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르고 구르면 어느새 옷자락이 걸려있습니다.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구름말이
작품등록일 :
2022.02.19 20:56
최근연재일 :
2024.04.27 23:29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2,977
추천수 :
26
글자수 :
825,148

작성
23.04.10 10:55
조회
34
추천
0
글자
16쪽

16. 가을이었다(5)

DUMMY

bpm을 점점 높이던 심장 박동, 그에 맞춰 달아오르던 뺨, 늘어난 산소 요구량에 맞춰 가빠지던 호흡,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전투 중에 과도하게 흥분하면 순발력은 조금 좋아지지만 민첩성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현상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나는 감정 조절 훈련을 예전부터 빡세게 했다.


내가 지금 많이 격해졌구나, 그런 자각이 일어나는 동시에 조건 반사적으로 감정에 제동을 거는 것. 최전선에서 나를 살아남게 한 중요한 기술 중 하나였지.


그 기제가 갑작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한 건, 바꿔 말하면 지금 내 몸이 이 상황을 격렬한 전투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뜻이었다.


양소라 씨의 커밍아웃은 그만큼 내 정신에 큰 타격을 줬다.


“어······. 그러셨군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정체된 시기에 조금 무책임한 취향이죠?”


잠시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일단 충격을 받은 건 받은 거고 그걸 티 내냐 마냐는 또 다른 영역의 일이었다. 차가워진 머리를 더욱 차갑게 만들고 내 안의 논리를 최대한 사려 깊게 짜 맞췄다.


“무책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있으니까 하시는 말씀이겠죠.”

“···그럴까요.”

“선생님의 직업윤리가, 뭐, 그 목적이 인류 발전에 있다면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남녀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 게 사실상 아직은 가장 안정적이고 기초적인 발전 방식이니까요.”


양소라 씨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계속 얘기해보란 뜻으로 이해하고 말을 이었다.


“만약 선생님이 거기서 어떤 죄의식 같은 걸 느끼신다면, 해소까진 무리더라도 원동력 정도론 삼을 수 있겠죠. 마침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 계시니까 하시는 일 열심히 하시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좀 옆으로 샜네요. 여기서 더 하면 엇나갈 수도 있으니까 얘기를 조금만 앞으로 돌릴게요.”

“예.”

“남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그걸 없애려고 저와 오늘 만나신 거고, 그리고 박세정을 좋아한다. 순서가 이렇게 되는데, 저한테는 조금 설명이 부족한 것 같거든요. 편견이란 건 정확히 어떤 편견인 거죠?”

“남성분들은, 제게 항상 잠재적 경쟁자였어요. 여중, 여고를 다닐 땐 잘 몰랐지만, 대학교에 들어가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아······.”

“남자 학우분들이 가진 선천적인 이점과 적극성을 저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 때문에 괴로웠던 기억이 있죠.”


···공대에서 겪은 힘든 일이 이런 거였구나. 나는 또 해로운 고백에 시달렸다는 줄 알았네. 맘에 드는 여자들을 계속 뺏겼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되겠지. 한국말은 역시 끝까지 들어야 해.


“그래요······. 이제 이해됐습니다.”

“남한도 씨는 세정 씨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없으신 거죠?”

“예, 완전히요.”

“여성을 싫어하시는 것도 아니고.”

“반대죠. 제 취향은 선생님 같은 번듯한 여성분이에요.”

“푸웃.”

“하하······. 아무튼, 알겠습니다. 안심되는 남자로 여겨지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박세정은, 그러네요······. 일단 제가 알기론 남자 취향이에요. 그 외에 다른 취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도움을 원하신다면, 어느 정도 들어드리겠습니다. 다만, 제 친구가 내린 결정이 다소 부정적이라고 해도 그 부분은 제대로 존중해주시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남한도 씨의 이런 대답을 바라고 있었어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네요. 오늘 뵙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부분은 미리 알아두는 게 또 서로 실수하지 않는 방법이니까요.”

“남한도 씨와는 앞으로 좋은 친구 사이가 되면 좋겠네요.”

“좋죠, 친구······. 근데 나중에 저랑 취향 겹치면 바로 절교인 거 아시죠?”

“푸웃!”


진지한 얘기를 즐기고 그런 성격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는, 그래서 본인의 진지한 모습을 깨달을 때마다 민망한 나머지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양소라 씨와 오늘 난 친구가 되었다.


