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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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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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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83,559

작성
22.07.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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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똑똑똑'


"다막자. 깨우지 마라."


'똑똑똑'


"아. 깨우지 말라니까."


눈을 떴을 때 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맞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었지. 아직도 익숙하지 않네."


머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


리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네. 눈이 떠져서요. 피곤하시죠?"

"아니야. 일어나 있었어."


준비를 대충 하고 리나를 따라 마을 구경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어."

"저도 처음에는 놀랐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도 다 살아나려고 던전을 깨는 거 맞지? 그럼 금방 깨겠는데? 힘을 합치면 말이야."


갑자기 리나의 대답이 없어졌다.


"좋은 물건 많아요. 보고 가세요."

"맛있는 음식 좀 드셔보세요."

"예쁜 꽃들 많습니다. 방금 뜯어 온 거에요."


들리는 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뿐이었다.


"저 사람들은 NPC인가?"

"아니요. 저희랑 같은 코마 상태의 사람들이에요. 올라가기 무서워서 이곳에 있는 거죠. 여기서 죽으면 진짜 사라지는 거니까."


어색해진 분위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나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나도 따라 섰다. 앞에는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여긴 어디야?"

"던전으로 가려면 준비를 해야겠죠. 무기랑 방어구를 사고 포션도 사려고요."


들어가 보니 내부는 백화점처럼 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로 가득한 백화점.


리나는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다.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보니 아직 어린애였다.


"우선은 기본적인 것만 구입해요. 투구, 갑옷, 무기, 방패, 신발. 지금 가지고 계신 것보다는 좋을 거예요."

"그런데 난 지금 돈이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요. 저한테 모아둔 돈이 조금 있거든요."


그리고 리나는 능숙하게 물건을 고르더니 돈을 내고 나에게 챙겨주었다.


"역시 어제 말처럼 여행자의 마을이라 그런지 능력치가 좋지는 않네."


대부분 +5의 능력치가 붙어있었다.


"네. 그러니까 어제 주신 갑옷이 얼마나 좋은지 이제는 아시겠죠?"

"어. 알 것 같아.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레벨을 더 올리고 갈까?"

"네."


나와서 어제 와일드킹을 만났던 필드로 향했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파티를 구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만 있고 던전에 가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선택받지 못한 거예요. 이곳은 신체능력이 반영된다고 했죠. 막기님처럼 신체능력이 뛰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거의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그때 앞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 한 명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를 보아하니 동양인처럼 보였다.


"다음 마을로 같이 갈 파티원을 구합니다. 저는 힐러에요. 제발 데려가 주세요."


마음이 쓰이긴 했지만 힐러라는 말에 지나치기로 했다.


내가 이 파티의 힐러니까.


하지만 야속하게도 파티를 구한다는 여자가 우리를 보더니 먼저 달려와 말을 걸었다.


"혹시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


리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여 내가 대신 대답했다.


"난 한국인. 리나는 미국인."

"와. 나도 한국인이야. 미선이라고 해. 김미선. 반갑다."

"하나도 반갑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바쁘니까 먼저 간다."


필드로 향하는 내내 미선이라는 아이는 우리의 뒤를 쫓아왔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어이. 왜 자꾸 쫓아오는 거야?"


부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살금살금 쫓아오던 미선이는 갑자기 우리 앞으로 달려왔다.


"보아하니 넌 탱커고 이 아이는 마법사지. 지팡이가 딱 마법사네. 그럼 힐러 자리가 비잖아."

"틀렸어. 리나는 마법사가 맞아. 그리고 난 탱커가 아니라 힐러야."

"설마. 거짓말 하지 마. 그럼 어디 힐을 써봐."


그놈의 힐이 문제였다. 역시 힐을 먼저 배웠어야 했는데. 힐러의 기본인 힐이 없으니 의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힐을 안 쓰는 힐러야."

"그런 게 어딨어? 힐러라면 같은 관리자를 만났을 거 아니야? 무조건 힐은 기본이라고 스킬을 알려주는데."

"아무튼 난 힐러야. 그러니까 더 이상 힐러는 필요 없다고."


매몰차게 뒤를 돌아섰지만 미선이는 끝까지 쫓아왔다.


신경 쓰지 않고 걷다 보니 필드에 도착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사냥을 하는 파티들이 보였다.


"그럼 우리도 경험치를 올려볼까?"

"네."


필드에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보였다.


대부분 사슴, 달팽이, 토끼와 같은 약해 보이는 몬스터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어제 잡았던 멧돼지가 가장 셀 것 같았다.


"처음은 사슴을 잡아보자. 나는 이번에는 웬만하면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게."

"왜요? 연습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뒤에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미선이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탱커라는 증거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사슴은 우리가 다가가자 공격 자세를 취했다.


달려오는 사슴의 공격에 우선은 내가 방패를 들고 막아주었다.


'역시 멧돼지보다 충격은 많이 없구나.'


그리고 뒤에서 날아온 파이어볼에 사슴은 쓰러졌다.


"생각보다 약하네. 우리한테 도움은 크게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경험치도 많이 오르지 않는 것 같아."

"네."

"그럼 우선 던전으로 향해보자."


필드에서 마을 반대쪽으로 걸어가자 커다란 동굴이 나왔다. 동굴 앞에서 리나는 멈추어 섰다.


"이 동굴을 지나면 다음 마을이 나와요."

"그렇구나."


