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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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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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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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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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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3화-제3차 세계대전(1)]

DUMMY

[63화-제3차 세계대전(1)]


“간신히 숨통이 트였군요. 서중국의 주공을 막아낸 것이 컸습니다. 위에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우리를 노리던 녀석들이 조금은 몸을 움츠렸으니.”


“그렇다고는 해도 오래 숨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중화계 국가에 위에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걸 북중화 공화국이 받아들인 이상 어떤 중화계 국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 뿐, 찰나가 지나면 전쟁은 다시 시작되리라.


“한국군이 해양도시연합을 견제해준 덕분에 남서쪽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타국의 지원을 받야만 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적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민족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일단은 아군입니다. 고맙게 여기도록 하죠.”


“하지만 저들이 진정으로 우리를 도와주고자 온 것은 아닙니다. 주석님, 절대 오해하셔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죠. 세상 어느 국가가 타국을 진심을 다해 도와준답니까. 다 자기들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지.”


주석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북중화 공화국을 지원하는 한국, 몽골, 위구르, 티베트 등의 국가는 자신들 대신 중화계 국가랑 드잡이질을 벌일 방패가 사라지는 것을 염려할 뿐이었다.


‘냉정한 국제 외교 관계를 제쳐놓고서라도 다른 국가들의 진심 어린 협력을 바라기에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저지른 짓이 너무 많지.’


특히 위구르나 티베트는 중화계 국가에 이를 갈고 있었다. 그들이 독립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한족 추방령이지 않던가.


그나마 그들이 북중화 공화국과 손을 잡은 이유는 북중화 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이전의 중국을 부정하고, 천안문의 가치를 내세웠으며, 동시에 과거 중국의 잘못을 사죄했기 때문이었다. 덤으로 처절한 외교전의 승리이기도 했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사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자원 입대률도 하늘을 뚫을 기세이고요. 큰 실책이 없는 이상 우리에 대한 지지도 확고할 것입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게이트 전쟁 당시 죽어가는 북중국의 시민들을 내버리고, 자기들끼리 권력 다툼이나 벌이던 남방의 동족은 솔직히 동족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북중화 공화국의 분위기였다.


그탓에 중화계 국가의 움직임에서 조금 따로 놀게 되었지만, 이런 전쟁에서는 이런 점이 오히려 이점이 되었다. 최소한 내부에서의 중상모략은 덜 걱정할 수 있으니까.


지금 남쪽에서 들려오는 갖은 추잡한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구역질이 나왔다. 그런 일이 자국에서도 일어났었다면 분명 주석은 전쟁 의지를 잃어버렸을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린자오런이 이끄는 의용군이 서진의 외인부대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보고가 방금 올라왔습니다!”



●●●



“다 늙은 노인네를 얼마나 고생시킬 심산인지.”


린자오런은 몰려드는 인형들을 박살내며 전진했다. 값비싼 소재와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마도인형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그는 분명 쇠퇴일로에 있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린자오런의 경지에 다다른 무술은 그런 육신의 쇠퇴를 충분히 감쇄하고 있었다.


“괴물같은 노인네...!”


“인형사..., 오랜만이군. 용병 때려친다고 하지 않았나?”


“돈을 많이 줘서.”


짜증스레 말을 내뱉은 옛 전우에게 린자오런은 고개를 저으며 돌진했다. 그의 앞을 몬스터의 시체로 만들어낸 인형들이 가로막았다.


그리고 분단위로 다시 시체로 돌아가고 말았다.


“젠장! 용족의 사체로 만든 건데...!”


“살아있는 용도 날 막지 못하거늘, 어찌 죽은 것으로 날 막으려고 하는가?”


인형사에게 육박한 린자오런이 주먹을 휘둘렀다.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지는 주먹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강철판도 가볍게 쪼갤 위력을 품고 있었다.


신체적으로는 조금 강건하다 수준에 불과한 인형사로서는 버틸 수 없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도 게이트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 이럴 때를 위한 수단은 충분히 숨기고 있었다.


린자오런은 죽은 인형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인형이었나?”


“그럼 내가 네 앞에 본체로 나설까?”


“예전에는 좀 이질감이 있었는데...”

그 기척이 너무나도 인형사와 똑같아서 도저히 조종받는 인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석류처럼 부서진 인형의 모습을 보고도 린자오런의 감각은 이 인형이 인간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많이 발전했군. 인체를 쓴 것도 아닌데 이리 자연스럽다니. 그런데 목숨만 건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이미 이 전투는 우리의 승리이거늘.”


부서진 인형의 몸으로 인형사는 이를 갈며 끈적이는 기름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코 위로 얼굴이 날아간 덕분에 그 모습은 매우 그로테스크했다.


“죽지만 않으면 기회는 언제든지 있어.”


“맞는 말이지. 하지만 지금 이 전투에서는 기회가 없지 않은가.”


린자오런은 도망치는 익숙한 기척 하나를 감지했다. 쫓아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아쉬움에 혀를 찬 그는 고래고래 소리치는 망가진 인형을 부수고 남은 적들을 도륙했다.


