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르고 구르면 어느새 옷자락이 걸려있습니다.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구름말이
작품등록일 :
2022.02.19 20:56
최근연재일 :
2024.04.27 23:29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2,980
추천수 :
26
글자수 :
825,148

작성
23.03.29 17:43
조회
32
추천
0
글자
15쪽

15. 오히려 안 좋아(12)

DUMMY

갑작스러운 마력 수치의 상승은 현저하게 강화된 사고 가속을 동반했다. 시뮬레이터 안에서는 빠르고 강해진 내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해 정교한 마나 조정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근육 한 가닥, 신경 한 가닥, 마나 회로 한 가닥조차 모두 통제에 넣고 있었다.


-스읏.


한껏 예리해진 금빛 칼날이 두부라도 베어 넘기듯 프로토슬라임의 몸을 갈라버렸다. 처음 한두 마리는 시험 삼아 두 번이나 세 번에 걸쳐서 저항감을 익혔는데 완전히 쓸데없는 짓이었다.


마나 코팅 면적을 욕심껏 확장해 건블레이드가 거의 2m까지 길어졌다.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한 마리씩 꼬박꼬박 반토막 났다. 슈트에서 끊임없이 마나 방출이 일어나 지근 거리에서도 슬라임의 체액이 묻지 않고 오히려 튕겨 나갔다.


몬스터는 무조건적인 공격성을 가진 사냥감이었다. 동료들이 일격에 처리되는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꾸준히 내 앞으로 굴러들어왔다. 간격 안에 들어오는 족족 무기질적으로 베어 넘기며 가속에 가속을 이어 붙였다.


이래도 버텨? 이래도? 그렇게 몰아치듯 출력을 올리자 곧 땅을 딛는 행위조차 무의미해졌다. 과부하에 특히 약한 슈트는 신축성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해도 방출 시간의 한계가 뚜렷했다. 등급 높은 헌터들조차 이런 식으로 슈트 방출을 이용한 공중 기동은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마나 회로 강화의 사기성을 등에 업고 자연스레 공기 저항을 줄이는 자세를 취하며 수십 마리의 슬라임을 단 1분 만에 몰살시켰다.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형 몬스터로 날아가는데 신목의 의식이 머릿속으로 침투했다.


-신의 사도란, 진정으로 네놈과 어울리는 이름이겠구나.


사고가 가속해서 그런지 의식이 분리되어도 아무런 지장 없이 움직여졌다.


-오만하기에 오히려 겸허하다니, 필시 네놈은 살아온 모든 순간 외롭지 않은 때가 없었겠지.


100m 정도를 앞두고 메마른 가지가 빨랫줄처럼 뻗어 나왔다. 수십, 수백 줄기로 갈라져 쏟아지는 공세에 대응하는 참격의 속도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의도치 않게 촘촘한 검막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미천한 자를 미천하게 여기지 않으며, 존귀한 자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니, 중도를 걷는 이의 귀감이요, 그야말로 신조차 나란히 세울 성정이로다.


뿌리가 솟아올랐다. 한계까지 허리를 뒤틀며 박세정을 흉내 낸 자세로 회피와 공격을 이어 나갔다. 절단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처럼 무감동한 휘두름을 반복했다.


-그러나 네놈의 고귀한 의식은 타고난 한계에 갇혀 있구나. 멀리 보는 눈을 가졌음에도 높이 자라지 않는 몸을 가졌구나. 애석하게도······.


‘그만 좀 해요!’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줄 알겠네! 그딴 말로 날 올려 쳐도 당신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생기지 않는다고요! 알아들어요?’


-제 삶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길 주저하는구나.


씨발······.


-네놈은, 떠나야 함이 옳다.


중심에 다가갈수록 공세의 그물이 듬성듬성해지는 대신 하나하나 묵직해졌다. 마침내 줄기에 한칼 먹이자 저항감다운 저항감이 날을 타고 올라왔다.


-차라리 네놈의 기억을 읽지 말 것을······. 지금 후회해 보아야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지.


가지를 쳐낸 고목의 외형이 점점 밋밋해졌다. 재생하기 시작하는 줄기의 상처를 두 번 더 베어내고 건블레이드를 깊숙이 처박아 마탄을 터뜨렸다. 한 발, 두 발, 세 발······. 반대편으로 파편이 휘날리며 고목이 천천히 기울었다.


