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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고 구르면 어느새 옷자락이 걸려있습니다.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구름말이
작품등록일 :
2022.02.19 20:56
최근연재일 :
2024.04.27 23:29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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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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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82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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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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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6. 가을이었다(4)

DUMMY

*


11월 11일, 예정보다 조금 일찍 거리로 나서게 된 나는 이유를 만드느라 조금 고민했다. 욕심을 조금 부리기로 한 것이다. 전날 했던 상상을 실현하며 몇몇 상점 앞에 진열된 빼빼로를 무심한 척 구경했다.


1년 동안 사무적인 얘기나 하다가 어제 처음 사적인 자리를 가진 사이야. 나도 이게 조금 성급하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묘한 확신이 생긴다. 내가 연애는 안 해봤지만 말이야, 연애 상담은 좀 해봤잖아. 안 그래?


역에서 헤어질 때 양소라 씨가 보여주던 수줍은 듯한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내게 이성 문제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던 감정선과 굉장히 닮은 부분이 있었다.


물론 오늘 만나서 대뜸 사귀자고 할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 아니, 사실 꿈에서는 조금 했지만, 아무튼!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을 빼빼로로 내 의도를 복선처럼 얇게 깔아 두고 싶다고나 할까.


‘그냥, 지나다가 선생님 생각나서 샀어요.’


아, 개 느끼해.


‘뇌 활동엔 당분 아니겠어요. 마침 손에 잡히길래 사 왔어요, 하하하!’


이건 개노잼.


‘요새 신세 진 분들한테 나눠드리고 있거든요. 하나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이거다. 담백하고 좋다. 이게 진정한 밑밥의 왕도지. 대신 진짜로 여러 사람에게 나눠줘야 하는 수고가 들겠지만, 그게 대수겠어. 여기서 양소라 씨한테만 슬쩍 다른 빼빼로를 선물하면······.


남한도 이거 폭스 다 됐네. 마침 양소라 씨가 여우를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까 오늘 한 마리 몰고 가는 걸로 하자.


자주 마주친 협회 직원분들을 떠올리며 수수한 장식으로 작게 포장된 빼빼로를 4상자 샀다. 쇼핑백을 든 손을 괜히 흐뭇하게 흘끔거리며 상점가에서 빠져나왔다.


길이 꽤 붐볐다. 지나치는 누구나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날이 날이다 보니까 다들 공통된 설렘으로 웃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성공적으로 이들 무리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묘하게 사람들이 몰린 장소가 보였다. 뭐지? 공연이라도 하나? 대수롭지 않게 비껴가려다가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꺄악!

-우, 우와악!

-시발, 뭐야!

-흐아이엣!


토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웬 비명이야? 빼빼로 고르는 게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아직 시간은 남았다. 뭔가 안 좋은 상황이면 끼어들 각오까지 하면서 인파를 헤치고 중앙으로 들어갔다.


···흐음, 뭐야, 저건.


‘오늘은 11월 11일 보행자의 날입니다. 빼빼로 수거 중.’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가 적힌 팻말을 들고 누군가 시위하듯 길 가운데에 서 있었다.


어휴, 글자에서 모솔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 참 요란하게도 쓸쓸해한단 생각에 딱한 마음이 들다가 행위 당사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마음이 딱딱해졌다.


차수현이었다.


개 같은 차수현이 실시간으로 지랄을 피로하는 중이었다.


이래서 비명이 들렸구나. 저 새낀 진짜 모솔이었냐? 이 좋은 날 집에서 발 닦고 잠이나 자지, 왜 밖에서 민폐나 끼치는 거야. 특징적인 외모를 보자마자 지체 없이 튀었어야 했는데, 얼탱이가 너무 없었던 나머지 조금 늦어버렸다.


“어, 한도다.”


시발, 눈 마주쳤다.


