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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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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최근연재일 :
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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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0,140

작성
21.01.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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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63화-제3차 세계대전(2)]

DUMMY

[63화-제3차 세계대전(2)]


“세계가 불바다가 되었네.”


삼엄한 경계가 위에를 지켜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매일 납치범, 암살자 등이 그녀를 찾아왔다. 아무리 안전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죄수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기분이라도 전환할 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겸, 뉴스를 보면 죄다 전쟁 소식이었다. 그러니 위에의 기분은 점점 다운되었다.


“불 좋지. 불, 우리집도 타고 있는 게 아니라면 불구경 제대로 했을 텐데.”


방문을 열고 들어온 화린은 담배를 피우며 위에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위에가 마시던 화주를 자연스럽게 빼앗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


“맛있네.”


“나름 고급품을 주더라고.”


화린의 감탄에 위에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나마 북중화 공화국은 사정이 나았다. 초반부터 동아시아 각국과 연합하여 전선을 구축한 덕분에 영토 방위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생산기반시설이 비교적 멀쩡했다. 그래서 이런 사치품도 아직 공급되고 있었고.


“남쪽은 개박살이 났어.”


“봤어. 게이트 시설도 파괴되었다고.”


“보급을 끊는 건 전쟁의 기본이니까. 뭐, 그래도 몰래 꿍쳐둔 게이트가 있을걸? 대규모로 물자는 못 들이더라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다. 정말 전쟁이 전쟁 같지 않게 풍족하단 말이지.”


“그렇다고 비극이 희석되는 것도 아니지.”


“맞는 말이야.”


현재 중화계 국가는 북쪽의 북중화 공화국, 서쪽의 서중국, 동남쪽의 중화민국, 이렇게 삼파전이 되었다.


“중화계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탈락할 국가로 꼽히던 북중화 공화국이었는데...”


“그걸 알기에 미친 듯이 노력했던 거지.”


위에는 화린의 대답을 듣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마저 술을 가져왔다. 마지막 병이었다.


“그럼 일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하며, 새로운 술을 뜯어...”


두 사람의 시선이 화면으로 향했다.


기자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섯구름에 휩싸여 녹아내리고 말았다.



●●●



“시발?”


유진은 녹아내린 몸을 재생했다. 그리고 유진이 겨우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섰을 땐 이미 주변에 남은 것이라고는 증발해버린 사람들과 뼈대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전쟁병기들뿐이었다.


“핵을 지구 내에서 쓴다고? 이 미친 새끼들...!”


게다가 보통 핵무기가 아니었다. 더티밤, 핵의 위력 자체보다 방사능 낙진에 중점을 둔 핵무기였다.


“끄응...”


유진은 따끔거리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찾아보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군번줄 하나...”


유진은 그것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유진의 발밑에는 회색 액체가 모여들고 있었다. 마치 슬라임처럼 꿈틀거리던 그것은 유진의 발에서부터 타고 올라왔다.


-여기에만 핵공격이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서울, 도쿄, 울란바토르에도 핵공격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요격에 성공한 모양입니다만...


“젠장! 진짜 막나가네. 전쟁에서 져도 이딴 거 안 쓰면 모가지가 물리적으로 날아가지는 않을 텐데. 어차피 진 전쟁, 국가와 함께 뒤지겠다, 이건가?”


-일단은 움직여야 합니다. 파워드 슈트 재구축 완료. 내의가 없어서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참아주세요.


외계 기술 습득을 통해 만들어진 나노 기술 파워드 슈트는 자가 수복을 넘은 자가 재구축 기능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입고 벗는 것도 매우 쉬웠다. 슈트 자체가 녹아서 액체처럼 변하니 말이다.


“웃기네, 파워드 슈트를 지키려고 맨몸으로 핵샤워를 경험하다니.”


투덜거리면서 유진은 파워드 슈트의 기능을 점검했다. 지하로 슈트를 이루던 나노 머신을 피난보냈다고는 해도, 타격은 있었다.


-나노 머신의 부족으로 기능 전체 재생은 힘듭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기능은 멀쩡합니다.


“좋아, 움직인다. 통신 기능은 작동하지? 본부와 연결해.”


이를 갈면서 유진은 다가올 전투를 향해 나아갔다.



●●●



중화계 국가, 진의 핵공격은 세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아무리 전쟁에서 밀려도, 설령 패배 직전이 되더라도 지구 내에서 같은 인류를 향해 대량살상병기를 겨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믿음이 순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에 돌입했다. 인도의 도시 3개를 불태운 값으로 파키스탄은 국토 전역에 핵의 불길에 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인도는 상처뿐인 승리도 가져가지 못했다. 지하에 숨어든 파키스탄군은 영토에 진입한 인도군을 지독할 정도로 괴롭혔다.