점심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눴다. 양소라 씨는 응어리가 풀린 듯 밝게 인사하며 협회로 돌아갔다. 나는 그대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부터 시작된 억울한 사건이 억울한 그대로 황당하게 끝나버렸다. 어찌나 기운이 빠지는지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기까지 술 생각도 안 났다.


그렇구나. 양소라 씨는 레즈였구나. 나 완전 삽질했구나.


생각해보니 그렇네. 박세정이 평소에는 껄렁거리지만 일할 땐 성실하지. 어디 가서 손해 볼 성격은 아니니까 똑 부러진다고 못 할 것도 없어. 대인 관계도 좋은 모양이니까, 맞네. 양소라 씨 이상형 맞네.


···어쩐지 박세정하고 너무 빨리 친해진다고 했어. 내 상식으론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고. 믿었던 박세정에게 발등을 찍힌 셈이었다. 나보고 흘리지 말라고 하더니 이 여우 같은 기집애가 친구의 여자를 홀려? 애초에 내 여자는 아니지만, 아무튼 개 열받아.


힘 없이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향했다. 목을 축이려고 컵을 꺼내는데 식탁에 못 보던 물건이 올라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못 보던 게 아니지. 아침에 내가 직접 밖에서 샀으니까.


억울하게 강탈당한 나의 뺏빼로 4박스가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얘들한테 발이 달려서 알아서 문 따고 들어온 건 아니겠지. 차수현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입 안 댐’


쪽지에 적힌 글자를 보고 실소가 터져버렸다. 안 대긴 뭘 안 대? 그 입구녕이 통째로 삼키는 걸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아니, 안쪽 비닐 포장은 멀쩡하니까 안 댄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럼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결국 차수현이 날 또 도와준 게 되는 거야? 아까 룸카페에서 내가 빼빼로를 건네기라도 했어 봐. 분위기 개 어색해졌을 거 아니냐고. 와씨, 상상하니까 소름 쫙 돋네.


차수현 이 새끼, 사실 착한 새끼였나?


물론 한국인의 결말은 끝까지 봐야 했다. 조금 좋게 봐줄까 싶던 관종킹의 이미지는 다음날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


‘남한도 미친 새끼야 너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오랜만에 연락한 서두영이 개인톡으로 시비를 걸었다. 뜬금없이 일요일에 무슨 지랄이지? 안 그래도 기분 꿀꿀하겠다, 대차게 쏘아 주려는데 사진 한 장이 왔다.


11월 11일의 몇 가지 변용을 보여주며 시위하는 차수현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거기까지는 관종킹의 연례행사 같은 거라고 적당히 넘길 수 있겠지.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관대하게 넘길 수가 없었다.


빼빼로를 강탈당하는 내 옆모습이 같은 컷에 담긴 것이다. 그것도 장소를 바꿔서 여러 장.


어제부터 커뮤니티에 떠돌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차수현이 넘사벽급 CC기로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게 화근이었다.


내가 한동안 답을 안 주자 급기야 전화까지 왔다.


-남한도, 난 지금 몹시 충격을 받았다.


“···뭐, 새꺄.”


-너, 아무리 그래도 차수현한테······. 아니, 어떻게 그딴 괴물딱지한테, 야······. 난 진짜 모르겠다.


“시발, 이상한 소리 지껄이면 뒤진다. 딱 봐도 그냥 선량한 시민 하나가 관종한테 삥 뜯기는 거잖아.”


-···그래, 단순히 뜯기기만 한 거지? 뭐, 다른 거 없지?


“안 그래도 열받는데, 개소리할 거면 끊어라.”


-아니, 야! 잠깐만!


“뭐.”


-근데 너 빼빼로는 왜 샀어? 그런 거 질색하는 새끼가.


“···그냥 아는 사람들 주려고 샀다. 문제 있냐?”


-너, 어어? 너, 뭐야. 어어? 너어?


“아, 뭐, 새꺄!”


-어라? 화를 내? 와, 남한도, 이상하다, 너? 이거 뭐 있네! 야! 너, 뭐야! 그거 누구 주려고 산 거야!


“적당히 하고 끊어. 그럴 기분 아니야.”


-뭐어어? 심지어 그럴! 기분이! 아니야? 너이, 시발, 여자구나. 맞지? 여자지?


“하아······. 아니이, 진짜 협회에 아는 사람 주려고 산 거라고.”