처음 보는 던전은 일반 동굴과 다르지 않았다. 어떤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기님. 혹시 뒤에 저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신경 쓰지 말자. 혼자서는 들어오지 못하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경이 쓰이긴 했다.


"아니다. 내가 가서 말하고 올게."


뒤를 돌아 미선이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타다다다다.


"꺄~~~악."


빠른 물체가 지나가더니 곧이어 리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리나는 가슴에 단검이 꽂힌 채 쓰러져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아직 안 죽었네. 좋은 방어구를 가지고 있구나."


리나 앞으로 달려가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


"너 누구야? 왜 갑가지 공격하는 거야?"

"사신."


리나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자살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사신길드.


"그러니까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공격하냐고."

"살려고 하니까. 우린 이미 죽은 목숨이잖아."


뒤에 있는 리나의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포션을 먹여주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숨어있던 미선이가 튀어나와 리나에게 다가오더니 단검을 빼고 외쳤다.


"힐."


리나의 주변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나를 데리고 가면 좋다니까."

"우선 고마워. 그런데 나도 말했잖아. 내가 힐러라고."

"그럼 이 아이 죽게 내버려 둔다. 빨리 말해. 파티로 받아줄지 말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알겠어. 우선은 받아 줄게. 그런데 내가 힐러니까 그건 알고 있어."


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명만 있는 줄 알았는데. 힐러가 한명 숨어 있었네. 그래도 상관없어. 여기서 죽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단검을 꺼내든 사신은 또 다시 우리에게 달려왔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 따라잡기 힘들었다.


순식간에 내 뒤로 이동한 사신은 미선이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힐러만 죽어도 파티는 끝나는 거지. 안 그래?"

"현의 무적."


일정확률로 파티원도 무적이 된다. 그러면 리나와 미선이를 구할 수 있었다.


내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나와 미선이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제발 좀 변하라고."


사신의 단검이 미선이의 가슴 앞까지 왔을 때였다.


내 몸에서 나는 빛이 미선이에게도 보였다.


챙.


사신의 단검은 미선이를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사신은 당황한 듯 숲속으로 사라졌다.


"뭐야? 나 지금 무적상태인 거지?"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어.

"그럼 이제 어떡해?"


사신의 단검이 숲속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챙. 챙. 챙.


단검이 주는 충격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날아온다면 무적상태가 금방 풀릴 것만 같았다.


"이제부터 공격할 거야."

"너무 빨라. 잡지 못할 거야."

"잡지 못하면 부르면 돼."


"현의 도발."


발밑에 빨간 불이 생기더니 숲 안쪽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에게까지 걸릴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방법은 이 방법 에 없어.'


잠시 후 단검 대신 사신이 나타나 달려들었다.


눈이 빨개진 것을 보니 도발에 성공한 것 같았다.


무기와 칼을 벗어두고 날아오는 사신의 양팔을 잡았다.


"힘은 그렇게 세지 않네. 이제 그만 포기하지. 우리 다 같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잖아."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눈에서 어떠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큰일 났네. 무슨 저주 같은 건가? 상태해제 같은 스킬 없어?"


미선이는 리나를 치료해주며 대답했다.


"아직 그런 건 없어. 힐만 있어. 기본 힐. 파티 힐. 그리고 힐 강화 밖에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지."


"현의 침묵."


머리가 빛나기 시작했다.


쿵.


머리를 부딪히자 사신은 기절을 하고 말았다. 두건을 벗겨보니 단발머리의 여자였다. 미선이와 마찬가지로 내 또래 아이처럼 보였다.


망토에는 해골이 그려져 있었다.


"뭐야? 여자아이였어?"

"어. 그런가봐. 그런데 리나는 어때?"

"괜찮아. 어느 정도 회복은 시켰어."


리나와 사신을 나무 밑 그늘로 옮겼다.


미선이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같은 파티네. 잘 부탁해. 탱커야."

"난 다막기야. 그리고 힐러라니까."

"이름부터가 탱커구만."


그때 리나가 먼저 눈을 떴다.


"괜찮아?"

"네."


리나는 자리에 앉아 갑옷을 바라보았다.


"이것 때문에 산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인사는 미선이한테 해. 내가 한 건 별로 없어."


리나는 미선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런데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신을 만났네."

"그러네요."

"그런데 이상해. 분명히 스스로가 공격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느낌이 말이야."


이번에는 미선이가 대답했다.


"사신들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상태가 한번씩 찾아오나봐. 그러니까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겠지?"


사신이 몸을 뒤척이기 시작하더니 눈을 떴다.


확실히 아까와는 다른 눈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도망치려고 해 손을 잡았다.


"지금은 아니야. 일어난지 얼마 돼지 않았잖아. 헤치지 않을 테니까 조금만 쉬었다가. 우리도 좀만 있다가 던전으로 갈거야."


사신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누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또 공격했겠죠?"

"별로 강하지 않았는데. 신경 쓰지 마."


리나와 미선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너무 황당한 제안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신이 옆에 있으면 다른 사신들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할 거니까요. 그리고 전 살고 싶어요. 다시 한번 살고 싶어요."


사신도 우는구나. 똑같은 사람이니까.


"그럼 우선 가자. 어차피 파티는 4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어."


미선이도 일어나 말했다.


"그래. 지금이 완벽해. 탱커, 힐러, 마법사, 딜러까지 이런 조합은 어디서도 못찾아."

"아니야. 힐러는 두 명이야."


내 말에 모두가 웃었다.


사신도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강하지라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눈 앞에 있는 첫번째 던전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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