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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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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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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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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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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3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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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63화-제3차 세계대전(3)]

DUMMY

[63화-제3차 세계대전(3)]


밀려든다.


마수의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어 부술 기세로.


“주여...”


그리고 그 파도는 대낫을 든 한 여인 하나를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마수의 피가 대지를 적시고, 짐승들의 비통한 울음이 바람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붉게 물든 대지에는 황금빛 밀이삭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 마냥 흔들흔들 흐르고 있었다.


여인은 마수들의 사체를 보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 변화가 매우 적은 여인이었지만, 산처럼 쌓인 사체 앞에서는 현기증과 함께 피로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언제 다 치우나.


여인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수 중 상당수가 피와 살에 독을 품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수 사체로 이루어진 산은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마을의 모든 사람을 동원해도 마수의 사체를 전부 치우기엔 달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비슷한 처지인 주변 마을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마뜩치 않았다.


“모든 일은 다 주의 뜻이로다. 이 또한 다 주께서 생각한 바가 있으신 것이겠지.”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그래도 여인의 어깨가 축 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을 멀리서 지켜보던 한 무리의 인간들은 질린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저건 뭐하는 괴물이지?”


“미친 아미시 계집년..., 진짜 혼자서 10만 마물을 막아낸다고?”


“당연하지. 우리가 괜히 SSS라느니, 1급이라느니 하는 것이 아니거든.”


철컥!


불길한 소리와 함께 총구가 그들을 겨누었다.


“여왕의 사냥꾼?!”


“어째서 여기에!”


“윌리엄!!! 네놈은 영국에 있어야...!”


영국 헌터 지부의 지부장이자 모험가 지부의 지부장, SSS급 헌터이며, 동시에 1급 모험가이기도 한 역전의 용사 윌리엄의 등장에 이번 습격을 계획했던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지. 그리고 하나만 말해주마.”


상쾌한 나이스 미들의 웃음이 사신의 미소처럼 보였다.


“우린 바보가 아니야.”


윌리엄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수십의 총성은 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하모니를 이루며, 총구 앞의 모든 적들을 꿰뚫었다.



●●●



인간들의 일을 돕는다. 그 대가로 식량을 비롯한 물자를 받는다. 그런 계약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간들은 다른 계약을 여왕에게 제안했다.


자이언트 앤트의 여왕이자 유진의 사역마인 포르미는 더듬이를 까딱이며 고민에 잠겨들었다.


인간들의 제안은 달콤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달콤한 제안에는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조언을 받고 싶은데...’


하지만 주인과의 연락은 되지 않았다.


세계를 넘는 정신 연결이 그녀와 주인 사이에 있기는 했지만 아주 미약한 실과 같아서 제대로 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포르미는 스스로 생각해야만 했다.


주인은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물론 자위를 위한 방어행위는 얼마든지 하라고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인간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주인의 명령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인간을 죽이게 될 것인데...?’


왜 인간들은 자신에게 와서 같은 동족을 죽여달라는 제안을 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머리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러한 인간들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심사숙고하던 포르미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그대들의 제안을 거부한다.


포르미의 목에 달린 초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인간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깊고 어두운 굴에서도 선명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꺼져라. 내가 너희를 죽이기 전에.


병정 개미들이 턱을 딸깍이며 다가오자 인간들은 무기를 쥐고 있었음에도 순순히 돌아갔다. 자이언트 앤트의 굴에서 자이언트 앤트와 싸우는 건 좋지 못한 생각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물러난 후, 몇 마리의 자이언트 앤트가 포르미에게 다가왔다.


-어미 여왕이시여.


-인간들의 병정들이 둥지로 오고 있습니다.


-어찌할까요?


공주 개미들은 불안에 찬 더듬이짓을 보이며 턱을 딱딱거렸다. 딸들의 걱정과 불안이 포르미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불안하기도 하겠지. 아직 살아온 날이 길지 않은 아이들이니 말이다. 그러하기에 포르미는 당당하게 더듬이를 치켜들고 턱을 강하게 맞부딪쳤다.


-도망칠 준비를 해라.


-네?


-어디로요?


-둥지를 버리겠단 생각이십니까?!


딸들의 경악에 찬 페르몬이 여왕의 방을 가득 채웠지만, 포르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굳이 여기서 인간들이랑 드잡이질을 벌일 필요가 무엇이란 말인가.