즉시 소름이 쫙 돋은 채로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쇼핑백을 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하필 오늘 나타나서 관종질이야.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주의하며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제발, 그냥 좀 가자. 응? 나 좀 가자. 속으로 그렇게 빌었지만,


“빼빼로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아예 물리적으로 스륵 미끄러지며 차수현이 내 앞길을 막았다. 돌아버리겠네, 진짜.


“아는 척하지 말고 가요.”

“서운하네.”

“오늘은 왜 그러는데요······. 그냥 나 좀 냅둬요, 좀.”

“나도 빼빼로.”

“그쪽 물건 아니에요. 받을 사람 따로 있어요.”

“너 여친 없잖아.”

“아이씨!”


내가 차수현과 대화를 시작하자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발, 이 새끼는 오늘 스텔스도 안 쓰고 지랄이네? 겁도 없는 일반인 몇이 촬영까지 하는 게 보였다. 아, 이러면 진짜 귀찮게 되는데.


“···저 진짜 가봐야 되거든요? 나중에 따로 찾아오든가 해요.”

“나도 빼빼로.”

“쪽 팔리게 왜 이래요, 진짜!”

“넌 내가 부끄러워?”

“사람들! 후······. 사람들이 보잖아요, 예? 사람들 본다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빼빼로 하나 주면······.”

“알았어요! 자! 자! 이제 됐죠!”


오늘은 아예 억지를 쓰는 설정인 모양이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쇼핑백에서 빼빼로 하나를 꺼내서 주고 말았다. 당연히 차수현은 박스도 뜯지 않고 통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흩어지더니 제 갈 길 가기 시작했다. 와나, 뭔가 좀 당한 기분인데.


차수현이 입을 오물거리는 걸 곁눈질로 보며 슬쩍 지나쳐 걸었다. 다행히 따라올 기색은 없었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그로테스크한 묘기나 보여주던 인간이 갑자기 공개적으로 접촉해오니 괜히 더 당황스러웠다.


전래 동화와 콜라보한 대사를 치던 걸 기억해냈다. 불안감을 견디며 걷는데 지하철역 앞에서 또 소란한 기색이 느껴졌다. 익숙한 모양의 팻말이 높이 서 있고 사람들이 아까처럼 웅성거렸다.


‘오늘은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입니다. 빼빼로 수거 중.’


또 차수현이었다. 바로 눈이 마주쳤다.


“어, 한도다. 빼빼로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아니, 뭔······.”


진짜 미친놈 아냐. 빼빼로 못 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나. 여기저기서 촬영하는 소리 때문에 현기증마저 생길 것 같았다.


“지랄하지 마시고, 안 줄 거니까 어디서 사 먹든 해요. 갑니다.”

“안 주면 줄 때까지 에스컬레이터 길막.”

“아이씨!”


이 새끼가 시민의 편의를 인질로 잡고 빼빼로를 구걸해? 가서 전국 모솔 연합이라도 만들어라, 그냥. 공권력이 단 1도 통하지 않는 인간이라 진짜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결국 또 한 박스 꺼내서 건네주고 말았다.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연극처럼 흩어졌다. 그렇게 지하철에 올라 짜증을 참으며 좌석에 앉아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또 한쪽으로 몰렸다. 개 같은 뇌절이 또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문구를 바꾼 팻말을 들고 옆 칸에서 차수현이 천천히 걸어왔다.


‘오늘은 11월 11일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식입니다. 빼빼로 안 주면 매국노.’


와, 시발, 이렇게 뜻깊은 지랄은 난생처음이야.


“어, 빼빼로다.”

“···사람이에요! 이제 진짜 안 줘요! 그냥 좀 가요, 좀!”

“너 매국노야?”

“아이씨!”


가불기에 걸려 한 박스 더 헌납. 다시 옆 칸으로 스르륵 사라지는 차수현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얼른 11월 11일에 뭐가 더 있는지 검색했다.


