“예,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슬슬 일어나시죠.”

“그러시죠.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야령.”


아니, 그냥 헤어지면 되지, 별명까지 꺼내고 그래, 쑥스럽게. 나도 멋쩍게 웃고 말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내 목적은 거의 달성했다고 본다. 다른 건 몰라도 차수현 하나만 재인식하게 유도하면 그걸로 게임 끝이지. 아무리 겁대가리 상실한 더체라도 당분간은 조용할 것이다. 확실히 관종킹이 치트키는 치트키였다.


자, 그러면 이제 저울질을 할 때네. 롤 언노운의 존재를 더체에게 확인시켜 줬으니, 나도 더는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었다.


다시 지하철에 오르며 PD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PD님.”


-네, 말씀하십시오.


“제 얼굴 까죠.”


이제 숨지 말고 롤 언노운을 대중에게 알려야 했다. 그게 공평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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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6) 24.04.27 2 0 14쪽
137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5) 24.04.14 5 0 15쪽
136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4) 24.04.03 8 0 15쪽
135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3) 24.03.17 8 0 13쪽
134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2) 24.03.12 8 0 12쪽
133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1) 24.03.03 11 0 13쪽
132 XX. 무모함의 잔재(3) 24.02.25 14 0 12쪽
131 21. 비점(4) 24.02.18 9 0 13쪽
130 21. 비점(3) 24.02.04 9 0 12쪽
129 21. 비점(2) 24.01.25 10 0 13쪽
128 21. 비점(1) 23.12.31 10 0 14쪽
127 XX. 무모함의 잔재(2) 23.11.19 14 0 1쪽
126 20. 2년 후(4) 23.10.30 14 0 12쪽
125 20. 2년 후(3) 23.10.30 10 0 13쪽
124 20. 2년 후(2) 23.08.25 18 0 14쪽
123 20. 2년 후(1) 23.08.10 20 0 13쪽
122 XX. 무모함의 잔재(1) 23.07.20 19 0 12쪽
121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8) 23.07.20 16 0 20쪽
120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7) 23.07.11 19 0 14쪽
119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6) 23.07.02 16 0 17쪽
118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5) 23.06.25 21 0 17쪽
»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4) 23.06.23 20 0 16쪽
116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3) 23.06.04 21 0 15쪽
115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2) 23.05.20 26 0 16쪽
114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1) 23.04.30 30 0 15쪽
113 18. Remind Me, Like A Dog.(3) 23.04.25 31 0 12쪽
112 18. Remind Me, Like A Dog.(2) 23.04.24 26 0 12쪽
111 18. Remind Me, Like A Dog.(1) 23.04.22 33 0 15쪽
110 17. 포장되는 거짓말(4) 23.04.18 30 0 13쪽
109 17. 포장되는 거짓말(3) 23.04.17 27 0 14쪽
108 17. 포장되는 거짓말(2) 23.04.15 34 0 12쪽
107 17. 포장되는 거짓말(1) 23.04.13 32 0 12쪽
106 16. 가을이었다(5) 23.04.10 35 0 16쪽
105 16. 가을이었다(4) 23.04.09 33 0 16쪽
104 16. 가을이었다(3) 23.04.07 29 0 15쪽
103 16. 가을이었다(2) 23.04.03 32 0 15쪽
102 16. 가을이었다(1) 23.03.31 31 0 13쪽
101 15. 오히려 안 좋아(12) 23.03.29 33 0 15쪽
100 15. 오히려 안 좋아(11) 23.03.27 36 0 15쪽
99 15. 오히려 안 좋아(10) 23.03.25 38 0 14쪽
98 15. 오히려 안 좋아(9) 23.03.22 34 0 14쪽
97 15. 오히려 안 좋아(8) 23.03.20 30 0 13쪽
96 15. 오히려 안 좋아(7) 23.03.07 33 0 12쪽
95 15. 오히려 안 좋아(6) 23.03.01 35 0 15쪽
94 15. 오히려 안 좋아(5) 23.02.23 33 0 15쪽
93 15. 오히려 안 좋아(4) 23.02.17 38 0 15쪽
92 15. 오히려 안 좋아(3) 23.02.09 39 0 14쪽
91 15. 오히려 안 좋아(2) 23.01.27 40 0 13쪽
90 15. 오히려 안 좋아(1) 22.12.29 42 0 12쪽
89 14. 몇 종류의 엇갈림(13) 22.12.26 41 0 15쪽
88 14. 몇 종류의 엇갈림(12) 22.12.11 45 0 14쪽
87 14. 몇 종류의 엇갈림(11) 22.12.05 40 0 14쪽
86 14. 몇 종류의 엇갈림(10) 22.12.05 44 0 13쪽
85 14. 몇 종류의 엇갈림(9) 22.11.22 41 0 12쪽
84 14. 몇 종류의 엇갈림(8) 22.11.22 37 0 13쪽
83 14. 몇 종류의 엇갈림(7) 22.11.22 43 0 15쪽
82 14. 몇 종류의 엇갈림(6) 22.09.06 52 0 13쪽
81 14. 몇 종류의 엇갈림(5) 22.08.31 63 0 13쪽
80 14. 몇 종류의 엇갈림(4) 22.08.31 5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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