-쯔드드득! 쿠앙!


[‘프로토엔트(B-)’를 사냥했습니다.]

[공헌 점수 85점 획득!]

[문지기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요란하게 먼지를 피워 올리며 고목이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강화 시간이 6분 정도 남았다. 요령이 생겼으니까 또 나오면 더 빨리 정리할 수 있겠지.


‘끝이에요?’


-그래.


순순히 포기 선언이 나왔다. 이러니 오히려 내가 맥이 빠졌다. 어휴, 진짜. 작별 인사도 참 요란하네. 손을 들어 박세정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정말 밖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당부해두고 싶은 것이 있는데, 들어주겠느냐?


‘말씀하세요.’


-품에 넣은 그 아이에게 네놈의 슬픔을 물려주지 말거라. 또한 네놈의 슬픔을 꼭꼭 감추어 나와 같은 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처신하거라. 오래도록 살아온 이 늙은이에게조차 진실은 가혹하더구나.


‘···노력해볼게요.’


-당돌한 놈.


짧은 헛웃음을 끝으로 신목의 의식이 떨어져 나갔다. 곧 박세정이 합류했다. 귀환 포탈로 향하며 잠시 사막의 어두운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 넓고 메마른 세상을 다 적시기엔, 나의 땀이 너무나 보잘것없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뭐래도 난 역시 평범한 인간이었다.


*


(‘익명’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우연히가능한 : 아니 이런 귀한 곳에 또 누추한 분이······.

엄마아빠사랑해Yo : 혐딩쟁이 오셨습니까!

주체의힘은최고(관리자) : 우리 한도찡 막 공략 끝난 건 또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들어왔슴깡?

달달무슨달 : 자식도 없는 노인네가 이런 커뮤라도 안 하면 무슨 낙이 있겠냐

긴드립커터 : 원래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짐

라젠카우릴저장해 : 이거 맞음 존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잖아

패드림컴트루 : 여보~ 코르신 댁에 보일러 좀 놔드려야겠어요..ㅠㅠ

싸늘하다비수기였다 : 그만 해 미친놈들앜ㅋㅋㅋ 저기는 이제 8시 넘었을 텐데 잠은 무슨 잠ㅋㅋㅋㅋㅋㅋ

태정태세전환해 : 타격감 좋다고 이젠 대놓고 억까하냐ㅋㅋㅋㅋㅋ

3^@@&#&*~@ : *)@#$*+나 울@($*#(히#*$(@..


(‘이름말구’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관리자가 ‘이름말구’님을 내보냈습니다.)


내눈을바라봐뜬다 :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무 몰아가지 말기로 해요~ 코딩님처럼 곱게 늙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우연히가능한 : 예절이가 은은하게 맥일줄 아네

긴드립커터 : ㄹㅇㅋㅋ

내옷누래도 다흰티 : 이 방이 확실히 잔잔바리한 느낌이 좋다 관종짓도 덜하고ㅋ

싸늘하다비수기였다 : 일단 한도가 아직 애기애기하잖아 코딩쟁이 읽을 수는 있게 우리가 채팅 속도 조절하는 부분도 있고

패드림컴트루 : 이 정도 얘기하면 코딩쟁이 씹새끼가 알아서 꺼져줘야 하는 부분 ㅇㅈ?

주체의힘은최고(관리자) : 노인정

3^@@&#&*~@ : !!!!

우연히가능한 : 앗

긴드립커터 : 아..

라젠카우릴저장해 : 저런······.

달달무슨달 : 그말취소해!

태정태세전환해 : 평균 나이 무한대인 새끼들이 유치해서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아빠사랑해Yo : 코딩쟁이 오열


(‘이름말구’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관리자가 ‘이름말구’님을 내보냈습니다.)


주체의힘은최고(관리자) : 이런 씨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 우리 한도찡 얘기나 하면 어떻슴깡? 이번에도 좋은 장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용?