미친, 진열된 빼빼로 다 털어왔어도 모자랐겠네. 독신자의 날은 또 뭐야? ‘그’ 나라에서 만들었네? 사람 놀리나, 신비로워질라고 진짜.


하나 남은 빼빼로라도 지키고 싶었지만 차수현이 택시 정류장 앞에서 최후의 지랄을 했다.


‘오늘은 11월 11일입니다.’


이젠 대놓고 변명도 안 하네.


“아이씨!”

“왜 니가 짜증을 내세요? 열 받는 건 난데!”


이 미친놈이 뇌절할 게 없어서 구걸로 뇌절을 하네. 전에는 짧고 굵게 치고 빠지던 인간이 오늘따라 길고 얇게 지랄이었다.


“아니, 이봐요. 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얘기를 좀 해봐요.”

“오늘 낮이 외로워서.”

“친구 없어요?”

“있는데.”


···있었구나. 소소하게 놀랍네.


“그럼 그 친구랑 놀지 왜 여기서 이래요?”

“친구랑 놀고 있는 건데?”

“아니, 나? 내가 왜 당신하고 친구야!”

“서운하네.”


···날 친구로 여기고 있었구나. 이건 거창하게 놀랍다.


“수발, 시현이 형.”

“어.”

“언제까지 이렇게 찾아올 거예요? 평생 이럴 생각이에요?”

“가끔 도와주기도 할 텐데.”

“롤 언노운을 제가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그땐 어떻게 할 거예요? 그 사람한테 가서 또 이럴 거예요?”

“넘길 거면 내 취미를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좋겠네.”

“나는 뭐, 이해심이 깊은 인간인 줄 알아요?”

“너는 깊지. 맞장구도 잘 치고.”


아무래도 진짜 심심해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빼빼로 상자가 하나만 남아 가벼워진 쇼핑백을 대충 접어 차수현에게 휙 던졌다. 귀신 같은 입이 옆으로 쫙 찢어지더니 날아든 쇼핑백을 낼름 삼켜버렸다.


“왐냠냠.”

“어휴.”

“심심하면 불러. 방법은 알지?”

“빨리 가요 좀!”


마지막 빼빼로까지 모두 뺏기고서야 차수현이 휙 사라졌다. 뺏긴 빼빼로니까 뺏빼로라고 하자고, 시부럴껄껄.


개 같은 초자연현상에 휘말리며 나의 폭스 계획도 개 같이 멸망하고 말았다. 마음에 안 들면 지구도 쪼개버리는 인간하고 이렇게 실없이 노닥거리는 내 인생이 진짜 레전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걷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잔뜩 놀림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협회로 가는 택시에 탔는데 기사님도 평온한 얼굴이었다. 차수현 이 인간이 만약 악당이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그래, 왜 지구를 위해 일하지 않느냐고 따지지 말자. 차라리 이런 장난질이나 하면서 사는 게 깽판 치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협회 별관 지하에 있는 게이트 생태 연구소에서 볼일을 다 마치고 나왔을 땐 거의 점심이었다. 차수현을 만나고 축 처졌던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직원끼리 가볍게 작은 빼빼로를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좀 속이 쓰렸다. 하나 챙겨주길래 고맙게 받아먹긴 했는데 기분 탓인지 맛이 씁쓸했다.


양소라 씨와는 식사 후 협회 근처 룸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장소를 제안했지. 오늘 나눌 대화가 남들 시선 적은 곳에서 이루어지길 원하는 눈치였다.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늘 무슨 얘길 듣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자.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차수현은 액땜이다 생각하고 말이야.


-지잉.


약속한 시각에 거의 딱 맞춰 객실 문이 열렸다.


“빨리 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찾았다, 우리 초록이 엄마. 직원용 제복을 깔끔하게 입은 양소라 씨가 미소를 지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참고로 초록이는 최근 돌보는 친구의 태명 비슷한 거였다.


“저도 조금 전에 왔어요. 일단 주문 먼저 할까요?”