방사능에 찌들어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그들은 오랜 대적을 향해 광기가 어린 증오를 토해냈다.


식민 세계를 두고 벌이는 전쟁은 더욱 처참했다. 그나마 지구 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엔 핵이 최고의 병기였지만, 아주 다른 세계가 전장이 되자 무기의 수준이 달라졌다.


판데모니움에게나 쓰던 공간 기술 무기들이 동족을 향해 투하되었고, 무수한 인명이 끔찍한 공허 영역으로 튕겨나가거나 그전에 무너지는 공간과 함께 찢겨나갔다.


그리고 사태는 더욱 가관이 되었다.


죽은 인간들의 시체가 일어나 새로운 병사가 되었고, 게이트 전쟁 당시의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강화병들이 다시 만들어졌다. 소년병들이 동원되었다. 같은 인류가 짐승처럼 살육당했다. 그리고 피가 바다를 이루었다.


“푸하하하하! 인간들의 야만이란!”


의장은 지옥으로 화한 인류의 세계를 보며 기쁨 어린 탄성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은 지금 너무나도 즐거운 환희로 가득했다.


“보라! 저들이 저들 스스로를 죽이는구나! 아!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연극조로 말을 쏟아내던 그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자리에 앉았다. 마물의 가죽을 다듬어 만든 고가의 의자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그의 몸을 감쌌다.


“이대로 인간들의 영역을 축소시키면..., 리셋도 가능해지겠지. 우릴 막을 힘은 없을 테니까.”


자신들의 수는 인류의 모든 기계를 막아내기에는 너무 적었다. 그러니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탑을 무너뜨리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무너져서 겨우 숨만 붙어있을 때, 자신들이 나서는 것이었다.


지친 짐승의 마지막 숨통을 끊듯이!


“어이쿠! 인피를 바꿀 때가 되었나?”


미친 듯이 웃던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본 그는 망가지기 시작한 거죽을 보고 혀를 찼다. 이 마도구는 다 좋은데 내구도가 별로였다.


“인간 가죽 벗기는 것도 일인데.”


그렇다고 잔뜩 만들어서 쟁여둘 수도 없다는 게 이 위장 마도구의 단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짐승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꺼낸 그는 지하실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뒷모습은 마치 고블린을 닮아있었다.



●●●



기동전단이 번개처럼 초원을 갈랐다.


한때 이 초원을 주름잡던 유목 제국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적의 영토로 진군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한때 이 초원을 내달리던 유목 민족들은 머리 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기동전단을 요격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오른 공군이 폭탄을 쏟아냈다.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에 기동전단은 회피기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든 폭탄을 피할 수는 없었고, 많은 차량이 불타올랐다.


“공군 지원도 없이 오다니, 정신이 없구먼.”


상대를 비웃으며 전투기 편대는 공군 기지로의 귀환길에 올랐다. 아니, 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긴급! 긴급! 본 인공지능에 대한 공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방어 체계 붕괴가 너무 빠릅니다! 완전 수동 조종 모드로 이향...!


인공지능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기체가 제어를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마지막 시도는 확실하게 성공해서 조종사는 자신의 기체 제어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흥! 겨우 이런 수단으로 우리를 어찌할 생각이었던 건가?”


인공지능을 공격하는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투기처럼 값비싼 자산을 순수하게 인공지능에게만 맡기지는 않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완전 수동 조종 방식도 탑재되어 있었다.


인공지능 복구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 지속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나름의 타격은 되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였다.


전투기들은 의기양양하게 공군 기지로 돌아왔고...


전부 격추되었다.


-미션 컴플리트.


그리고 적아가 뒤바뀐 인공지능은 자신이 섬기는 새로운 충성 대상을 향해 담담히 임무 완수 보고를 올렸다.



●●●



“이게 무슨 일인지...”


월면 조선소의 노동자들은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와 다르게 어느 정도 자체적인 물자 생산 시설을 갖추었지만, 그래도 지구의 지원이 없으면 월면은 버티는 것이 고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얼마 전까지는 중국끼리 전쟁한다더만, 갑자기 인도 파키스탄에 유럽에 아랍에..., 뭔 일이야?”


“나도 몰라.”


지구의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쟁까지 벌어지다니, 달에서는 아무래도 지구의 감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지닐 수밖에 없었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전쟁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우린 어째야 하지?”


월면 조선소는 어느 특정 국가 소속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인류 전체의 자산이었다. 그래서 국적도 매우 다양했다.