패드림컴트루 : 풀박이 엔딩은 진짜 흔하지 않은데 한도가 난 놈은 난 놈이더라

긴드립커터 : ㄹㅇㅋㅋ

우연히가능한 : 존나 표현 저렴하네 풀박이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달달무슨달 : 대부분은 매운맛 디펜스 꾸역꾸역 하다가 몰살 엔딩인데ㅎㅎ

패드림컴트루 : 큰나무 오라방의 풀쟁이 마컨 헤으응

태정태세전환해 : 그니까ㅋㅋㅋㅋ 마컨 당한 애들까지 싹 죽인 다음에 그게 정답인 거 알고 현타오면 ㄹㅇ 맛도리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아빠사랑해Yo : 아 미래를 보여주라고 했지 꼭 밝은 미래라곤 안 했다고ㅋㅋ

주체의힘은최고(관리자) : 시스가 템자 돌림이었슴당ㅎㅎ 판정 오지고 지리고 오지에 지리 교사로 부임한 부분이고용~

싸늘하다비수기였다 : 한도가 이 꼴 보면 개역겹다고 하겠네ㅉㅉ

내옷누래도 다흰티 : 암튼 우성 유전자에 종족 전체가 잡아먹히는 것도 우리 스템 씨가 멸종으로 판단한다는 거죠?(힐끔)

라젠카우릴저장해 : 한도가 보유한 칭호와 헌신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목의 마음을 흔들었던 게 크죠?(힐끔)

달달무슨달 : 눈치 볼 거면 설명충 짓을 하지마 병신드라ㅋㅋㅋㅋㅋ

태정태세전환해 : 편하게 해 편하게~

내눈을바라봐뜬다 : 전 우리 한도 사타구니밖에 눈에 안 들어왔어요~

엄마아빠사랑해Yo : 씨발ㅋㅋㅋㅋㅋ 예절이 이 새끼가 진짜 씹변태 컨셉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

패드림컴트루 : 한박이밖에 모르는 예절이 너란 녀석······.

긴드립커터 : 야이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연히가능한 : 하여튼 저렴해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익명’님이 퇴장하셨습니다.)


*


-애기야, 여기서 풀박이가 뭐냐면······.


“하지 마.”


-한박이는 또 뭐냐면······.


“···역겨운 쓰레기들.”


*


“제가, 음······. 저희 세계에서도 육아를 안 해봤거든요? 얘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세게 쥐면 부서지기라도 할까, 양손으로 조심스레 열매를 감싼 남한도의 모습을 보며 피노렘은 웃음이 나올 듯, 울음이 나올 듯, 마음이 애틋해졌다.


“저희에게 베푸신 온정을 그 아이에게 똑같이 베풀어 주신다면 어느 날 속삭이듯 싹을 틔울 것이랍니다.”

“매일 물을 주라는, 뭐, 그런 의미인 거죠?”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그 아이가 마르지 않게 해주시어요.”

“햇빛 같은 건요? 아, 씨니까 상관없나.”

“볕의 온기보다, 포근한 남한도 님의 품이 그 아이의 성장에 이롭겠지요.”

“아······. 사람 체온 정도로 유지······.”

“남한도 님의 품입니다.”

“아, 예,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자라면서 먹어도 되는 거랑 안 되는 거랑······.”


시들어버린 종족, 그 초라한 자리의 여왕에게조차 이토록 신중하고 사려 깊은 분을 어찌 경애하지 않을 수 있을까. 봄처럼 피어나 초여름처럼 지는 이 전설 같은 만남을, 남은 평생 회고하지 않을 날이 있을까.


피노렘은 별을 향해 묻고 싶었다. 바나델루이의 고련이여, 우리의 망각이 치러야 할 대가는 이것으로 끝입니까, 아니면 이것으로 시작입니까.


길게 이어졌으면 했던 짧은 대화를 끝으로 그렇게 작별은 다가왔다. 남한도는, 드루이드의 영도자는 바람처럼 훌쩍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피노렘 님, 아이들에게 이름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족 모두가 하나 같이 사도의 마지막 뒷모습을 곱씹고 있을 때 루온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피노렘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슬픔보다 기쁨의 잔이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남한도에게 하나를 맡기고 남은 열매는 모두 아홉, 인명 대사전을 꺼내 각각 이름을 물려주고 기록하며 피노렘은 굳게 마음먹었다.


이 아이들을 모두 사도의 영성 앞에 부끄럽지 않게 키워내리라. 천년이고 만년이고 저 우주 끝까지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게 하리라.


“이 아이가 마지막이군요. 12번째의 로도아.”