포르미는 걸음도 당당하게 도주를 선택했다.


무수한 일개미들이 왕국의 재산을 물고 미리 터를 닦아둔 비밀스런 이주지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의 사설 군대가 도착했을 땐 단 한 마리의 자이언트 앤트도 찾아볼 수 없었다.



●●●



라비린스 마인에서 기업끼리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광물 시장이 요동쳤다.


전쟁은 많은 광물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라비린스 마인은 지구가 보유한 식민 세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광산 세계였으니 광물 시장을 강타한 충격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비린스 마인의 특산품들은 다른 세계에서도 채굴이 되는 것들이었고, 공급에 차질이 있을지언정 아주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라비린스 마인의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간 전쟁은 국가와 국가 간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전쟁의 새로운 참가자들이 등장했다.


바로 기업이었다.



●●●



기업의 무장은 국가보다 열등했다.


하지만 이계 개척은 위험한 일이었고, 맨몸으로는 안전도 지킬 수 없었다. 그런데 국가나 국제기구는 이계에 진출한 무수한 이들을 전부 지켜줄 수 없었다.


모험가에 의해 1차로,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2차로 개척을 했다고는 해도, 민간 기업들에게는 지나칠 정도의 위험이 산재한 곳이 이계였다.


따라서 이계에 진출한 기업들은 게이트 전쟁 이전에는 기업에게는 절대 허용되지 않을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구형 화약식 무기와 마찬가지로 구형 기갑전력 따위가 기업에게 허락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이계를 착취하며 왕국이 되었다.


그래도 지구 각국은 이런 기업들의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었다.


국가와 기업의 힘은 감히 기업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으니 말이다. 무장도, 인원도, 구성원의 충성심도.


그러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국가는 더 이상 기업을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졌다. 당장 눈앞에서 핵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데 어디에 뭘 신경 쓸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는 해도 지구 내에서, 혹은 중요 식민 세계에 거점을 둔 기업이라면 국가의 제제를 벗어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무장이 허용되는 기업이라는 것은 무장이 허용되지 않으면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이었고, 이런 세계는 보통 지구 국가에게 중요도가 떨어지는 세계이기 마련이었다.


즉 전쟁 이후 가장 먼저 국가들이 신경을 끊어버린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기업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미르 코퍼레이션의 힘을 보여주마! 머저리들아!!!”


“죽여버려! 코퍼레이션은 개뿔! 마피아 주제에!”


“그러면 니들은? 마약상이 언제부터 제약회사가 되었냐!”


본래부터 질이 좋지 못했던 것도 있었기에 그들의 전쟁은 아주 수준이 낮았다. 게다가 고삐 풀린 망아지는 온갖 행패를 부리는 법이기에 기업들의 지배를 받던 이계는 지옥으로 화했다.


쾅!


낡은 전차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마찬가지로 퇴역한 전투기들이 하늘을 갈랐다. 위장복을 입은 병사들이 총을 겨누었고, 그들의 앞에서 징집된 이계의 원주민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죽어나갔다.


그리고 어떤 기업은 무너지고, 어떤 기업은 생존했다. 정복은 합병이 되었고, 기업은 국가가 되었다.


그렇게 얻은 영토와 힘을 바탕으로 기업국가들은 이윤 창출에 골몰했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이계의 원주민들이 되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팔아서 식량을 샀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마약에 빠졌다. 망가진 이들은 더욱 망가졌다.


망가진 이들은 더욱 쉽게 기업의 노예가 되었다. 땅과 식수가 오염되고, 자체적인 생산수단은 모조리 사라졌다.


인류가 상상하던 거대기업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는 그렇게 오지의 이계들에서 실현되어가고 있었다.



●●●



고출력 레이저를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는 이는 인류 최고의 예지능력자, 오라클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그건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빛을 보고 피할 수 있을까? 당연히 쳐맞고 견뎌내는 것이 정석이었고, 유진은 정석에 아주 충실했다.


무수한 레이저가 유진의 살을 태워버렸다.


녹아내린 신체 곳곳에 구멍이 뚫렸고, 거기에서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결국 유진의 몸은 무너졌다.


그걸 확인한 적들은 천천히 유진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절대 방심하지 않고, 일정 거리에 도달할 때마다 유진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서서히 재생하던 몸은 적들의 공격에 다시금 망가졌다.


