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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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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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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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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2)]

DUMMY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2)]


“거울?”


성문에는 커다란 거울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거울 앞에 서서 모습이 비치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성문을 넘을 수 있었다.


‘뱀파이어 대책인가.’


그리고 병사들은 은이 도금된 창을 들고 있었고, 심지어 목에는 마늘을 꿰어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어우야.’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유진은 조금씩 줄어드는 줄을 바라보며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했다. 그리고 해가 조금 기울 무렵이 되어서야 유진의 차례가 왔다.


“거기 너!”


“응?”


거울 앞에 선 유진은 후드를 내리고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것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유진은 성으로 곧장 들어갈 수 없었다.


“특이한 외모군.”


“먼 곳에서 왔습니다.”


창을 들이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생소한 생김새의 유진이 미심쩍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의 표정을 보니 뇌물로 해결될 사태는 아닌 것 같았다.


나름 규모가 큰 도시였고, 많은 물자가 드나드는 곳임에도 경계는 실로 삼엄했다.


꼼꼼하게 유진을 뜯어보던 병사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라.”


“하아..., 갑옷도 벗고 말입니까?”


“아니, 그건 벗지 않아도 된다.”


병사가 엄지로 가리킨 곳에는 작은 냇가가 있었다. 하수로 사용되는 탓에 약간 냄새가 났지만, 그렇게 더럽지는 않았다.


‘쓰읍...’


그렇다고 해서 저런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이유로 병사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진은 후드 망토와 백팩을 바닥에 내려놓고 냇가에 몸을 담갔다. 제법 깊었다. 차가운 냇물이 유진을 스쳐 지나갔다.


“괜찮나?”


“당연히 괜찮습니다만.”


유진은 멀쩡하게 냇가에서 나와 옆에 놓여있던 넝마로 몸을 닦았다. 헐렁헐렁한 겉옷은 흠뻑 젖었지만, 안의 파워드 슈트는 방수형이라서 몸은 젖지 않았다. 그래도 불쾌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뱀파이어는 아니군. 통과다.”


흥미를 잃은 병사가 유진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기다리고 있는 줄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유진은 고개를 살짝 저은 후, 도시 내부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유진은 성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



이 세계의 도시는 유진이 모험을 하며 보았던 성곽 도시들과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몇 가지 특징적인 면을 제외하면.


“거울, 마늘, 말뚝, 가시, 거울, 마늘, 말뚝, 가시...”


-없던 정신병도 생겨날 도시로군요.


“그러게 말이다.”


도시는 뱀파이어를 막기 위해서 뱀파이어의 약점으로 도시 전체를 도배하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거울이 놓여있었고, 음식에는 죄다 마늘이 들어가 있었으며, 은도금 말뚝들과 잘 말린 가시넝쿨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준은 낮지만, 약간의 마법 결계도 펼쳐져 있었다.


“낮에 태양의 기운을 저장한 다음, 밤에 사용하는 형태인가?”


전문적인 마법사가 아닌 유진의 눈에도 고쳐야 할 점이 여럿 보이는 결계였지만, 상대를 고려하면 충분히 유용한 결계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나의 변환도, 속성력의 축적도 낭비가 많았고, 저장 용량도 적어서 며칠만 날이 흐려도 금방 에너지가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몇 놈이지?’


이미 도시에는 뱀파이어가 숨어든 상태였다. 저기서 꽃을 파는 꼬마 소녀도, 연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바람둥이처럼 생긴 남자도, 지금 평범하게 순찰을 하는 병사도 뱀파이어였다.


-이 세계의 뱀파이어란 종족은 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만..., 확실히 힘이 강해지면 태양을 견뎌낼 수 있는 모양이군요. 저들을 데이 워커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저들은 저번에 상대한 잡졸보다는 훨씬 강합니다.


“그래도 약해. 잘 봐, 타격을 안 받는 게 아니야. 받고서도 견딜 수 있을 뿐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어떤 특이 개체가 위협적인 힘을 숨기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건 그렇지만. 음..., 언데드처럼 섬광탄이 유용하게 먹히려나?”


잠시 뱀파이어들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유진은 곧바로 뱀파이어들에 대한 관심을 껐다.


굳이 신경을 쓸 문제는 아니었으며, 엉뚱한 곳에 여력을 쏟을 만큼 지금 유진이 여유가 넘치지는 않았다.


지금 최우선은 어떻게든 통신기를 통해 중계국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으니까.


“일단 통신 잘 될 곳을 찾자. 높은 곳이 좋을까?”


-다차원 통신기에 지형적 고저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만...?


“나도 답답해서 해본 소리야.”


여전히 먹통인 통신기를 손에 쥔 유진은 터벅터벅 도시의 중심을 향해 발을 옮겼다.


그리고 대낮임에도 붉은 달은 아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세계간 통신망 건설은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인류가 무한한 세계로 퍼져나가더라도, 통일성을 지니고 한 종족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서로가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만 했다.


그랬기에 부흥에 쏟아부을 자금과 인력을 세계 연결망 프로젝트에 투입한 것이었다. 이 기술이 인류의 더 넓은 확장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현재 그 프로젝트는 상당한 난항에 시달리고 있었다.


“젠장, 그 색히 도망쳤어.”


책임을 져야 하는 인간이 제일 먼저 내뺀 것에 경악한 기술자들이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통신망을 건설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돌파구였다.