“예, 12번째의 로도아입니다.”


-12번째의 로도아랍신다!

-우와아아아아!


해 질 녘, 달뜬 함성이 협곡을 맴돌아 울려 퍼졌다. 담백하게 흐린 하늘 아래 드루이드들의 춤과 노래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


[게이트가 사라집니다.]


3번째 완결 공략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을 땐 어둑어둑한 밤이었다. 푸르게 빛을 내던 게이트가 사라지자 바다의 풍경이 당겨지듯 좁아졌다. 파도가 구조물과 부표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 관리소 직원이 곧 게이트 소실을 알아차렸는지 조명이 확 밝아져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습한 공기를 쐬며 괜히 기분까지 무거워졌다. 서류 마무리한 후에 대충 헬스장에서 무게나 치고 유산소 좀 조지다 숙소에서 잠들고 싶었지만, 바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거의 100% 확률로 생물체라 추정되는 무언가를 허가도 없이 게이트에서 가지고 나와버렸다. 이건 게이트 관리 규정상 꽤 중대한 사항 중 하나라 협회에 자진 출두해 이래저래 조사받아야 했다.


피노렘에게 얠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협회장에게 또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험한 일을 겪지 않게 내가 지켜야 했다.


열매의 유해성 검사를 포함한 여러 심의에 응하며 거의 하룻밤을 꼴딱 샜다. 연락받은 김주혁 씨가 직접 일본까지 찾아와 도움을 주었다. 연구 명목으로 일단 관리 권한을 한국 지부에 넘기고 내가 직접 돌볼 수 있게 절차를 밟아주었다.


돕는 사람이 불평불만을 하거나 눈치를 주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순순히 고맙단 생각만 들었다. 단순히 내가 지금 피곤한 상태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게 내가 흘리고 다니지 말라 했지.”


게이트 허브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며 박세정이 가볍게 핀잔을 줬다. 아니,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겠냐고.


“내 존잘 훈남 페이스의 영향력이 종까지 초월할 줄 몰랐지······.”

“또, 또! 이 상황에서 그렇게 입을 털고 싶니, 넌?”

“···애 딸린 남자 양 선생님이 좋아할까?”

“그냥 애도 아닌데 오히려 좋다고 하지 않을까? 너도 협회 연구소로 자주 찾아갈 구실 생긴 거니까 나쁘진 않잖아.”

“와, 맞네. 너 천재냐?”

“어휴.”


짐짓 가벼운 분위기로 나누는 대화였지만 내심 밝은 티를 가장한 부분이 있었다. 박세정도 그걸 아니까 크게 쏘아붙이진 않는 거겠지.


나 남한도, 잘생긴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조금 하고 말았다.


“야, 남한도.”

“어, 왜.”

“지금 니가 하는 이거,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양도한다고 했지?”

“아, 계승? 어······. 그렇지.”

“상대는 정했어?”

“아직. 협회장이 믿을 만한 사람이다 싶으면 그쪽 사람들한테 넘기려고.”


박세정은 잠시 말이 없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내가 받아도 됨?”

“···뭐?”

“말했잖아. 나는 나 없는 데서 일 벌어지는 거 존나 싫다고. 차수현하고 연관되는 거 부담스러운 건 맞아. 그래도······. 모르고 뒷북 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 나는 이게 대체 어떤 규모를 가진 사건이고,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보고 싶어. 내 눈으로 직접.”


어쩌면 세상이 크게 한 번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나도 이 일에 엮이며 그런 자각은 하고 있었다. 타다 남은 재에 몸을 안락하게 굴리며 살아가길 바라는 나와 달리, 눈앞에 친구는 골치 아픈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위해 나아가고 싶어 했다.


고작 좌석 한 자리 거리에서 이렇게나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이 마주 앉아있다니.


‘제 삶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길 주저하는구나.’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신목의 얘기가 마치 옛날처럼 느껴진다. 질책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정보의 건조한 나열이자 감상이었을까.


“생각 좀 해보자.”