그리고 적들은 유진 앞에 도착했다.


“쉽군.”


“너무 쉬웠지.”


유진이 1급 모험가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적과 생존력을 고평가받아서이지 유진 자신의 무력이 강해서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유진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유진을 발견했을 때 바로 원거리에서 포격을 퍼부었고, 우선 유진을 무장부터 없앴다.


파워드 슈트도, 총과 검도 잃어버린 유진에게 강력한 신식 광학병기로 무장한 적을 상대할 힘은 없었고,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포획해서 돌아간다. 좋은 실험체가 될 거다. 협상 수단으로도 최고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지휘관은 명력을 내렸다. 그의 명령을 받은 몇몇 병사들이 포획 장비를 들고 유진에게 손을 뻗었다.


재생능력자를 상대하기 위한 포박도구로써 재생하는 근육에 파고드는 악랄한 물건이었다.


아무리 유진이라도 이것에 포박되면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진이 포박됐을 때의 일이었다.


유진은 저들에게 잡혀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쾅!


땅을 뚫고 나온 칼날이 폭탄처럼 요란한 굉음을 내며 유진에게 접근하던 적을 꿰뚫었다.


“어?”


“뭐야?”


잠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을 깨달았다.


“함정이다!”


“쏴! 쏴라고!!!”


하지만 적이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 유진이, 그리고 파트너, 인듀어런스가 더 빨랐다.


어느새 유진의 손목에는 은빛의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클락워크 가동!”


유진의 몸이 가속했다.


유진을 감싼 시간이 일그러지며, 유진을 초고속의 세계로 안내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늙어서 죽음을 맞이할 시간이 유진을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작용이었다.


늙지 않는 자는 자연적인 죽음에 도달할 수 없는 법이었으니까.


속력은 곧 힘이었고, 적들은 찢겨나갔다.


방어막도, 파워드 슈트도, 오러와 마법도 압도적인 시간의 흐름이 유진에게 부여한 속력 앞에서는 종이와도 같았다.


“크헉!”


마지막 적의 머리를 부순 유진은 발을 한번 굴렀다.


다시 한 번, 유진의 파워드 슈트는 형체를 잃고 녹아내렸다. 그리고 적들의 장비들을 분해하며 스스로를 늘려나갔다.


-유진 님! 긴급통신입니다. 세아 님입니다!


그리고 세아의 다급한 귀환 요청이 유진에게 날아왔다.



●●●



“컥!”


피를 토하는 시우인의 모습에 모두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나갔다. 미스트는 피투성이가 된 시우인을 안고 내달렸다.


“젠장! 철저하게 감췄다면서?”


“말할 시간에 달리거라!”


다이나가 소리쳤고, 상어이빨을 으스러질 정도로 꽉 깨문 아이데도 힐데를 안고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내가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고?”


그리고 세아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드론으로 대응하면서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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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63화-제3차 세계대전(1)] +3 21.01.23 398 11 11쪽
162 [62화-불씨(3)] +4 21.01.17 307 10 12쪽
161 [62화-불씨(2)] +3 21.01.16 331 16 12쪽
160 [62화-불씨(1)] +2 21.01.03 377 13 12쪽
159 [61화-문명 가속(5)] +2 21.01.02 353 18 12쪽
158 [61화-문명 가속(4)] +4 21.01.01 388 16 12쪽
157 [61화-문명 가속(3)] +5 20.12.27 456 21 13쪽
156 [61화-문명 가속(2)] +7 20.12.26 399 19 12쪽
155 [61화-문명 가속(1)] +4 20.12.25 403 21 12쪽
154 [60화-드래곤 로드(3)] +8 20.12.20 430 22 13쪽
153 [60화-드래곤 로드(2)] +5 20.12.19 397 21 12쪽
152 [60화-드래곤 로드(1)] +6 20.12.13 449 22 12쪽
151 [59화-세대 우주선(3)] +5 20.12.12 383 20 12쪽
150 [58화-세대 우주선(2)] +8 20.12.06 414 19 12쪽
149 [58화-세대 우주선(1)] +4 20.11.29 442 16 12쪽
148 [57화-도플갱어(2)] +5 20.11.28 37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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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56화-근원(2)] +6 20.11.15 44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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