만약 지구의 알력이 여기서도 재현된다면,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었다.


지구는 넓지만, 달은 너무나도 좁았음으로.


“화성은?”


“화성?”


“무슨 반응 없어?”


“거긴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전부잖아. 지금도 연구에 미쳐있겠지.”


그리고 월면의 노동자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과학자들의 반응은 이것이었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어딘가 감성이 어긋나있는 그들에게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은 진짜로 남일이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지구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물자가 부족해지지는 않을까? 그 정도에서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화성은 달과 다르게 자체적인 생산수단을 다수 보유했음으로 당장 큰 문제가 벌어질 일도 없었다.


그래서 화성인들은 금방 관심을 거두고 연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가끔 지구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안부를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지구가 난장판이 된 지금 화성은 새로운 기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었다.



●●●



“하하하하하! 놀랍다! 놀랍구나! 우주는 이리도 놀라운 곳이었구나!”


몸의 1/3을 잃은 드래곤 로드는 우주를 떠도는 자신의 피와 육신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혼도, 의지도, 자아도, 그 어떤 것도 없는 짐승보다 못한 것이 이리도 강할 수 있단 말이냐!”


그의 입에서 뿜어진 브래스가 우주의 공허보다 차갑고 어두운 어둠을 가르고, 불태웠다. 하지만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 뒤에서 파종자들의 공격이 개시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어둠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저건 진정으로 어둠이로다.”


드래곤 로드는 우주를 떠도는 자신의 육신 파편을 수습하여 파종선으로 공간이동했다.


“퇴각한다!”


드래곤 로드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벌벌 떠는 파종자들, 그리고 저 어둠에게서 도망치던 어떤 종족의 최후 생존자 집단.


“하!”


두 종족의 운명이 드래곤 로드의 날개에 얹혔다.


그의 드래곤 하트에서 마력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여 파종선의 웜홀 드라이브도 맹열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부서지고 망가진 파종선의 동체가 진동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파종선의 인공지능이 비명을 질렀다. 이 상태로 웜홀에 돌입하면 그대로 분해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웜홀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여기 모두는 저 어둠에 삼켜져 죽으리라.


그렇게 그들은 웜홀을 향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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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63화-제3차 세계대전(5)] +1 21.02.06 266 10 13쪽
166 [63화-제3차 세계대전(4)] +2 21.01.31 256 11 11쪽
165 [63화-제3차 세계대전(3)] +3 21.01.30 270 14 12쪽
» [63화-제3차 세계대전(2)] +3 21.01.24 327 16 12쪽
163 [63화-제3차 세계대전(1)] +3 21.01.23 398 11 11쪽
162 [62화-불씨(3)] +4 21.01.17 307 10 12쪽
161 [62화-불씨(2)] +3 21.01.16 331 16 12쪽
160 [62화-불씨(1)] +2 21.01.03 377 13 12쪽
159 [61화-문명 가속(5)] +2 21.01.02 353 18 12쪽
158 [61화-문명 가속(4)] +4 21.01.01 388 16 12쪽
157 [61화-문명 가속(3)] +5 20.12.27 457 21 13쪽
156 [61화-문명 가속(2)] +7 20.12.26 399 19 12쪽
155 [61화-문명 가속(1)] +4 20.12.25 403 21 12쪽
154 [60화-드래곤 로드(3)] +8 20.12.20 430 22 13쪽
153 [60화-드래곤 로드(2)] +5 20.12.19 397 21 12쪽
152 [60화-드래곤 로드(1)] +6 20.12.13 449 22 12쪽
151 [59화-세대 우주선(3)] +5 20.12.12 383 20 12쪽
150 [58화-세대 우주선(2)] +8 20.12.06 414 19 12쪽
149 [58화-세대 우주선(1)] +4 20.11.29 442 16 12쪽
148 [57화-도플갱어(2)] +5 20.11.28 374 19 13쪽
147 [57화-도플갱어(1)] +4 20.11.22 440 17 11쪽
146 [56화-근원(3)] +6 20.11.21 437 20 12쪽
145 [56화-근원(2)] +6 20.11.15 447 20 12쪽
144 [56화-근원(1)] +5 20.11.14 506 23 12쪽
143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4)] +10 20.11.08 513 21 12쪽
142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3)] +6 20.11.07 413 19 12쪽
141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2)] +16 20.11.01 490 23 12쪽
140 [55화-세계 연결망 프로젝트(1)] +8 20.10.25 532 23 11쪽
139 [54화-별의 정의(2)] +24 20.10.24 520 28 11쪽
138 [54화-별의 정의(1)] +14 20.10.18 57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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