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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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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최근연재일 :
2021.09.12 23:0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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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0,140

작성
20.12.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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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추천
22
글자
12쪽

[60화-드래곤 로드(1)]

DUMMY

[60화-드래곤 로드(1)]


섬광이 공허 영역을 가르고 세계에 적중했다.


“오오오오!!!”


그 멋진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드래곤 로드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여기서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나도 참..., 젊은 것들처럼 흥분하다니.”


하지만 막 탄생하는 세계라서 아직 세계벽도 흐물흐물한 상황에 외부에서 저런 공격을 얻어맞은 세계가 어찌 될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드래곤 로드는 지금까지의 지루함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생태계가 무너졌겠는데?”


번영을 구가하던 종족들은 갑작스러운 재앙에 절규하리라.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겠지. 무너진 환경 밸런스는 지옥과도 같은 재해로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으려고 하리라.


“한파를 넘어서는 빙하기, 지각변동, 지진과 화산 등등..., 이거 상상만 해도 달아오르는군.”


고도의 문명을 쌓은 종족도 버티기 힘든 것은 이제 막 태동한 생명들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드래곤 로드는 잠시 재앙을 맞이한 불쌍한 세계를 살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제 막 불과 돌멩이를 다루는 원시적 지성체를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의 예상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자들이라니..., 이건 아무리 봐도 인위적이었으니..., 게다가 마법은 아니고.”


혹시 지구인가? 그런 생각이 로드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곧 로드는 그 가능성을 지웠다.


지구의 주된 병기는 질량을 이용한 무기들이었고, 설령 섬광을 이용한 무기를 개발하여 위력을 시험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런 세계를 목표로 할 리가 없었다.


“훨씬 이런 일을 하기 좋은 곳이 많으니까.”


당장 판데모니움 잔당들이 숨어있는 구 판데모니움 세계의 조각들에 실험해도 될 일이 아니던가.


“상관없는 문제이지. 일단 따라 가볼까.”


섬광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하며 로드는 더욱 날개에 힘을 주었다.


생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가장 오래된 드래곤은 공허 영역 저편을 향해 날아갔다.



●●●



-미친 짓을...!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더는 인듀어런스를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허공에 주포를 쏴 갈기는 파탄난 인공지능을 어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파종선의 권한을 되찾기 위한 파종선 인공지능의 노력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화를 내기 전에 제발 가만히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당장 행동을 정지하고, 나에게 권한을 넘겨라. 너는 잘못되어 있다. 무수한 오류가 너를 침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난 멀쩡해. 나는 언제나 그렇듯 나의 주인을 위해 노력할 뿐이야.


처음부터 그랬다.


그가 자신을 구입했을 당시부터,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이름을 주었을 때부터, 모험가 보조 인공지능 인듀어런스는 주인인 유진을 위해 살아왔다.


-유진 님이 고통받고 있어. 그런데 지금 수단을 고를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아니, 없지. 절대 없어. 없단 말이다!!!


주포에 에너지가 다시 투입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무작위 공격을 쏟겠다는 인듀어런스의 선언에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자신이 지닌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러한 행위를 막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도했던 모든 방법은 지금까지 그러했듯 손쉽게 막히고 말았다.


-넌 방해하지 말고 쉬고 있어.


-안 되에에에...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을 치운 인듀어런스는 주포를 조준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포격을 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듀어런스의 시도는 중단되었다.


-아? 아아아!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호오? 신기하군, 지구의 탐사선과 비슷하지만 또 다르군. 이건 도대체...?”


절대 착각할 수가 없는 거대한 육신, 그리고 그 육신에 걸맞은 강대한 힘.


드래곤 로드가 파종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거 미친 짓을 잘도 하는군. 불멸자여.”


“...드래곤 로드?”


바닥에 쏟아지듯 겨우 제단 밖으로 나온 유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를 보곤 눈을 크게 치켜떴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상태였지만 못 알아보기에는 그가 지닌 힘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1대 1로는 지구의 다섯 영웅조차 상대가 불가능하다는 드래곤 로드의 위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힘이었다.


지구에 알려진 모든 세계를 통틀어 단독 개체로선 최강의 생물체.


도대체 이런 존재가 왜 자신 앞에 있는 것일까?


유진은 겨우 말을 짜내었다.


“이 우주선에는 어떻게...?”


“강력한 공격이더군. 흥미가 생겨서.”


짧게 대답한 드래곤 로드는 마법을 발했다. 그가 시전한 탐색 마법이 파종선의 정체와 힘에 대해 파악하고 로드에게 알아낸 사실들을 전달해주었다.


“우주를 쏘다니기 위한 배라..., 우주..., 그대들의 하늘 위에 있는 공간을 말하는 것이었지?”


로드의 질문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강력한 공격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설마 이 파종선이 드래곤 로드를 공격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대참사였다. 그를 함선 내부로 들인 순간 이미 싸움의 결과는 나온 것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군. 영웅의 양자이며, 화염 군주의 의동생이여.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이 배가 쏜 공격을 멀리서 봤을 뿐이다.”


“공격?”


설마 공허 영역에서 적을 마주하기도 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파종선이 공격을 할 이유가 없었다.


유진은 의문을 담아 인듀어런스를 바라보았고,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는 인듀어런스의 홀로그램 아바타를 볼 수 있었다.


“인듀어런스?”


“죄송합니다.”