일인군단이라고 칭송받는 인형사였지만, 지금 그가 이끌던 병력은 순수하게 그의 인형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인형사만 믿고 적진 깊은 곳까지 진격하던 서중국의 외인부대는 린자오런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북중화 공화국은 적의 진군을 모두 막아내는 것에 성공하며, 중화계 국가 최약체 타이틀을 벗어던져버렸다.



●●●



부와 기술, 각종 이능과 문화, 그리고 자원.


지구는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구 각 국가는 화려한 번영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그러한 번영 속에서도 불평등은 있었다.


지구 내에서 지독한 가난은 사라졌다. 하지만 덜 부유한 국가와 사람은 여전히 존재했다. 초월적인 부와 기술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영화를 관망하여야만 했다.


그저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위안을 얻으면서, 그저 찢어진 넝마를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그저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하지만 이런 기만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결국 더한 자괴감을 부를 뿐이었다.


그래도 아직 이계에 위협적인 적들이 남아있을 때는 괜찮았다. 지구인끼리 싸우다가 저들에게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떤 이계도 판데모니움 이상의 적은 되지 못한다. 명실상부 지구는 최고, 최강의 세계가 되었다. 이건 다른 이계 세력들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니 인간이 인간에게 총을 겨눈다고하더라도 감히 지구를 향해 검을 들이댈 미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확신이 모든 인류의 공감대로 형성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지나치게 집중된 힘이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으니 자연히 화산이 분출하듯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문제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구 내부의 문제는 지금까지 이계의 외적이라는 공동의 적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갈등은 이제 표면화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한 중화계 국가들.


그러나 그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한 뼘의 땅을 두고 다시 충돌했다. 진정으로 영토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오랜 자존심을 충족하고, 상대를 거꾸러트리기 위함이었다.


이슬람 세계에선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를 향해 테러를 자행했다. 그러나 종파만이 아니었다. 같은 종파 내에서도 전쟁이 일어났고, 이슬람 세계에 갇힌 다른 종교 신도들은 죽음의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유럽연합의 동서 갈등이 경제 전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동남아시아는 맹주의 자리를 두고 국가들이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서로가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총을 서로에게 겨누었고, 남미는 온갖 범죄단체들의 항쟁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싸우는 모두는 동맹을 갈구했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북중화공화국이 동아시아 국가들을 끌어들여 중화계 국가들과의 전쟁에 나섰듯이 무수한 얼굴을 한 전쟁은 점점 규모를 불려 나가면서 덩어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민 이계까지 포함한 대규모 동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전면전은 총력전으로 변해갔다.


“젠장! 또 종군이라니.”


유진은 파워드 슈트를 입으며 혀를 찼다. 전쟁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한국 정부는 한국 내 모든 이능력자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모험가와 헌터는 일순위였다.


“모험가는 인류 전체에 헌신하는 존재 아니었어?”


“말은 그렇지. 실제 이계와 전쟁이 난다면 말처럼 행동하기는 것도 맞고, 하지만 다른 국가와 싸우면, 일단 모험가도 고향이 있으니까.”


미스트의 물음에 유진은 한숨을 섞어 대답해주었다.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다른 법이었다.


“중화계 국가 간의 전쟁이 지금까지 축적되던 불만을 일제히 터트리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네요. 이게 이런 식으로도 번져나갈 수 있다니, 세계대전이 일어난 바보같은 이유들을 비웃을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유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대부님?”


“이제 안 자라나는 구나 싶어서.”


“아직 덜 자랐어요. 하지만 성장이 느려진 건 맞죠.”


이제 17세 정도의 외모를 한 시우인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사진으로 봤던 위에와 꼭 닮은 그 모습에 유진은 새삼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우인은 위에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인류였으니까.


“그나저나 대모님들의 능력을 뛰어나네요. 제가 여기 머무는 동안 아무도 제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다니. 게다가 뉴스에선 처음이자 마지막 호모 슈페리얼이 사망하다! 이런 뉴스나 나오고, 제가 한국에서 안전하게 성장했다는 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시우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사진에는 까맣게 탄 아기로 보이는 무언가와 끔찍한 폭발의 흔적이 가득한 방이 찍혀있었다.


“한참된 뉴스를 아직도 입에 담는 것이냐.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다. 이나여.”


“그렇지만요. 이런 거에라도 안심하지 않으면, 솔직히 불안하다고요.”


시우인은 입술을 삐죽였고, 다이나는 그런 시우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토닥였다.


그 모습을 보고 유진은 복잡하게 얽히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직은 괜찮아. 하지만 적들도 바보는 아니야.’


유진은 화린이 보내온 정보를 다시금 상기했다. 지금의 평화는 분명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대비는 해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우인이 엄청 강해졌다는 거지.’


실전이라고는 1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시우인은 강했다.


자기 몸은 분명 건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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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제3차 세계대전(1)] +3 21.01.23 399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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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62화-불씨(2)] +3 21.01.16 331 16 12쪽
160 [62화-불씨(1)] +2 21.01.03 377 13 12쪽
159 [61화-문명 가속(5)] +2 21.01.02 353 18 12쪽
158 [61화-문명 가속(4)] +4 21.01.01 388 16 12쪽
157 [61화-문명 가속(3)] +5 20.12.27 45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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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61화-문명 가속(1)] +4 20.12.25 403 21 12쪽
154 [60화-드래곤 로드(3)] +8 20.12.20 430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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