주문한 커피가 오기 전까지는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어제는 즐거웠다든지,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그런 자잘한 얘기. 이직은 서로 겉치레가 필요한 사이니까 이 정도 마중물은 필요했다.


양소라 씨는 에스프레소, 나는 콜드브루, 그렇게 한 잔씩 테이블에 올려 두고 제대로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은 제가 쑥스러운 얘기를 드리려고 해요.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양소라 씨가 운을 떼자마자 바로 심장이 요동쳤다. 아, 쑥스러운 얘기 좋죠. 완전 좋죠. 들뜬 기분을 내색하지 않으며 계속 말씀하시란 제스처를 취했다.


“요즘은 여대가 사라져서 없는 거, 혹시 아시나요?”

“여대요? 예,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꽤 성공을 거둔 덕에 대학 진학은 여전히 메리트 있는 진로 중 하나고, 여대는 그런 면에서 성차별적인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사라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할까요.”

“아······.”

“그래도 여중과 여고는 적게나마 남아있어요. 남중, 남고도 마찬가지죠. 저는 여중, 여고를 나왔습니다. 부모님께서 조금 유별나셨거든요. 남자는 당장의 학업이나 가까운 미래에 있을 진로 선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그러셨군요······.”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틀렸다고 주장할 만한 반증 사례를 살면서 겪지 못해서인지, 아직 저는 남성분을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요. 오히려 공대 재학 중에 남자 학우분들 때문에 조금 힘든 경험을 해서, 음, 가끔은 아무 잘못 없는 남성분에게 비이성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남성 공포증, 그런 느낌인가요?”

“공포 보단, 미약한 혐오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음······.”


사연이 좀 있는 분이셨네. 나도 한창 쿨병일 땐 여자를 멀리했으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아니었다. 공통적인 부분을 더 짚자면 우리 둘 다 그게 과거의 일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조금 더 사회를 알고 나니, 제가 가진 편견이 우스워지더군요. 예를 들면, 남한도 씨 같은 분을 뵐 때마다요.”

“···저요?”

“예.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남한도 씨가 남한도 씨 자체로 완결된 사람으로 보여요.”

“완결이란 게 무슨 의미인지······.”

“남자를 대하든 여자를 대하든 특정한 성별을 초월해 각자의 인격체 그대로를 존중하시는 느낌이랄까요?”

“아, 그렇게 느끼셨다구요······.”

“제가 봤던 분 중 가장 편견이 없어 보이신단 얘기예요. 남한도 씨에 대한 소문을 최근에 하나 더 듣게 됐어요.”

“어떤 소문이요?”

“게이트에서 생명체를 데리고 나오셨죠? 그리고 본인이 아버지라 주장하신다고도 하고.”


···벌써 소문이 이렇게 퍼진 거냐.


“···예, 맞습니다.”

“그런 점이 저로 하여금 남한도 씨를 완결된 사람으로 보게 해요.”

“좋게 봐주신다면 다행입니다.”

“남한도 씨와 대면하는 이 자리도 조금 떨려요. 그렇지만 그래서 용기를 내고 싶어졌어요. 기회는 우연히 들어왔지만, 제가 가진 편견을 완전히 버릴 명분으로 삼는 건 순전히 필연의 힘이고 제 결단이 아닐까 생각해요.”


와, 미친, 나, 미친, 이거 꿈인가? 그러니까 양소라 씨는 남자에 대한 막연한 혐오가 있고 그 편견을 없애기 위해 내 힘이 필요하단 얘기잖아. 맞지? 내가 뭐 이상하게 이해한 거 아니지?


“그런 의미에서 고백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남한도 씨.”

“아으, 옙······.”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양소라 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당장 그에게로 가 꽃이 되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으로 억눌러야 했다. 행복 회로가 미친 듯이 풀가동하는 중이었다.


