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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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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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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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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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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4)]

DUMMY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4)]


피의 강을 카펫처럼 밟으며 한 뱀파이어가 다가왔다.


“놀라운 힘이로다. 인간이 나의 혈족을 살육할 수 있다니.”


거만하게 유진을 내려다보는 뱀파이어 로드는 마치 선심을 쓴다는 태도로 유진에게 제안을 건넸다.


“나의 혈족이 되어라. 영원한 생명을 내려주겠다.”


“별 미친 새끼가 다 지랄 염병을 하네.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죽겠는데.”


침묵이 좌중을 지배했다. 제안을 건넨 뱀파이어 로드도, 주변에 포진한 고위 혈족도 모두 말문이 막혀서 바보처럼 멀뚱히 유진을 쳐다만 봤다.


“야. 우물 안 개구리라고 아냐?”


그 모습이 가소로워서 유진은 비웃음과 함께 뱀파이어 로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우물에 사는 개구리는 우물 구멍에 비치는 하늘만이 하늘의 전부라고 착각하지.”


“네놈!”


“너희도 마찬가지야.”


피를 매개로 강대한 마법이 허공을 수놓았다. 오직 로드에게만 가능한 기적과도 같은 마법의 세례였다. 그렇게 불과 벼락이 유진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 세계에서만의 기적일 뿐.


“무슨?!”


뱀파이어 로드의 마법은 유진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파워드 슈트의 자동 방어막이 그의 공격을 깔끔하게 상쇄한 것이다.


“내가 니 병사들을 죄다 죽였는데, 그걸 보고도 느끼는 게 없었냐?”


사람이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었고, 그건 뱀파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유진의 힘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아볼 능력이 없었기에 뱀파이어 로드는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서고 말았다.


“이 자리에 너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인데..., 경고 정도는 되겠지.”


자신을 주시하는 박쥐나 쥐들을 슬쩍 흘겨본 유진은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 헬멧의 바이저를 다시 내렸다.


“도망치지는 마라. 잡기 귀찮으니까.”


굉음과 함께 뱀파이어 로드의 무릎이 박살났다. 다음은 팔이었고, 다음은 머리였다. 그럼에도 로드는 로드였다. 그는 빠르게 부상을 재생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유진에게 제압된 후였다.


“너..., 인간이냐?”


“인간이지.”


그것이 끝이었다.


세상의 패권을 다투던 뱀파이어 로드 중 하나의 죽음으로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허무한 죽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태연한 이는 오직 유진뿐이었다.


“주인이 죽었는데, 슬금슬금 도망치는 건가? 비겁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어떤 뱀파이어도 살려둘 마음은 없었다.


“말도 안 돼! 우린 이제 약점 따위는 없는...!”


“내가 굳이 니들 약점을 공략해야 할 정도로 약해 보이나?”


태양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은도금 무기가 없어도, 물리적인 힘만으로 유진은 뱀파이어들을 압도했다. 유진이 받은 강화 시술과 파워드 슈트의 근력 증강 기능은 뱀파이어 정도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뱀파이어도 로드가 아닌 이상 머리와 심장이 날아가면 죽었고, 겨우 살아남아도 큰 타격을 입고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유진은 굳이 화근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죽어가는 뱀파이어들에게 따뜻한 불을 선물해주었다.


산채로 타들어가는 뱀파이어들의 비명이 괴기영화처럼 울려 퍼졌다.


“인듀어런스, 통신 연결해. 내가 들은 게 환청인지 아닌지..., 아직 확신은 못하겠지만, 전부 전해.”


-정신 연결을 통해 저도 들었으니 환청은 아닐 겁니다.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



“신유진 모험가로부터 온 통신입니다. 자료..., 네요?”


“세계 자아 이론과 닮은 내용인데..., 이거 판데모니움 연구 쪽에서 쓰던 이론과 유사한데. 아닌가? 어쨌든 이게 차원 통신과 무슨 관계가...?”


기술자들은 유진이 전송한 자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술자들이 알기로 이런 이론과 자료는 판데모니움 조사, 가이아 이론 연구자, 초정신 연결론자들 사이에서 주로 연구되는 것이었다.


“만약, 정말 만약인데. 세계에 의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연구자가 목을 축이며 입을 열었다.


“세계가 요람이라면, 요람 안이 멀쩡할 경우 딱히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외부의 침략.”


“판데모니움은 너무 극단적이니 빼더라도, 세계간 제국은 흔하지. 너무나도 말이야.”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세계가 나름의 대비책을 세워두었고, 그것이 세계간 실시간 통신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게이트는 잘만 열리잖아요.”


“다르게 생각해야지. 미발견 세계 탐사가 지독히도 우연에 따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도 있어.”


게이트를 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강제로 벽을 부수고, 새로운 문을 다는 것과 비슷하다. 벽이 아무리 단단하고 두껍더라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차원 통신을 막거나 세계 자신을 감추는 것은 장막을 치고 그 안에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연구해볼 가치는 있어. 만약 이런 메커니즘이 실재하고, 이걸 우리가 이용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랜덤 좌표식 등의 방법보다 효율적으로 여러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이야기가 거창해졌네요. 우린 통신만 연결하면 되는데.”


“인생이 그런 법이지.”


가볍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중계국에 있는 모두는 유진이 보낸 내용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일단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건 전부 위로 올려. 괜히 덤 쓰지 말고. 일찌감치 튄 새끼지만, 그 망할 감독관 새끼의 이런 점은 배우자고.”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 전달되었다.


