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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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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83,559

작성
22.07.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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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DUMMY

"이제 가보지. 마을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네.


엔드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기는 했지만 지금은 참기로 했다.

옆에 하지가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하지는 마을로 들어갈 건가?"

"네?"

"우리는 사신. 분명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못할 텐데."

"가고 싶어요."

"그럼 이제 최강 힐러의 대답만 남았군."


사신과 같이 다니면 어떻게 될 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는 상관없어요. 마을이라고 해봤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다음 던전으로 가기 전에 재정비를 할 필요도 있으니까."


엔드는 그런 나에게 미소 지었다.


"역시. 최강의 힐러라 그런가. 든든하군. 그럼 우리도 들어가 볼까? 나도 현무의 마을은 오랜만이라 떨리는데."

"오랜만이라고요? 그럼 전에도 오신 적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당연하지. 난 이 세계의 끝을 보고 온 사신인데."


당연한 듯이 대답을 하여 질문한 내가 오히려 창피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중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마을 자체가 묵직한 탱커 자체였다.

거기다 여자들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무엇보다 나보다 우람한 체격의 남자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탱커의 나라인가 봐요. 제가 작아보일 정도니까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괴물들은 더 많으니까."


괴물이라. 그런 사람들 속에서 마지막 던전까지 갔던 당신이 제일 괴물인데.


예상대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달갑지는 않았다.


엔드와 하지가 지나다닐 때마다 사람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으니까.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음. 나는 무기와 방어구는 필요없는데. 자네들은 필요하지 않나?"

"네. 덕분에 방패 하나가 박살 나서요."

"너무 뭐라고 하지 말게. 어차피 구입했어야 했어. 더 좋은 걸로."


신기하게 검은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다. 나는 검은 방패를 엔드에게 보여주었다.


"그럼 이건요?"

"그건 단단한 거 같은데. 내 공격에도 멀쩡한 걸 보면."


우리는 무기점으로 향했다.


걷다 보니 게시판이 보였다.


파티 모집. (상시)

길드 모집. (상시)


"길드랑 파티를 구하나 봐요. 원래 길드원끼리 파티를 해서 가지 않나요?"

"대부분 그렇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네. 길드는 정말 들어가기 까다롭거든."

"그럼 엔드씨는 따로 길드가 없나요?"


엔드씨는 이번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자네가 만들면 들어가지. 어때?"

"아니에요.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어요."

"길드는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파티는 한 번 지원해봐도 돼. 도움이 될 거야. 이제부터는 다양한 던전들이 존재하니까."


다양한 던전? 던전은 다음 마을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는데.


"마을마다 던전은 하나씩 있잖아요."

"아니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던전은 많아지지. 각 던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아이템들을 주기도 하니까. 안전하게 올라가려면 다양한 던전을 돌아보는 게 좋아. 물론 우리 사신들은 대부분 파티에 받아주지 않지만. 이제 다 왔네."


엔드는 하지의 손을 잡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혼자 들어가는 게 좋겠어. 어차피 사신의 무기는 팔지 않으니까. 여기에도 암시장이 있긴 하겠지. 우리는 그곳을 다녀오겠네."

"다녀올게."


엔드와 하지가 떠난 후 혼자 무기점으로 들어갔다.


역시 다양한 무기뿐 아니라 방어구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새로운 얼굴이시군요. 뭐를 찾으시나요?"


반갑게 인사하는 상점의 주인도 역시 체구가 어마어마했다.


"방패가 필요해서요."


주인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검은 방패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방패를 하나 들고 계시는데요. 그리고 그 방패 암시장에서 사신 거 아니신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방패가 하나 더 필요해서."

"혹시 다른 방어구들은?"


사고는 싶었지만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돈이 없네요. 이정도 밖에."


주머니에 있던 은화를 보여주니 주인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정도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이 마을에는 없을 겁니다. 몬스터를 잡아서 돈을 버셔야 겠는데요. 아니면...."

"아니면...."

"이 주변에 던전을 돌아보시죠. 그럼 아이템을 얻으실 수 있으니까요."


할 수 없이 무기점에서 나온 후 지나쳐온 게시판으로 향했다.


파티라. 엔드와 하지와 갈만한 던전이 있기는 할까?


아니면 우리가 구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신이 있는 곳에 들어올 만한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저기. 혹시 길드에 관심 있는 건가?"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체구의 대머리인 흑인 남자가 서 있었다.


"놀랐나? 나는 현무 길드의 앙갈라라고 하네. 혹시 길드에 관심이 있으면 들어오라고 하려고 했네. 입단시험은 있지만 말이야."


방패 대신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는 그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말을 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파티를 구하려고요. 세명이서 갈 수 있는 던전이 있을까요?"

"세 명? 대부분은 네 명이 가는 파티라서. 같이 갈 사람들이 강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두 명의 사신. 그 중 한 명은 마지막 던전까지 가보았던 괴물. 이 정도면 던전을 쉽게 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강해요. 아마 강할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자네 장비가 마음에 걸리는데. 설마 그대로 가려고?"

"네. 지금은 돈이 없어서."

"그러지 말고 우리 길드에 들어오게나. 장비들은 다 지원해주니 부담은 없을 거네."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런가? 던전이라고 했지? 주위에 셋이 갈만한 곳이 있긴 해. '어린양들의 무덤.'"

"그건 어디 있는 건가요?"


앙갈라는 손으로 서쪽을 가리켰다.


"서쪽으로 쭉 가다 보면 나오지. 그런데 만약에 안에 보스 몬스터가 있으면 바로 나오게. 셋으로도 못 잡아."

"그러면 왜 저보고 가라고 하신거죠?"