지금은 모든 것에 대한 여지를 남기는 대답으로 만족하자. 어떻게든 일상을 굴리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및 소개글 변경에 관하여(수정) 22.05.01 162 0 -
138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6) 24.04.27 2 0 14쪽
137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5) 24.04.14 5 0 15쪽
136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4) 24.04.03 8 0 15쪽
135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3) 24.03.17 8 0 13쪽
134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2) 24.03.12 8 0 12쪽
133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1) 24.03.03 11 0 13쪽
132 XX. 무모함의 잔재(3) 24.02.25 14 0 12쪽
131 21. 비점(4) 24.02.18 9 0 13쪽
130 21. 비점(3) 24.02.04 9 0 12쪽
129 21. 비점(2) 24.01.25 10 0 13쪽
128 21. 비점(1) 23.12.31 10 0 14쪽
127 XX. 무모함의 잔재(2) 23.11.19 14 0 1쪽
126 20. 2년 후(4) 23.10.30 14 0 12쪽
125 20. 2년 후(3) 23.10.30 10 0 13쪽
124 20. 2년 후(2) 23.08.25 18 0 14쪽
123 20. 2년 후(1) 23.08.10 20 0 13쪽
122 XX. 무모함의 잔재(1) 23.07.20 19 0 12쪽
121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8) 23.07.20 16 0 20쪽
120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7) 23.07.11 19 0 14쪽
119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6) 23.07.02 16 0 17쪽
118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5) 23.06.25 21 0 17쪽
117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4) 23.06.23 19 0 16쪽
116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3) 23.06.04 21 0 15쪽
115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2) 23.05.20 26 0 16쪽
114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1) 23.04.30 30 0 15쪽
113 18. Remind Me, Like A Dog.(3) 23.04.25 31 0 12쪽
112 18. Remind Me, Like A Dog.(2) 23.04.24 26 0 12쪽
111 18. Remind Me, Like A Dog.(1) 23.04.22 33 0 15쪽
110 17. 포장되는 거짓말(4) 23.04.18 30 0 13쪽
109 17. 포장되는 거짓말(3) 23.04.17 27 0 14쪽
108 17. 포장되는 거짓말(2) 23.04.15 34 0 12쪽
107 17. 포장되는 거짓말(1) 23.04.13 32 0 12쪽
106 16. 가을이었다(5) 23.04.10 35 0 16쪽
105 16. 가을이었다(4) 23.04.09 33 0 16쪽
104 16. 가을이었다(3) 23.04.07 29 0 15쪽
103 16. 가을이었다(2) 23.04.03 32 0 15쪽
102 16. 가을이었다(1) 23.03.31 31 0 13쪽
» 15. 오히려 안 좋아(12) 23.03.29 33 0 15쪽
100 15. 오히려 안 좋아(11) 23.03.27 36 0 15쪽
99 15. 오히려 안 좋아(10) 23.03.25 38 0 14쪽
98 15. 오히려 안 좋아(9) 23.03.22 34 0 14쪽
97 15. 오히려 안 좋아(8) 23.03.20 30 0 13쪽
96 15. 오히려 안 좋아(7) 23.03.07 33 0 12쪽
95 15. 오히려 안 좋아(6) 23.03.01 35 0 15쪽
94 15. 오히려 안 좋아(5) 23.02.23 33 0 15쪽
93 15. 오히려 안 좋아(4) 23.02.17 38 0 15쪽
92 15. 오히려 안 좋아(3) 23.02.09 39 0 14쪽
91 15. 오히려 안 좋아(2) 23.01.27 40 0 13쪽
90 15. 오히려 안 좋아(1) 22.12.29 42 0 12쪽
89 14. 몇 종류의 엇갈림(13) 22.12.26 41 0 15쪽
88 14. 몇 종류의 엇갈림(12) 22.12.11 45 0 14쪽
87 14. 몇 종류의 엇갈림(11) 22.12.05 40 0 14쪽
86 14. 몇 종류의 엇갈림(10) 22.12.05 44 0 13쪽
85 14. 몇 종류의 엇갈림(9) 22.11.22 41 0 12쪽
84 14. 몇 종류의 엇갈림(8) 22.11.22 37 0 13쪽
83 14. 몇 종류의 엇갈림(7) 22.11.22 43 0 15쪽
82 14. 몇 종류의 엇갈림(6) 22.09.06 52 0 13쪽
81 14. 몇 종류의 엇갈림(5) 22.08.31 63 0 13쪽
80 14. 몇 종류의 엇갈림(4) 22.08.31 5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