-협회에? 협회에 계신 분이야? 와······. 안 되겠다. 야, 오늘 서울로 집합.


“야이, 새꺄. 일요일이야, 미친 새끼야. 안 가.”


-응, 안 오면 우리 반 단톡방에 니 사진 도배.


“하이씨······!”


이 새끼, 이거, 애들 가르치는 인간 맞아? 기가 막혀서 통화가 끊어진 것도 모르고 한동안 벙쪘다. 목소리에서 은은한 광기가 느껴지는 게 안 가면 진짜 좆 될 삘인데.


서두영이 혼자 안달 나서 여기저기 쑤셔 보기라도 하면 이건 진짜 곤란했다. 협회에 아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고, 무엇보다 박세정에게 떠보기라도 하면 그대로 멸망이었다.


하는 수 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울로 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종종 모이던 고깃집이었다. 날 불러낸 친구 새끼는 먼저 앉아 이미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대충 5시지? 얼른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걸로 하자.


차라리 궁금증을 풀어주고 빨리 자리를 뜨는 게 낫다 싶어 일단 서두영에게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양소라 씨를 만나 호감을 품었던 일, 혼자서는 잘 안돼서 박세정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 그리고 양소라 씨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되어 고백조차 못 해본 일까지.


고기를 한 쌈 우물거리며 진지하게 듣던 서두영이 입안에 든 걸 꿀떡 삼켰다.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듯하더니,


“푸허읍!”


뿜었다.


“푸케윽큭엑켁크흐흐흥흐하하학핳하칵악칵악캭컄카하핰으익꺽끄익커핰······!”


뿜고 나서 대차게 처웃었다.


“끼으흑, 야이씨, 그니까, 너 새끼, 전설의 0고백 1차임인 거네? 우하하하하하하!”


배를 꺾으며 폭소를 터뜨리는 서두영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추 하나를 집어 들어. 요란하게 흔드는 머리를 철썩철썩 때리며 울분을 토했다.


“넌 새꺄! 웃기냐? 어? 웃겨? 친구가 차이고 왔는데 처웃겨?”

“어, 개웃겨, 씨발! 존나 웃겨 뒤지겠다, 아이씨, 진짜 미치겠넼!”


친구란 새끼가 위로는 못해줄망정 대놓고 처웃어서 쌈채소까지 들게 해? 결국 먼저 현타가 온 내가 자리로 돌아와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야흑, 야, 으흑, 그래서흑, 세정이는, 흑, 걔는 뭐래흑.”

“···그 기집애한테 얘기했겠냐? 너보다 더할 새낀데?”

“으흐······. 아니, 야, 그래도, 알긴 알아야 할 거 아냐.”

“아, 됐어. 평생 모르라고 해.”

“커뮤 죽순이가 니 사진 올라온 걸 안 봤겠냐? 금방이야, 너. ···아, 그래, 그냥 지금 연락하자.”

“···하지 마라.”

“자아, 와라 박세정!”

“아이씨, 진짜······!”


서두영이 기어이 박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필 또 스피커 모드네, 저거. 맘 같아선 배추도 하나 들고 조져 놓고 싶었지만 사장님 눈치가 보여 관뒀다.


내가 진짜 미쳤지. 빼빼로는 갑자기 왜 사서 이 사단을 만들었을까. 아씨, 급 술 땡기네.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한 손으로 소주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있으려니 신호음 너머에서 박세정 목소리가 들렸다.


-뭐냐? 이 시간에?


“야! 남한도 실연당했단다!”


-···엥?


“한도쉑 어제 차이고 왔단다! 이곳은 지금 축제의 현장이다!”


-지금 같이 술 마심?


“어! 그니까 너도 존나 빨리 와!”


그래, 시부럴. 놀려라, 놀려. 내가 오늘 광대다, 새끼들아. 어차피 웃을 거 오늘 다 처웃어라, 그래. 포기하고 술을 한 잔 더 따르는데 박세정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서두영, 미친 새꺄. 걔도 나름 진심이었어. 너, 씨발, 커뮤에 올라온 사진 보고 지랄하는 거지?


···어? 뭐지? 같이 신나서 지랄할 줄 알았는데 박세정이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얘가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래? 혹시 내 연애에 자기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와, 그럼 좀 감동인데.


“어, 그거 보고 바로 불렀는데?”


-아니, 며칠 지나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딱 맘고생 할 시기에 지랄이네.