“공간이 일시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흔들리지만, 게이트를 열 수 있습니다!”


“뭘 기다리고 있어! 당장 열어!!!”



●●●



일시적으로 공간이 안정화되자 대기하고 있던 연구진과 그들의 호위병력이 대거 넘어왔다. 사전에 유진이 보내준 정보대로 연구진과 호위병력은 철저한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그들은 빠르게 임시 기지를 건설하고, 주변의 위협적인 존재를 쓸어버렸다. 그리고는 피난민들을 받아들였다.


순수한 의도만은 아니었다. 각종 연구가 생존자들의 동의를 얻어 시행되었다.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에 몸을 팔고자 하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사로잡힌 뱀파이어들은 그러한 동의 과정조차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실험에 투입되었다.


영혼이 말 그대로 뽑혀나간 뱀파이어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


“네가 들었다던 환청, 진짜인 모양이야. 이거 관련 권위자가 있거든. 화성에서도 유명한 카페인 중독자인데, 자료를 받아보더니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어서 안달이 나더라.”


뱀파이어의 머리통을 들고 환하게 웃는 세아의 모습에 유진은 무심코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말이 되지 못한 신음을 흘리는 뱀파이어의 모습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아내의 모습은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런 위험한 세계에 온 것인지도 말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직접 얼굴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기쁘지 않은 거야?”


“네가 그 머리통을 좀 치우면 기쁠 것 같아.”


“그래?”


세아는 저 멀리 머리를 던졌다. 드디어 죽음이라는 안식이 허락된 뱀파이어는 기쁜 표정으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어쨌든 이 세계의 종족들, 그래 봐야 인간과 뱀파이어뿐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일종의 영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것도 각각.”


“그래?”


“가이아 이론, 인류 영적 네트워크 생성론, 호모 데우스 발전론 등등, 이런 개념을 응용하는 실험이나 연구는 많으니까. 나도 여러 발 걸치고 있고.”


세아의 말이 이어졌지만,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너무 전문적이고, 유진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일단 세계는 미약한 자아를 지니고 있다. 이 자아는 세계에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일 수도, 지성체가 탄생하여 그들의 영혼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비롯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자아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세계가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감춘다.


그를 통해 안전한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아직 가설 단계에 불과했지만, 세아는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화성에서 해부하던 영적 생명체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들이었거든. 세계 그 자체는 아니지만, 탄생과정은 비슷한, 확실히 신이라고 불릴 만한 힘을 지닌 것들. 물론 원시 시대에서나 신으로 추앙될 수준이었지만.”


키득키득 웃던 세아는 이윽고 유진의 오른 가슴에 달린 큼직한 통신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그것을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결론은 세계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감추고, 따라서 외부로의 통신 또한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던 거라는 말씀.”


“하지만 연결되는 세계도 있었잖아.”


“그렇지. 첫 실험이 어디였더라? 아! 엘븐하임이라든지, 오리나스 프라임, 트루아, 심천, 네오 아메리카, 죄다 아주 발전한 세계들이잖아. 이미 요람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진출한 세계들, 혹은 그러한 세계들에게 먹힌 세계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제 겨우 문명이 성숙해지는 시기, 지성체가 세상 전부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지성체들의 힘은 이능을 포함해도 너무나 미숙했다.


“자위책이라는 건가.”


유진은 한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계의 자기방어 수단을 넘어서는 힘이라면 충분히 통하지. 게이트처럼. 그래서 수신국을 건설하면, 통신이 제대로 연결되었던 거고.”


“난 이야기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된다.”


“어쨌든 놀라운 발견이야. 이걸 의심하던 녀석들도 진즉부터 있더라고. 나도 놓쳤던 부분인데. 하하하!”


세아는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는 눈을 반짝였다.


“초차원 통신 정도가 아니야. 이 계획은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어.”


“어떤 건데?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지금은 전부 퇴짜를 맞을 건데.”


돈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구라고 무한한 여력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필수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많은 연구가 취소되고, 그 자원을 좀 더 실용성이 있는 곳에 투자하고 있는 형국이 아니던가.


“세계 연결망 프로젝트.”


“지금 하는 거랑 뭐가 다른 건데.”


“달라. 엄청.”


단순한 실시간 통신이 아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미약한 자아, 그 자체를 엮어버리는 것이다. 하나의 자아로서.


이는 세계 그 자체를 잇는 것과 동일하다.


판데모니움이 다른 세계를 포식했듯, 천상이 사슬을 통해 망가진 세상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듯.


지구는 기술을 통해 지구를 중심으로 한 영적 동일성을 갖추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나뉘어 있으나 영적으로는 하나가 된 세상.


더 커진 지구.


“망상이네.”


아내의 꿈이라도 할 말은 해야 했다. 유진은 단언했고, 세아는 입술을 삐죽였다.


“아니거든. 현재 존재하는 인류의 영적 흐름을 명확하게 밝힌 후, 인류의 영혼을 지구를 동일화하고, 인간 개개인이 각각의 거점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거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과 뭐가 다른 거지?’


유진은 굳이 입을 열어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부부 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세아의 말이 가능하다면, 그건 분명 또 하나의 특이점이 되리라.


“너무 빨리 변한단 말이지.”


무심코 탄식하고 싶을 정도로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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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63화-제3차 세계대전(1)] +3 21.01.23 398 11 11쪽
162 [62화-불씨(3)] +4 21.01.17 307 10 12쪽
161 [62화-불씨(2)] +3 21.01.16 331 16 12쪽
160 [62화-불씨(1)] +2 21.01.03 37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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