하지만 공허 영역의 중계국과 각 세계에 파견된 모험가들의 통신기가 서로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낼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은 수신국을 각 세계에 건설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었다면 모를까. 지금까지 중계국만 공허 영역에 지으면 된다고 떠들어댔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윗선에서 참으로 좋아할 것이었다.


“방법이 없나?”


“원인을 모르니 방법도 모르죠.”


부하의 말에 기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답이 없다 싶었다. 이래선 앞으로의 인생이 고달파질 가능성도 상당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의심이 되는 점은 세계와 세계를 나누는 벽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두꺼웠다..., 그 정도겠지요.”


“그리고 공허 영역에 위치한 중계국에서 각 세계로 발신하는 통신이 에너지 격류 때문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한다고도 의심할 수 있고요.”


그런 점도 사전에 이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이미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자신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하기에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갔지만, 아직 수확은 없었고, 각지에서 불만과 항의만이 올라오는 형편이었다.


특히 쓸데없는 짐을 짊어지고 모험에 나서야 했던 모험가들의 노성이나, 빨리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보이라고 닦달하는 윗대가리들은 기술자들의 모근 후퇴에 엄청난 기여를 했고, 그 결과 다들 프로페시아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그 어느 곳에도 기술자들을 구원할 동아줄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한 세계에서 통신이 연결되었다.


“아아..., 이보세요. 들려요?”


모두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되었다. 영상은 없고, 오직 목소리뿐이었지만, 지금 이 통신은 기술자들에게 한 줄기 광명과도 같았다.


왜냐하면 수신국이 없는 세계에서 직통으로 중계국에 연락을 성공시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자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통신에 응답했다.


“자, 잘 들립니다.”


“아..., 시발, 드디어 연결됐네.”


짙은 한숨과 함께 화면 너머에서 모험가의 음성이 중계국에 전달되었다.


“여기는 1급 모험가 신유진, 현재 탐험하는 세계에서 특이 현상과 조우했습니다. 전문 연구팀의 파견을 요청합니다. 덤으로 호위 병력도 넉넉하게!”



●●●



천체와 마법을 연결하는 발상은 마법이 존재하는 어느 세계에나 존재한다. 심지어 이능이 발달하지 않았던 지구에서도 해와 달과 별은 마법적인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물며 달이 세계 그 자체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곳이라면, 당연히 달을 통한 마법 의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블러드 헌트


피의 사냥이라 불리는 뱀파이어들의 축제 또한 이러한 마법적 의식의 연장선에 있었다.


“오오! 우리의 근원이시여. 이제 곧 그대의 모든 육신이 피로 흠뻑 젖을지니...!”


사냥한 인간들의 피를 제단에 올리며, 뱀파이어 로드는 피처럼 붉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한때 세계에는 흰 달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무수한 인간을 죽이고 그 피를 바친 끝에 달들 중 하나는 타락하여,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달은 피의 달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이후 피의 달의 모든 부분이 붉게 물들어, 단 한 줌의 흰색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피의 달이 지상으로 강림한다는 예언이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그날이 오면, 태양은 더는 떠오르지 않고, 오직 밤만이 계속 이어지는 세상이 오리라. 저 간악한 태양이 자신들을 태우지 못한다면, 뱀파이어들에게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보다 압도적인 힘을 지녔음에도 뱀파이어는 약점이 너무나도 명확하여, 세상의 지배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태양이 사라진다면, 뱀파이어란 종족의 최대 약점이 사라진다면? 다른 것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세상의 지배자는 뱀파이어가 될 것이었다. 피의 달의 권속들이 세계를 활보하게 될 것이었다.


태양도, 은도, 흐르는 물도, 마늘도, 가시도, 태양 없이는 절대 뱀파이어를 막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수십의 뱀파이어 클랜들이 바친 피가 달의 마지막 흰 점을 물들였다.



●●●



밤거리는 마을에서 겪었던 것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적막했다. 심지어 술집과 매춘부들이 모인 거리였음에도 다른 세계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삭막한 분위기였다.


그나마 결계가 있고, 뱀파이어 대책이 갖춰진 덕분에 도시에서는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고,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사치라고 할 수 있었다.


“뱀파이어의 존재가 이 정도로 세계 자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구나.”


이 세계의 정보를 기록해나가던 유진은 문득 의아함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빨간 달이 언제 뜬 거지? 그리고....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어느새 떠오른 붉은 달은 조금씩 조금씩 지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스스로의 착각이라면 좋았겠지만...!


-아니요. 실제로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관측장비도 망가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만요.


유진과 인듀어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거대한 달이 지상으로 쏟아지는 광경은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는 박력이 있었다.


유진은 무심코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통신을 연결했다.


한참을 지지직거리던 통신기는 끝까지 말을 들어 먹지 않았다.


“튀자.”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어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유진은 빠른 후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유진이 게이트 장치를 가동하는 것보다 달이 부서지는 것이 더 빨랐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조각조각 나뉜 달은 지상을 부수는 별똥별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이 도시만이 아니리라. 세계 전역이 부서진 달의 파편에 의해 공격받고 있으리라.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핏빛 돌조각을 보고 유진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종말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어제 올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공지도 못 올렸네요.

어제 나갔다가 오늘 점심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ㅠㅠ

으으으...,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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