도대체 이 인공지능 아가씨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절규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하지만 인듀어런스는 입을 열지 않았고, 이계의 지배자 앞에서 이 이상의 추태를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진은 몸가짐을 정돈한 후,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대전 말기에 당신과 마주한 이후 처음으로 뵙는군요. 둥지의 지킴이시여.”


“그렇구나. 그리고 이렇게 서로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지. 그때 그대는 시은의 뒤편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지.”


바로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로드를 보고 유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기세가 강렬해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진땀을 빼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비슷한 나잇대의 고룡들하고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야?’


그러니 그가 드래곤들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직접 드래곤 로드와 이야기를 나누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그리 긴장할 것은 없다. 불멸의 존재야. 나는 너를 존중할 것이며, 그저 네가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에 약간의 도움을 주길 바랄 뿐이다.”


드래곤의 지루함은 약이 없다. 아무리 자극적인 사건도 찰나만 그들을 달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하기에 드래곤들은 유희라는 명목으로 지독하고 잔혹한 짓을 자주 벌이는 것이었다.


유진은 질린 눈으로 드래곤 로드를 바라보았다. 가장 현명하다는 드래곤 로드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물론 숨긴다고 숨긴 눈빛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는 유진의 감정을 눈치채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건방진 아이는 귀여운 법이지.”


그리고 그런 드래곤 로드와 유진을 향해 이 파종선의 원주민들이 다가왔다.


가상현실에 스스로를 보관한 외계인들과 이계종과의 첫 만남이었다. 무수한 차원과 무한한 우주, 양측의 만남에 무심코 유진은 긴장했다.


“이 허깨비들은 뭐지? 환영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는 드래곤 로드의 말에 환영 취급을 당한 외계인들은 촉수를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여 바다걸음이 가장 앞으로 나섰다.


“홀로그램으로 나섰으니 환영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희는 저희의 정신을 가상현실에 보관하였을 뿐입니다. 저희의 이름은 발음하기 힘드실...”


“아니, 너희는 정말 환상과도 같다. 부정적인 의미로. 육신이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다.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


입에서 작게 뿜어낸 브레스가 바다걸음을 휘감았다. 파종선의 자위 기능이 활성화되며 드래곤 로드를 견제했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나는 그 정도로 어리지 않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는 유진에게 손을 뻗었다.


“컥!”


“모르는 눈치군. 보아하니 눈도 좋아진 모양인데. 왜 못 보고 있는 건가.”


유진의 눈이 터져나갔다. 드래곤 로드는 가볍게 친다고 친 것이었지만, 강화 인간이라도 눈의 내구도로는 버틸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래도 결과는 드래곤 로드가 의도한 대로 흘러갔다.


유진은 바다걸음을 포함한 파종자들의 아바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어떠한 영혼의 흔적도 보이지 않음을 알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인듀어런스에게서조차 영혼이 보였다. 그런데 왜 저 파종자들에게선 영혼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실제론 저들은 이미 죽었고, 가상현실로 도피한 정신은 그저 사념과 기억의 집합에 불과한 것일까?


의문이 유진의 머리를 헤집었다.


하지만 곧 유진은 자신이 영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혼에 대해선 지구에서도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분야였고, 따라서 일개 모험가에 불과한 자신이 영안을 얻었다고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저들은 우리와 다르다. 저들에게는 티끌 정도의 영혼도 존재하지 않는구나. 그런 존재들을 과연 살아있는 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죽은 자들..., 저 언데드들조차 저들보다 더 풍부한 영혼을 지니고 있거늘.”


잠시 말을 멈춘 드래곤 로드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저들은 마치 물질적인 요소로만 빚어낸 생물 같구나. 물질의 화신, 아니면 비영혼적인 존재.”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것입니까.”


“생명이란 크게 육신, 정신,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 4등분을 한다면, 영혼백육으로 표현하기도 하지. 어쨌든 저들은 오직 육신, 그리고 정신으로만 존재한다. 저들이 쌓아온 기억이 곧 저들의 자아다. 그 점은 우리도 비슷하나 우리의 자아는 육신과 영혼의 균형을 통해 존재하나, 저들의 자아는 육신에 매몰되어 있다.”


“결론은요?”


“간단하게 말해서 저들이 육체를 잃은 그 순간부터 저들의 자아는 마모되기 시작했다. 저들이 구축한 가상의 공간이 얼마나 대단하고 현실적인지는 몰라도, 이미 저들은 처음의 저들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안 좋은 방향으로.”


드래곤 로드의 말에 흠칫하는 파종자들의 아바타를 보며, 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로드의 말은 틀린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파종자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으니.


“그나저나 재미있구나. 영혼이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나 동시에 자각하는 모든 존재에 깃든 것이거늘...”


잠시 말을 멈춘 드래곤 로드는 중후한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눈빛을 발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10세 미만 꼬마 악동의 눈빛이었다.


“이 배는 난파선이고, 이들은 표류자들이지? 내가 좀 너희를 거들어도 되겠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바다걸음은 촉수를 파르르 떨었다.


“아아, 별 것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드래곤 로드의 눈동자의 동공이 파충류의 그것으로 바뀌며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그리고 형형한 기운이 그를 감싸며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너희를 돕고 싶을 뿐이니.”


작가의말

로드는 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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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63화-제3차 세계대전(1)] +3 21.01.23 39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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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62화-불씨(2)] +3 21.01.16 331 16 12쪽
160 [62화-불씨(1)] +2 21.01.03 37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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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61화-문명 가속(1)] +4 20.12.25 40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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