오케이, 잘한다, 박세정. 서두영 저건 진짜 한 번 혼이 나야 돼.


“그래서 어떡한다고. 안 온다고?”


-야, 서두영!


“뭐.”


-이 새끼가 진짜······. 넌 씨발, 지금 그 상황이 웃기냐?


“웃겨.”


-나도.


“푸하하하핳하하하하하가하카하!”


-으흐하학카하하하얔아악캌컥하핰!


“야! 빨리 와, 빨리!”


-기달.


“야이, 개새끼들아!”


···당했다, 시발. 그럼 그렇지. 박세정 저 기집애가 여기서 지랄을 안 할리가 없지.


그렇게 20분 뒤,


“아낰! 남한도 오랜만에 미쳤네, 씨발, 읔크흐읔흐흐흐흐!”

“시발, 니가 그렇게 웃으면 안 되잖아!”

“닥쳐, 패배한 수컷 새끼야앜, 아니, 시발, 얼마나 남자로 안 보였으면 경쟁자로도 안 느껴지냐고욬!”


하씨······.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양소라 씨가 자기한테 마음이 있다는 건 별 신경 안 쓰는지 박세정이 존나 좋아하며 웃었다. 아니, 진짜 존나 좋아하네, 존나. 어우씨, 열 받아.


“야, 서두영.”

“어.”

“잡아.”

“그래.”

“···야! 어? 뭐야! 시발, 뭐야?”


서두영이 박세정의 신호를 받더니 갑자기 내 뒤로 와서 힘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몸부림치는데 박세정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세요? 세정이냐?


“아, 예, 교관님, 주말 잘 보내시나요? 흐흐.”


“···야이씨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아악!”


박세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친 짓을 실행했다. 내가 이래서 저 기집애한테 말하기 싫었는데!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방금 한도 목소리 아니냐?


“예, 맞아요. 한도가 저한테 욕해요, 교관님.”


-또 왜.


“실연당했대요, 풉!”


-뭘 당해?


“여자한테 차였대요, 흐흐. 교관님도 빨리 오세요. 지금 분위기 개재밌어요.”


-···이것들이 몸만 컸지, 아직도 애들이네. 일요일 저녁인데 내가 가긴 어딜 가? 그리고 한도가 실연 좀 하면 어때서? 여자하고는 담을 쌓던 애가 늦게나마 노력 좀 해보겠다고 하면 옆에서 성심껏 응원해줘야지, 실수 하나 했다고 그저어 놀릴 생각만 하고, 니들이 그러고도 친구냐? 어? 요즘 애들도 그렇게는 안 해, 이 유치한 놈들아! 그러다가 한도가 의욕이라도 잃으면 니들이 책임 질······.


“그래서 안 오실 거예요?”


-여보오오! 나 좀 나갔다 올게! 당신, 한도 알지? 걔가 글쎄, 으하하하하······!


즉시 아내분에게 외출 허락을 받아내는 교관님이었다.


15분 뒤,


“아이고, 한도야! 내가 못 살겠다, 한도야아!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옥이란 곳이 존재한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아무래도 고통을 고통으로 잊게 해주겠단 작전인 것 같은데, 이 정도 수치심은 거의 치사량에 근접한 거 아닌가?


“지금 몇 시야? 6시 반? 야! 윤시연 번호 누가 갖고 있냐! 영상 통화 걸어 봐, 빨리!”

“아, 교관님, 미치셨어요! 야, 놔! 놔이씨! 선 넘네, 진짜아!”


···지옥 밑에 더한 지옥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다들 조리돌림에 열심이었다. 나 남한도, 얼굴만 믿고 까분 거 반성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남한테 기대지 않고 오로지 제힘으로 사랑을 쟁취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 시련을 멈춰주세요.


-여보세요?


“갸아악! 구아악!


-···헌터님?


어리둥절한 시연 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당분간 연애는 글렀다고 예감해버렸다. 아아, 올해도 난 쓸쓸한 연말을 보내게 되겠구나. 마치 새까맣게 타버린 내 마음처럼 불판 위의 고기가 매캐한 연기를 뿜고 있었다.


가을이었다.