그래, 양소라 씨도 나한테 마음이 있었던 거구나? 하긴 선남과 선녀가 만났는데 서로 아무 감정이 안 생기는 건 이상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적극적으로 나서보는 건데.


아니아니,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게 나아. 공대 다닐 때 상처를 좀 받았다잖아. 가뜩이나 초심자인 내가 적극적으로 굴었다간 트라우마를 깊어지게 할 뿐이었겠지.


아, 드디어 나한테도 봄이 오는구나. 실제로 지금은 가을이지만, 아무튼. 여기서 섣불리 행동했다간 곧장 겨울로 들어가고 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분 탓인지 양소라 씨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뺨도 상기된 느낌이었다. 최대한 의연하고 어른스러운 긍정을 들려주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뇌 내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멋진 대답을 도출해낸 동시에, 뜸을 들이던 양소라 씨가 입을 열었다.


“저, 세정 씨에게 마음이 있어요.”


꽉 쥐어진 손, 양 끝이 치켜 올라간 눈썹, 뻣뻣할 정도로 곧은 상체가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세정 씨 좋아해요, 저.”


···이건 뭐지?


작가의말

(대충 김0모 잘못된 만남 열창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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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3) 24.03.17 8 0 13쪽
134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2) 24.03.12 8 0 12쪽
133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1) 24.03.03 11 0 13쪽
132 XX. 무모함의 잔재(3) 24.02.25 14 0 12쪽
131 21. 비점(4) 24.02.18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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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 2년 후(2) 23.08.25 18 0 14쪽
123 20. 2년 후(1) 23.08.10 20 0 13쪽
122 XX. 무모함의 잔재(1) 23.07.20 19 0 12쪽
121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8) 23.07.20 16 0 20쪽
120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7) 23.07.11 19 0 14쪽
119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6) 23.07.02 16 0 17쪽
118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5) 23.06.25 21 0 17쪽
117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4) 23.06.23 19 0 16쪽
116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3) 23.06.04 21 0 15쪽
115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2) 23.05.20 26 0 16쪽
114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1) 23.04.30 30 0 15쪽
113 18. Remind Me, Like A Dog.(3) 23.04.25 31 0 12쪽
112 18. Remind Me, Like A Dog.(2) 23.04.24 26 0 12쪽
111 18. Remind Me, Like A Dog.(1) 23.04.22 33 0 15쪽
110 17. 포장되는 거짓말(4) 23.04.18 30 0 13쪽
109 17. 포장되는 거짓말(3) 23.04.17 27 0 14쪽
108 17. 포장되는 거짓말(2) 23.04.15 34 0 12쪽
107 17. 포장되는 거짓말(1) 23.04.13 32 0 12쪽
106 16. 가을이었다(5) 23.04.10 34 0 16쪽
» 16. 가을이었다(4) 23.04.09 33 0 16쪽
104 16. 가을이었다(3) 23.04.07 29 0 15쪽
103 16. 가을이었다(2) 23.04.03 31 0 15쪽
102 16. 가을이었다(1) 23.03.31 31 0 13쪽
101 15. 오히려 안 좋아(12) 23.03.29 32 0 15쪽
100 15. 오히려 안 좋아(11) 23.03.27 36 0 15쪽
99 15. 오히려 안 좋아(10) 23.03.25 38 0 14쪽
98 15. 오히려 안 좋아(9) 23.03.22 34 0 14쪽
97 15. 오히려 안 좋아(8) 23.03.20 30 0 13쪽
96 15. 오히려 안 좋아(7) 23.03.07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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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15. 오히려 안 좋아(1) 22.12.29 42 0 12쪽
89 14. 몇 종류의 엇갈림(13) 22.12.26 41 0 15쪽
88 14. 몇 종류의 엇갈림(12) 22.12.11 4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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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14. 몇 종류의 엇갈림(6) 22.09.06 52 0 13쪽
81 14. 몇 종류의 엇갈림(5) 22.08.31 6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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