"그게. 지금은 보스 몬스터가 안 나오거든. 어느 순간부터 나오지 않기 시작했어. 좋은 아이템을 준다고 소문이 나서 매번 찾아가 봤지만 안보이더군. 그래도 마지막까지 가면 일정 보수는 주니까."

"감사합니다. 이야기해볼게요."


뒤를 돌아서며 떠나려고 했는데 뒤에서 앙갈라가 붙잡았다.


"혹시 나랑 내기를 하나 하겠나?"

"네?"


갑작스러운 내기 제시에 놀랐다.


"나와 대련을 해서 자네가 이기면... 아니 버틴다면 필요한 물건을 하나 주겠네. 어때?"


나쁘지 않은 제안이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대련장으로 이동하지.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앙갈라를 따라간 곳은 콜로세움을 떠올리게 했다.


"와. 넓어요."

"처음이지? 다치지 않게 살살할 테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나저나 자네의 관리인은 현무지? 그러니까 탱커?"


앙갈라는 콜로세움의 중앙에서 등에 있던 도끼를 꺼내며 물어보았다.


나도 검은 방패를 꺼내 들며 대답했다.


"관리자는 현무가 맞아요. 하지만 저는 힐러를 하려고 해요."

"힐러라고? 왜? 그 육체를 가지고 힐러를 한다면 관리자도 화를 낼 텐데."


그랬지. 현무도 나에게 힐러를 하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힐러가 하고 싶은 건 여전했다.


"그냥 어릴 적부터 꿈이었어요."

"그래. 그러면 우선 들어가겠네."


터벅터벅.


앙갈라는 도끼를 양손에 든 채 천천히 걸어왔다.


순간 엔드의 공격이 떠올랐다.


'지금 공격을 당한다면 엔드를 만났을 때처럼 그냥 당할 거야. 먼저 공격을 하자.'


"현의 실드어택."


방패를 들고 앙갈라에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앙갈라는 움직이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쾅.


방패가 앙갈라의 갑옷에 닿음이 느껴졌다.


있는 힘껏 방패로 밀쳐냈지만 앙갈라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현의 실드어택이라? 자네는 최고 관리자를 만났군. 그렇지?"

"네. 그랬던 것 같아요."


앙갈라는 자세를 바꾸어 도끼를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그럼 이것도 막을 수 있겠지. 이건 그냥 내 공격."


휙.


허공을 가르는 도끼 소리.


쾅.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충격이 대단했다.


하지만 앙갈라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했다.


"탱커시지 않으세요?"

"나도 현무의 관리자를 만났으니까."

"그런데 왜 도끼를 사용하시죠?"

"방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네. 난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제 한 번 더 가겠네. 이번에는 막기 힘들 거야."


앙갈라의 도끼는 하늘로 향했다.


"내려찍기."


이번에는 살기가 느껴졌다.


"현의 무적."


온몸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휙.


도끼는 허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떠한 충격도 방패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방패 너머로 보니 앙갈라의 도끼는 내 방패 바로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웃음소리.


"하하하. 자네가 이겼네."

"네?"

"셰임마을에서 사신을 구한 사람이 자네가 맞지?"

"어떻게 아셨어요?"


앙갈라는 도끼를 원래 있던 등으로 돌려놓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않나? 소문은 나도 들었네. 검은 방패를 든 힐러 이야기. 혹시 여기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거든."


갑자기 인벤토리를 열더니 앙갈라는 녹색 방패를 하나 꺼냈다.


"내가 최근까지 썼던 방패네. 이걸 주지. 생각보다 좋아. 모습은 이래도."


거북이 등껍질 같이 생긴 방패였다.


그 방패마저 들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이 탱커로 오해할 것만 같았다.


"다른 건 없나요?"

"왜 그러지?"

"음. 탱커라고 오해받을까 봐요."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 앙갈라는 웃었다.


"하하하. 탱커나 힐러나 둘 다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 아닌가?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해. 칼을 든 힐러도 있고 자네처럼 아주 단단한 힐러도 존재하지. 누가 봐도 자네는 힐러야."


나는 결국 방패를 받았다.


"사신하고 던전에 같이 가려고 그러나?"

"네?"

"소문이 빠르다고 하지 않았나? 일행 중에 사신이 있다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사신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엔드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엔드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음. 레벨이 높은 사람 중에 엔드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유일하게 마지막 던전을 깬 사람. 그리고...."

"그리고....."

"그 다음의 행방은 잘 모르겠네. 항간에는 현실로 돌아갔다는 사람도 있고. 이세계에서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랬구나. 엔드씨가 마지막 던전을 깬게 확실해.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이세계에서 돌아다니는 줄은 몰랐다.


"나도 직접 얼굴은 본 적은 없네. 하지만 이건 확실하지. 엔드씨가 마지막 던전을 깨서 많은 것이 변했어. '어린양의 무덤' 엔드씨가 마지막 던전을 깬 후부터 몬스터가 안 나왔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야."

"네."


나와 앙갈라는 이야기를 마치고 콜로세움에서 벗어나 게시판으로 돌아왔다.


"자네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나? 이제 더 위에서 볼 때는 반갑게 인사하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 겠지?"

"저는 다막기 입니다."

"다막기라? 오늘은 재미있었네."

"방패는 정말 감사합니다."


앙갈라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현세의 가게에 가보게. 자네에게는 큰 도움이 될 테니."

"네."


앙갈라가 떠나고 얼마 있다가 엔드와 하지의 모습이 보였다.


"방패를 하나 샀구만. 하지도 좋은 무기를 하나 사주었다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셈이지?"


나는 앙갈라의 말을 떠올렸다.


"'어린양의 무덤'으로 갈 거에요."

"거긴 왜?"

"셋이 가기에는 적당하다고 했거든요."


나는 그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엔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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