작가의말

벚꽃이 슬슬 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어울리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팅 헌터 앙티테아트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및 소개글 변경에 관하여(수정) 22.05.01 162 0 -
138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6) 24.04.27 2 0 14쪽
137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5) 24.04.14 5 0 15쪽
136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4) 24.04.03 8 0 15쪽
135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3) 24.03.17 8 0 13쪽
134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2) 24.03.12 8 0 12쪽
133 22. 불씨들의 카운트 업(1) 24.03.03 11 0 13쪽
132 XX. 무모함의 잔재(3) 24.02.25 14 0 12쪽
131 21. 비점(4) 24.02.18 9 0 13쪽
130 21. 비점(3) 24.02.04 9 0 12쪽
129 21. 비점(2) 24.01.25 10 0 13쪽
128 21. 비점(1) 23.12.31 10 0 14쪽
127 XX. 무모함의 잔재(2) 23.11.19 14 0 1쪽
126 20. 2년 후(4) 23.10.30 14 0 12쪽
125 20. 2년 후(3) 23.10.30 10 0 13쪽
124 20. 2년 후(2) 23.08.25 18 0 14쪽
123 20. 2년 후(1) 23.08.10 20 0 13쪽
122 XX. 무모함의 잔재(1) 23.07.20 19 0 12쪽
121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8) 23.07.20 16 0 20쪽
120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7) 23.07.11 19 0 14쪽
119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6) 23.07.02 16 0 17쪽
118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5) 23.06.25 21 0 17쪽
117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4) 23.06.23 19 0 16쪽
116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3) 23.06.04 21 0 15쪽
115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2) 23.05.20 26 0 16쪽
114 19. 게으름보다 안락한 것(1) 23.04.30 30 0 15쪽
113 18. Remind Me, Like A Dog.(3) 23.04.25 31 0 12쪽
112 18. Remind Me, Like A Dog.(2) 23.04.24 26 0 12쪽
111 18. Remind Me, Like A Dog.(1) 23.04.22 33 0 15쪽
110 17. 포장되는 거짓말(4) 23.04.18 30 0 13쪽
109 17. 포장되는 거짓말(3) 23.04.17 27 0 14쪽
108 17. 포장되는 거짓말(2) 23.04.15 34 0 12쪽
107 17. 포장되는 거짓말(1) 23.04.13 32 0 12쪽
» 16. 가을이었다(5) 23.04.10 35 0 16쪽
105 16. 가을이었다(4) 23.04.09 33 0 16쪽
104 16. 가을이었다(3) 23.04.07 29 0 15쪽
103 16. 가을이었다(2) 23.04.03 31 0 15쪽
102 16. 가을이었다(1) 23.03.31 31 0 13쪽
101 15. 오히려 안 좋아(12) 23.03.29 32 0 15쪽
100 15. 오히려 안 좋아(11) 23.03.27 36 0 15쪽
99 15. 오히려 안 좋아(10) 23.03.25 38 0 14쪽
98 15. 오히려 안 좋아(9) 23.03.22 34 0 14쪽
97 15. 오히려 안 좋아(8) 23.03.20 30 0 13쪽
96 15. 오히려 안 좋아(7) 23.03.07 33 0 12쪽
95 15. 오히려 안 좋아(6) 23.03.01 35 0 15쪽
94 15. 오히려 안 좋아(5) 23.02.23 33 0 15쪽
93 15. 오히려 안 좋아(4) 23.02.17 38 0 15쪽
92 15. 오히려 안 좋아(3) 23.02.09 39 0 14쪽
91 15. 오히려 안 좋아(2) 23.01.27 40 0 13쪽
90 15. 오히려 안 좋아(1) 22.12.29 42 0 12쪽
89 14. 몇 종류의 엇갈림(13) 22.12.26 41 0 15쪽
88 14. 몇 종류의 엇갈림(12) 22.12.11 45 0 14쪽
87 14. 몇 종류의 엇갈림(11) 22.12.05 40 0 14쪽
86 14. 몇 종류의 엇갈림(10) 22.12.05 44 0 13쪽
85 14. 몇 종류의 엇갈림(9) 22.11.22 40 0 12쪽
84 14. 몇 종류의 엇갈림(8) 22.11.22 37 0 13쪽
83 14. 몇 종류의 엇갈림(7) 22.11.22 43 0 15쪽
82 14. 몇 종류의 엇갈림(6) 22.09.06 52 0 13쪽
81 14. 몇 종류의 엇갈림(5) 22.08.31 63 0 13쪽
80 14. 몇 종류의 엇갈림(4) 22.08.31 5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